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오탱이 님의 서재입니다.

0층 모험가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오탱이
작품등록일 :
2024.01.23 21:18
최근연재일 :
2024.08.06 21:00
연재수 :
150 회
조회수 :
12,503
추천수 :
99
글자수 :
852,780

작성
24.02.27 18:00
조회
28
추천
0
글자
13쪽

44화

DUMMY

“오늘부터 네 이름은, 렌즈야.”



찰싹! 찰싹!


리나를 데리고 근처 카페에 들어가서 아무거나 사서 먹이고 있었다. 처음에 겁에 질려 있던 애가 허은이 살살 달래주었더니 무슨 걸신들린 것처럼 먹기 시작했다.


나를 보는 눈이 겁에 질려 있던 것도 허은이 옆에서 어르고 달래고 나를 막 대하는 걸 보여주고 나서야 조금은 풀렸다.


그래서, 때가 되었구나 생각해서 이름을 지어준 건데. 리나라고 계속 부를 순 없으니까 붙여준 건데 혼났다. 허은과 영희 둘 모두에게.


흠, 스너프 필름 찍던 놈들의 카메라 역할도 했으니까 렌즈라고 이름 붙이려고 했던 걸 들킨 건가, 아님 그냥 너무 별로인 이름이었던 건가. 하여튼 문제가 되는 이름이었던 모양이다.



“으음, 얘! 너 출신 국가는?”

“에······?”

“얘는, 뭘 그렇게 다 묻히고 먹니? 천천히 먹어도 돼, 안 뺏어 먹어.”



약간 동글동글한 느낌의, 귀여운 모습으로 성형했는데, 그게 본인의 맹한 성격과 어우러져선, 허은과 영희 두 여성의 귀여움을 듬뿍 사고 있다.


하지만 덕분에 일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 리나라고 부를 수도 없는 이 아이의 이름을 얼른 정해주고 앞으로는 계획해보자, 제발.



“아, 서아. 서아 어때?”

“괜찮은 이름이긴 한데. 왜?”

“예쁜 여자 이름이라고 검색하니까 뜨던데.”

“성의 없기는. 다람쥐처럼 생겼는데 다람이는 어때?”

“둘 다 조용. 철수 허은, 너희 둘 다 똑같아. 다람이는 좀 그렇고. 햄스터 어때? 제 볼 터지도록 입에 밀어 넣는 게 꼭!”

“저, 저기요······.”



이름 짓는 것에는 아무래도 재능이 없는 것 같은 셋이 투닥거리고 있을 때, 서아이자 다람이자 햄스터인 (전) 리나가 입을 열었다.


두 손을 기도라도 하는 것처럼 가슴 앞에 모으고 나를 곁눈질로 힐끗힐끗 쳐다보는 것이, 뭐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내가 또 뭔가를 잘못했나?



“저, 저, 저 원래, 이름이, 서아, 맞아요······.”

“······어.”

“어, 어어, 그렇, 구나?”

“서아는 탈락이네. 그럼 설이는 어때? 설 이름 예쁜 것 같은데.”

“······너도 참······.”



어쨌거나 이름은 설이로 결정. 음. 예쁜 이름이라고 생각한다. 후후.



“일단, 그것부터 물어보자. 설아, 너 집에 돌아가고 싶니?”

“······.”



절레절레. 나를 보고 겁에 질렸던 것보다 더 큰 공포. 저 아이에게 집은 아늑한 공간도, 안전한 공간도 아니었던 것이다. 그냥 한 번 물어본 것뿐인데도 눈물이 그렁그렁한 걸 보면, 어지간히도 트라우마인 모양이다.


더 깊이 물어볼 생각은 없다. 더 들어봐야 도움 될 것도 없고. 탑에 갇힌 내 입장에서는 설이의 가정사를 해결할 방법도 없다. 그리고 솔직한 말로 쟤 부모라고 지금 멀쩡하게 살아있겠어? 난 아니라고 본다.



“그래, 그래서 일단은, 여기 이 아저씨랑 같이 살아야 할 것 같은데, 괜찮겠니?”

“······.”

“너무 걱정하지 마~누나가! 설이한테 나쁜 짓 못 하게 확실하게 말해둘게!”

“난 아저씬데 누나는 왜 누나야.”

“넌 아저씨처럼 보이고 난 누나처럼 보이니까.”

“맞긴 해.”

“뭐가 맞아? 영희야?”



내 눈치를 살살 보는 설. 내 입장에선 저렇게 그냥 쳐다보다가 나 무서우니까 싫다고 도망가줬으면 좋겠다. 나 너 답답하다고 몬스터 사이에 던져넣었던 미친놈이야. 그거 기억해. 얼른.



“아저씨는······저, 저, 어떻게 하실 건데요?”

“······.”



······얼씨구.


어떻게 할 건데요. 스스로를 도구쯤으로 여기고 있다. 넌 분명히 내게 무언가를 저지를 것이다. 그렇게 믿고 있다. 그런데도 내게 시선을 두는 이유는, 어차피 나 이외에는 갈 곳이 없다는 것을 알기에.


그냥 적어도, 자신이 지금껏 머물렀던 어른들의 품보다는 나와 함께 있는 것이 낫기를 기대하고 있지 않을까.


거, 가슴 찢어지네.



“너 인수 형 보조할 인력으로 키울 거야.”

“얘, 철수야.”

“기다려 봐. 나랑 함께 있을 거란 건 뭐가 됐건 이 탑에 묶여 있어야 한다는 거야. 난 저 아이 하나만을 위해서 1층에 머무를 생각도 없어.”

"난 1층에 집 짓고 싶은뎅?"

"1층을 거점으로 삼긴 할 것 같아."




허은도, 신경 쓸 일이 많아 설이를 받아주지는 못한다. 우노 길드에 맡기기에도, 길드는 어디까지나 길드다. 자선단체도 아니고 국가기관도 아니다.


아니 그냥, 저 아이를 탑 밖으로 내보낸다는 것 자체가 불안하다. 저 아이에게 아직 어떤 흔적 같은 것이 남아서, 탑 밖에서 저 아이를 알아보고 달려들 놈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내가 수술로 다 없앴다고 자신하기에는 또, 내가 처리 못 한 것들이나, 내가 모르는 것들이 많으니까.


결국 최선의 선택은 내 옆. 적어도 설이를 이용해서 영상을 찍던 놈들이 어떻게 하지 못할 나라는 인간의 옆에 두는 게 가장 안전한 것이 되어버린다.


놈들 입장에서는 나는 또 한 번, 설이가 리나일 시절에 당한 전적이 있는 인간이라 우습게 알고 덤벼줄 수도 있는 노릇이고.


다시 금방 사업 시작할 것 같다며? 그럼 설이 살아있는 거 알면 ‘아이고 우리 채무자님~’ 하면서 찾아오겠지? 그럼, 나는 다시 그놈들 꼬리를 잡을 수도 있겠지? 뒤졌다.


아, 물론. 쟤가 나를 따라오겠다고 말했을 때의 이야기다. 싫다? 그럼 나도 편하고 좋지 뭐.



“네가 전처럼 몬스터가 무섭다고 얼어붙어 있는다면, 아쉽게도 넌 내 보호를 받을 수가 없어. 난 너를 무작정 보호해줄 정도로 좋은 사람도 아니고, 나도, 그렇게 상황이 좋은 건 아니야. 탑에 갇혀 있으니까.”

“······.”

“오마탑에서처럼 몬스터 무리에 던져 넣지 말라고 한다면, 그래 그 정도는 약속해줄 수 있지만, 네가 어리고 약하니까 지켜 달라고 말하는 거라면, 난 너에게 해줄 게 없어.”

“······저게 무슨 말이니? 몬스터 무리에 던져 넣었어?”

“응. 충격요법? 뭐 그런 거 있잖아~”

“나중에 혼 좀 나야겠네.”



젠장. 그렇지만! 그렇지만 그때는 그것 말고는 방법이 안 보였는 걸 어떡해! 솔직히! 솔직히! 내가 있는데 죽을 일도 없고! 괜찮잖아!



“쯧. 네가 바라는 계단 위의 경치가 있다면 말해. 네가 그 계단을 오르고 싶다면 난 널 도울 의향도 있어. 인수 형 키우다 보니까 이게 또 나름 재미가 있더라고.”

“? 계단, 위? 경치? 네? 저, 제가, 계단을 올라여?”

“응. 네 꿈이 있다면 그 꿈을 응원하고 도와줄 의향이 있다는 거야.”

“꿈과 계단이라. 비슷하지만 조금은 다르지. 계단이 조금 더 많은 것들을 포괄적으로 끌어안고 있다는 느낌?”

“아니거든?”

“뭐, 어쨌든. 내가 널 데리고 가는 게 아니야. 네가 날 따라오는 거지. 못하겠으면 딴 데 찾아봐. 네가, 선택해.”



설이에게 아무것도 해주기 싫다! 책임지기 싫다! 뭐, 그런 건 아니고. 지금까지 본 정이란 게 있잖아 그래도.


오마탑에서의 모습이나 그 이후의 모습들을 보아선, 아무리 생각해도 얘는 탑에 있을 인재가 아니다. 형처럼 속에 미친놈이 하나 살아 있어야 이 탑을 오를 수 있을 것 같다.


나 같은 경우에는 죽일 수 있는 게 눈깔괴물 뿐이라 살기 위해서 싸워야 했고, 죽이지 않으면 죽는 삶이었다지만, 형은 딱히 그런 것도 아니었는데 처음부터 사냥에 큰 거부감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심지어는 해체, 도축도 직접 했었지. 형은 얼마 전에 탑에 들어온 인간치고는 탑을 오르기에 최적화된 미친 의지의 인간이 맞다.


설이는, 그런 게 전혀 없다.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라야 할 심약한 아이가 어쩌다 이런 전쟁터에 떨어진 것인지. 세상이 참 끔찍하다.



“제, 제가, 제가······여?”

“그래 너가.”

“어, 어어, 모, 모르겠어여.”

“마음대로 해.”



모르겠다면 별수 없지. 인연이 아닌가 보다. 그래도 뭐 성형은 완벽하게 해줬으니까 어지간해서는 그 영상 찍던 놈들에게 걸릴 일은 없지 않을까? 완전 새로운 삶을 사는 건, 글쎄? 모르겠네?


오늘의 나는 해야 할 일이 이미 있다. 형의 새로운 스승이 될지도 모를 C를 찾는 일. 갑자기 허은이 나타나서 머리가 복잡해지고, 때마침 설이가 떠올라서 지금까지 온 것이다.


지금 이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 모든 일이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왜 이런 일을? 이라는 생각이 끝도 없이 떠오른다. 그러니 뭐, 네가 생각이 없다면야 뭐, 나도 굳이?


자리에서 바로 일어나 떠나려는 나, 허은도 표정이 복잡해 보인다. 허은이 생각하기에도, 설이는 탑에 어울리지 않는다.


아쉬운 점은 지금 당장 우리 눈에 보이는, 설이가 있을 유일하고 안전한 공간이 내 옆뿐이라는 것일 뿐. 그런 나는 탑에서 나갈 수 없고, 나갈 방법을 찾기 위해서라도 탑을 올라야 하는 상황.


내가 놓인 상황이 안전하지 않은데, 설이에겐 내 옆이 가장 안전하다? 참, 대체 얼마나 어렵고 거친 인생인 거니, 너나 나나.



“자, 자자자! 잠깐만여!”



꽉!


카페를 나가려는 내 소매를 꽉 붙잡는 설이. 허은 덕분에 풀려 있던 긴장의 끈을 다시 붙잡은 듯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겁에 질린 저 눈, 간절하면서도 당장이라도 울 것만 같은 저 눈. 당장이라도 큰 울음을 터트릴 듯이 일그러진 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리를 터트리진 않는다.


행동 하나하나가 영희의 마음을 붙잡는 아이다. 쯧, 영희가 첫 만남에 눈에 밟힌다고 했던 이유가 있었어.



“저, 저 버리지, 마세여······.”

“난 널 버릴 생각이 없어. 네가 날 버릴 생각이 있는가 없는가의 문제야.”

“제, 제가여?”

“그래. 난 너 두고 뭔가 할 생각이 없어. 그런데 너는? 내 옆에 있는 게 좋을 것 같아? 생각하고 선택해. 잘못되면 날아가는 게 네 목숨이지 내 목숨이겠니?”

“······그, 그러면, 제가, 아저씨 따라가면······아저씨, 저 괴롭힐 거에여?”

“그것마저도, 너 하기 나름이지. 계단은 언제나 그저 그곳에서 묵묵히 받쳐줄 뿐이야. 밟고 올라가는 건 언제나 우리의 역할이지. 계단은, 우리를 밀어주지 않아.”

“모, 모르겠어여······.”

“그럼 우린 여기까지.”

“그, 그건!”

“아악! 답답해!”



영희가 버럭 소리를 지르면서 팔다리를 마구 휘두르더니 대뜸 설이에게 휙 날아가서는 설이 뺨을 꽉 붙잡고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본 채 말한다.



“얘! 넌 우리가 너 그렇게 만든 쓰레기들이랑 똑같은 사람 같니?! 우리가 그렇게 무서워서 이렇게 망설여?!”

“아, 아니여! 아니에여!! 죄송해여······! 히잉!”

“뚝! 너! 우리 따라와! 어우~! 정말! 답답해서 숨 넘어갈 뻔했네! 은이 너도! 철수나 얘가 답답한 짓 하면 좀 뭐라고 해!!”

“내가 뭐라고 하기는 뭐라고 해? 도와줄 수 있는 것도 별로 없는데.”

“어우! 여기에 네가 아니라 인수가 있어야 했는데! 그럼 이렇게 길게 이야기도 안 했어! 철수나 너나 똑같아 아주!”

“그러니?”

“그런가?”



네가 알아서 선택하시오, 라는 말만 반복하는 나, 스스로 선택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설이, 본인이 선택할 사안이 아니라 뒤로 빠진 허은. 영희 입장에선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뭐어, 그래도. 덕분에 일이 끝나긴 했네. 나도 이 대화가 얼마나 늘어질까 고민했다.


네가 알아서 해 - 모르겠어여 - 그렇구나. 담에 보자 -버리자 마세여! - 네가 알아서 하렴 -모르겠어여. 이거의 반복이었겠지.


설이 입장에선 이것도 싫고 저것도 싫은데 말로 하면 바로 버려질 것 같아서 그냥 모른다고 하는 거겠지?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지가 없고, 그저 최악과 차악 중 차악을 골라야 하는 건데, 애기가 어디 그러기가 쉽겠어?



“철수야! 그, 냐루냥? 걔 영상에 마법사 관련 영상은 없어?”

“있어. 마법사 재능 추천 육성 루트 재생목록이 있더라고. 재생 횟수도 꽤 높고.”

“그래! 그거 따라가자! 설이! 너! 마법사 좋아 싫어!”

“조, 좋아여!”

“그럼 결정!”

“너 냐루냥 보니?”

“내 마음의 안식처야. 그 사람 영상은, 뭔가 편안해.”

“······그러니?”



어우, 길었다. 아니, 시간 자체는 짧았지만, 길게 느껴졌어. 어우.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0층 모험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0 59화 24.03.15 24 0 14쪽
59 58화 24.03.14 20 0 12쪽
58 57화 24.03.13 25 0 13쪽
57 56화 24.03.11 24 0 13쪽
56 55화 24.03.10 25 0 13쪽
55 54화 24.03.09 32 0 12쪽
54 53화 24.03.08 23 0 12쪽
53 52화 24.03.07 24 0 12쪽
52 51화 24.03.06 28 0 13쪽
51 50화 24.03.05 29 0 12쪽
50 49화 24.03.04 28 0 13쪽
49 48화 24.03.03 32 0 14쪽
48 47화 24.03.01 31 0 13쪽
47 46화 24.02.29 29 0 13쪽
46 45화 24.02.28 25 0 12쪽
» 44화 24.02.27 29 0 13쪽
44 43화 24.02.26 27 1 13쪽
43 42화 24.02.24 31 0 13쪽
42 41화 24.02.23 31 0 13쪽
41 40화 24.02.22 35 0 12쪽
40 39화 24.02.21 39 0 13쪽
39 38화 24.02.20 43 0 12쪽
38 37화 24.02.19 36 0 12쪽
37 36화 24.02.18 41 0 12쪽
36 35화 24.02.17 42 1 12쪽
35 34화 24.02.16 53 0 14쪽
34 33화 24.02.15 56 0 13쪽
33 32화 24.02.14 57 1 13쪽
32 31화 24.02.13 58 0 13쪽
31 30화 24.02.12 68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