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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탱이 님의 서재입니다.

0층 모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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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오탱이
작품등록일 :
2024.01.23 21:18
최근연재일 :
2024.08.06 21:00
연재수 :
1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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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86
추천수 :
99
글자수 :
852,780

작성
24.02.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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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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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31화

DUMMY

“어, 철수야. 그렇게 됐다.”

“뭐 그렇게 죄 지은 것처럼 말해?”

“······.”



결국 허은을 철수에게 안내해주기로 했다. 철수는 별로 상관이 없다는 반응이지만, 내가 미안해서 미칠 것 같다.


그래, 뭐, 허은이! 음! 우리들의 우노는 역시나 우노! 이 스너프 필름을 구한 것도 그놈들을 조지려고! 인 것은 아주 멋지지! 그래 좋지! 어어~! 그런 멋진 사람이 내 친구랑 좋은 관계? 이야~! 좋다!


그런데 하나 문제가, 내 양심이란 녀석을 사정 없이 두들기게 만드는 일이 하나 있었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는 일이 일어났다!


툭.



“나도 통화 좀 해보자. 야, 너. 진짜 김철수야?”

“앗, 저, 저기, 제 휴대폰인데······.”

“······뭐야. 왜 아무 말도 안 해? 응? 통화 안 끊겼는데? 여보세요? 뭐야? 얘, 너 어디 아프니?”



철수가. 그 김철수가 허은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딱 굳어서 말을 한 마디도 못 하고 있다! 곧 죽어도 할 말은 할 것 같은 그놈이!


이렇게 되어버리니 난 더더욱 철수랑 만나게 하는 게 좀 무서운데, 정작 굳었던 놈은 그래도 상관은 없다고 한다. 너 또 무슨 생각을 하는 거니.


······그래! 솔직한 말로! 너! 네가 생각한 대로 다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잖아! 안 그래? 나한테도 좀! 뭐라도 좀 말도 좀 해주고 그렇게 해주면 안 되냐?



-궁금하면 물어보셨어야죠.

“이, 이게! 이게! 야! 더 신경 써줄 수도 있잖아!!”

-응~내 잘못 아니야~

“야! 너! 그런 말투 어디서 배웠어! 쓰지 마 그런 거!”

-알았어. 형은 몸 조심이나 해.



크아아악! 김철수 네 이놈!!!



“바로 가자.”

“저 방금 탑에서 나왔는데요.”

“입.”



나도 모르게 입이 삐죽 튀어나왔던 건지 허은이 내 입을 찰싹 때린다. 어지간하면 ‘씨이! 내가 애야?! 내가 애냐고! 이 취급 뭐야!’ 이러고 속에서 화가 났을 것 같은데, 딱히 그런 건 없다.


취조실을 나온 뒤, 허은이 날 대하는 태도가 한층 부드러워졌다. 내가 크게 문제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철수한테 잘 보이려고 나한테 미리 점수 따려는 건지는 몰라도 말이지!


아니 진짜, 진짜로! 진~짜로 철수한테 관심이 있는 것 같다니까? 그래 뭐, 솔직한 말로 어떤 종류의 관심인지는 정확하게 몰라! 그런데 뭔가 이, 이 뭔가! 간절하고! 애틋하고! 막! 그런! 가슴 아픈!



“그래요, 탑 갑시다. 대신에! 가는 길에 10인의 우노라고 불리는 허은 님께 저도 질문 세례 해도 됩니까?”

“맘대로. 어서 차에 타기나 해.”



아싸~


10인의 우노라는 그 위대한 존재들. 탑으로부터 세상을 지켜냈고, 혼란스러웠던 세상을 진정시켰던 위인들. 초등학생들에게 꿈이 뭐냐 물으면 우노들을 포함한 그때의 위인들을 뽑는다 하더라.



"어른은 물론 아이들에게까지 위대한 영웅이라 칭송 받는 분과 같은 차에 타다니, 영광이네요!"

“잘 모르겠네. 난 폭주가 일어나기도 전에 탑에 들어가게 됐거든. 위대하고 뭐고, 그냥 탑에서 살다가 나오니까 영웅이라고 하던 걸?”

“아······어! 혹시! 탑에서 나갈 수가 없었던 건가요?!”

“아니. 나갈 수 있다는 걸 몰랐어. 그땐 지금처럼 출입구가 표시되어 있지 않았거든. 그 사실을 알았을 때, 대장이 개거품을 물었지. 층주 찾아가서 멱살 잡고 난리 피우는 걸 겨우 말렸어.”

“오, 오! 대장! 우노 길드의! 길드장?!”

“아니, 단군길드, 아, 그러니까. 지금의 정부.”

“단군길드!!! 그럼 대통령이잖아요!”

“전, 대통령이지. 내려왔잖아. 그 사람 성격에 잘도 그런 일을 한다 싶었지. 파티 맺고 다닐 때부터 한량 같은 사람이었거든.”

“크아아악!”



이런 이야기 듣도 보도 못했다! 혼란스럽던 세상을 정리하고 다시 새 정부를 세운 그 괴물과 10인의 우노 중 하나인 허은이 한때 같은 파티였다?!


와아, 이 사실이 밝혀지면 근본론자들 다 미쳐서 우노 길드에 붙겠네. 아, 그래서 비밀로 하는 거구나? 광신도들 붙을 테니까.


쯧, 전 대통령도 그 정신나간 광신도 놈들만 없었으면 더 오래 했을 텐데, 본인 때문에 피해가 크다고 그냥 대통령 직도 내려놨지.



“그럼 지금 우노 길드장이랑은 무슨 관계세요? 희대의 천재 검사이자! 위대한 전략가! 강 천위! 이름 때문에 중국인 아니냔 썰도 있던데!”

“내 오빠야. 친오빠.”

“······?”

“왜? 비슷하게 생겼잖아?”



어어어, 그렇게 말하면 또 그렇게 보이기는 한, 아니 거의 인종이 다른 수준으로 다른데? 쓰읍, 아니지, 얼굴만 보면 은근? 어라? 성도 다른데요? 친오빠라고, 아 예명이구나 강천위. 아아.


와아, 아니, 그럼, 한 집안에 우노 길드 사람이 둘이나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우노 길드를 세운 장본인이고 다른 하나가 그 길드의 기둥이라고 불리는 10인의 우노 중 한 사람이라고? 가족력 미쳤는데?



“뭐야, 다들 아는 거 아니었어?”

“누가 알아요 그런 걸?”

“? 커뮤에선 다 아는 눈치던데?”

“예? 커뮤? 허은 님이 그런 것도 합니까?”

“아니. 내가 보거나 하는 건 아니고. 매니저가 알려줘서.”

“아아~아이고, 고생 많으시겠네요.”

“뭘.”

“아니요, 매니저님이요.”

“그건······그렇지. 고생하시지.”

“음. 뭐 됐고! 탑 이야기 해도 돼요?”

“마음대로.”



차를 타고 이동하는 내내 나는 허은을 붙잡고 쓰잘데기 없는 질문 같은 것을 했다. 1층 마을에 뭐가 있던데 당신 처음 들어올 때도 그랬느냐, 튜토리얼 던전의 비밀이 하나 있는데 알고 있느냐, 등등등.


솔직히 말해서 진짜 하나도 대답 안 해줄 것 같은 사람이 뭘 물어도 그냥 시원하게 툭툭 대답해주니 속이 다 시원하다. 대화가 즐겁다.


그래그래, 철수한테도 다음에 이렇게 물어야겠다. 0층에 대한 것도 다 말해줬는데 설마 다른 걸 말 안 해주겠어.


······아아아, 영희에 대해선, 절대로 물으면 안 되겠지? 머리에 새겨둬야겠어. 영희한테 혼나긴 싫어.


아! 그런데! 그런데! 강림 상태의 영희랑 아닐 때의 영희가 같은 사람인지는 물어보고 싶은데!



“너 질문은 이제 이쯤 듣자. 나도 질문할 게 하나 있거든.”

“예? 저한테요? 뭘요? 전 뭐 특별할 거 없는데.”

“알아. 내가 물어보고 싶은 건, 혹시 너, 사람 조종하는 재주 있니?”

“제가 그런 게 어디 있어요.”

“그럴 것 같아서 물었어. 안전 벨트 매.”

“네?”

“안전 벨트.”

“아 네!”



아니 갑자기 왜.


텅!!!


세상이 빙글 돈다. 차가, 무언가에 부딪힌 건가? 그런데 그걸 허은은 어떻게 미리 알고 대비하라고 일러준 거지? 뭔가 느낌이 왔나?


쿵! 쾅!


정신없이 자동차가 구르고 굴러 정신이 없다. 몸이 단단해진 덕인지 큰 고통은 없지만, 진짜 제대로 큰 사고가 났다.


뭘까, 대체 무슨 일이, 어, 설마?


쾅!


드디어 구르기를 멈춘 자동차의 안에서 급하게 빠져 나온다. 주변을 둘러보니 허은은 이미 어디선가 꺼낸 안드로이드에게 안긴 채 하늘에서 서서히 내려오고 있었다.


그래, 저게 그녀가 일인군대라고 불리는 이유다. 수많은 안드로이드들을 만들어내어 사용하는 저 압도적인 기술력과 병력.


혹자는 그녀가 정의롭고 선한 사람인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뱉기도 한다지.


오늘 겪은 바로는, 그냥 관심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저기 저거, 네 친구니?”

“······.”



허은이 손가락으로 기리킨 곳. 그곳에 있는 것은 말끔한 정장 차림에, 한 손엔 마법서를, 다른 한 손엔 지팡이를 든 마법사.


머리 위에 뜬 무수히 많은 마법진이 마치 천사의 고리처럼도 보이는 저 인물은, 일단 내가 상대할 수 있는 위인은 아닌 듯하다. 괴물이다.



“찾았다. 내 마력을 빼앗아간 것도 모자라, 날 속이겠답시고 웃기지도 않은 짓거리를 한 우스운 놈.”

“철수야······! 아무래도 세상이 네 생각처럼 만만치 않은 모양이다!”



얼굴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마법으로 숨겼겠지. 체형도, 성별도, 목소리도, 그 무엇도 제대로 파악하기가 어렵다. 그만큼 비밀스러운 존재라는 건가.


대체 뭔데? 너 대체 뭔데? 탑의 밖으로 나왔다는 건 적어도 몬스터는 아니란 의미 아니야? 그럼 저것도 나나 다른 탑험가들과 같은 이 세계의 사람이란 건데, 대체 무슨 수로 오마탑 같은 던전을 만들어낸 건데?



“내놔라. 그리고 죽어라.”

“나 지금 상황 파악이 잘 안 되서 그러는데. 너 뭐 잘못한 거 있니?”

“아니요! 제가 잘못했어요!”

“꼴사납게 저딴 여자에게 목숨을 구걸하는 거냐? 저런 여자가, 내게 뭐라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거야?”

“와아, ptsd 오는 말투네. 좀 역하다.”



허은에게도 전혀 겁을 먹지 않고 있어, 허은도 섣불리 나서지 않고, 이거, 진짜 위험한!



“난 너 같은 찐따들 진짜 싫더라. 탑 들어가서 힘 좀 얻었다고 갑자기 허세에 쩔어서 뭔 라노벨에 나올 것 같은 말투 쓰고 컨셉 잡고 지랄하는 애새끼들. 아니 도대체가, 탑이 나타나고 20년이 지났고 나대다가 진압당한 애들도 산더미인데 대체 무슨 깡으로 아직도 중2병을 못 벗어나서 그 모양인 거야? 안 부끄러워?”



아, 아닌가? 근데 라노벨이 뭐야?


잘은 몰라도 허은의 말에 저 마법사가 심각한 정신적인 피해를 입은 모양인지 헛기침을 하더니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웃는다.


그렇지만 몸은 덜덜 떨리고 있는데, 분노를 이겨내지 못해서 저러는 것이다. 오오, 제대로 정곡을 찌른 모양이네.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떠드는구나······! 너처럼 평화로운 삶을 살아온 년은 절대로 날 이해하지 못!”

“뭐, 너도 학폭 피해자니? 안타까워라. 복수하고 싶었겠지. 충분히 이해해. 내 동생이 학교에서 맞고 다닌다 했으면 나 눈 뒤집어졌을 거야. 그래서 이해해. 거기까지는. 그런데 이건 뭐니? 가해자와 똑같은 길을 걷는 지금이 참 자랑스럽겠구나. 복수가 나쁘다니 뭐니, 그딴 이야기할 생각은 없단다. 할 거면 가해자 애들한테만 해 난 그런 거 신경 안 쓰니까. 그게 아니야? 뭔가 또 대단한 비극적인 과거가 있고 대단한 신념이 있으셔? 수많은 사람의 죽음 위에 쓰일 신념과 네가 겪은 비극보다 더 큰 비극을 양산해낼 과거? 얼굴 숨기는 법도 제대로 못 배워서 정체도 제대로 못 숨기는 실력 없는 중딩 꼬마가 지금 누구 앞이라고 입을 함부로 놀려?”

“?!”

“나 진짜 너 같은 애들 많이 잡아봤어. 내가 10년 전에 하던 게 너처럼 세상에 불 지르고 싶어하는 애들 잡는 거였거든. 나 처음에는, 너희들 다 불쌍한 줄 알았다? 다 뭐 엄청 슬픈 과거가 있다고 하니까. 백 명은 넘게 잡았는데 그 중에 진짜 비극적인 애들은 딱 두 명 있더라. 나머지는 그냥 이유없이 불만만 많은 애들이더라고. 부모도 멀쩡히 있고, 집안도, 부유하진 않지만 굶을 일도 없고. 돌아보니까 너희들의 비극적인 삶을 동정했던 내가 더 비극적인 삶을 살고 있더라고. 너희가 없어도 충분히 비극이었는데, 너희들 때문에 더 큰 비극이 되었어.”

“다, 닥쳐! 닥치라고!”

“그래. 경험 없는 중딩아. 넌 그냥 아바타구나. 이용 당했어. 내가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떠들어대는 데도 아무런 준비도 안 하는 넌 가짜야. 진짜 아무런 마법사적인 경험이 없어 보이는 네가, 오마탑의 주인일 리가 없지.”

“?!”



허은의 말에는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았다. 그녀의 말에 빠져들 듯이 어느 사이엔가 조용히 그 말에 집중하고 있는 내가 있었고, 정신을 차리고 봤을 때는, 주변을 가득 매운 안드로이드들과, 마법서와 지팡이를 빼앗긴 마법사.


쾅!!


그리고 참 쉽게 제압 당하는 마법사. 기절해서 쓰러진 녀석은, 정말로 앳된 얼굴을 한,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소년이었다.


아니, 그, 내가 4층에서 만났던 B 정도는 혼자서 가볍게 이길 것 같았던 마법사를 그냥 한큐에 보내버리네.



“10층의 개놈들이 다시 활동하려나 보네. 순진한 애들 꼬셔서 이용하고 말이야.”

“10, 층? 어! 그러고보니까! 철수도 첫날에 자기네들 만나고 싶으면 10층으로 오라던 사람이 있었다고!”

“그래? 우리 오빠, 다시 좀 바빠지겠네. 어쩜 이렇게 끊기지도 않고 계속 나타나는지 몰라.”

“어, 저, 그럼, 이제 어떡하나요?”

“어쩌긴 뭘 어째? 탑에 가야지.”

“예?”

“오마탑의 주인이 지금의 사단을 낸 거잖아. 가자. 누나가 잡아줄게.”



오오, 오오오, 와아 ㅈㄴ 멋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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