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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운(郭澐)의 서재입니다.

최강무사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곽운
작품등록일 :
2014.09.25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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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9.29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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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완벽한 거지1

DUMMY

第二章 완벽한 거지










거지가 되어야한다는 말을 듣고도 초무량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담담한 표정이었다.

사실, 겉으로 내색만 하지 않았을 뿐 속은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호위 노릇도 달갑지 않은데 이제는 거지 노릇까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치가 떨렸다.

취구개가 은근한 어조로 물었다.

“거지가 되는 게 싫으냐?”

당연히 싫을 수밖에. 세상천지에 거지가 되는 걸 좋아하는 정신 나간 놈이 어디 있겠는가.

초무량은 속마음과는 달리 시원하게 대답했다.

“무림맹의 일원이 되는 길이 그 방법밖에 없다면 거지행세라도 해야겠지요.”

“행세 정도가 아니라 누가 봐도 ‘저놈은 거지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완벽한 거지가 되어야 한다. 무림맹 안엔 보는 눈이 많으니까. 자칫 네가 실수라도 하는 날엔 나는 물론이고 본방 전체가 천하의 비웃음거리로 전락할 수도 있으니 준비를 철저히 해야 된다는 말이다.”

초무량은 갑자기 골치가 아파왔다.

하지만 이미 사부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결심한 이상 돌이킬 수는 없었다.

“어쩔 테냐? 네가 싫다면 네 사부에게 욕을 먹는 한이 있더라도 나는 그만 이 일에서 손을 떼겠다.”

달리 방법이 없는 초무량으로선 선택할 여지가 없었다.

“완벽한 거지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좋다. 결심이 섰으면 따라나서라.”

취구개가 벌떡 일어나 움막을 나가는 것을 보고 초무량도 얼른 따라 나갔다.

“어디로 가십니까?”

“잔말 말고 따라오기나 해.”

자기 할 말만 하고 앞장 서 걸어가는 취구개.

친구라더니 사부와 닮은 구석이 많았다.

송림을 한참 벗어난 곳에 이르러 걸음을 멈춘 취구개가 손을 들어 저 멀리 보이는 높다란 산을 가리켰다.

“네 사부에게 대충 듣기는 했지만 일단 네 무위가 어느 정도인지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 봐야겠다. 그래야만 나도 계획을 세울 수 있으니까. 일단 저 산의 정상까지 가는 동안에 경공을 시험해볼 것이니 마음껏 실력을 발휘해 보아라.”

쉬이이잇!

말을 마친 취구개가 갑자기 앞으로 빠르게 달려 나갔다. 뒷짐을 진 채 휘적휘적 걷는 것 같은데도 그 속도가 경이로울 정도로 빨랐다.

초무량도 지체 없이 경공을 펼쳐 그 뒤를 따랐다.

그의 경공술은 취구개의 경공술과 판이하게 달랐다.

취구개가 지면과 거의 수평으로 달리는데 반해 그는 두 발을 모은 채로 허공과 지면을 오르락내리락하며 달렸다.

놀라운 점은 그처럼 괴이하게 달리는데도 한번 지면을 박찰 때마다 무려 오장이나 앞으로 쭉쭉 뻗어나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팟, 팟, 팟!

괴상한 소리에 힐끗 뒤를 돌아본 취구개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허, 세상에 별 희한한 경공도 다 있구나.’

그는 평생토록 초무량처럼 괴이하게 달리는 놈을 결단코 본적이 없었다.

잠시 만에 취구개의 옆으로 따라붙은 초무량이 큰 소리로 말했다.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무엇이냐?”

“그 능조군과 사부님은 도대체 어떤 관계입니까?”

“그건 나도 모른다. 얼마 전 네 사부가 갑자기 날 찾아와 네가 그 아이를 지켜줄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말만 하고는 바쁘다며 곧바로 떠나버렸으니까.”

잠시 사이를 둔 취구개가 말을 계속했다.

“사실 나도 그 점이 궁금하여 후에 그 아이에 대해 은밀히 조사를 해 보았는데, 네 사부와 연관된 점을 당최 찾을 수가 없었다.”

“한 가지만 더 여쭙겠습니다. 제가 능조군을 지켜줘야 하는 이유가 무림맹과 사도맹의 전쟁 때문입니까?”

강북의 패권을 거머쥔 무림맹과 강남의 패권을 거머쥔 사도맹(邪道盟). 양측은 몇 년 전부터 천하무림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전면전이 아니라 국지전일 뿐이었지만 어쨌거나 전쟁은 전쟁, 필히 희생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런 이유도 있지만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그게 무엇입니까?”

“그것은….”

취구개가 말을 하다 말고 빠르게 앞으로 치고나갔다.

“네가 나보다 빨리 정상에 도착하면 가르쳐주겠다.”

“만약 제가 늦으면….”

“수고스럽더라도 네가 직접 알아봐야겠지.”

스읏!

취구개의 말이 끝나자마자 뒤따라오던 초무량의 기척이 희미해졌다.

슬그머니 뒤를 돌아본 취구개가 눈살을 찌푸렸다.

초무량이 어디론가 감쪽같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는 재빨리 기감을 끌어올려 주변을 면밀히 훑었다.

우측 숲속에서 미세한 기척이 느껴졌다.

초무량의 기척이 틀림없었고, 숲을 뚫고 빠르게 달려 나가고 있었다.

취구개는 기가 막히면서도 가소로웠다.

‘날 이겨보겠다고…?’

그는 개방에서 내로라하는 경공의 대가였다.

마음만 독하게 먹으면 하루에 능히 천리 길도 주파할 자신이 있었다.

쉬이이잇!

취구개의 신형이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앞으로 쭉 뻗어나갔다.

한 식경 후, 목적지인 산의 정상에 올라 재빨리 주변을 둘러본 취구개가 피식 웃었다.

“그럼, 그렇지!”

정상엔 크고 작은 바위들만 가득할 뿐 그 어디에도 사람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

조금은 불안한 마음에 전력을 다해 달려온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지는 취구개였다.

“쯧, 나도 이젠 나이를 먹는 건가? 쓸데없는…응?”

중얼거리던 그가 홱 고개를 돌렸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정상 한쪽에 보이는 커다란 바위 뒤에서 초무량이 웃으며 걸어 나오고 있었다. 여유롭게 뒷짐까지 진 채로.

“늦으셨습니다.”

취구개는 정말이지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을 정도로 놀랐다.

“네…네가 어찌 거기서…?”

“햇볕이 따가워 바위 뒤 그늘에서 잠시 쉬고 있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선배님께 지지 않으려고 죽을힘을 다해 달려왔습니다.”

취구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제 아무리 죽을힘을 다해 달려왔다지만 어떻게 새파랗게 젊은 놈이 경공의 대가인 자신을 앞지를 수가 있단 말인가?

“이젠 이유를 가르쳐 주십시오.”

화가 난 듯 허탈한 듯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초무량을 노려보던 취구개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 아이는 남보다 뛰어난 능력을 지니고 있어 위험한 작전에 투입되는 일이 잦을뿐더러, 그러한 능력 때문에 무림맹 내부에도 적이 많아. 그래서 네 사부가 그런 부탁을 한 것이고. 이젠 됐느냐?”

초무량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처럼 능력이 뛰어나다면 굳이 제가 지켜줄 필요도 없을….”

“그건 네 사부에게 가서 따지고!”

취구개가 사납게 호통을 쳤는데도 초무량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웃으며 그에게 다가섰다. 여전히 뒷짐을 진 채였다.

“너무 노여워하지 마십시오.”

“노여워서가 아니라 내 원래 말투가 지랄 같아서 그런 것이니 네놈은 상관 마라.”

정말로 몹시 화가 난 듯 욕까지 했다.

“그리고 어디 젊은 놈이 버릇없이 어른 앞에서 함부로 뒷짐을….”

그때, 초무량이 뒷짐을 지고 있던 손을 풀어 앞으로 내밀었다. 그의 양손엔 나무의 뿌리처럼 생긴 물체가 하나씩 쥐어져 있었다.

취구개가 눈을 부릅떴다.

“뭐하자는 수작이냐?”

초무량이 손을 폈다.

“이게 뭔지 아십니까?”

“내가 그걸 어찌 알아?”

“이게 바로 하수오라는 것입니다.”

하수오가 흔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영약이라 불릴 만큼 값어치가 나가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네가 지금 올라오는 길에 하수오를 두 뿌리나 캤는데도 나보다 빨리 도착했다고 한껏 거드름이라도 피우고 싶은 것이냐?”

“제가 감히 그럴 리가 있습니까. 노기를 가라앉히시고 이 하수오를 좀 자세히 보십시오.”

“자세히 보면?”

“크잖습니까?”

고개는 가만히 두고 눈알만 아래로 내려뜨려 초무량의 손바닥 위에 있는 하수오를 힐끔 쳐다본 취구개가 인상을 썼다.

“큰데 어쨌다고?”

“이 정도 크기면 족히 백 년은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취구개가 약초에 대해선 문외한이었지만 오래된 약초일수록 약발이 끝내준다는 사실만은 들은풍월로 잘 알고 있었다.

“백…년!”

“더 오래됐을 수도 있습니다.”

“더…!”

초무량이 오른손을 내밀었다.

“드셔보시겠습니까?”

“….”

취구개는 말없이 마른 침만 꿀꺽 삼켰다.

“백 년 동안 지기를 흡수한 하수오는 약효가 무척 뛰어납니다. 제가 장담하건데 내일 아침에 일어나시면 분명 세상이 달라 보이실 겁니다.”

“멀쩡한 세상이 왜 달라 보여…?”

“크게 표가 날 정도는 아니겠지만 내력이 증진되는 것은 물론이고, 온몸에 활력이 넘쳐나 젊은이 못지않은 정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실 거란 말씀입니다.”

사내는 늙으나 젊으나 정력에 민감한 법. 정력에 좋다면 빈대라도 잡아먹는 게 그들의 속성이었다. 게다가 내력까지 높아진다면 무인으로서도 욕심이 날 수밖에 없었다.

취구개는 무인이자 사내였다.

“다 늙어서 정력은 무슨….”

말과는 달리 낚아채듯 하수오를 받아든 그는 초무량의 왼손에 들린 하수오를 힐끔 쳐다보았다.

“그쪽 게 더 큰 것 같은데.”

“선배님 것이 더 큽니다.”

취구개는 재빨리 자신의 손에 들린 하수오와 초무량의 손에 들린 하수오를 비교했다.

초무량의 말대로 자신의 것이 좀 더 컸다.

“어찌 복용하면 되느냐?”

“그냥 생으로 씹어 드십시오.”

취구개는 곧바로 하수오를 우걱우걱 씹어 먹기 시작했다.

“쓰구나.”

“몸에 좋은 약일수록 쓴 법입니다.”

게 눈 감추듯 하수오 한 뿌리를 먹어치운 취구개가 초무량을 멀뚱멀뚱 쳐다보았다.

“넌 왜 먹지 않느냐?”

“전 하수오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처럼 몸에 좋은 약초가 왜 싫다는 것이냐?”

“하도 많이 먹어서 질렸습니다.”

취구개의 탐욕스런 시선이 초무량의 손에 들린 하수오로 향했다.

“그럼, 그건 어쩔 셈이냐?”

“선배님께서 마저 드십시오.”

초무량이 하수오를 내밀자 취구개는 저도 모르게 혀로 입술을 핥았다.

체면을 생각해서인지 조금 전처럼 낚아채듯 가져가지는 않고 못이기는 척 하수오를 받아들었다.

“정말 내가 먹어도 괜찮겠느냐? 나중에 딴소리 하면 혼난다.”

“걱정 말고 드십시오.”

눈 깜짝할 사이에 또 한 뿌리의 하수오를 먹어치운 취구개가 이전과는 달리 더없이 살가운 표정으로 초무량을 바라보았다.

“네 사부가 가르쳐줬을 리는 없고, 약초를 알아보는 법은 누구에게 배운 것이냐?”

말투도 더없이 부드러웠다.

“어렸을 적에 약초를 캐다가 벼랑에서 떨어져 허리를 다친 노인을 몇 달 동안 치료해준 적이 있었는데, 그때 그분에게 약초를 구분하고 채집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오, 그랬구나.”

고개를 끄덕인 취구개가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네 덕분에 네 사부도 약초를 많이 복용하였겠구나.”

“밤낮으로 복용하셨습니다.”

“허, 네 사부의 낯가죽이 젊은 놈들보다도 탱탱하여 이상하게 여겼었는데, 이제 보니 그런 사연이 있었구나.”

말을 마친 취구개가 다정스레 초무량의 손을 잡아 옆에 보이는 널따란 바위 쪽으로 이끌었다.

“이리 앉아라.”

두 사람은 나란히 바위에 걸터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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