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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탱이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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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오탱이
작품등록일 :
2024.01.23 21:18
최근연재일 :
2024.08.06 21:00
연재수 :
150 회
조회수 :
12,487
추천수 :
99
글자수 :
852,780

작성
24.03.07 23:04
조회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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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52화

DUMMY

“자. 인사해라. 여기 내 마력 주머니다. 나 라오 본인이라고 생각하고 대해.”



라는 설정. 라오가 그 위대함으로 나를 감화시키고 더 위대한 마법으로 문제를 해결해 이젠 더 이상 오마탑의 옥상이 아닌 내게 마력을 모으기로 했다!


라는, 설정. 이걸 믿을까?



“만나서 반갑습니다! 형님!”

“인사드립니다! 형님!”



믿네. 설이 말마따나 어깨 위에 저건 어디서 급하게 중고로 얻어온 물건이 맞는 것 같아.



“야야, 시이발 허리 숙이지 마라 어깨 위에 그거 떨어진다. 머리에 든 거 없어서 가볍다고 대충 붙여 놓으면 하늘로 날아간다.”

“크으~! 역시! 역시 형님이십니다!”

“이게 그리웠어! 인간의 요소요소 하나하나를 깐다! 그야말로 인간 모욕!”

“모욕의 아티스트! 이게 현대 예술이 아니면 무엇인가!”

“강태공이 현대에 태어났다면 형님의 화려한 언변에 붓을 꺾었을 겁니다. 형님!”



그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너희들 제대로 콩깍지 씌었구나?


어쨌거나. 설이의 화려한 언변에 넘어가 버린 라오 키즈들은 거의 눈물까지 흘려가며 라오의 귀환을 축하했고 얼마나 더 기분이 좋아지려고 저러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술까지 가지고 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단 한 사람. 이 자리에 유독 어울리지 못하고 이질적인 남자가 하나 있었다. 반응이나 분위기로 봐 선 라오와 관련이 있는 사람이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설이를, 그러니까 라오를 보며 적대적인 눈빛을 보내는 걸 봐선, 라오를 싫어하는 쪽의 사람인 듯하다.


어쨌거나, 좋아하는 놈들이나 싫어하는 놈들이라 라오가 가짜라는 생각은 전혀 못 하고 있다.



“용케도 살아있군. 라오. 아니, 부활하셨으니 다르게 불러드릴까?”

“넌 또 뭐야?”

“형님! 이쪽은 이번에 저희를 도와준 새로운 은인입니다!”

“그런데 솔직히 좀 짜치는 것 같기도 하고.”

“조직 이름도 이상해. 애니래 애니. 오타쿠 동아리인가 봐.”

“? 그게 뭔데!”

“캬아~! 여윽시! 인싸 중의 인싸! 서브 컬쳐 따위 ㅈ도 관심 없다! 애니? 오타쿠? 그게 뭔데!”

“세상 혼자 사는 완벽의 표본! 독고다이! 멋지다!!”

"?"



어지럽네.


그러거나 말거나 무표정하게 라오와 나를 이리저리 흘겨보던 그는 안주머니에서 새까만 명함을 건넨다.


받은 명함도, 뭔가, 뭔가 휘황찬란하다고 해야 하나? 뭐 어디서 본 머리 아플 정도로 화려한 무늬 같은 게 잔뜩 때려 박혀 있고 명함인데도 폰트가 괴상해서 도대체가 이름이 뭔지 알아보기가 어렵다.


뭐야, 목적이 뭐야. 혹시 뭐 이건 부적 같은 건가? 대문 위에 붙여두는 그런 거야? 받으면 저주에 걸릴 것 같은데?



“애니가 아니라, NE. 영어로, 알파벳으로. necessary evil의 약자다. 혼동하지 마라.”

“네가 뭔데 너 같은 걸 기억해야 하는 거지? 애니? 네세, 뭐시기? 이상한 이름을 쓰는 놈들은 스왐프 놈들로 충분하다. 꺼져라 쓰레기.”

“꺄아아~!”



열명 남짓한 아이들의 비명 같은 환호가 이 닫힌 공간에 한가득 울려 퍼지고, 여전히 이름을 알 수 없는, 애니 동아리의 남자는 확 얼굴을 일그러뜨리지만, 금방 감정을 추스르고 말을 이어간다.



“알고 있다. 넌, 스왐프에 복수하고 싶지? 나도 마찬가지로, 스왐프를 부술 생각이다”

“어쩌란 거냐.”

“내가 마음에 들거나 말거나, 목적이 같다면 목적을 이룰 때까지는 잠시 손을 잡을 수도 있겠지. 안 그래?”

“내가 왜?”



설이가 곧바로 곤란에 처했다. 계속 내게 곁눈질하는 것이 느껴져서 이게 참, 도와주고는 싶은데 어떻게 도와줄 방법이 마땅히 떠오르지 않는다.


내가 여기서 뭐라고 한 마디라도 꺼내면 ‘뭐지 이 찐따는?’ 하면서 여기저기서 공세가 들어올 것 같단 말이야. 지금은 분위기 잡고 서 있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것의 전부다.


······쓰읍, 그래도, 뭐라도 한 번?



“잠깐. 괜찮을까 라오?”

“넌 또 왜 나서?”

“들어보기나 해. 알다시피, 이번 일로 우리 라오 키즈들이 많이 줄었어.”



아차! 라오 키즈는 그냥 내가 개인적으로 붙인 호칭이었는데! 혼자서 내적 친밀감 상승해서 그냥 그렇게 불러버렸다!



“라오 키즈······! 내가, 형님의······!”

“뭐, 뭔가, 뭔가 조직 같아······!”

“만화에 나오는 가출팸 같아!”



왜, 왜 이런 걸, 마음에 들어 하는 거지? 아, 하여튼.



“어차피 우리들도 스왐프 사업체 조질 궁리하고 있었잖아? 도움을 받는 것도 나쁘지 않아.”

“저것들을 뭘 믿고?”



라오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확 끌어당겨 비밀스러운 대화를 하는 척, 을 해본다. 뭔가 말을 하려던 애니 아저씨는 우리 든든한 라오 키즈들이 곧장 가로막는다. 대체, 이 무슨 어마어마한 충성심이람.



“스왐프를 부수겠다는 건 거짓말이야.”

“?! 저, 정말여?!”

“쉿! 우리의 목표는 당연히 그쪽이지만, 저기 애니 아저씨는 아니란 말이야.”

“아아······아?”

“자, 잘 들어?”



이렇게, 생각해보자. 애니 아저씨는 스왐프와 한패다. 우선 지금 일어난 일에 필요한 전제 조건은 이거라고 생각한다.


왜냐? 라오 키즈들이 살아있으니까.


당장 라오 키즈의 위치는 상당히 불안정하다. 애초에 지금, 라오 키즈의 위치를 가장 빠르게 알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스왐프다. 몬스터든, 기존의 스왐프의 일원이었던 라오 키즈들에게든, 추적을 할 수 있는 어떠한 수단을 취해두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스왐프가 라오에게 문제가 생기자마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후다닥 도망간 것만 봐도 정보력도 굉장하고, 판단은 또 빠른 편이다.


그리고 지금의 라오 키즈는, 솔직한 말로 도망갈 거면 탑으로 도망가는 것이 맞는데, 탑으로 들어가지 않는 것을 보면 탑에 들어가는 순간 끝, 이라는 생각이기 때문일 것이다.


즉, 스왐프는 이미 라오 키즈들에 대해 파악하고 있는데, 라오 키즈라는 이것들은 스왐프에게는 상당히 불필요한, 아니 암적인 존재들일 것이다. 말도 안 듣는 주제에 스왐프의 소중한 자산을 빼돌린 것도 모자라 세상의 시선을 스왐프에게 집중시킬 계기를 만들어버리기도 했으니까.


만약 이대로 라오 키즈가 처리되거나, 붙잡히게 되면 세간의 이목은 당연히 그다음, 스왐프에게 향할 것이고, 아직 이사가 오래되지 않은 스왐프의 입장에선 불안한 점이 많을 것이다.


그러니 기왕 이렇게 된 김에 라오 키즈를 이용해서 최대한 일을 화려하게 일으켜 모든 이목을 라오 키즈들에게 집중시키는 거지. 어린아이들이 일을 저지른다 하면 일단 이목 집중은 확실하지.


그리고 그런 과정에서 NE라는 조직을 개입시켜 라오 키즈보다는 NE의 존재를 부각시키면, 스왐프보다는 NE 녀석들이 전면에 드러나게 될 것이다. NE는 어린아이들을 이용하고 있다! 라는, 느낌으로.


그 와중에 스왐프와 연관된 사업체를 친다는 건, 그냥 이 기회에 약하게 만들어 꿀꺽하려는 속셈인 건지, 아니면 스왐프와 관련이 있다고 거짓말을 하고 오히려 본인들에게 방해되는 녀석들을 치우려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아니 뭐 사실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 그냥 내 나름의 이유를 찾아본 것일 뿐이다. 여기까지 온 이상 어떻게든 마무리는 지어야 하니까.


이러나 저러나, 우리 입장에선 기존의 깡패 놈들 대가리 깰 기회니까 잘 됐지 뭐.



“······흥, 마음에 안 들지만. 별수 없지.”

“그래, 좋은 선택이야. 당장은 우리가 마음에 안 들 수도 있겠지만, 장담하지. 너희가 바라는 세계는, 우리도 바라는 세계야.”

“뭔 개소리야?”

“너희도 똑같잖아? 지금의, 늙다리들이 만들어낸 과거와 똑같은 사회의 모습. 말이 돼? 세상이 바뀌었어. 그렇다면 모든 것이 바뀌어야지. 모든 것이!”



응, 그래. 스킵하고. 관심 없다.


뭐어~힘이 있는 탑험가들이 어쩌고저쩌고, 사회가 이러쿵저러쿵, 우리는 이런 대우를 받을 것이 아니니 어쩌니.


NE, 필요악이라는 의미로 지은 조직의 이름인 것 같은데, 대체 무엇을 위한 필요악을 자처하는 것인지 모르겠네. 그냥 이렇다 할 사상이랄 것도 없을 것 같은데.


힘이 있는 내가 이렇게 사는 건 뭔가 이상해! 라는 거잖아. 그런 주제에 또 뭔가 있는 척은 하고 싶은 건지 필요악 같은 소릴 한다. 용사님이 되기엔 세상이 너무 평화롭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빌런이 없는 세상이라니! 이 세상은 잘못됐어! 세상을 너무 얄팍하게 살아가는 인간들이라 말이 와닿지 않는다.


어디 뭐 빈민가에서 힘겹게 살다 온 인간들이 그런 말을 하면 또 모르겠는데, 누가 봐도 멀쩡한 집안에서 잘 살다 왔을 것 같은 멀쩡한 인간이.


탑 안에서의 자신과 탑 바깥에서의 자신. 그 차이에서 오는 괴리감. 쯧쯧, 안쓰러운 인간아.



“여기, 앞으론 이 폰으로만 연락한다. 한 번에 바로 받지 말고 세 번 울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받은 다음 바로 끊어. 그럼 다시 연락한다.”

“귀찮게 사네.”

“가끔 멍청한 놈들이 폰을 잃어버리는 경우도 있어서.”



영화를 좀 많이 본 것 같은 대화 끝에 끝끝내 이름을 알아내지 못한 애니 아저씨는 홀연히 사라진다. 원래부터 그냥 라오 키즈 애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온 것이었구나.


쯧, 저 양반도, 라오 정도는 아니어도 그 근처 급으로 강하겠지? 아이 젠장, 난 아직 연약한데 왜 이렇게 주변 놈들이 괴물 천지야.


앗, 아아아! 이렇게 새삼스럽게 떠올리면 안 돼! 각오가 무너진다!


아이 젠장! 난 대체 왜 여기에 있는 거야! 설이도 나도 그냥 여기에 안 올 수도 있었잖아! 난 대체 왜 영희와 철수에게 휘둘린 거야!


크아아악! 지금이라도 박 실장님한테 전화해서 여기에 있는 놈들 다 잡으라고 할까? 아, 아니야, 하지만, 설이 기술 숙련에는 확실히 이런 상황이 조금은 더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하고.


잠깐, 설이의 기술은, 몬스터에게는 통하지 않을까? 아니지? 그럴 리가! 18층의 마법사의 두뇌도 박았다며? 그럼 몬스터라도 가능은 한 거 아니야?


분위기에 휘말려서 결국 여기까지 왔구나 나. 쯧, 눈치 빠르다고, 뭔가 답이 휙휙 나온다고 해서 자만했나? 젠장.


지금 여기에 모인 애들 우습다고 뭐라 했었는데, 나도 뭐, 크게 다르지 않았네. 그래, 누가 누굴 욕해. 심지어 여기에 모인 애들 중에 나보다 약한 애도 없어.



“형 형! 이제 뭐 할 거야?”

“클럽 갈까?!”

“술집 털러 가자!”

“딜러 애들이랑 다시 연결은 됐는데! 오랜만에 한 대 어때?”



이런 놈들이, 이런 놈들이 큰 힘을 가지고 있다니. 세상 참 억울하다. 저 어린 나이에 이렇게까지 삐뚤어지는 것도 쉽지 않은데. 혹시 이상한 재능 같은 것을 얻은 탓에 저 모양이 된 걸까?


라오나 스왐프에 의해서 탑에 들어가게 되었고, 그 이후로도 쭉 그놈들과 어울리며 레벨링을 했을 테니, 그것과 관련된 재능을 자연스럽게 얻게 되었다고 해도 이상하진 않을 것이다.


툭툭.



“어? 응?”

“뭐해? 멍하니. 아프냐?”



아, 이런. 설이가 곤란한 표정이다. 하긴, 갑자기 뭐 이상한 소릴 하는 애들이 있는데 여기에 맞춰야 하나 어쩌나 곤란하겠지. 맞춰줬다간, 본인이 범죄를 하게 생겼으니까.


······쓰읍, 이것도, 지금, 우리가 하는 이것도, 범죄는 범죄구나? 어이구, 세상에, 저런. 나 어쩌다 이렇게 됐냐.



“오우 쉿~!! 형님 스윗한 거 봐!”

“뭐야? 진짜 뭐야? 둘이 사겨?!”

“역시 형님이야! 우리는 아직 가지 못한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거야!”

“누가 공이고 누가 수야?! 중요해!”



남자 8에 여자 2. 그 정도의 인원이 하나 같이 형형 형님형님 하면서, 참도 천박한 이야기들을 꺼낸다.


진짜 어쩌냐. 있어선 안 될 곳에 떨어져 버렸네. 그것도 얼떨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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