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류청 님의 서재입니다.

독행도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류청
작품등록일 :
2018.04.06 14:07
최근연재일 :
2020.10.22 06:34
연재수 :
153 회
조회수 :
141,125
추천수 :
2,015
글자수 :
999,310

작성
20.08.01 09:27
조회
414
추천
9
글자
12쪽

양려

DUMMY

“ 이 분은 뉘신지?”


류사는 망설이다가 청년의 재촉하는 눈빛에 질려 적당히 사실을 반쯤 섞어 대답했다.


“ 어제 도적 무리들이 이 여인과 아이 하나를 강제로 끌고 가기에, 차마 볼 수 없어 그들을 베고 구출하였소이다. 그 과정에서 알고보니 이 객잔은 도적들의 소굴이었더군요! 싸우다 보니 그들은 도망가고 나는 이 사람들을 어떡해야 하나 고민하는 중이었소! ”


청년이 포권하며 류사를 칭찬했다.


“ 듣고보니 귀공은 협객이시군요! 그럼 아이 하나는 어디에 있습니까? 제가 도울 수 있다면 도와드리겠습니다만! ”


류사가 크게 기뻐했다.


“ 그래주신다면야, 저로서는 더할 나위 없습니다만, 단지 아이가 무척 아픕니다.”

“ 어디가 아픈지? 제가 한번 보면 안될까요?”


“ 안될게 무어 있습니까? 저를 따라오시죠?”


류사는 청년을 데리고 아이가 누워 있는 방으로 왔다. 아이의 맥을 짚은 청년이 한참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 잔혹한 짓을 했군요! 아이는 구음절맥으로서 생기를 보하는 약을 과용하면 몸의 균형이 무너지는데 ... ”


하고는 입을 다물었다. 아이가 들을까봐 염려해서였다. 그러더니 류사에게 말했다.


“ 마침 우리집에 고명하신 의사분이 머물고 계신데, 아이를 맡겨주신다면 한번 보이고 싶습니다만!”


류사가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로 의심이 들어, 선뜻 말을 꺼내지 못하자, 청년이 물러났다.


“ 믿지 못하신다면 굳이 권하지는 않겠습니다.”


하고 냉담한 표정을 지었다. 류사는 황급히 그를 만류했다.


“ 아! 아닙니다. 귀공께서 도와주시지 않는다면, 저로서도 이 아이를 치료할 방법을 찾지 못하니 고명한 의원에게 보이고 싶습니다. 혹시라도 살아날 길을 열어준다면 아이에게 재생지은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고명하신 의원이란 어느 분을 말씀하시는지? 성명을 말씀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청년이 웃으면서 말했다.


“ 오택생이라는 분이신데 강호에서는 활불신의라고 불리운다는군요!”


류사는 입이 딱 벌어졌다. 활불신의가 어떤 사람인가? 죽은 사람도 다시 살려낸다는 당세 최고의 의원이 아닌가? 그런 사람이 도지휘사의 집에 있다니! 청년이 류사의 놀라는 기분을 알고 의문을 풀어주었다.


“ 오의원은 가친이 도성에 있을 때부터 가까이 지내던 분입니다. 이번에 적벽 구경을 왔다가 지나는 길에 들렀다는군요! 당분간 저의 집에 머물 예정입니다.”


그 말을 듣고 류사는 결심했다. 아이를 구하려면 이와 같이 얻기 어려운 기회를 붙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인 역시 본가에 보내준다고 하여도 다시 이러한 일을 겪지 말라는 법이 없었다. 그렇다면 차라리 청년에게 부탁하는 것이 낫지 않겠나 싶었다. 그래서.


“ 이 여인 역시 갈 곳 없는 가련한 사람인데, 당분간 맡아주셨으면 합니다. 실은 이분은 태창제의 후궁인 설귀인인데, 궁에서 내침을 당하여 이러한 봉욕을 당하고 있다오! 호북의 도지휘사 양 장군은 공정하신 분이시니, 잘 대해주시리라 믿습니다.”


청년이 눈이 휘둥그레져서.


“ 아니 ! 세상에 무슨 이러한 일이 있다는 말이오! 궁중의 비빈이 내쳐졌다하나 이런 모욕은 들어보지 못한 말이오! 그 만큼 황실의 위엄이 무너졌다는 뜻이지요! 저희 가친은 태창제의 은헤를 입은 몸이니 설귀인을 잘 보살필 것입니다.”


하고는 설귀인을 위로하였다.그 모양을 보면서 류사는 품속에서 커다란 옥구슬을 꺼내 청년에게 내밀었다. 청년이 눈이 휘둥그레져서.


“ 이것이 무엇이오?”


“ 달리 보답할 방법이 없어 이것으로라도 이들을 보살피는 비용으로 써주셨으면 합니다만 .”


청년이 손을 흔들어 사양했다.


“ 굳이 이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희 집 가산으로도 어려움 없이 보살필 수 있으니 염려하지 마십시오!”


류사는 몇 번 더 간청했으나 청년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 정 그러시다면 이분들에게 주어, 필요할 때 쓰시도록 함이 어떠하오?”


류사도 좋은 생각이라고 찬성하여 아이와 여인에게 가지고 있던 구슬을 나누어 주었다.

여인이 눈물을 뚝뚝 흘리며 감사했다.


“ 남의 노예가 되어 수치스럽게 살아야 될 사람을 구해주시고, 살아야 할 방도까지 일러주시니 이 은혜를 어찌 갚으오리까?”


“ 소생이 급한 일이 없으면, 위급을 구하고 떠날 것이나, 달리 사정이 있어 같이 하지 못하니 양해해주시길 바라오! 특히 아이를 잘 부탁드리오!”


여인이 눈물을 그치지 못했다. 류사가 방을 뒤져 점소이가 입던 남자 옷 한 벌을 찾아서 여인에게 건넸다.


“ 그와 같은 차림으로는 서로 불편함이 있으니 이것으로 갈아 입으시는게 좋겠소이다!”


여인이 옆방에서 옷을 갈아 입는 동안 류사가 청년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 인사가 늦었소이다. 소생은 태허도관의 류사라고 합니다. 양양에 볼 일이 있어 그리로 가는 중입니다.”


“그렇습니까? 소생은 양려(梁呂)라고 합니다. 형주의 본가로 가는 중입니다만, 운이 있어 귀공과 같은 협객을 만나게 되는 군요! 일을 마치면 형주로 들러주시기 바랍니다.”


“ 이를 말씀입니까? 무거운 짐을 떠넘겨 민망할 따름입니다.”


그러면서 류사는 자신에게 그러한 날이 올지 막막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곧 우울한 기분을 지웠다.


“ 바깥에 있는 시체는 곧 관에 연락하여 치우도록 하겠으니 류 형께서는 몸을 피하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공연한 분란에 말려들 필요는 없지요!”


양려가 떠날 것을 권유하자 류사는 청년에게 사실을 말해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 실은 소생이 양형에게 이분들을 맡겨도 무방할지 불안한 부분이 있소이다!”


양려가 눈을 동그랗게하여 류사를 치켜보았다.


“ 여기서 소생에게 죽임을 당한 자들은 산적들이 아니라 절정산장의 사람들이오! 이 객잔도 절정산장의 한상자라는 자의 소굴이라오!”


양려가 미소지었다.


“ 형장께서는 저를 낮춰 보시는군요! 저는 들어설 때부터 그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지금 이 호북의 양양 근처에서 나타날 산적이 어디 있겠습니까? 절정산장의 위엄이 호북의 녹림을 지배하니 의당 그들이 아니고서야 이곳에서 싸움을 벌릴 세력이 없겠지요! 하지만 형장은 너무 염려하지 마시오! 그들도 관의 사람들과는 다투려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절정산장 팔선의 한 분인 여동빈은 가친과 친분이 있으니 함부로 나를 건드리지 못합니다!”


하고는 품 속에서 철패를 꺼내 보여주었다. 길죽한 철편에 여동빈이라고 해서체로 분명히 새겨져 있었다.


“ 이 신표는 팔선의 우두머리인 여동빈의 신물입니다. 그가 우리 집안과 친교가 있는 한 저는 안전합니다!”


하고 미소지었다. 그제서야 류사는 어느정도 안심했다. 양려가 물었다.


“ 그런데 형장께서는 어쩌다 그들과 적이 되셨소? 당금 천하에 절정산장과 적이 되는 일은 극히 위험한 일이오!”


류사는 묵묵히 있다가 겨우 한마디 했다.


“ 그들이 강하다 하나, 사내로서 하지 않으면 안될 일이 있다오! 깊이 말하기 어려우니 양해해 주시기 바라오!”


그러면서 문득 그의 음성과 몸짓이 익숙한 감이 있어 자세히 얼굴을 쳐다보려 하니, 양려가 얼굴을 돌리며 일어섰다.


“ 같은 사내지만, 그렇게 자세히 쳐다보니 면구스럽구려! 이제 그만 갈 길을 가보시오!”


하고 불쾌한 빛을 띄었다. 류사가 급히 사과하며.


“ 어디서 본듯한 분이라, 실례하였습니다. 부디 용서해 주시기 바라오!”


양려가 얼굴색을 온건히 풀었다.


“ 무례한 분이라 생각하진 않으니, 너무 그럴 것은 없소! 이분들은 내가 보살필 터이니 어서 길을 떠나시오!”


류사가 그 말을 듣고 설귀인과 아이에게 매사 조심하라 당부한 후 행장을 꾸려 객잔을 나섰다. 해가 진시를 넘긴 듯 했다. 길가에는 구절초가 하얗게 피어 있었다. 날은 맑았다.

..............................................................................................................................

.........................................................................................................................


그 날 오후 해가 질 무렵 류사는 양양 성내로 들어섰다. 그가 양양으로 온 이유는 절정산장을 공격하려고 함인데, 우선 배교의 신녀를 만나 절정산장의 사정을 알고자하였다. 그래서 이화원으로 찾아갔는데 정문을 지키는 하인이 낯선 사람이었다. 류사는 그를 불러 은근히 물었다.


“ 이보게! 여기 총관이 독고무쌍이라는 사람이었는데 그분은 아니 계신가?”


점원이 웃음띤 얼굴로 답했다.


“ 공자님! 그 분들은 몇 달전 이화원을 절정산장에 파시고 어디론가 가셨답니다. 듣기에 항주로 가셨다고 하던데, 저와 같은 심부름꾼이야 자세히 알지는 못합니다. 지금 총관은 월하라고 합니다.”


“ 무어? 월하!”


류사는 깜짝 놀라 어안이 벙벙했다.


“ 그분을 아시는가요?”


점원이 수상쩍은 얼굴로 류사를 쳐다보았다!


“ 아! 아니다!”


류사는 마음이 떨려 다시 돌아나오려고 하였다. 배교가 이화원을 떠났다면 보통 일이 아니었다. 중원으로 세력을 확장하려는 그들이 물러갔다는 것은, 절정산장과의 싸움에서 패배하였다는 사실을 의미하였다. 그렇다면 개방 또한 무사하기 힘들었다.


개방의 남객과 배교의 신녀는 서로 손을 잡아 절정산장을 공격하기로 하지 아니하였는가? 이화원을 넘기고 물러났다는 것은 절정산장의 승리로 싸움이 끝났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했기에 설산쌍기도 절정산장에 가담하였던 것이 아닌가?


류사는 잠시 물러나 정세를 살피기로 작정하고 문 밖으로 나서려는 데, 몸에 철릭을 걸치고 좌우에 검은 장삼을 입은 금의위를 대동한 건장한 사나이가 안으로 들어서며 그를 바라보았다.


“ 이거 류사 아닌가? 그동안 어디 있었는가?”


반가운 척 하는데 조자훈이었다. 류사 역시 그가 이곳에 나타남이 괴이하여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는 주요연의 곁에 있지 않았는가? 그가 주요연과 헤어졌다 하더라도 황성에 있어야 할 사람이 양양에는 왠일인가?


“ 자네는 어쩐일로 여길?”


“ 하하하! ”


조자훈이 호탕하게 웃었다.


“ 그럴 사정이 생겼네! 나는 지금 양양의 금의위를 통솔하는 통령으로 있네! 오랜만에 만났으니 술이나 한잔 같이 나누세!”


류사는 그에게 그간의 형편을 알아볼까 하여 조자훈의 청에 응했다.


“ 그러세! 하지만 객잔에 가서 간단히 하는 것이 어떻겠는가?”


“ 허허! 내가 양양에서 금의위의 통령으로 있다는 말을 못들었는가? 비용은 걱정하지 말고 나를 따라오게!”


그가 성큼 걸어 앞서자 금의위 한사람이 뒤로 물러서서 류사를 공손히 앞세웠다. 류사는 어쩔 수 없이 조자훈을 따라가는데, 눈앞에 월하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는 길죽한 말상을 실룩이며 류사를 바라보았다.


“ 이거이거 누구신가? 류대협 아니신가?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어 여기까지 오셨는가?”


그러자 조자훈이 점잖게 가로막았다.


“ 류대협은 내 친구이니 각별히 신경 써 주시기 바라오! 대장주도 류대협에게는 한푼정도 양보하라고 하였으니 무례하면 아니되오!”


월하가 황급히 머리를 조아렸다.


“ 통령의 명이시니 어찌 거역하겠소이까? 어디로 모시리이까? 별관으로 하리이까?”


“ 아니오!”


조자훈이 딱 잘랐다.


“ 지옥도로 가겠소! 그곳으로 안내하시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독행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15 벽력 2 +2 20.09.09 322 9 15쪽
114 벽력 1 +2 20.09.07 338 8 16쪽
113 사냥 +2 20.09.05 336 7 17쪽
112 애정없는사랑 +2 20.09.05 371 10 16쪽
111 장과로 +2 20.09.02 321 9 17쪽
110 상향(桑香) +4 20.09.02 356 10 18쪽
109 취피낭 +2 20.08.31 351 7 15쪽
108 검시소 +2 20.08.30 355 7 16쪽
107 그림자 무사 +2 20.08.29 338 8 15쪽
106 초헌각 2 +4 20.08.26 377 5 17쪽
105 초헌각 1 +2 20.08.24 366 5 16쪽
104 철괴리 +2 20.08.22 355 7 16쪽
103 은령 14대 +2 20.08.19 379 7 13쪽
102 서문 상인조합 +2 20.08.16 406 7 16쪽
101 정아(貞雅 ) +2 20.08.16 390 8 16쪽
100 인면지주(人面蜘蛛) +2 20.08.15 414 6 15쪽
99 묵완자 +2 20.08.12 400 4 13쪽
98 동천객잔 +2 20.08.10 426 5 13쪽
97 비선 한상자 +2 20.08.08 402 6 12쪽
96 지옥도2 +2 20.08.05 436 6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