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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운(郭澐)의 서재입니다.

최강무사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곽운
작품등록일 :
2014.09.25 17:25
최근연재일 :
2014.10.04 09:40
연재수 :
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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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40
추천수 :
6,807
글자수 :
33,337

작성
14.10.02 08:07
조회
19,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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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4
글자
8쪽

여인이었어?2

DUMMY

밖으로 나온 초무량이 탄복한 얼굴로 취구개를 바라보았다.

“위세가 정말 대단하십니다.”

“나의 위세가 아니라 개방의 위세다. 본방이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무림맹은 눈뜬장님이나 다름이 없으니까.”

비릿하게 웃던 취구개가 표정을 진중히 고쳤다.

“군사는 머리가 비상한 사람이다. 그런 부류를 상대할 때는 조금 전에 내가 했던 것처럼 생각할 시간을 주면 안 돼. 쓸데없이 말을 오래 섞을 필요도 없고. 무슨 말인지 알겠느냐?”

“명심하겠습니다.”

초무량의 대답에 취구개가 흐뭇하게 웃었다.

지난 사흘 동안 개방과 무림맹 그리고 사도맹에 대한 제반 사항들을 가르치면서 취구개는 초무량에게 가졌던 선입견을 모두 떨쳐버렸다.

초무량은 그가 지금껏 봐왔던 그 어떤 무림의 후기지수들보다도 무위가 뛰어났고, 성격도 호방했고, 총명하기까지 했다.

무엇보다도 붙임성이 좋아 단 사흘 만에 개방에서 제일 성질이 괴팍하다고 알려진 자신과 허물없는 사이가 되어 버렸다.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두 가지도 상관없다.”

“도대체 사숙님의 별호는 누가 붙여준 것입니까?”

걸음을 멈춘 취구개가 초무량을 빤히 쳐다보았다.

“취구개란 별호가 많이 우스웠나보구나?”

“우스워서가 아니라 그런 별호가 붙은 사연이 궁금했을 뿐입니다.”

“취구가 무슨 뜻인지는 아느냐?”

“술 취한 개…아닙니까?”

“맞다. 술 취한 개새끼.”

허탈한 표정으로 대답하고는 옛일을 회상하듯 허공을 올려다본 취구개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사실 소싯적엔 술에 취하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거칠게 행동할 때가 많았다. 남들이 술 취한 개새끼라고 욕을 해도 변명할 말이 없을 정도로. 네 사부도 마찬가지였고.”

초무량이 고개를 갸웃했다.

“사부님께선 지금껏 단 한 번도 술을 입에 대신 적이….”

“끊은 거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으니까.”

“무슨…?”

“됐고.”

초무량의 말을 끊은 취구개가 하던 말을 계속했다.

“개방에 투신한 뒤로는 소싯적 술버릇을 다 고쳤는데도 그 노인네는 나를 볼 때마다 주구장창 취구개야, 취구개야…에이, 우라질 늙은이. 많고 많은 별호 중에 하필 그런 별호를 붙여주어서는…쯧.”

짧게 혀를 찬 취구개가 피식 웃으며 초무량의 어깨를 툭 쳤다.

“처음 들을 땐 좀 그렇지만 자꾸 듣다보면 귀에 익어 정감 있게 들릴 게다. 뜻이 좀 지랄 같아서 그렇지 어감은 그럭저럭 괜찮으니까.”

당사자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초무량이었다.

취구개가 소매 안에서 제갈군정에게 받은 발령장과 맹패를 꺼내 내밀었다. 맹패(盟牌)는 무림맹 소속임을 증명하는 신분패였다.

초무량이 발령장과 맹패를 받아들자 취구개가 손을 들어 전면을 가리켰다.

“저기 보이는 소장원이 현무당이다. 문 앞에서 발령장을 보여주면 일단 당주에게 데려가 인사를 시킨 다음에 칠 조의 처소로 안내해줄 것이다. 내가 끝까지 안내해줄 수도 있지만 그러면 남들이 널 우습게볼지도 모르니 여기서부터는 혼자서 가도록 해라.”

초무량은 여러모로 신경을 써준 취구개가 너무나 고마웠기에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이 은혜, 죽어도 잊지 않겠습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무슨 그깟 일로 은혜까지나’하면서 손사래를 쳤겠지만 취구개는 달랐다.

“잊으면 후레자식이지.”

그리 말하고는 돌연 전음을 보내왔다.

-무림맹이라고 해서 성정이 바른 자들만 모여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무림맹도 강호와 마찬가지로 온갖 잡놈들이 다 뒤섞여 있으니 한시도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지금은 사도맹을 견제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나로 뭉쳤지만, 여차하면 뿔뿔이 흩어져 서로를 적대시하며 아귀다툼을 벌일 속물들이 모인 곳이 바로 무림맹이니라.

초무량도 전음으로 대답했다.

-명심하겠습니다.

-누구도 믿지 마라.

-믿지 않겠습니다.

-어쩔 수 없이 본방의 제자로 위장을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본방의 제자라는 사실을 가벼이 여겨서는 아니 된다. 전에도 말했지만 네가 실수하면 내가 무척 곤란해지니까. 아, 그렇다고 너무 기죽어 살진 마라. 본방은 천하제일방, 본방을 무시하는 놈이 있거든 참지 말고 박살을 낸 뒤에 네 힘으로 해결이 안 되면 나를 찾아오너라.

-신중하게 행동할 것이니 걱정 마십시오.

헤어질 때가 되자 취구개가 초무량을 안쓰럽게 바라보았다.

“그깟 삼 년,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금방 지나갈 수도 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초무량의 목소리가 왠지 처량하게 느껴졌기에 취구개는 마음이 심란했다.

“나는 친구를, 너는 사부를 잘못만난 죄라 생각하자. 그럼, 고생하여라.”


*


무림맹의 총단은 내원과 외원으로 구분되어 있었다.

내원엔 맹주전(盟主殿)과 군사전(軍師殿), 장로전(長老殿), 호법전(護法殿) 등이 위치했고, 외원엔 현무당이 속한 사당과 보급청(補給廳), 무림맹의 경비를 책임지는 정검대(正劒隊) 등이 자리 잡고 있었다.

취구개와 작별한 초무량은 현무당(玄武堂)이란 현판이 걸린 소장원의 대문을 향해 걸어갔다.

젊은 무사 둘이 대문 앞을 지키고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현무칠조로 발령을 받아 왔습니다.”

무사가 별 희한한 일도 다 있다는 표정으로 초무량을 위아래로 훑었다.

“개방의 제자 같은데….”

“보다시피.”

“개방의 제자가 왜 고생스럽게 현무당으로 발령을 받은 겁니까?”

초무량은 설명하기 귀찮아 말없이 발령장을 내밀었다.

발령장을 받아 꼼꼼하게 살핀 무사가 발령장을 돌려주며 말했다.

“따라 오십시오.”

무사를 따라 대문 안으로 들어선 초무량은 마음을 굳게 먹었다.

‘어차피 지켜줄 거, 나중에 딴 말씀을 하지 못할 정도로 완벽하게 지켜주고 삼 년 후에 미련 없이 떠나면 되는 거야.’

이리저리 방향을 틀며 걷던 무사가 삼층 전각 앞에 멈춰 섰다.

“잠깐만 기다리십시오.”

초무량을 남겨두고 안으로 들어간 무사가 얼마 지나지 않아 밖으로 나왔다.

“당주님께서 출타중이시니 인사는 생략해야겠습니다. 현무칠조의 처소로 안내할 테니 따라오십시오.”

다시금 이리저리 방향을 틀며 걷던 무사가 이번에는 이층 전각으로 초무량을 안내했다.

“여기가 칠 조의 숙소입니다.”

그러더니 전각의 문을 두드리며 소리쳤다.

“신참이 왔으니 다들 나와 보십시오.”

곧바로 안에서 부산한 인기척이 들려왔다.

“그럼 저는 이만.”

초무량을 향해 꾸뻑 고개를 숙인 무사는 제 할 일을 다 했다는 듯 빠른 걸음으로 앞마당을 가로질러 사라졌다.

“신참이라고!”

그때, 전각의 문을 벌컥 열고 거구의 사내가 밖으로 뛰어 나왔다. 키가 무려 칠 척이나 되는데다 덩치까지 엄청나게 우람한 사내였다.

초무량을 발견한 거구의 사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니, 웬 거지가…설마 개방…?”

초무량이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개방의 제자가 맞습니다.”

“신참인 것도 맞아?”

“그것도 맞습니다.”

“다들 어서 나와 보십시오. 희한한 신참이 왔습니다.”

거구의 사내가 소리치자마자 안에서 갈의무복 차림의 사내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와 거구의 사내와 함께 초무량을 둘러쌌다.

“정말로 희한한 일이군.”

“개방의 제자 같은데.”

“딱 봐도 거지니까 당연히 그렇겠죠.”

“제가 확인했는데 개방의 제자가 틀림없습니다.”

“개방의 제자가 왜 우리 조로 발령을 받은 거지?”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죠.”

“신발에 구멍 났어요.”

“쌍도를 찬 개방의 제자는 처음 보는 걸.”

사내들이 주고받는 얘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초무량이 버럭 소리쳤다.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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