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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청 님의 서재입니다.

독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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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청
작품등록일 :
2018.04.06 14:07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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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7.08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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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월하빙인 편

DUMMY

“ 류사! 자네의 말이 기분 좋기도 하지만, 현기자의 말대로 자네의 기골이 범상치가 않네! 젊은 날의 나를 보는 것 같아! 어떤가 ? 나를 따라 절정산장에서 같이 지내는 것이?“


조화종이 은근히 류사를 떠 보았다. 류사는 가볍게 고개를 흔들었다.


“ 말씀은 고마우나 사람마다 뜻이 다르고, 가는 길이 따로 있으니 저는 저의 길을 가겠습니다.”


하고 단번에 거절했다. 조화종은 류사의 반응에도 덤덤하게 아무런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 그러게! 모든 일은 인연에 따르는 것이니 제 좋은 대로 해야 후회가 없지. 그러나 저러나 자네 마신 하수오 기운을 경맥에 풀어야 하니 이리 와서 등을 돌려 앉게!”


류사는 그렇지 않아도 더운 기운에 부대껴 운기 조식 하려던 참이어서 조화종의 말에 순순히 따랐다. 조화종의 두터운 손바닥이 류사의 명문혈에 와 닿으니 뜨거운 열기가 훅 치밀어 올랐다. 그 기운은 곧바로 류사의 몸 안으로 들어와 하수오의 뭉친 기운을 기경 팔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혼곤한 기운이 밀려오며 류사는 전신의 기운을 풀어 조화종의 이끌림에 따랐다. 곧이어 땀이 배어나오며 탁한 기운이 몸 밖으로 배출되었다. 그리고 상쾌한 기운이 온 몸에 퍼졌다. 이윽고 류사가 운기 조식을 마치자 조화종이 문턱에 앉아 멀거니 바깥을 내다보는 모습이 보였다. 어느 사이엔가 저녁 밥상은 치워지고 없었다. 대신 그 자리에 정갈한 속옷 한 벌이 놓여 있었다.



“ 속옷을 갈아입게! 땀이 흠뻑 젖었을 걸세!”


류사는 감동이 되어 눈물이 살짝 비치려 하였으나, 그만 눌러 참았다. 대신 벽장을 열어 이불 두 채를 꺼내 이부자리를 폈다. 류사는 피로가 몰려와 눈을 감으니 금방 잠이 들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잠결에 여인의 호곡성이 귓전을 후비듯 들려왔다. 노곤하여서 무시하려고 하였으나 그 소리는 가는 바늘처럼 뾰족하게 귓속을 파고들었다. 류사는 괴로워져서 일어나 앉았다. 등불도 켜지 않은 방에 조화종이 단정한 자세로 밖을 보고 앉아 있었다.


“ 정아가 온 게야!”


중얼거리며 류사를 흘낏 쳐다보았다.


“ 더 자지 않고? 아직 새벽일세!”


“ 저 소리는!”


류사가 잠에서 덜 깬 목소리로 웅얼대자 조화종이 침착하게 대답했다.


“ 정아가 왔어! 제 신랑의 시신을 가지러 온 게야!”


“ 정아? 그녀가 아였단 말인가!”


류사가 정신이 번쩍 났다.


“ 정아가 이대협의 처 입니까?”


조화종이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바깥을 향해 평범한 목소리로 사람을 불렀다.


“ 밖에 당직이 있느냐?”


그러자 허공에서 웅혼한 기운이 응답했다.


“ 천둔검 여동빈이 주군의 명을 기다립니다!”


조화종이 명했다.


“ 가서 정아를 막지 말고 남편의 시신을 가져가도록 내버려 두라 일러라! 쫒아 가지도 말라!”


“ 여동빈이 주군의 명을 전하겠습니다.”


곧이어 사람의 옷깃이 바람에 날리는 소리가 나더니 곧 조용해 졌다. 얼마간의 시간이 흘러 호곡 소리가 그치고, 다시 잠을 청하려는데 여동빈의 목소리가 밖에서 울려왔다.


“ 주군의 명을 전하고 아는 물러갔습니다. 그 사이에 우리 사람 둘이 다쳤습니다.


“ 음! 가서 쉬도록 하라!”


조화종은 슬며시 이부자리 속으로 들어갔다. 류사는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대다 새벽에 옅은 잠을 잤다. 그리고 아침을 조화종과 나누고 절정 산장을 떠나왔다.


열래 객잔으로 들어서는 정문 앞에 긴 나무 의자를 놓고 비파를 안은 자와 얼후를 키는 자가 눈을 지그시 감은 자세로 류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을 무시하고 안으로 들어가려니 얼후를 키는 활대에서 작은 화살이 아랫도리를 향해 쏘아져 왔다. 류사는 펄쩍 뛰어 올라 화살을 피하며 등 뒤에 맨 칼을 뽑아 두 사람을 겨눴다.


“ 너희들은 누구냐?”


류사의 신경질 적인 반응에 얼후를 키는 자가 히히! 웃었다.


“ 너는 어제 어디를 갔기에 밤새 우리를 기다리게 하였느냐?”


얼후를 키는 자는 얼굴이 길쭉한 말상에 눈이 가늘어 뜨는 둥 마는 둥했고 일어서니 키가 멀대처럼 컸다. 그 옆의 비파를 안은 자는 얼굴이 동글동글하며 턱살이 늘어진데다 눈이 단추 구멍처럼 작았다. 키는 작달막하여 둘이 같이 서면 얼후를 키는 자의 허리춤에 머리가 닿았다. 류사는 얼후를 키는 자의 물음에 의심이 가서.


“ 너희들은 누구이기에 나를 찾았느냐? 바로 말하지 않으면 무사하지 못 할 줄 알라!”


하고 은근히 협박했다.


“ 재주가 있어 보이는 놈이군!”


류사의 말은 들은 체 만체하고 그들끼리 말을 주고받다가 얼후를 든 자가 정색하며.


“ 우리는 사람의 인연을 맺어주는 월하노인들이니, 나는 월하(月下)이고 비파는 빙인(氷人)이다. 너를 기다리는 정인(情人)이 있으니 우리를 따라가야겠다.”


류사는 어이가 없어서.


“ 정인은 무엇이고 월하 빙인은 또 무엇인가? 나는 알지도 못하고 들은 바도 없으니 너희들 장난에 놀아 날 수 없다.”


이번에는 빙인 이라고 지칭된 비파를 안은 자가 대답했다.


“ 우리가 실을 묶으면 그게 바로 정인이 되는 것이지! 달리 정인이 있겠느냐? 자! 보아라”

그러면서 빙인이 허리춤에서, 긴 칼을 찬 류사 모양의 인형과 백의에 부채를 든 주요연 모양의 인형을 꺼내들었다. 그러자 월하라고 자칭하던 자가 붉은색과 푸른색의 실을 꺼내 두 인형의 손목에 감았다.


그리고 지그시 류사 인형의 가슴을 손가락으로 눌렀다. 갑자기 가슴을 쥐어짜는 듯 한 동통(疼痛)에 류사는 칼을 땅바닥에 떨어드릴 뻔 했다. 괴이한 일이었다. 저들이 어떻게 주요연과 류사의 일을 알며, 또한 인형을 눌렀는데 류사의 가슴이 아픈가? 백주 대낮에 허깨비라도 만났는가? 아니면 요술에 걸린 것인가? 류사의 놀라움과는 상관없이 얼후를 든 월하가 위잉하고 얼후 줄을 켰다. 그 소리가 또 심상치 않아서 류사의 귀에 바늘을 찌르듯 극심한 고통을 주었다.


“ 탄주신침 (彈奏神針)”


류사가 저도 무르게 중얼거렸다. 소리를 가늘게 말아서 뾰족하게 만들어 마치 암기처럼 사용하는 내공 술 이었다. 정심한 내공도 있어야 하지만 소리를 강침처럼 곧게 만드는 기법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월하가 웃음을 흘리며 가늘게 눈을 떴다.


“네가 탄주신침을 안다면 내 말을 들어야 한다. 더구나 너를 원하는 상대방은 절색이니 네가 손해 볼 일도 아니지 않느냐! ”


“ 너희들이 주 군주를 어찌 알고 이와 같은 일을 벌이느냐?”


류사가 의심이 가득차서 물었다. 그러자 오히려 월하가 어리둥절해했다.


“ 주 군주라니? 그게 누구냐?”


“ 무엇이? 그럼 너희들은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이런 일을 벌이느냐? 그 사람은 어디 있느냐?”


류사가 연속으로 묻자, 월하빙인은 눈만 멀뚱멀뚱 거리다 입을 크게 벌렸는데 빙인의 벌린 입은 온 얼굴을 덮을 듯 크게 벌어졌다. 그 가운데를 꽃 순처럼 혀가 날름거렸다.


“ 묻지 말라! 아이야 ! 우리는 인연만 맺어줄 뿐, 그 가운데의 일이야 알 바 아니다. 자! 이제 가자꾸나!“


입을 꾹 다무니 이번에는 콩알처럼 입이 작아졌다. 변화가 자유 자재했다. 월하가 얼후를 퉁 하니 치며 접빈사(接賓詞)를 켰다. 비파가 그 뒤의 음을 치니 앞서거니 뒤 서거니 음이 물결 치는듯했다. 소리가 넘실거리며 사람들이 몰려선 가운데로 커다란 가마가 밀고 들어왔다. 붉고 푸른 오색 천이 나부끼며 화려한 치장을 한 사인교가 류사의 앞에 놓였다. 가마를 멘 장한들은 추위가 가시지 않은 날씨에도 상의를 반쯤 벗고 가슴 근육을 드러낸 채 머리에는 푸른 수건을 둘렀다.


“ 어서 오르게나! 주 군주가 그 사람이라면 자네의 정인이 분명하니 가서 만나보는 것도 좋지 않은가?”


빙인이 슬쩍 류사의 마음을 건드렸다. 류사는 주요연의 행방을 알 수 없어 애가 탔는데, 그녀의 인형을 보니 거절할 수 가 없었다. 가마 안은 비스듬히 몸을 기댈 수 있는 협탁과 붉은 요가 깔려 있어 아늑했다. 가마는 서문을 빠져 나와 한참을 가더니, 산길로 들어서는 듯했다. 그러다 어느 누각 앞에 내려놓았다. 누각은 이층으로 된 정면 여섯 칸의 적지 않은 크기였다. 류사가 내려서니 궁녀 옷을 입은 여자 둘이 허리를 숙이며 맞이했다.

월하가 헛기침을 하며 류사를 채근했다.


“ 어서 따라가 보게! 예식은 오늘 밤 삼경에 시작 할 것이니 준비하고 있게!”


어처구니없는 소리를 덤덤하게 했다. 류사는 주요연의 행방을 알 때까지 마음을 억눌렀다. 사방을 둘러보니 숲이 무성했다. 누각 정면으로 난 길만 비스듬하게 아래로 향해 있었다. 류사는 젊은 여자들을 따라 누각 좌측 방으로 들어갔다. 그 곳에는 목욕물이 가득 담긴 통이 한 쪽 구석에 있고 아른아른한 천으로 가려져 있었다. 다른 쪽에는 화장 도구가 거울 앞에 놓여 있었다.


“ 상공 ! 먼저 목욕부터 하시지요!”


눈매가 가느스름한 젊은 여인이 눈웃음을 치며 류사를 안내했다. 그들은 묻는 말에만 간단히 대답하고 다른 말은 하려 하지 않았다. 류사가 슬쩍 누구의 지시를 받았는지 떠 보려 하였으나 웃고 답하지 않았다. 시간이 천천히 지나갔다. 여인들은 정확히 자신들의 일을 수행했다. 류사가 용이 수놓인 푸른 예복을 입고 거울 앞에 서니 여인들이 손으로 입을 가리며 찬탄했다. 거울 안에는 키가 훤칠하고 미끈한 잘생긴 젊은 미남자가 굳은 얼굴로 마주하고 있었다.


“ 과연 미남자이십니다. 저희 주인이 반하실 만 합니다.”


나이가 들어 보이고 행동이 진중한 여인이 류사를 칭찬했다. 그러나 류사의 마음속에는 주요연의 행방을 알고 싶은 마음 뿐 이었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 오늘 밤 나의 신부는 누구냐?”


이번에는 젊은 여인이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 상공이 보시면 깜작 놀라실 만한 분입니다. 저희가 보기에 두 분 은 하늘이 내리신 배필입니다!”


입맛이 썼다. 여인들이 다식을 내왔다. 바깥에서는 무슨 일을 하는지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 초경이 넘었습니다. 곧 식을 진행할 것입니다!”


그러고 있는데 월하가 들어왔다. 그는 류사를 바라보고는 과장되게 눈을 크게 뜨려고 하였다.


“ 허허! 과연 기남자이구나! 그러니까 우리에게 그만한 돈을 쓰지! 아깝지 않은 돈이로다!”


하고 칭찬했다. 여자들이 입을 가리고 호호 ! 웃었다.


“ 내가 신부도 보았네만, 경국지색일세! 내가 이일을 한지 삼십년이 넘지만 그와 같은 미인은 처음 보았네!”


천연덕스럽게 말하며 류사의 눈치를 살폈다.


“ 여보게! 우리 월하 빙인은 인연이 닿지 않는 사람들도 여러 쌍 맺어 주었지만 그래도 이번 경우와 같이 잘 어울리는 경우는 몇 번 되지 않았다네. 참으로 축하하네! 우리도 선업을 쌓게 해주어서 고맙네!”


참 기도 안차는 공치사를 했다. 류사는 오직 주요연의 생각에 애만 탈 뿐 그 말을 들은 척 만척 했다. 밖에서 빙인의 비파 타는 소리가 들렸다. 청명하고 빠른 음이 흥을 돕는 듯 했다. 시간은 삼경을 향하여 달려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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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전투 +4 20.04.14 696 13 13쪽
48 수저용왕포(水底龍王炮) 편 +4 18.10.14 834 14 13쪽
47 “ 갈력위민 사이후이(竭力爲民 死而後已) -백성을 위하여 사력을 다하다- +2 18.10.06 810 11 11쪽
46 적 그리스도 루시퍼 편 +3 18.09.29 826 13 13쪽
45 죽음의 시작 편 +4 18.09.20 885 18 12쪽
44 작 두 편 +3 18.09.15 891 14 11쪽
43 양이투전 (洋夷鬪錢)편 +2 18.09.08 949 14 13쪽
42 취련 각(醉蓮閣) 편 +3 18.09.02 1,012 12 14쪽
41 수월도 편 +3 18.08.26 1,040 19 11쪽
40 천년 설련자편 +5 18.08.18 1,048 17 12쪽
39 배교 신녀편 +2 18.08.12 1,069 12 13쪽
38 혈수궁 편 +3 18.08.05 1,040 15 12쪽
37 금정사녀의 출현편 +3 18.07.28 1,090 15 13쪽
36 남객 묘일선편 +8 18.07.20 1,088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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