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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손으로 톱스타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한지훈
작품등록일 :
2019.05.15 18:32
최근연재일 :
2019.06.18 20:00
연재수 :
7 회
조회수 :
3,203
추천수 :
66
글자수 :
26,295

작성
19.06.18 20:00
조회
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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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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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01. 나로 말할 것 같으면(3)

DUMMY

내손으로 톱스타 004화



01. 나로 말할 것 같으면(3)



“오빠. 저는 어묵하고 감자요!”

“저는 그냥 아메리카노 마실래요.”

주문이요, 라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일곱 개의 입이 동시에 움직이는데 아무리 기억력이 좋은 사람이라 해도 한 번에 머릿속에 담는 건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난 두 번 묻지 않고 차에서 내려

“지수는 어묵하고 감자, 주현이는 아메리카노······.”

멤버들이 원하던 걸 정확하게 사다 주었다.

“대박!”

“이걸 어떻게 다 외웠어요?”

당연하게도 멤버들은 놀람을 감추지 못했고

“뭐야, 녹음이라도 한 거야?”

“아, 네.”

“짜식. 센스있네. 그래. 매니저는 그래야지. 앞으로 잘해라.”

“그럼 저는 합격입니까?”

“운전 실력도 좋고 준비성도 좋고. 외모도 이만하면 준수하니까 합격시켜 줘야지.”

“감사합니다!”

“대신 못 견디겠다고 때려치우는 건 사절이다.”

“넵! 열심히 하겠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못 떴을 뿐이지 우리 애들처럼 착한 애들도 없어요. 그러니까 복 받은 줄 알아.”

깐깐하게 굴던 매니저 한동철도 잘 해 보자며 손을 내밀었다.

이후 4개월간 소울 걸스의 로드 매니저로 일하면서 매니저로서 기본적인 걸 익혔다.

물론 스타 공작소의 능력을 바탕으로 빨리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이 바닥은 철저하게 경력이 우선시되었다.

“동철이 형. 아까 지유 씨 음정이 좀 흔들렸던 거 같은데 아닌가요?”

“뭐가 흔들려?”

“음정이요.”

“새끼가. 걸그룹 매니저 한답시고 풍월깨나 읊고 싶은 모양인데 까불지 마라. 설사 네 말이 맞다 쳐도 입 다물고 있어. 알았어?”

“아, 네.”

“나나 되니까 이 정도에서 끝나는 줄 알아. 다른 팀장들 귀에 들어갔으면 넌 아주 작살났을 거다.”

한동철이 업무 상당수를 맡길 만큼 일 처리 하나는 똑부러지게 했지만 정작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소울 걸스 멤버들이 찾는 건 4년 차 매니저인 한동철이었다.

‘오래 버티자.’

한동철을 보며 마음을 굳게 먹었다.

하지만 이듬해 봄.

연기에 연기를 거듭하던 소울 걸스의 3집 발매가 잠정 중단되면서 소울 걸스는 해체의 길로 들어섰다.

계약 해지가 진행되는 동안 행사는 올 스톱.

계약직으로 채용됐던 나도 졸지에 백수 신세가 되고 말았다.

“복학을 할까?”

매니저 일을 잠시 그만두고 대학 생활을 다시 해야 하나 고민할 무렵

-박건호 씨 되시죠?

BN 엔터테인먼트에서 연락이 왔다.

소울 걸스 중 인지도가 가장 높은 조미나가 BN 엔터테인먼트로 이적하면서 내 이야기를 한 모양이었다.

“오빠. 와 줘서 고마워요.”

“오히려 내가 고맙죠. 그런데 왜 동철이 형이 아니라 저에요?”

“동철 오빠는 우리 때문에 고생 정말 많이 했거든요.”

“저는 고생을 덜 했고요?”

“그런 게 아니라······ 동철 오빠는 저 미워할 거예요. 저 때문에 소울 걸스 해체했다고 생각할 테니까요.”

듣기로 한동철은 소울 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해지하고 다른 소속사에 가서 소울 걸스를 다시 시작하자며 멤버들을 설득했다고 한다.

하지만 조미나와 리드 보컬인 송지유가 소울 걸스에 미래가 없다고 판단해 각자 살길을 찾아 나서면서 일이 틀어졌다.


-야, 박건호. 너 뭐냐?

“네?”

-네가 왜 미나 로드를 하고 있어?

“그게······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이 새끼 그렇게 안 봤는데 완전 양아치네? 왜? 미나가 연애라도 해 주디? 그래서 너도 우리 배신한 거냐?

“형. 그런 게 아니라······.”

-됐고, 넌 앞으로 이 바닥에서 내 얼굴 볼 생각 마라. 알았냐?

“······.”


뒤늦게 그 소식을 들은 한동철에게 배신자 소리를 들었을 때는 왠지 모를 죄책감이 밀려들었다.

하지만 이 바닥에서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걸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오빠. 내가 꼭 성공해서 오빠 실장 만들어 줄게요!”

라고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했던 조미나는 채 3개월도 되지 않아 자신의 입맛에 맞는 매니저로 갈아탔다.

이유는 불편해서라고.

조미나를 위해 몇몇 재력가들의 스폰 제안을 단칼에 거절했는데 정작 조미나의 생각은 달랐던 모양이었다.

“좋은 매니저는 말이다. 자기 일만 잘해서는 안 돼. 맡은 연예인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꿰뚫어 볼 줄 알아야 한다고. 그래서 넌 아직 멀었다는 거야. 자, 맞춰 봐.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조미나에 이어 담당하게 된 중견 배우 고창성은 충무로의 연기파 배우로 꼽혔다.

잘생긴 건 아니지만 개성 있는 외모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인기가 많아서 러브콜이 끊이질 않았다.

입담 좋고 매너 있고 자기 관리 철저하고 스타병 없고.

여기까지만 놓고 보자면 참 좋은 연예인이었지만 술만 마시면 탈이 났다.

“형님. 이제 그만 들어가시죠.”

“이 새끼가. 아직 안 취했어. 그런데 말이야. 저기 저 새끼들. 아까부터 나 계속 꼬라보는 거 봤냐?”

술이 딱히 센 것도 아닌데 술 부심은 어찌나 부리는지 감당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다 결국 음주 운전으로 입건되면서 출연하기로 했던 드라마에서도 하차.

덩달아 내 담당 연예인도 배우 신소연으로 바뀌었다.

“미리 말해 두는데 저 엄청 까다로워요. 그러니까 자신 없으면 지금 그만둬요.”

CF로 데뷔한 신소연은 차도녀 이미지만큼이나 차가웠다.

말은 또 어찌나 예쁘게 하던지.

어지간한 멘탈로는 하루도 버티기 어려울 정도였다.

하지만 멘탈갑 스킬로 무장한 나는 본인이 원하는 걸 정확하게 말해 주는 신소연이 편했다.

누구처럼 정에 호소해 뭔가를 바라지도 않았고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갑질하려 들지도 않았으니까.

공과 사는 분명히.

그게 신소연의 스타일이었다.

신소연이 계약 만료로 SY 엔터테인먼트로 이적하면서 그녀와의 인연은 끝났지만 나는 그동안의 공을 인정받아 실장 명함을 받게 됐다.

로드 매니저에서 치프 매니저로 올라오면서 내심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2년 만에 한 단계 올라섰으니 내가 꿈꾸던 매니저로서의 삶도 머지않다고 여겼다.

하지만 치프 매니저가 됐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많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제가 사정이 있어서······.”

“힘들어서 죽을 거 같아요. 살려주세요.”

한 달도 못 채우고 도망치는 로드 매니저 때문에 운전대에서 손을 뗄 여유가 없었고

외지인이라는 이유로 회사에서도 인기 연예인을 좀처럼 붙여 주려 하지 않았다.

소울 걸스쳐럼 계약 해지 직전에 몰린 보이 그룹 윈드 파이터와 4개월.

신인 배우 민성기와 4개월.

지방 행사 MC로 먹고 사는 개그맨 송익훈과 4개월.

누구를 담당하던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솔직히 보람을 느낄 순 없었다.

일 잘하고 꼼꼼한 매니저라는 소리도 하루 이틀이지.

결국 회사 뒤치다꺼리나 하는 신세였다.

누가 누굴 키웠다며? 란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도 나만의 스타를 만들어보고 싶은 갈증이 커져만 갔다.

그렇게 매니저 생활을 시작한 지 3년을 거의 다 채워 갈 무렵 10대 기획사 중 하나인 MK 엔터테인먼트에서 이적 제안이 들어왔다.

고창성과 신소연, 민성기 등 까다로운 배우들을 잘 케어했다는 소문을 들은 모양이었다.

“지금 연봉에 오백 더 얹어 드리겠습니다. 성과급은 별도고요.”

“성과급이라면?”

“맡으신 연예인이 잘된다거나 혹은 새로운 스타를 발굴하신다거나 하면 그에 합당한 보상을 해드리겠다는 이야기입니다.”

말만 번지르르한 느낌이 들었지만 새로운 스타를 발굴할 수 있다는 말에 MK 엔터테인먼트로 자리를 옮기기로 마음먹었다.

때마침 매니저 등급이 올랐고


[Mission C-1]

매니저로서 경험은 충분히 쌓았죠? 이제부터는 좀 더 위를 바라볼까요?


보다 나은 조건을 받고 상위 연예 기획사로 이직하시오.


기다렸다는 듯이 이직 미션이 나와서 크게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MK 엔터테인먼트에서 처음 맡은 건 조수연이었다.

소속사 내에서는 간판급 여배우가 될 재목으로 꼽히고 있지만 이렇다 할 대표작이 없어서 아직 스타의 반열에 올라서지 못한 상태였다.

당연하게도 조수연은 대박에 대한 조바심이 컸다.

“회사에서 왜 오빠를 저한테 붙여줬는지는 모르겠는데 저는 작품 볼 줄 모르는 사람은 딱 질색이에요. 그러니까 이 중에서 저한테 어울릴 만한 작품을 찾아와요. 감상문하고 같이요.”

훗날 듣기로 실력보다는 반반한 외모 때문에 승진했을 것 같아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퇴짜를 놓은 거였다는데 나는 오히려 그 제안에 구미가 당겼다.

운 좋게도 중급 매니저로 승급하면서 받은 스킬이 감 잡았어.

상대적으로 괜찮은 작품을 분별해내는 능력이었다.

지난 2년 간 여가 시간 대부분을 영화와 드라마 감상에 투자한 덕분에 드라마와 영화 평가 레벨은 상당히 높았고

그 영향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감 잡았어 스킬은 시작부터 C등급 랭크를 받았다.

체감 상 C등급은 나름 전문가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

이 능력들을 바탕으로 23개의 시나리오와 대본 중 10개를 추렸고 조수연의 입맛에 맞는 감상문까지 써서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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