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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청 님의 서재입니다.

독행도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류청
작품등록일 :
2018.04.06 14:07
최근연재일 :
2020.10.22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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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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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22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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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철괴리

DUMMY

신시가 되어서 동문 초헌각을 향했다. 초헌각은 인공호수 주변에 붉은 벽돌로 지은 화려한 이층 전각이었다. 그 뒤에 대숲이 있었다. 대 숲 뒤에 동문 시장이 자리했다. 동문 시장은 양양부에서 직접 관할했다. 관에서 판매하는 물품과 가격을 정해주는 공설시장이었고 서문시장은 사설시장이었다. 류사는 사방을 둘러 보았다. 자연스럽게 산책하듯이 걸었다. 발걸음을 돌려 나오는데 누군가가 불렀다.


“ 류대협! ”


능수버들 아래 서 있던 청의의 사내가 류사를 불렀다.


“ 나! 양려입니다!”


비는 그쳤다. 햇빛 속으로 걸어나오며 그가 미소지었다. 보조개가 들어가는 것이 여성스러웠다. 류사는 괜히 쑥스러워졌다.


“ 식사하러 오셨나요?!”


양려는 담담하게 말했다. 식사하긴 이른 시간이었다. 류사가 고개를 저었다. 공연히 초헌각에 들어가서 그들을 경계하게 할 필요는 없었다. 삶과 죽음의 순간들은 아주 사소한 것에서 시작되고 결정된다. 양려가 류사의 기색을 보고 차 한잔을 청했다. 거절할 수 없어 시장 안의 찻집으로 들어갔다. 양려가 환히 웃었다.


“ 양양에서의 일은 다 보셨습니까?”


“ 아니오! 아직!”


류사가 머뭇거리자 양려가 재미있다는 듯 바라보았다.


“ 무슨 일인지는 모르나, 혹시 어려우신 일이 있다면 소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아무래도 그 쪽 일은 제가 연줄이 좀 있으니!”


“ 괜찮습니다! 관청의 일은 아닙니다.”


“ 그렇군요.”


주문한 차가 왔다. 철관음이었다.


“ 복건성의 차인데 향과 색이 괜찮습니다!”


류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 소생이 절강에 있을 때 자주 접하던 차입니다.”


“ 호오! 절강에 계셨었군요! 그 곳 출신인가요?”


양려는 교묘한 수단으로 류사의 출신과 내력을 들으려고 하였다. 류사는 양려의 수단에 말려 자신이 절강성 총병아래 있었던 장교이며. 불미한 일로 면직당하였다는 이야기도 하였다. 양려가 위로했다.


“ 그 일은 순무의 잘못된 판단을 따랐을 뿐인데 류형이 연루되었다 함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소생이 적의 유인함을 모르고 깊이 적의 중군으로 들어갔던 잘못이 큽니다!”


류사가 자책하며 우울한 안색을 지었다. 양려가 화제를 돌렸다.


“ 현재 양양은 절정산장이 관의 힘을 업고 위세가 대단하니, 조심하셔야 합니다. 조금 전에 둘러 보셨던 초헌각도 절정산장의 힘이 미치는 곳입니다.”


류사가 호기심을 보였다.


“ 초헌각 주인이 절정산장 사람입니까?”


“ 그렇습니다.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팔선의 철괴리가 관여하는 사업장이라고 하는군요! 철괴리는 잘 나타나지 않지만 그의 무예는 신기막측하다고 합니다.”


“ 개방출신이 아닌가요?”


“ 그렇습니다만 개방에서 나와 흉포한 짓을 많이했습니다. 그래서 개마(丐魔)라고 불리기도 했지요! 개방의 절기인 강룡십팔장을 칠성이상 연성한 기재라고 하니, 만나게 된다면 유의하십시오!”


류사가 감사의 뜻을 표했다.


“ 철괴리는 타구봉을 대신하여 쇠지팡이를 사용하는데 지팡이 속에 암기가 있으니 싸우게 된다면 각별히 신경쓰십시오! ”


양려는 정말 걱정이 되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류사는 자신의 마음을 들킨 것 같아 애써 외면했다. 양려가 장난스럽게 그의 눈을 따라 얼굴을 들이밀었다.


“ 내가 보기 싫으신가?”


목소리를 굵게하여 사내답게 말했으나, 그것이 더 우스웠다. 차 한잔을 마시고 양려가 먼저 일어났다.


“ 일행이 기다리고 있어서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 그럼 다음에 만날 때까지 보중하시길!”


류사가 두손을 모아 포권의 예를 취하였다.

-------------------------------------------------

그날 저녁 늦은 밤에 호조한과 갈첨이 동천반점에 돌아왔다. 그들의 뒤에 커다란 체구의 사내가 따라왔다.류사가 그를 알아보았다.


“ 인거신 아니시오? 그동안 어디 있었소?”


인거신이 공손히 허리를 굽혔다.


“ 대협! 그날 남객을 따라 절정산장을 치러 갔다가 쫓겨난후, 잠시 호 반장에게 몸을 의탁하고 있습니다. 양양성내 전 호부시랑의 집을 수리하고 있습니다! 숙식은 그 근처 합숙소에서 해결하고 있습니다.”


류사가 그의 커다란 손을 마주 잡았다.


“ 다행이오! 살아있어 주어서 고맙소이다! 그런데 왜 고향에 가질 않고!”


하고 의아해하자 인거신이 답했다.


“ 주색과 도박으로 지새우는 일은 이제 싫증이 납니다. 사람답게 사는 길을 배우고 싶습니다.”


류사가 누차 인거신에게서 그런 말을 듣자 박절하기도 거북하여 묵묵히 있다가 물었다.


“ 그렇다면 편안한 길을 마다하고, 고생을 자초하는데 그래도 괜찮겠소!”


류사가 처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뜻을 비추었다. 그 말을 듣자 인거신이 크게 기뻐하며 바닥에 엎드리려하였다. 류사가 그를 만류하였다.


“ 인사는 나중에 하고 오늘은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으니 뒤로 미룹시다!”


그러자 인거신이 주춤하고 뒤로 물러났다. 호조한은 인거신에게서 류사에 대해 들은 바 있어. 기꺼워했다.


“ 두 분이 좋은 인연을 맺어, 태허도관이 흥성하시기를 바랍니다!”


하고 미리 축하하자 류사가 손을 저어 말렸다.


“ 아직 그런 말씀은 이르고, 그것보다 초헌각의 일은 어떻게 좀 알아오셨습니까?”


갈첨이 중간에 끼어들었다.


“ 오늘 시장이 떠들썩했습니다. 정팔이 죽고 은령 십사대가 몰살됐다고 난리입니다. 모두들 겉은 슬픈척해도 속은 기쁜 기색이지만. 허허!”


“ 절정산장을 제거하기 전에 기뻐하긴 이릅니다!”


갈첨이 말했다.


“ 대협의 말씀대로 잘못하다가는 늑대를 쫒았는데 호랑이를 불러들인 격이 될 수 있습니다. 초헌각이 암암리에 철괴리의 사업장이라고 하는군요! ”


류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양려에게 들은 이야기였다.


“ 철괴리는 어디 있소? 초헌각에 있소?”


“ 그는 일정하게 한군데 있지 않습니다. 어떤 날은 초헌각에 있고 또 다른 날은 어디론가 갔다가 오고! 그런데 며칠 전부터는 초헌각에 모습이 보이더라고 하는군요! 만일 철괴리가 나선다면 피하시는게 좋지 않겠습니까?”


류사가 쓴 웃음을 지었다.


“ 어차피 그들과 승부를 내어야 할 사이요. 피한다고하여 달라질게 없소이다. 초헌각의 도면은 가져왔소?”


“ 예! 우리 목공중에 구조를 아는 자가 있어 여기 그려서 왔습니다. ”


갈첨이 도면을 주머니에서 꺼내 바닥에 펼쳤다. 대문에서 이층 계단과의 거리. 난간의 구조 . 이층 객실의 구조와 방수. 창문이 난 방향 . 이층의 높이. 주변의 건물과 대숲과의 거리. 주변의 도로 등이 자세히 그려져 있었다. 류사가 만족하여 치사했다.


“ 감사하오! 수고하셨소이다.


그러자 호조한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 정팔과 은령대를 미리 척살하신 것은 참으로 병가의 법도에 맞는 일입니다. 그러나 철괴리는 미리 준비하고 있을테니, 초헌각은 어려운 싸움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동도들과 상의하여 준비한 것이 있습니다.”


“ 그것이 무엇이오?”


“ 화약을 실은 우마차를 준비하여 대협이 가시는 시간에 맞춰 밀어넣을 것입니다.”


류사가 질색했다.


“ 실패하면 모두 죽을 것이오! 차라리 나에게 맡기시오!”


“ 그들의 수가 많고 철괴리가 나온다면 혼자서는 당하지 못합니다. 대협이 당하고 나면 다음은 우리차례일 것입니다.”


“ 그리 되지는 않을 것이오! 절정산장의 입장에서 보면 정팔과 두정만을 해치운 것은 이득이 되오! 그 나머지 장인과 인부들이야 그들이 직접 다스리면 되는 것이니까, 그대들은 죽이지 않을것이오!”


“ 그렇다하더라도 저와 갈첨은 살려두지 않을 것입니다. 그들 입장에서는 모반일 수도 있습니다.”


류사가 골똘히 생각하다가 그들의 의사를 물었다.


“ 그럼 어떡하면 좋겠소?”


“ 내일 화약을 실은 우차를 몰고 초헌각 50보 밖에서 제가 불을 붙이고 갈첨이 10보 앞에서 빠져 나오겠습니다. ”


“ 문을 닫아 놓았다면 어렵지 않겠소?”

“ 30보 앞에서 소꼬리에 불을 붙이겠습니다. 그러면 심지가 타서 화약이 터지는 시간을 70보로 보았을 때 문을 돌파하고 들어가면 얼추 폭발할 때가 될 것입니다!”


류사가 입맛을 다셨다.


“ 그게 계획대로 잘 될런지!”


그러자 인거신이 나섰다.


“ 제가 갈 직장(職長)을 도와 우차를 초헌각에 들이받겠습니다.”


류사가 그윽히 바라보다 단언했다.


“ 그대들 두 사람은 이십보 밖에서 빠져 나오시오. 나머지 일은 내가 요량할 것이오!”


“ 대협 혼자서야?”


인거신이 저항하였으나 류사가 눌렀다.


“ 그렇게 하시오! 군사의 일은 착오가 있으면 아니되니, 내가 하라는 대로 하시오!”


그리고 몇마디 더 나눈다음 류사는 그들을 내보냈다.


그들이 나가고 얼마후, 창문 안으로 정아가 뛰어들어왔다. 그녀는 무명 적삼과 바지로 경장차림을 하고 허리를 끈으로 단단히 동여매었다. 출타하는 차림이었다.


” 외출하시는 게요?“


류사가 묻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아는 길게 말하려 하지 않았다.


“ 내일 내가 돕겠어요!”


간략하면서 감정을 싣지 않았다. 정아는 어떤 결벽증을 가진 듯했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가 컸는지 마음을 열려 하지 않았다. 류사는 호조한과 갈첨이 화약으로 혼란을 일으키겠다는 계획을 이야기했다. 정아는 수긍했다.


“ 류대협이 절정산장을 치겠다니, 나 역시 함께 하겠어요! ”


류사는 아비규환의 정아가 도와준다고 하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감사의 말을 하려하니 정아가 사양했다.


“ 오히려 내가 그들을 없애려고 하였으나 힘이 부족하였는데 잘된 거지요. 초경에 봅시다. 난 준비할 게 좀 있어서 출타하니 , 점원이 알아서 수발해줄 것입니다.”


류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도 운공을 하여야 하니, 혼자 있을 수 있는 장소로 가리라 짐작하였다. 그녀가 창을 넘어 그림자처럼 사라졌다. 개천 물소리가 우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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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저녁 동문시장 뒤편 빈민 촌, 이엉을 얹은 띠 집들이 늘어선 골목 안에 거적대기를 깐 늙은 거지가 헐벗은 아이들에게 만두를 나누어 주고 있었다. 아이들은 새까만 손을 내밀어 거지가 나누어 주는 만두를 받아 입에 밀어 넣기 바빴다. 이윽고 만두가 다 떨어지자 거지는 아이들을 쫓았다. 그리고는 절룩거리며 골목안의 어느 허름한 띠집 안으로 들어갔다.


한 칸짜리 방안에서 희미한 불빛이 비치고 기침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거지가 인기척을 내자, 안에서 냉랭한 여자의 목소리가 울려 나왔다.


“ 철괴리! 무엇 때문에 또 왔느냐?”


철괴리가 한탄하듯 말했다.


“ 사매! 이제 마음을 풀 때도 되지 않았느냐? 굳이 이런 고생을 할 필요가 무엇이냐? 내가 편안히 살 집을 장만해 놓았으니, 고집을 그만 부려라!”


“ 내가 사람을 피해 산지 수 십 년이 되었으니 이런 생활에 익숙하다. 너에게 겁탈당하고 모걸아가 죽은 후 나는 세상에 뜻을 잃었다! 그러니 새삼스럽게 나를 위할 필요없다!”


“ 사매! 모걸아가 무엇이길래 아직도 잊지 못하느냐? 그의 무엇이 나보다 낫느냐? 나는 너를 위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


“ 철괴리야! 나는 너를 사랑하지 않으니 공연히 애쓸 것 없다. 오랜 세월이 흐르니 원망하는 마음도 다 부질없구나!”


철괴리가 묵묵히 있다가 물었다.


“ 사매! 한가지를 묻겠는데 이 사실을 명백히 대답해 주겠느냐?”


방안에서 침묵이 한동안 계속되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신음하듯 답했다.


“ 무슨 말이든지 하라!”


철괴리가 긴 한숨을 쉬었다.


“ 그 일이 있은 후로 사매가 사내 아이를 낳았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


철괴리는 조심스럽게 불안한 모습으로 말을 꺼냈다. 방안에서는 아무런 말 없이 정적에 휩싸이다 갑자기 흐느끼듯 하는 앙천대소가 터졌다. 철괴리의 본래 이름을 불렀다. 같은 사문의 형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 이제 그 일을 묻느냐? 관위제야! ”


그리고는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철괴리는 고개를 숙이고 울음이 그치기를 기다렸다. 방안에서 단호한 대답이 흘러나왔다.


“ 그 아이는 죽었다!”


“ 무엇이?”


철괴리는 가슴에 바위가 떨어지는 충격을 받고, 몸이 흔들렸다.


“ 어째서?.... 왜?”


하늘은 교교하고 땅은 스산했다. 그 가운데로 젖은 바람이 흘러갔다. 철괴리는 주저앉고 싶은 마음을 붙잡고 다시 물었다.


“ 어떻게 죽었느냐?”


방안은 다시 조용하고 옅은 울음이 적막을 지배했다. 철괴리는 쇠지팡이를 짚고 절름거리며 방문 앞으로 다가갔다.


“ 가까이 오지마라!”


강력한 경기가 방문 앞을 맴돌았다. 문풍지가 떨렸다. 철괴리는 그 말을 못들은 사람처럼 허청거리며 방문에 손을 대었다.


“ 들어오면 안된다!”


철괴리의 거친 손이 방문고리를 잡고 망서렸다.


“ 흐흐헉!”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철괴리는 깜짝 놀라서 방문을 열어제쳤다. 방 아랫목에 흰 적삼을 입은 백발의 여인이 눈에서 피를 흘리며 소리쳤다.


“ 내가 그 아이를 죽였다. 어미인 내가 이 두 손으로! ”


하며 자신의 두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 언제? 왜?”


철괴리는 왈칵 방안으로 뛰어들어가며 외마디를 쳤다.


“ 으흐흐흐학 !”


울음인지 아닌지 괴상한 소리를 내며 여인은 입가로 피를 흘렸다.


“ 모걸아가 죽었다고 듣던 날, 나는 그 아이의 목을 눌렀다. 너는 왜 아무 상관없는 모걸아까지 죽였느냐? 그가 무슨 죄를 너에게 지었더냐? 그 말을 듣고 나는 복수하기로 하였다. 그 아이의 모습이 너를 너무나 닮았기에!”


“ 지독한 년! 모걸아가 살아있으면 나에게 오지 않을 것 같기에, 그 자를 죽인 것이다. 이 모두가 너를 사랑하여서 그런 것임을 모르느냐?”


“ 관위제야! 너는 평소에도 자신의 생각만 하지 다른 사람의 생각은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모걸아가 죽었다고하여 내가 어찌 너를 따르겠느냐? 모걸아와 나의 관계를 너는 자세히 알지 못할 것이다. 그는 나의 분신과 같고 우리는 하늘의 비익조가 되기로 맹세한 사이다. 그것을 너는 짓밟은 것이다. 내가 어찌 분하지 않으리! 그러나 아이를 죽인 것은 천추의 한이다. 나는 그때 미쳐있었다. 오직 너에 대한 복수! 복수만 생각하였다. 미치지 않았으면 어찌 그 아이를 !”


그녀의 눈에서 붉은 핏물이 하염없이 쏟아졌다.

“ 나는 네 앞에서 죽어보이므로써 속죄를 하겠다. 네 아이 상아에게는 한없이 미안하다. 죽어서 잘못을 빌고 또 빌마! ”


그러더니 검붉은 핏덩이를 왈칵 토해내었다. 방바닥이 피에 젖기 시작했다. 피비린내가 가득했다.


“ 내가 먹은 비상은 백약이 무효이니, 나는 곧 죽을 것이다. 이제 원망도 다 사라졌구나!”


하고는 방바닥에 엎어졌다. 철괴리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털퍼덕 방바닥에 주저앉았다.


“ 사매! 그렇게도 내가 미웠단 말인가? 어릴 때는 나를 따라 곧잘 나들이도 가지 않았던가! 그것이 모두 거짓이었단 말인가?”


철괴리는 정신이 나간 듯이 중얼대며 멍하니 그 여자의 죽음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문득 소리쳤다.


“ 그래 내가 싫어서 내 아들을 죽였다는 말이더냐? 그렇게나 내가 미웠다는 것이냐? 좋다! 그러나 너는 죽어서도 나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


철괴리는 결연한 자세로 방바닥에 엎어진 그녀의 시신을 양팔에 안았다.


“ 가자! 영(英)아! 살아서 너와 살진 못하였지만 죽어서는 평생 너와 함께하리라! ”


철괴리가 방 밖으로 나오는데 맞은편에 보라색 옷을 걸치고 머리에 노란 꽃을 꽂은 여인이 두손을 모았다.


“ 철괴리! 마침내 뜻을 얻으신 것을 감축하오!”


“ 남채화? 여기까지 온 것은 무슨 뜻이냐?”


철괴리가 눈살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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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사냥 +2 20.09.05 336 7 17쪽
112 애정없는사랑 +2 20.09.05 371 10 16쪽
111 장과로 +2 20.09.02 321 9 17쪽
110 상향(桑香) +4 20.09.02 356 10 18쪽
109 취피낭 +2 20.08.31 351 7 15쪽
108 검시소 +2 20.08.30 355 7 16쪽
107 그림자 무사 +2 20.08.29 336 8 15쪽
106 초헌각 2 +4 20.08.26 377 5 17쪽
105 초헌각 1 +2 20.08.24 364 5 16쪽
» 철괴리 +2 20.08.22 354 7 16쪽
103 은령 14대 +2 20.08.19 378 7 13쪽
102 서문 상인조합 +2 20.08.16 405 7 16쪽
101 정아(貞雅 ) +2 20.08.16 389 8 16쪽
100 인면지주(人面蜘蛛) +2 20.08.15 414 6 15쪽
99 묵완자 +2 20.08.12 400 4 13쪽
98 동천객잔 +2 20.08.10 426 5 13쪽
97 비선 한상자 +2 20.08.08 401 6 12쪽
96 지옥도2 +2 20.08.05 435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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