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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탱이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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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오탱이
작품등록일 :
2024.01.23 21:18
최근연재일 :
2024.08.06 21: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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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52,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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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0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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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화

DUMMY

커다란 회칼 같은 것을 휘두르며 몬스터를 베어내는 천위, 번개를 손에 쥐고 휘두르는 란스, 맨손으로 하나하나 범인들을 잡아 부러뜨리고 있는 도수, 마지막으로 시민들을 대피시키는 중인 기보.


한국 대부분의 국민들에게 익숙하고 친숙할 그들이 행사하는 압도적인 무력은 전혀 친숙하지 않았다.


당연히, 일을 저지른 범인들도 그 자리에 모인 이들이 설마 그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곤 상상도 못 했는지, 잔뜩 겁에 질려 도망가려 하지만, 도망갈 수 있을 리가 없다.



“헤에~지랄 났네?”



탑의 깊은 곳 어딘가. 몸을 숨긴 채 살아가던 느와르가 부하가 찍어온 영상을 보며 허탈한 웃음을 터트리다 짧고 무거운 한숨을 푹 내쉰다.


이제 그도 어느덧 나이가 50이 가까워져 오고 있다. 불어오는 바람에 몸이 아파질 정도로 젊음을 격하게 불살랐던 그에게, 지금의 상황은 그저 머리가 아파져 왔다.


라오. 라오다. 라오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대답해 봐. 내가 잘못했니?”

“아닙니다. 라오는 어차피 쳐내야 했던 가지입니다. 영향력이 커지는 것은 상관이 없었습니다만, 영향력에 비해 본인의 능력이 현저히 떨어졌으니까요.”

“하지만, 이렇게 쳐내는 건 아니었던 것 아닐까?”

“흠. 조금 더 부드러운 방식으로 보낼 수는 있었을 겁니다. 허나, 본인이 직접 일을 뒤틀어 버렸으니, 저희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즉, 라오가 그렇게 된 순간 이렇게 될 것은 정해진 수순이었다? 아~이, 젠장. 그 새파란 애송이 추종자가 뭐 그렇게 많은 거니?”

“상관없지 않습니까?”

“어, 맞아. 상관없어.”



키득키득, 악동처럼 미소 짓는 느와르가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난다. 주변은 온통 고풍스러운 인테리어와 가구들로 가득 차 있어 그렇게 그냥 서서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풍족함이 가슴을 채워 만족스럽다.


마치 어딘가 영화나 드라마에 나올 것 같은 사장님 회장님의 서재 같은 분위기. 읽지도 않을 책이 가득 꽂힌 책장에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지는 짙은 갈색의 책상. 조금 연식이 느껴지는 1인용 소파와 입에 대지도 않은 찻잔에 든 향이 좋은 커피.


기품은 없지만 고풍스러운 것을 선호한다. 멋은 없지만 브랜드 제품을 좋아한다. 사고방식도 취향도 어리지만, 마치 어른인 양 행동한다.


전 재산을 들여 비싼 외제차를 산다거나, 의미도 알 수 없는 허세를 거짓말로 꾸며 만들어낸다거나, 현실이 시궁창이어도 말을 할 때는 휘황찬란하게 설명한다.


지금도 그랬다. 상관이 없어? 그럴 리가. 상관은 있다.


조직의 규모가 갑자기 눈에 띌 정도로 축소되었다. 물론, 금방 채우긴 했지만, 다시 채워진 인원은 자신과 오래 하지 않은 인원들이 다수다.


라오를 쳐내면서 라오를 은근히 따르던 이들이 모조리 반기를 들었다. 전부 쫓아내고 새로운 인원을 들이고, 그 과정에서 사업이 더욱 견고해졌다.


하지만 지금의 스왐프는 지금까지 느와르가 키워온 그 스왐프가 맞는 걸까? 갑자기 외부 인원으로 가득 채워졌는데?


가득 채워진 인원들도 대부분 함께 사업을 하던 바깥의 조직에서 보충해준 이들이다. 저들이 느와르의 명령을 듣기는 할까?



“쯧. 일단은 바깥의 사업들을 완전히 우리 걸로 만드는 것에 집중해야겠네. 아 그리고, 네가 애들 좀 골라서 따로 키워라. 믿을 수 있는 애들을 더 만들어야겠어.”

“알겠습니다. 바깥의 사업체는 이미 접선 중인 세력이 있으니, 그 쪽에게 지금 사업체를 넘겨주어 관리하게 하는 편이 좋을 듯합니다.”

“······아아! 아아, 그 NE? 걔네들 지금 난리 친 애들이랑 똑같은 애들 아니야? 지금 죽어가고 있는 저거들이 나이 들면 되는 게 그것들이잖아.”

“예.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이용하기 좋죠. 생각이 짧거든요.”

“흠, 음. 그놈들을 이용해서 바깥 사업체에게 빚을 만들어 둘 수도 있겠어. 멍청한데 이상한 신념만 가진 애들이랑은 동업하는 거 아니야.”

“예.”

“음. 쯧. 아니다. NE는 쓰지 마. 우리 애들 중에 괜찮은 애들 골라서, 사업체 뺏으라고 해. 어차피 밑에 있는 놈들은 돈만 주면 허허실실할 놈들이잖아? 말 안 들으면 처리하고.”

“예. 그러면 그것들은 어찌할까요?”

“냅둬. 요번 사건에서 살아남은 애들이랑 손잡고 또 일 저지르려고 하겠지. 에이 씨, 몬스터 다 털렸냐?”

“예. 하필이면 몬스터를 관리하던 녀석이 배신해서.”

“쯧쯧. 아쉬워라. 나중에 쓰려고 아껴둔 건데. 보관 장소는?”

“들켰습니다. 이미 정부 쪽에서 찾아와 점거했습니다.”

“아아아~! 빨라! 하여튼! 진이 쪽 애들 발은 진짜 더럽게 빨라!”

“정예들만 남겨둔 곳이니까요.”

“무섭다 진짜. 앞으로 볼 일 없어서 그나마 다행이지. 아니지, 언젠가는 만나야지.”



참 이상한 일이었다. 분명히 탑을 오르던 탑험가였는데, 어쩌다 이런 이상한 깡패 같은 일을 하게 된 것일까?


기왕이면 멋들어지게 마피아 같은 것이 되고 싶었는데, 이상할 정도로 싼 티가 나는 것은 어째서일까?


멋지고 매력 있는 빌런이 되고 싶었는데. 지금 하는 짓은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다. 돈에 눈이 먼 양아치 같은 느낌이지 않은가.


어떻게 해야 할까. 나의 멋을 올리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러면서도 이 스왐프라는, 빠져나올 수 없는 어둠의 늪을 키우기 위해선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기왕 이렇게 된 거, 상황을 최대로 키워볼까?”

“아, 지금 사건을 낸 녀석들을 이용하자는 의미십니까?”

“그래! 바로 그거지! 설마 내쫓은 놈들 전부가 오늘 붙잡히진 않았을 거 아니야? 확인됐어?”

“예. 확인했습니다. 쫓겨난 서른 명 중 스무 명이 붙잡혔고, 남은 10명은 NE에게 흡수되었습니다.”

“몬스터도?”

“예, NE 측에서 보관 중입니다.”

“NE 놈들 이용하려면 지금이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겠는데? 동안아, 일 키우자. 몬스터 출현을 더 폭발적으로, 전국 각지에서 일으켜서 우리에게 신경 쓸 겨를도 주지 말자고.”

“괜찮겠습니까? 저희에게 쫓겨난 놈들이 그렇게 난리를 치면, 저희와 손을 잡고 사업을 이어가던 녀석들도 저희를 우습게 알거나, 위험하다고 생각해 연락을 끊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정보를 흘려야지. 의도된 일이라고. 때마침 지금 우리 쪽 사업체 굴리는 놈들이 정부에게 제대로 타겟팅 된 상황이야. 이 기회에 돈세탁 좀 하고, 따로 대피할 공간과 수단을 만들어두라고 일러.”

“호오.”

“미디어에서 자주 쓰는 방법이지. 일이 하나 터지면 그것보다 더 자극적이고 대중이 더 좋아할 이슈를 터트려 묻어버리는 거야.



어쩐지 신이 난다. 일이 커진다는 그 사실 하나가 이렇게나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일일 줄이야.


잘못될 수도 있다는 아찔함에 찾아오는 스릴이, 이 일이 잘 끝난다면 앞으로가 보장될 것 같다는 행복감이, 잘되든 아니든 역겨운 옛 동료들에게 크게 한 방 먹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이.


우다다 사무실을 달려 나가 다시 한번 자신이 지금껏 쌓아 올린 모든 것을 바라본다. 강력한 부하들, 수많은 물자와 무기들. 눈에 보이는 것들만 해도 이 정도.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까지 따진다면 더 크다.


느와르가 사무실을 나오자 보이는 것은 거대한 국가! 그래! 이건 국가다! 그 규모는 작을지 모르지만, 감히 국가에 빗댈 수 있을 정도의 힘과 영향력!



“그래, 친구들. 모든 것은 저울 위에 놓인 것이라고. 맞잖아? 너희들이 잘나가면, 나도 그만큼 잘나가야지. 이제 곧! 우리의! 전성기가 펼쳐질 모양이야. 너희들이 흔들리는 사이에!”

“이번 기회에 길드 측에 쁘락치를 더 심을까요?”

“그래. 몬스터들이 난리를 치면 인원을 더 보충하려 할 테지. 우리 착한 금이는 아닐 테지만, 그놈을 견제하려고 안달이 난 머저리들은 다를 거야. 카하하! 금이가 그렇게 무서울까?”

“······금이? 말씀이십니까?”

“그래, 허금. 아아, 그래그래. 지금은 강천위. 그치? 이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최강의 탑험가 말이야. 크하하! 아무리 그런 녀석이라도 다른 탑험가 놈들이 손잡고 덤벼들면 어쩌기 힘들겠지.”

“아아, 그럼, 우노 길드는 내버려 두면 되겠습니까?”

“그래. 내버려 둬. 홀로 고고하고 아름답게 빛나게 둬. 주위의 모두가 ‘너만 깨끗하냐?’ 라고, 시기와 질투 그리고 경외를 적대감으로 바꾸게 둬! 철저하게 고립되게! 우리 아기 기보는 좋겠네~자기는 가만히 있는데 알아서 길드들이 분열하고 싸워줘서! 카하하!”

“정부의 힘이 강해지면, 안 좋은 것이 아닌지요.”

“정부에 준하는 힘을 가진 세력이 셋이나 있는 것과 정부가 원탑이 되는 것. 뭐가 더 좋아 보여?”

“아아, 그렇군요!”



기다려라! 멍청이들! 세상의 결국 나의 아래에! 내가! 가장 높은 이곳에 선다!


-----


“그래? 그렇게 큰일이 많이 일어났어?”

“응. 막 사람들 반응도 엄~청 안 좋고~인수도 티만 덜 내지 좀 무서워하는 것 같더라.”

“흐음, 문제가 많구나. 바깥 기억이 거의 사라진 게 오히려 다행인 거 아닐까 싶어.”

“그러니까! 바깥 무섭더라~! 여기저기 돌아다녀 봤는데, 난리가 나서 그런가 나쁜 애들이 더 소란이더라고. 이 기회에 한몫 챙겨야 해! 라고 하던 애들도 있고! 그런데 또 여기저기 안 터진 곳이 없어서 하나하나 다 막을 수가 없는 것 같더라고?”

“그렇구나.”

“인수 동생이, 박 현아? 라고 있었는데, 걔도 아침에 학교 간다고 나갔는데 누가 또 그새 찾아와서 납치하려고 하는 거 있지! 인수 우노 길드 사람인 걸 알고 그랬어!”

“저런.”

“아 물론! 우리가 붙여둔 인형이 호위 중이었어서 괜찮긴 했고, 본인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모를 테고, 앞으로 세상 빛 볼 일도 없는 애들이 되긴 했지만. 아휴 정말, 여기저기서 뭔가~겨우겨우 막아뒀던 상처가 터져서 고름이랑 피가 쏟아지는 느낌?”

“몬스터 폭주에, 나라를 뒤집어엎기까지 했다는데 멀쩡하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긴 하지.”

“뉴스 시끌시끌하더라? 세계에 멸망이 다시 시작되는 거 아니야?! 라면서.”

“흠~음~아~”

“냐루냥은 좀 웃기더라. 자기가 했던 말이 몇 시간 만에 부정당해버리니까 애들이 되게 놀리는 거 있지! 응~역시 약소 길드 수준~이러면서!”

“? 냐루냥 30층 너머까지 간 사람이잖아.”

“놀리는 거지 그냥~어디 소속인지도 모르는 사람이기도 하고.”

“······라오 사태가 뭔가 갈수록 커지는 느낌이네. 걔 난리 친 거 때문에 스왐프 그게 이사 가고, 그 탓에 이 난리가 나고? 거참.”

“그러니까. 겨우 그까짓게 뭐라고. 그치?”

“그러······그런데 말이야. 라오, 아직 내가 가지고 있잖아.”

“그치? 사실상 죽은 거나 다름없지만.”

“그러면 말이야.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응?”

“라오, 영웅으로 만들어볼까? 마침, 설이 성능, 어어, 아니. 실력 테스트도 해야 하고.”

“오! 좋다! 인수 앞에선 말조심하고! 걔 갈수록 눈치가 아주 그냥!”

“글쎄. 차라리 거침없이 드러내는 편이 나을지도 몰라. 숨기면 더 괘씸하다고 할걸?”

“아하하! 그런가? 그럼! 인수에게는 거짓 하나 없는 걸로!”

“그런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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