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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탱이 님의 서재입니다.

0층 모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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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오탱이
작품등록일 :
2024.01.23 21:18
최근연재일 :
2024.08.06 21:00
연재수 :
1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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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05
추천수 :
99
글자수 :
852,780

작성
24.02.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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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6화

DUMMY

쾅!!!


하늘에서 떨어진 거대한 빨간 유성은 나와 라오의 사이에 뚝 떨어졌다. 유성이 떨어진 것치고는 상당히 얌전하게 떨어졌다.


······그런데 이거, 자세히 보니 유성이 아니라 혈요석이다! 뭐지? 철수가 인형에 박아 넣었던 혈요석 모아 온 건가?



“이번엔 또 뭐야? 젠장, 왜 이렇게 방해가!”

“HEEEEEEEY! 조용! 히, 하도록!”

“!”



1층에는 조금 특별한 보스가 하나 있다.


대부분의 보스 몬스터가 싸운다! 죽인다! 이겼다! 이거라면. 덤벼라! 좀 치네? 봐준다! 가라! 라고 하는 녀석이 있다.


에스파타이나 어쩌고라는 이름의 뱀파이어인데. 1층을 떠나 한참을 레벨업을 한 뒤에 다시 돌아와도 저런 패턴으로 던전을 끝맺는 거의 유일의 보스 몬스터.


말하길, 1층 최강의 보스. 그 끝을 가늠할 수 없는 보스. 살짝 광기가 느껴지는, 뭔가 열혈의 보스. 의외로 말이 통하는 특이한 보스.


거대 길드의 그 길고 긴 탑 공략 사이에 단 한 번도 뱀파이어라는 특이하고 상징적인 몬스터가 나타나지 않았던 탓에, 사실 탑의 안에서는 저거 하나 빼고는 모두 죽은 것이 아니냐는, 종족 최후의 생존자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뱀파이어.



“피의! 세계!! 아름답지 않은가!”

“어머머, 파이팅 넘치는데? 아하하! 쟤 마음에 든다!”



유성처럼 하늘에서 뚝 떨어져 내렸던 혈요석을 박살 내며 그 모습을 드러낸 그 뱀파이어는 환한 달빛의 아래에서 웨이브 진 새하얀 머리를 쓸어 넘기며 단 한 번도 태양 빛을 받아본 적이 없는 듯 창백하게 새하얀 두 팔을 활짝 펼친다.


섹시한 남자, 퇴폐미를 느끼고 싶다면 그에게로. 뱀파이어의 특성 탓에 사람이 홀리는 것도 있겠지만, 그냥, 누가 봐도 잘 생겼다.


아이 씨, 세상 잘생긴 놈들 왜 이렇게 많아. 바로 뒤에는 뭔가 거친 과거가 있을 것만 같은, 아련한 느낌을 주는 미남인 철수. 앞에는 시원스럽게 웃는 중년미 퇴폐미 폭발시키는 뱀파이어. 그 너머로는 나이는 나보다 살짝 많은 걸로 안다만 살짝의 소년미를 가진, 어찌 보면 연약하게도 보이는 라오가 있다.


이렇게 셋은, 외형만 보면 라오가 제일 착하고 연약해 보이는데, 실제론 저놈이 현 사태의 범인이라는 게 좀 무섭다.



“누구인가! 누가 이리도 많은 피를 흘리는가! 하하하! 대학살이라도 벌어진 것인지! 아니라면!”



뱀파이어의 눈이 정확히 나를 향한다. 흥미와 호기심으로 가득한 그 눈은 정확히 나를 노려본 채 살며시 구부려지니, 그것은 아무래도 뿌듯함인 것 같다.



“만나서 반갑네! 후배! 날! A라 부르게!”

“????”

“뭐해 인수야, A라잖아! B 걔랑 친구인가 봐! 얼른 인사해봐 얼른! 친구 하자고 해~!”

“오호오호!! 후배께서는 이미 B를 만났는가? 하하하! 계단을 뛰어넘었군!”

“쟤 좀 호감인데. 세상을 계단에 빗댈 줄 안다니. 보통 놈이 아니야. 형형 빨리 가서 친구하자고 해.”

"아, 아 밀지 말라고! 무섭다고!!"

“쯧.”



라오가 품속에서 짧은 지팡이를 꺼낸다. 오오, 저건! 알고 있다! 아티팩트 마스터가 만들어줬다는 마스터피스!


그걸 머리 위로 휙 휘두르자 순식간에 그 궤적을 따라 정체불명의 문자들이 나열되더니 수많은 마법진이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마치 지휘하듯이 지팡이를 가볍게 부드럽게, 그리고 절도 있게 휘두르니, 그에 맞춰 세상에 그려지는 수많은 마법은, 확실히 나와 라오의 차이를 깨닫게 해주었다.



“조잡한 마법을! 그럴 듯! 하게! 꾸민! 이 노력! 훌륭하다!”

“뭐?”

“그래봐야! 가장! 간단한 Magic! 이, 아닌가! 소년!”

“······.”

“허나! 그 간단한 마법을! 이렇게 다듬어낸 것은, 그래~! 실력과 노력! 그리고 재능! 허나, 효율? 그건 모르겠군! 허허허허!”

“쓰레기가······! 고작 1층 보스몹 주제에!!”



마지막으로 척, 앞을 가리키니 그 파괴적인 힘의 마법이 나와 뱀파이어 A를 향해 덮쳐온다.


가장 간단한 마법이라고 했는데, 이게 가장 간단한 마법이라고 하면, 가장 강한 마법은 어떻게 되는 건데?



“Respect! 가! 부족하군!”



A가 가볍게 손을 앞으로 뻗는다. 라오의 말대로 평범한 1층의 보스 몬스터에 불과하다면 지금의 마법에 갈려서 죽어버리고 그 뒤에 있던 나도 죽어버리고 철수랑 영희만 멀쩡하겠지.


내게 직접적인 충격이 없는 데도 전해지는 충격만으로도 속이 흔들리는 듯한 충격을 주는 위력, 그것을 A는 겨우 한 손을 가볍게 뻗은 것만으로도 막아낸다.



“!”

“간단한 Magic! 이! 반드시 약한 것은 아니다! 하찮은 모래라도 성을 쌓으면 Art! 가 되고! 싸구려 Wine! 도 사랑하는 이와 마시면! 으음~! Perfect!!”

“이! 개자식이 자꾸! 간단한 마법?! 간단한 마법이라고?!”

“Yes!! 방금 너의 마법, 음음! Magic missile! 가장 기초적인 마법!”

“무시하지, 마!!!”



펑펑펑!!


A는 딱히 무시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기초적이고 간단한 마법으로 이 정도의 위력을 만들어내다니! 아주 훌륭한 마법사구나!


라고, 말하고 싶은 것 같은데 라오에게는 간단한 마법, 기초적인 마법이라는 그 발언이 상당히 거슬렸던 모양이다.


초보 천재 마법사. 어려운 마법은 배울 수 없게 하는 그 재능 덕분에 어려운 마법을 아마 거의 배우지 못했을 라오. 어지간히 콤플렉스였던 모양이다.



“자아~! 와봐랏! 받아주마! Come On!!!”

“커피~?”



!!!


영희의 말이 부드럽게 영혼 깊숙이 파고들 듯이 다가온다. 그 따사롭고 몽롱한 그 말에, 정신이 아니라 영혼이 흔들리는 듯하다.


요정 마법! 직접적으로 대상이 되지 않았던 나도 이 정도였으니, 아마 직접적인 대상이 되었을 라오는.


툭, 털썩.


초점이 나간 눈으로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정말 조금도 꼼짝하지 않고 있다. 겨우겨우 숨만 쉬고 있다는 느낌이다.


마찬가지로 예상치 못한 영희의 마법에 당한 A였다만, 머리를 부여잡고 괴로워할 뿐, 라오처럼 쓰러지지는 않았다. 와우, 괴물인데?



“으음~!! 아아악! 누가 내 생각을! CUT! 하는 것만! 같군!”

“무슨 생각인 거야?”

“응응! 철수야! 쟤 마을 밖으로 던져!”

“그래.”



영희가 철수 말에 투덜거리고 토 다는 것은 봤어도 철수가 영희 말에 싫다고 하는 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무슨 생각인 거냐고 묻다가도 던지라니까 냉큼 주워서 던져버리네.



“저런 큰 마법이 마을 안에서 터지면 곤란하잖아? 아하하!”

“지금까지는 괜찮았고?”

“으음~! 그게 있지? 요즘 뭔가, 생각대로 잘 안 풀리는 느낌이 들어서! 고민을 좀 했지!”

“너무 오래 하는 거 아니야?!”

“그래 봐야 2~3분인데?”



아 뭐야, 겨우 3분 지났어? 세상에.


음, 흠! 어쨌든! 라오가 날아갔으니까! 잡으러 가야지! 잘은 몰라도 일단은 잡아야 할 것 같은 감각적인 느낌이 있어! 가자!



“잠깐! Wait! 후배! 넌 나와! 같이 간다!”

“??? 내가요? 너랑요? 어딜요?!”

“어차피! 저 Magician? 네가 이길 수 없다! 뒤의 친구들에게 맡기고! 넌! 나와 함께! 피의! 세계! 의! 대문을! 열어야지!”

“???”

“오호! 잘 됐다 얘! 철수야! 가서 이것저것 배워 와~?”

“어? 어?”

“먼저 갈게. 여기, 이거 가지고 있다가 위험하면 눌러.”

“Don't! Worry~! 후배를 해치진 않아! 내가 B도 아니고 말이야! 허허허!”



어라? 오늘은 이런 분위기? 뭔가 자꾸 휘둘리는 듯한 분위긴데? 아니 그야, 이런 괴물들 사이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휘둘리는 것 말고는 없기는 한데! 아니, 이건! 좀! 너무! 어우 오늘은 좀 너무하네! 나 이렇게 무력하냐?


툭.


철수가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내게 바라는 것이 있는 듯한데, 뭔가 계단 이야기를 할 것 같기도 하고.



“형. 어디에나 계단은 있어.”

“하아······그래, 이제 나도 네 계단론 번역본 대충 머리에 있어. 떠들어 봐.”

“? 어, 그래. 저 계단 위에 뭐가 있는가. 우리는 그걸 알 수 없을까? 아니야. 모든 계단에는 그 계단의 종착역이 정해져 있기 마련이야. 우리가 모르는 건 그 계단 위의 경치. 계단의 끝을 알아도 정작 그 계단 위에 펼쳐진 경치를 모르는 거야.”

“쓰읍, 오늘은 좀 어려운데.”

“어떤 계단을 오를 것인지 신중하게 선택해야 해. 계단은 스스로 올라야 하는 거야. 누군가에게 등 떠밀려 올라간 계단에 무슨 의미가 있겠어.”

“······.”



으으으음, 계단에 빗대어서 그렇지, 내용물은 통상적인 여러 현인들의 가르침과 크게 다르지 않구만.


선택, 선택이라. 나의 선택을 너는 따라주겠다는 거지? 지금까지처럼 계속? 그런데, 왜 지금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걸까. 넌 내게 무엇을 원하는 걸까.


그래, 넌 언제나 내가 계단을 밟으며 올라가길 원했지. 계단, 그 계단이란 무엇일까. 아마, 당장 네가 생각하는 나의 계단은 광전사의 계단일 거야.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나의 선택의 끝에 어떤 결말이 나타나게 될지를 생각하며 현명하게 선택하고 끈기 있게 선택을 지켜라. 이런 거냐?


나의, 목적. 내가 바라는, 뭐 그래. 철수의 말을 빌리자면 계단 위의 경치. 그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 경치를 위해 어느 계단을 올라야 하는가. 어떻게 올라야 하는가.


갑자기 이런 철학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고? 내가? 굳이? 그냥 잘 먹고 잘살기를 목표로 하면 안 되는 걸까? 탑을 오른다는 꿈은 그냥 내 낭만이고.


지금 내가 좀, 복잡한 표정, 뭔가 좀 답답한 표정 짓는다고 좀 풀어주겠다는 의미로 이런 말을 하는 거냐? '형이라면 내 말 이해할 거야.' 뭐 이런 마음으로 알아 먹지도 못할 말을 던지는 거냐? 아니면 이렇게라도 말해서 네가 날 인정해주고 있다고 보여주려는 거야?


······에휴. 고맙기도 해라.



“아 내가 알아서 할게!”

“마음대로 해.”

“라오는 어떻게 할까?”

“뭘 물어? 조져!”



철수와 영희, 두 사람의 얼굴에 씨익 미소가 번진다. 이게 정답이었나?


미소만 남기고 홀연히, 소리도 없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두 사람이 있던 곳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자니, 시야의 경계로 A가 슬그머니 고개를 들이민다. 이쪽도 생긴 거랑 하는 짓이 영 딴판이네.



“후후후! 후배와의 첫 만남이 굉장히 인상적이야! 허허!”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보스 몬스터는 나도 굉장히 인상적이지.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도 솔직히 잘 모르겠다.



“자자! Let's MOVE! 곧 괴물들이 들이닥칠 테니!”

“괴물?”

“Yes! guild니 뭐니 말이지!”

“A 씨, 선배님도 그 사람들은 무섭습니까?”

“허허허! 난 무적이 아닐세! 그러니! 나의 위대한 혈종술 하나를 보여주지! 우리들! 피의 세계를 살아가는 우리 광전사의 모든 것은! 그저 Blood! 피!”



콕.


A가 내 몸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자, 그 부분부터 몸이 재가 되어 사라지기 시작한다. 어? 어라?



“마치 대하와도 같은 마력을 지닌 후배에게 보여주는!! 선배의! 작은, Surprise~!”

“뭐, 뭔! 아 뭐야!!!”

“훌륭한 재능! 을! 지닌 후배여!! 이미 우리 피의! 세계! 에! 발을 들인 후배여!! 네가 결국에 닿을! Abyss! 를! 보여주마!”



어어어어!! 어어어어! 몸이 재가 되어서 공중에 흩뿌려진다아아아아!! 으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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