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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탱이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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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오탱이
작품등록일 :
2024.01.23 21:18
최근연재일 :
2024.08.0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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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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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2,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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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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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56화

DUMMY

자, 그리하여. 오랜만의 탑 이야기다. 야호!



“······.”

“······.”

“······.”



다만, 역시나 상황이 그렇게 밝지는 못하다. 그저 우울하고 울적한 설이에, 그런 설이가 걱정이 되는지, 그냥 상황이 마음대로 풀리지 않아 답답한 것인지 말수가 줄어든 영희에, 그런 두 사람이 신경 쓰여 마냥 텐션 올리기가 어려운 나.



“호오, 멋진 계단이야.”

“너라도 멀쩡, 아니지. 네가 이상한 놈이라 다행이야.”

“?”



그나마 철수 저 눈치 안 보는 인간이 새로운 던전의 새로운 계단이라며 신나 보여서 그나마, 입을 열 명분이 생겨난다.


참, 그리고 여긴 2층. 1층에서는 더 이상 내 레벨을 올릴 수가 없고, 설이는 개조로 인해 2층에서도 충분히 먹힐 실력을 갖추게 되어서, 2층으로 올라왔다!


이렇게 하나하나 올라서 언제 탑의 정상에 닿을까 까마득하다만, 별수 없지. 이곳의 시련도 얼른얼른 클리어해서 나아가는 수밖에.


2층! 은, 사실 1층과 크게 다를 것이 없는, 그렇게까지 개성적이지는 않은 층이다. 그러니 어지간해서는 1층이나 2층에 머무는 것이기도 한데.



“형은 지금 레벨이 꽤 높은 편이야. 1층에서 올릴 수 있는 최고 레벨인 4레벨이지. 게다가 스테이터스도, 상당히 높은 편이야. 마력을 빼고 생각해도.”

“그렇지. 그래서?”

“지금 이 던전은, 냐루냥이 지칭하길 ‘졸업 던전’ 이 던전을 클리어하고 다음 층으로 나아가는 것이 3층 그 이상을 노리는 탑험가들, 고층 탑험가의 자격을 증명하는 첫 시련.”



졸업, 던전. 나도 들어서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불리는 이유도 잘 알고 있다.


졸업 던전은 1층의 튜토리얼 던전과 거의 완벽하게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다만 그 안에서 나타나는 몬스터의 질이나 수, 함정의 위력 따위는 그야말로 천지 차이.


튜토리얼 던전의 앞이 늘 인산인해라면, 이곳은 언제나 먼지가 쌓여 있다.


돈이 목적인가? 3층 이상을 노릴 이유가 없다. 3층 이상을 노리는가? 그렇다면 길드에서 정식으로 공략대를 추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함께 가라.


과거처럼 에라 모르겠다로 탑에 들이박던 사람들은 줄었다. 탑이라는 존재가 사회, 생활과 가까워지면서 탑은 더 이상 처리해야 될 재앙이 아니게 되기도 했으니까. 오히려 축복이라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덕분에 공해는 줄지 않았느냐면서.


그리고 사실, 옛날처럼 에라 모르겠다로 들이박는 낭만에 빠진 사람들은 대체로 낭만에 빠진 채 익사하는 경우가 대다수라.



“우리는 오늘 이곳을 클리어할 거야.”

“그래!”

“네······! 여, 열심히, 할 게여!”

“오오오! 설이!! 파이팅 있는데?! 보기 좋아!”

“헤, 헤헤, 네. 헤헤헤······.”



그래도 이제는 본인이 직접 싸우진 않아도 된다는 생각 때문인지 설이가 그나마, 힘을 좀 낸다. 에휴, 저 어린 것이 여기서 무슨 고생이야.


······다만! 이젠 파티의 일원이니까 열심히 해줬으면 좋겠다. 계속 우울하게 쭈그리고 있어도 곤란하지.


그러니 설이가 힘을 낼 수 있게 잔뜩 둥가 둥가 해주자. 저 아이에게는 어른의 보살핌과 칭찬이 필요하다.



“할 수 있다 설이!”

“네, 네······!”

“봐봐 봐, 저 라오가, 그 라오가 이제 네 무기라니까? 크으~! 이거 뭐! 이거~! 뭐!!”

“네, 네!”

“게다가! 마력이 부족할 때는 내가 마력 회복할 시간을 벌어 줄 수도 있잖아?! 완벽해, 우리 파티는 완벽 그 자체야! 아니, 설이 너가 들어오면서 완벽해졌어!”

“그, 그런 가여?”

“······뭐,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거지. 그래도 확실히 설이 네 덕에 나는 훨씬 더 편해졌어. 마음의 짐을 조금 덜어낸 느낌?”

“아, 네!”



주먹을 꽉 쥐고 다시 한번 각오를 불태우는 설이. 바깥에서 저러다가 사람 시체 보고 뒤집어지긴 했지만, 뭐, 사람 죽는 거랑 몬스터 죽는 건 또 좀 느낌이 다르지.



“형은 알겠지만, 이 졸업 던전에서 주로 출몰하는 몬스터는 사자야.”

“그치그치.”

“사, 사자여? 사자면은, 그, 어흥어흥 사자여······?”

“어어, 맞아. 그런데 그, 좀, 돌연변이지.”



예를 들자면 메카 사자라거나, 슬라임 사자라거나. 그냥 좀, 사자 테마의 던전이라는 느낌이다. 게다가 보스 몬스터는 빅혼 라이언. 그래, 1층 튜토리얼 던전의 보스 몬스터인 빅혼 래빗의 사자 버전이다.


여러모로, 이 탑이 일부러 그렇게 만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1층과 2층. 크게 차별점은 없지만 2층이 1층보다 더 어려우니까, 1층에 있던 튜토리얼 던전의 조금 더 어려운 버전을 2층에 만들어둔, 그런.



“그리고 형. 하나, 궁금하지 않아?”

“아니 전혀.”

“아니야아니야. 형은 궁금할 거야.”

“아니라니까? 전혀 안 궁금하다니까? 네가 계단 이외에 별로 관심 없는 것과 비슷할 정도로 안 궁금한데?”

“뭣.”



이 녀석. 내 말이 그렇게나 충격적이었던 건가. ‘아니, 그, 그 정도로 관심이 없다고?’ 라며 충격을 받은 표정이다. 도대체 너에게 계단은 뭐냐. 대강 알 것 같으면서도 네 반응을 보면 정신이 아득해져.


그래서, 어쨌거나. 철수의 호기심 때문에 일이 조금 복잡해질 뻔했던 것이, 그냥 이렇게 넘어가나 싶었는데, 어라? 설이의 표정이? 호기심과 의문으로 가득? 어? 어어! 안 돼!



“어, 어어, 뭔데여······?”

“크아아악! 설아!!!”

“네?! 네에?!!! 왜, 왜여?!”

“궁금한 사람이 생겼으니 확인해야겠지. 형도 궁금하잖아 솔직히. 2층의 이 졸업 던전에도, 1층의 튜토리얼 던전과 같은 시스템이 존재하는지.”



크윽! 젠장!


1층 튜토리얼의 시스템. 철수가 말하는 그 시스템이란 것은 결국 보스 몬스터가 늘어나던 그것일 것이다.


이번에도, 이번에도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던전을 돌다 보면? 그러면?! 보스가 막막 늘어나고 막! 이미 돌연변이로 뒤틀린 사자들이 더 뒤틀린다거나!



“야, 난, 난 좀, 아니, 야 나 단 한 번도 던전을 한 번에 클리어해 본 기억이 없어. 알아? 몇 번이나 같은 던전을 반복하는 내 입장을 네가 알아?”

“재미있지?”

“아니?! 전혀?! 이 미친 인간아!!”

“어렵게 생각하지 마. 이번엔 설이도 있잖아. 설이한테는 라오나 라오 키즈도 있어. 그걸 쓰지 말라는 소린 안 할 거야.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 우리를 받쳐주는 계단에게 취해야 할 응당한 태도야.”



어, 그러면 좀 할 만할 것 같은데? 어? 그런 말을 들으면 나도 호기심이 생겨버리는데? 어어??


던전에 입장. 튜토리얼 던전과 마찬가지로 보스 몬스터를 처리하지 않으면 돌아나갈 수 없는 구조의 이 완전히 격리된 이공간의 던전에서, 우리는 싸워야 한다.



“나와라!!”



딸깍.


던전에 들어가자마자 설이가 라오와 라오 키즈를 불러낸다. 실제로 뭔가 버튼을 누른 것은 아니고 일종의 마법이었는데, 마법의 효과음이 딸깍인 것 같다.


어쨌거나, 와우, 확실히. 라오나 라오 키즈들이 우르르 나타나는 것은 굉장히 든든하다. 라오는 레벨이 20은 넘었을 것이고, 라오 키즈도 못 해도 10 근처일 테니, 이 던전은 거의 거저먹는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나도 버스 탈 순 없지! 최선을 다한다!”

“오오 좋은 마음가짐이야.”

“역시! 우리 인쑤!”



그리고, 아마, 30분 뒤.



“헤엑! 헤에! 흐에······으욱, 욱!!”



설이가 마력 고갈로 쓰러졌다.


이제, 이제! 이제 겨우 30분인데?! 아니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그리고! 마법사라면 어느 정도 마력 조절 정도는 할 줄 알지 않나?


나야 마력을 써도 써도 줄지 않는, 아니 애초에 마력을 쓰려고 혈종술을 마구잡이로 운용해도 마력을 그렇게 많이 잡아먹는 기술도 아니라 알 도리가 없지만, 마력을 어느 정도 쓰다 보면 감각이 온다고 하던데?


마치 미친 듯이 달리고 있을 때 꽉 조여오는 폐처럼, 말을 듣지 않는 다리처럼 점점 힘들어진다고, 그런데?


그럼, 설이는 지금 그런 감각들을 싹 다 무시하고 무리하다가 쓰러진 건가? 야! 혹시, 혹시 내가 너무 막 뭐라고 해서 그것 때문에 무리한 거 아니지?!


으아아악! 젠장!! 난 지금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정신없는데!!



“야! 철수 영희!”

“어.”

“왜에?”

“뭐해!!!”

“강하게 키우는 중이야!”

“스스로 깨우치는 것이 가장 빠른 깨달음으로의 지름ㄱ.”

“쓰읍!”

“아, 알았어. 뭐 그렇게 노려보고 그래······.”

“형은 우리만 미워해.”



두 사람이 설이를 주워가는 것을 보고, 출력을 조금 끌어올려 본다. 설이가 도와줄 때도 사실, 마구잡이로 난사하는 느낌이 강해서 큰 도움은 안 됐지만, 쓰러진 지금은 내가 더 힘을 내야겠지.


후우! 쉽지 않네! 싸움이 익숙하지도 않고 브레이크가 박살이 난 수동적인 꼬마에 딱 죽지 않을 정도로만 보호해줄 보호자 둘에 아직 탑에 들어오고 한 달도 되지 않은 초보 탑험가의 조합으로 졸업 던전이라니.


쾅!!



“어억! 뭐야!”



휘두르는 대검에 더 큰 힘이 실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지금 뭐, 딱히 도핑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갑자기.


······그러니까 난, 지금 이 상황을, 본능적으로 죽음의 위험이라고 생각한 건가? 그래서 자연스럽게 힘이 더 강해진 것이고? 광전사의 재능 때문에?


뭔가 하니까 되는 것 같다는 이 느낌은 언제나 기분이 좋지! 으아아아! 박인수! 힘낸다! 내가 우리 집의 가장이다!!!



“오오~고생했어.”

“솔직히 이번엔 안 될 줄 알았는데!”

“우우, 우우우······죄송해여······죄송해여!! 흐아아앙!!”



이 파티에서도 가장이 된 것 같다. 싸가지 없는 사춘기 장남 장녀에 너무 어리고 소심해서 뭘 제대로 못 하는 막내가 있는 이 파티에서.


에휴.



“자, 설아.”

“죄송해여······!”

“뚝!”

“······으읍! 읍!”



눈물을 펑펑 터트리고 있으면서도 뚝 그치라니까 입 꽉 틀어막는 저 모습은, 괜히 미안해진다.


아니 그렇지만, 나도 여기서 강하게 나갈 것이다! 바깥에서라면 전혀 다르겠지만 여기는 던전! 생과 사가 오가는 곳!


철수가 또 강제로 몬스터 무리 사이에 던져 넣기 전에 내가 바로 잡아야 해!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따라 해.”

“네에······.”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겠습니다.”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겠습니다아······.”

“나 못해요!”

“나, 나 못해여!”

“잠깐 쉬어요!”

“자, 잠깐, 잠깐 쉬어여······.”

“더 크게!”

“쉬, 쉬어여!!!”

“도와주세요!!”

“······.”

“?”



잘 따라 하는가 싶더라니 나를 빤히 올려다보는 설이. 당장이라도 눈물이 터져 나올 것 같은 저 눈이 이젠 너무 익숙해서 멀쩡할 때는 어떤 눈이었더라 가물가물하다.


쯧, 생긴 건 성인이다만, 안에 든 것이 아이라는 것을 나도 볼 때마다 잊게 된다. 으음, 아이에게, 너무, 너무 윽박지른 건가? 나도 조심해야 하나? 과했나? 어쩌지?



“도, 도와주세여······.”

“어? 오오! 그래! 힘들 때는 언제든지 말해! 우리는 파티! 파티는 곧 가족이야! 생과 사를 함께하는 동료이자 친구이자 가족!”

“······.”

“힘들 때는 힘들다고 말해! 못 하겠으면 못 하겠다고 해도 돼! 네가 못하면 내가 해! 내가 못 하는 건 네가 해! 서로서로 부족한 걸 채워가는 거야.”

“난 좀 반댄데.”

“쟤가 하는 말은 무시해. 지가 혼자 다 할 수 있는 놈인 줄 알아. 바보야 바보. 쟤도 아직 어리거든.”

“허.”

“어머, 나 이런 취급, 나쁘지 않을지두!”

“웅······! 철수 아저씨가 하는 말은, 무시할게여······.”

“너 왜 그 말만 대답해?”

“아하하! 철수가 미움을 많~이 샀어~? 응? 아하하!”

“좀 억울한데.”

“도와주세여!!”

“?! 나, 나 아직 아무것도 안 했어!”

“아직?”

“아니, 앞으로도 별거 안 하긴 할 건데. 아니 형, 애 제대로 가르쳐. 그냥 막 쓰잖아.”

“······효, 효과가 있어······!”

“애한테 좋은 거 가르친다.”

“괜찮아. 애한테 가장 유해한 건 너니까. 너도 있는데 뭐 어때.”

“말이 좀 심해.”

“그럼 좀 절제해.”

“이젠 한 마디도 안 지네.”

“내가 너한테 왜 지냐? 내가 이 파티 리더 아니냐? 맞아 아니야!”



잠깐 놀라는 듯하더니 키득키득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저 쉑, 저 자식도 그래도 점점 사람다워지고 있구나.



“······설이도 일단 좀, 만들어야겠네.”

“!! 도, 도와주세여! 도와주세여!! 살려주세여!!!”

“으음······.”



아,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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