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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탱이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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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오탱이
작품등록일 :
2024.01.23 21:18
최근연재일 :
2024.08.0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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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52,780

작성
24.03.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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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57화

DUMMY

“설 동생. 내가 볼 때 너는 지금 당장은 능동적인 행동이 불가능해.”

“네에······.”

“이거, 영희가 마법 처음 익힐 때 너처럼 풀썩풀썩 쓰러져서 만든 거야.”



던전을 조금 더 나아가는 동안에도 설이는 좀처럼 자신의 한계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래도 종종 자기 의사 표현은 하게 되었으니 다행이다만, 어쩔 때는 꾀병을 부리기도 해서 철수가 혼을 내기도 했다.


다만, 철수도 어느 정도 이해는 되었던 모양이다. 애초에 전투가 익숙하지가 않고 경험 자체가 적은 설이인데 실수하면 아프다가 쓰러지니까 겁이 나는 것도 이해가 될 것이다.


철수가 막, 그런 것도 이해 못할 정도의 인간쓰레기는 또 아니니까. 오히려 상대의 한계나 실력을 상대 본인보다 더 잘 꿰뚫어 보는 느낌도 있지.



“이거를 심장에 박아 넣으면.”

“야야야.”

“물론 그냥 목에 걸쳐도 되고.”



모래시계처럼 보이는 작고 네모난 아이템을 또 어디에선가 꺼냈다. 그 영희가 마법을 처음 배울 때, 라고 한다면 대체 몇 년 전일까?


보아하니 마력을 쓸수록 점점 위에 쌓인 모래? 같은 것이 아래로 떨어지고 위험 수준이 되면 착용자에게 알려주는 기능이, 있는 걸까?



“······.”

“그렇게 쳐다보지 마. 이건 상냥한 물건이야.”

“알았어여.”

“너 왜 나한테만 까칠하냐고.”

“몰라여.”

“어쨌거나. 이걸 목에 차고 있으면 네가 마력을 다 써갈 때 신호가 올 거야. 그럼 그걸 바로 형에게 말해. 형이 빠르게 대처할 수 있게. 네가 반응이 느려지면 형도 대처가 느려지고, 그만큼 피해가 커질 거야.”

“!”



왜 나를 파는 것이냐고, 말하고 싶었지만 굳이 말하진 않기로 했다. 그렇게라도 설이가 더 빠릿빠릿하게 대처를 해준다면 앞으로가 편해진다.


그리고 설이가 묘하게 철수를 대할 때는 말도 또박또박하게 하고 눈에도 힘을 빡 주는 것이, 철수에게 맡겨두는 편이 탑험가로 키우기에는 더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이건 별로 하고 싶지 않았다만. 넌 아직 어리니까, 도우미를 붙여주기로 결정했다.”

“도우미여?”

“더 정확히는. 원래 심어두었던 것을 개방하는 거야. 하지만 이건 잘못 사용하게 되면 꽤 위험할 거야.”

“뭐, 뭔데여.”

“네 척추에 박힌 마법사의 두뇌를 깨우는 거야. 지금은 단순히 컴퓨터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24개의 뇌 중 하나를 깨워 너에게 적절한 조언을 해줄 거야. 너도 봤으니까 알겠지만, 그 마법사 대단했잖아.”

“······무서웠어여······.”

“이젠, 네가 그렇게 될 차례야. 다만, 죽은 뇌다 보니 도우미 역할을 할 수 있게 하려면 24개 중에선, 적어도 10개 정도는 깨워야 해. 그리고 그만큼 네 마법은 느리고 약해지겠지. 계산이 느려질 테니까.”

“······.”

“또, 10개를 초과하면, 초과는 넘어섰다는 말이야. 10개 초과, 즉 11개 12개 그 위. 그 위로 뇌를 깨우면 네가 뇌에게 잡아먹힐 거다. 알다시피, 넌 숙주고, 기생충에게 잡아먹히지 않은 이유는 기생충들이 모두 죽어 있기 때문인데, 뇌를 많이 깨울수록 기능이 회복되어서, 네 몸으로 마법사가 부활할 가능성도 있어.”

“모르겠어여!”

“11개 이상의 뇌를 깨우면 너 죽는다고.”

“!!”



그건, 좀 놀랍네. 이미 죽어 있는 뇌니까 깨운다고 해도 문제가 안 될 것이라고, 도우미 역할을 할 수 있는 건 단순히 철수의 개조 덕이라고 생각했는데, 24개의 뇌를 모두 깨우면 몸을 빼앗길 수도 있다?


대체, 설이가 온전히 자기 자신만의 육체를 가질 날은 언제가 되는 거냐. 이젠, 숙주의 재능을 가지게 됐으니까 불가능한 거야?



“아, 그리고. 혹여라도 라오의 뇌는 깨우지 마라. 다른 24개의 두뇌보다 쓸만한 녀석이긴 하지만, 난폭하기도 하고, 아직 네가 다루기에는 너무 강한 녀석이거든.”

“······라오라는 사람이, 그렇게 강해여? 아무나, 쉽게 막 죽일 수 있는 그런 사람이? 그, 그리고, 어쨌든, 죽은 거 아니에여?”

“그치. 죽기는 했지. 못 미더우면 한 번 깨워보던가. 화끈할걸.”



도통 잘 모르겠다는 표정이다만, 그래도 ‘아, 라오는 위험하구나!’ 까지는 확실히 인식한 것 같다. 라오 쪽으로 눈길도 주지 않고 있어. 무서운가 봐.



“다시 출발한다. 우리 아직 한 번도 끝까지 못 갔어.”

“저기 그런데, 도우미는 어떻게 불러여.”

“도우미 한 명 나와. 라고 외쳐. 음성 인식이야.”

“아!”

“야 너 대체, 뭐 그렇게 다재다능이냐?”

“어쩌다 보니.”



내막을 알고 있어도 참 신기하단 말이야. 도대체 0층에서 넌 뭘 한 거니?


어쨌거나! 다시 출발! 일단은 도우미 없이 해보라는 철수의 말은 또 잘 들어서 도우미 없이 시작한다.



“공격 마법 1번! 타겟 셋! 아니 다섯!”

“야! 네 마력 수준 생각하고 마법 난사하라고!”

“와아 나 철수가 큰소리치는 거 처음 봤어.”

“철수야 너 그렇게 큰소리치면 목 나가.”

“죄송해여!”

“됐어, 다음!”

“네!”



철수는 철수대로 ‘아, 좀 강하게 말해야 애가 말을 알아먹는 구나.’ 를 알았고 설이는 설이대로 ‘아, 이 사람 나쁜 사람은 아니구나.’ 로 판단을 한 것 같다. 나름 죽이 잘 맞는다.


몬스터와의 싸움에서도 철수가 적극적으로 설이에게 오더를 내리기 시작했고, 설이도 처음엔 투덜거리는 듯하더니 몇 번 마력 고갈을 겪고 난 뒤로는 곧잘 철수의 말을 듣기 시작했다.


아마 설이의 입장에서는 소리치고 막 대하는 사람은 나쁜 사람, 일 텐데 철수의 그런 행동들에는, 뭐랄까, 감정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야! 너 뭐해! 라고 한 다음에. 잘했어. 가 바로 나올 수 있는 인간이다. 진짜 무슨 컴퓨터처럼 입력한 식에 정해진 답이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그러니 자신에게 아무런 감정적인 터치도 없는 사람이 바로 철수인데, 설이는 그런 철수가 신기하기도 하고, 나름 편하기도 할 것이다.



“우씨! 좀만 빨리! 자세하게 말해줘여!”

“그래. 네가 알아들을 수 있다면 말이야!”

“할 수 있거든여!”

“오냐, 해봐. 오른쪽으로 두 걸음 옮기고 메크로 3번, 타겟은 10m 떨어진 팔 셋 달린 사자. 마력 컨트롤에 주의해라. 3번 마법은 예민한 마법이기 때문에, 야 뭐해!”

“너무 자세하잖아여!!”

“네가 해달라며!”



자기 또래의 남자애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철수하는 것 보면 그렇게 보는 것도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그런데 오른쪽으로 두 걸음은 왜일까? 듣는 내가 다 궁금해지는 지령이다. 내 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아, 어쨌든.



“으아아! 도착! 도착이다!!”



드디어 도착했다 이 졸업 던전의 끝. 튜토리얼 던전 때와는 다르게 철수의 도움 없이 이겨냈다! 난! 그만큼 강해진 거야! 3층에서도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자, 그럼 이제, 문을 열어볼까. 철수가 굳이 더 말해주지 않아도 안다. 난 단순히 확인만 하도 닫을 예정이다.


지금은 그저 첫 번째 회차일 뿐이지만, 그래도 일단 확인은 해둬야지 않겠어?



“오오, 있다 있다. 머리에 뿔 난 코끼리만 한 사자야. 와아, 안에 공간도 엄청 넓은데?”

“흠, 튜토리얼에 있던 애보단 더 세 보이는데.”

“뭔 당연한 소리야.”

“이걸 뭐라고 설명을 해야 하나. 튜토리얼 던전에서 나오던 일반 몹이 1, 보스가 10이었으면, 여긴 일반 몹이 1에 보스가 50인 느낌이야.”



아아, 그런 느낌? 뭔지 대충은 알 것 같다. 일반 몬스터와 보스 몬스터의 차이가 여기가 더 크다는 거지? 흐으음.



“정 안 될 것 같으면 네가 해야지.”

“그렇지. 일단,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자.”

“우우, 지, 진짜 하는 거에여?”

“아하하! 걱정하지 마! 두 사람이 많이 익숙해졌다고 생각되면 그때부턴 그냥 우리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 이 던전이 쉬워질 때까지! 가자!”

“와아, 그건 나도 좀 무서운데.”

“2층에서는 최대 몇 레벨까지 올릴 수 있다고 했더라?”

“평균은 6. 최대는 7일 걸? 원레 레벨이란 게 막,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지가 않아.”

“여기서 5까지는 올리고 가자.”

“말 쉽게 한다 너. 그거 쉬운 거 아니야. 그나마 6이 아닌 것에 감사해야 하나?”

"사소한 것에 감사하는 습관도 좋지! 아하하!"



누군가는 년 단위의 시간이 걸리기도 하는 그런 일을 왜 나는 지금 이곳에서 단기간에 해내야 하는가.


불만을 더 말하고 싶었지만, 반복은 시작이 되었다. 죽이고, 죽이고, 죽이고. 싸우고 싸우고 싸우고.


어느 순간부터는 죽음의 공포가 옅어지고 반복하는 상황에 대한 지루함과 갑갑함이 감정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대검으로 썰어 죽이다가 한 번은 에라 모르겠다로 맨손으로 달려들기도 하고, 주먹은 안 쓰고 발차기로만 상대해보기도 하고, 오직 혈종술만을 사용해 싸우기도 한다.


정말, 끝도 없이 싸운다. 튜토리얼에서는 철수가 날 데리고 다니며 휙휙 지나가서 몰랐는데, 진짜 끔찍한 반복의 시간이다. 철수 너는, 이런 고역을 어떻게 버틴 거야?



“형.”

“어······어? 어!”

“집중.”

“······어, 어어!!”

“이해는 돼. 설이 저거는 이미 정신이 날아갔어. 메크로 켜놓고 그냥 툭툭툭 걸어 다니기만 해.”

“아아······.”

“형. 잘 들어. 이성을 유지한다. 이건 굉장히 중요한 일이야. 당장 형은 또 광전사의 재능까지 가지고 있으니까 더더욱.”

“으음.”

“잘 와닿지 않는 모양이네. 흐음, 자, 잘 들어 봐 형.”

“어.”

“지금의 나는 이성을 유지하지 못했던 탓에 완성된 결과야. 처음 0층에 떨어졌을 때의 내가 기억나진 않지만, 그때와 지금이 다르다는 건 알아.”

“!!!!!”



짝!!


뺨을 있는 힘껏 후려쳤다. 입안에서 피 맛이 배어 나올 정도로 너무 강하게 때린 탓에 오히려 잠깐 멍한 느낌이 들었지만, 잠시 후 찾아오는 고통에 이성이 고개를 들었다.


그래, 그렇구나. 그런 거였어. 지금의 철수는 그 0층에서 미쳐버린 탓에 완성된 모습이었어. 그래서 저따위 인간이······!


이성을, 유지한다. 이성을!! 히익!!


곧장 설이의 어깨를 붙잡아 흔들며 깨운다. 우리들은 이성을 유지해야 한다. 지루한 반복 속에서 태어난 나태와 허무 속에 파묻혀 이성을 잠재워서는 안 된다!



“와아, 그 정도야?”

“어느 정도 예상한 반응이긴 하지만, 형.”

“와아, 진짜. 넋 놓고 싸우고만 있었네. 야, 우리, 몇 시간이나 이거 한 거냐?”

“저기, 그런데여. 이렇게 넋 놓고 돌아다닐 수 있을 정도면, 던전이 익숙해진 거 아닌가여?”

“맞아. 그래서 정신 차리라고 말해준 거야.”

“어쩐지. 야야 철수야, 나도 네 그, 커피처럼 뭐 하나 스위치를 만들어야 하는 거냐? 그런데 난, 뭐, 취미랄 게 없는데.”

“좋은 생각이네. 그렇지만 일단 지금은 보스 방에 뭔가 변화가 생겼는지 아닌지 확인하자. 스위치 관련해서는 던전을 나간 다음에.”

“오오! 좋지!”



튜토리얼 던전에서는 뭔가, 뭔가 묘한 생김새였지. 커다란 고릴라의 몸에 토끼 머리가 붙어 있는 듯한 느낌이었던 걸로 기억해.


그럼 이번에도 되게 거대하고 뭔가 강해 보이는 스타일의 사자가 있으려나? 그건 좀 무서울 것 같은데. 사자도 뭐, 이젠 너무 많이 봐서 익숙해지긴 했다만.


끼이이이익.


문을 조심스럽게 열자, 그 조금의 틈 사이로 비릿하고 진한 피 냄새가 폭발하듯이 터져 나온다. 오, 오오, 무섭다.


그래도, 그래도! 용기를 가지고 문을 활짝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내 눈에는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딱히, 이렇다 할 특징적인 몬스터가 보이지 않았다.


그저 여기저기 끔찍한 몰골로 죽은 사자들이 있을 뿐. 그 사자들이 흘린 피가 강을 이루어 바닥을 가득 채웠을 뿐.



“어, 토끼다.”



설이가 천진난만하게 저 멀리, 빨갛게 물든 죽음의 언덕 위에 고개를 내미는 작고 평범한 토끼를 가리킨다.



“형.”



철수가 나를 불렀다.



“스위치란 거 말이야. 굳이 내 커피처럼, 안정을 가져다주는 물건일 필요는 없어. 중요한 건, 이성을 유지해주는가, 가 중요하지.”

“어?”

“내가 봤을 때 형에게 가장 효과적인 각성제는, 공포야. 죽음의 공포. 형 보니까 꼭 죽기 직전에 뭔가 해내더라고.”

“??? 야, 너, 그 말은!”

“설이 잘 지켜.”



콰직!!


내 어깨에 깊숙하게, 토끼의 이빨이 박혔다. 움직임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후우, 진짜.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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