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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탱이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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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오탱이
작품등록일 :
2024.01.23 21:18
최근연재일 :
2024.08.06 21:00
연재수 :
1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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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19
추천수 :
99
글자수 :
852,780

작성
24.03.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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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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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55화

DUMMY

라오 영웅 만들기! 와우! 정말!



“미친 계획이네. 너 진짜 그게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던 거야?”

“아니, 그냥 스왐프 그것들 엿먹이고 싶었어.”

“쯧.”

“아하하! 그런데 솔직히! 너도 그 계획 도와줬잖아! 이제 와서 이러면 좀 억울해! 공범 박인수!”

“?!”

“라오 키즈? 라고 이름 붙였지? 걔네들 하나하나 불러다가 섬세하게 숙주로 만들어버린 시점에서 뭐, 형도 이 계획에서 아주 큰 역할을 했지.”

“그, 그건! 그렇게 안 하면! 그렇게 안 하면 당장 위험했다고! 저 미친놈들이 설이를 이상한 마약 파티 이런 곳에 끌고 가려고 했다니까?!”

“어쨌든 공범이죠? 그리고 성공했죠?”



하아······철수의 또 다른 철없는 계획의 결과는, 솔직히 말하자면 성공적이다.


대중은 당장 라오가 죽기 전에 어떤 일을 저질렀는지 전혀 모른다. 붙잡힌 라오 키즈들이 있지만, 그것들이 대놓고 라오가 어쩌니저쩌니 하거나 하지 않는다면, 라오의 실체가 밝혀질 이유가 없다.


그러니 뭐, 잊혔던 스타가 정의를 실현했다느니 뭐니 하는 뉴스가 오르내리는 걸 내가! 보고 있노라면, 속이 뒤틀린다.


저놈이 왜 칭송받아야 하는데? 쓰레긴데!


게다가 라오를 영웅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정말로 스왐프에게 어떤 타격이 있을지도 잘 모르겠다.


어! 저거 왜 살아있어?! 하는 놀라움? 은 있겠지만 그 이상의 뭔가 다른 움직임이 있을까? 다른, 감정 따위가 들기는 할까?


애초에 라오는 그놈들 입장에서는 버리면 그만인 소모품 같은 거 아니었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거잖아.



“야, 그리고 설이 어떻게 된 거야? 설마, 라오의 마법을 쓸 수 있게 된 거야?”

“아니? 이게, 형, 잘 들어 봐?”



일단 기본적으로, 설이에게는 마법사의 재능이 없다. 아, 그러니까. 탑에서 얻은 재능은 있는데, 두뇌 회전이 상당히 느린 편이라 마법을 전투에 사용하기는 힘든 아이다.


인성 시궁창이던 부모의 아래에서 태어나 사이코패스 양아치들에게 이용당하기까지 했던 설이에게는 피해자, 약자의 낙인이 새겨져 있다. 스스로 뭔가를 하고자 하는 의지가 굉장히 약하다.


물론, 철수랑 함께하며, 강제로 죽을 고비를 넘기다 보니 ‘죽기 싫다’ 라는 감정은 강하게 남아 이번 계획에서 조금은 의욕을 낸 것처럼 보이긴 한다만.


어쨌거나, 그런 설이를 도와주는 것이 지금 설이의 척추에 박힌 24개의 마법사의 두뇌다. 지금 설이는 그 두뇌들 덕분에 게임하는 것처럼 스킬 아이콘 딸깍 누르면 마법이 발사되는 경지다.


라오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라오를 조종하고 있고, 라오의 두뇌를 가진 설이가 라오가 사용할 수 있는 마법 몇 개를 미리 24개의 두뇌에 입력해두었다가 버튼 하나 딸깍 누르는 느낌으로 그, 빛의 기둥이 떨어지던 어마어마한 마법을 사용했던 것이다.


따지고 보면 설이가 마법을 쓴 거 아니야?! 라고 할 수도 있는데, 라오의 육체가 아니면 그런 마법은 쓸 수가 없다고 한다. 이유는 압도적인 마력 보유량의 차이 탓에.


애초에 라오가 뭐, 자기 레벨이나 야망에 비해 가진 힘이 약해서 도태된 거지 약한 애는 절대 아니니까. 설이가 라오의 마법을 익힌다 한들 쓸 수 있는 건 아닐 것이다.



“신기하긴 하네. 그럼 막, 설이가 버튼 여러 개 투두둑 누르면 마법이 한꺼번에 여러 개 발사되는 거야?”

“설이에게 그런 짓을 할 수 있는 마력이 있다면. 없잖아?”

“없지······참, 마력이 크게 필요 없는 전사직인 나한테 무한 리필되는 마력이 있고 마법사인 설이한테는 마법을 쓸 재능이 없다니. 여기에 모인 네 사람 싹 다 어딘가 하나씩 부족하거나 이상하네.”

“난 왜?”

“나도나도! 난 왜!”

“넌 미친 계단 성애자에 사이코패스고 영희 너는, 그냥 요정이라는 것 자체가 이상하거든?”

“아아~”

“난 계단 성애자가 아니라 예찬론자야.”

“사이코패스 부분은 왜 안 고치냐?”

“형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난 솔직히 계단 이외에는 잘 모르겠어. ”

“어휴, 정말······.”



어쨌든.


우리들만의 아지트, 1층 어디 구석진 곳에 작게, 그리고 아직 다 만들어지지 않은 아지트의 안은 지금 꽤 북적북적하다.


어디 정글 같은 숲의 안에 주변의 나무나 두꺼운 나뭇잎 같은 것들을 엮어서 만든 아지트는 뭔가 아늑하고 따사롭고, 아기자기한데 일상적인 용품도 오밀조밀하게 들어앉은 것이 무슨 일러스트를 보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자칫 잘못하면 난잡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고, 물건 하나만 제자리에 두지 않아도 정신없는 느낌일 것 같은 이 공간은, 지금 말 그대로 정신이 없다.


방금 전까지 한참을 훌쩍이는 것을 겨우겨우 달래서 재운 설이에, 그런 설이가 잠들자 전원 끊긴 듯이 바닥에 쓰러진 라오와 10명의 라오 키즈. 플러스로 설이를 그 꼴로 만들었던 팔 한 짝이 없는 남자까지.


철수, 영희. 나. 세 사람이면 꽉 차는 느낌을 주는 공간인데, 열댓명이 모여 있으니 답답함에 머리가 아플 정도다.



“넓힐 계획이야, 투덜거리지 마.”

“아직 아무 말도 안 했어.”

“솔직히 여긴 그냥, 내 개인 방으로만 쓸 생각이었는데.”

“아아, 어쩐지. 뭔가 1인용 같은 느낌이 들긴 하더라.”



자, 그래서. 그래서다. 이제 여기서 무엇을 할 것인가.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


아지트를 만든 이유가 중요한 건 아니다. 이유는 그냥, 매번 방 잡아서 머물려고 하니까 돈이 많이 들어서 그런 거지 뭐.


중요한 것, 그건 지금 이 자리에 끌고 온 이 남자에 관한 것이다. 영희한테 괜히 소리쳤다가 팔 하나가 날아가 버린 바보 아저씨.



“우린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어.”

“어떤?”

“한쪽 계단은 그냥 우리의 일상으로 향하는 계단이고, 다른 쪽 계단은 지금 일어난 이 일에 더 깊이 관여하게 되는 계단일 거야.”

“으음.”

“일상의 계단을 오르고자 한다면, 이 남자는 그냥 누나에게 넘기거나 처리해버리고 탑을 오르면 그만이고, 다른 계단을 오르고자 한다면, 이 남자에게 더 깊이 캐물어 완전히 처리해야지. 그 끝이 단순히 영상을 만들어 팔던 조직이건, 스왐프이건.”



이 남자에 대한 처분을 어떻게 해야 좋을까. 그냥 죽일 생각이라면 그 자리에서 죽이고 왔어도 됐지만, 안타깝게도 이 남자는 그 조직에서도 꽤 높은 자리에 있던 사람이다.


당장은 현장에서 같이 붙잡힌 NE 덕분에 시끌시끌해서 잠깐 뒤로 밀렸을 테지만 그래봐야 하루 이틀 정도일 것이다.


파펀이나 허은이 우리를 찾아와서 이 남자를 넘기라고 할 것이고, 그러면 우리는 그냥 넘겨줄 것이다. 파펀이나 허은이 우리더러 도와달라고 하진 않을 테니까, 그냥 뒷일은 맡기면 될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엮인 상황에서, 이렇게까지 난리를 피운 상황에서, 그렇게 해도 되나? 설이의 복수도 포함된 것 아닌가?


이런 암적인 존재들을 처리해야 한다? 사회의 정의니 뭐니는, 솔직히 내가 건드릴 분야는 아니고 그럴 능력도 안 되니 그런 쪽으론 굳이 생각하지 않을 생각이다. 애초에 내가 가진 이 알량한 힘으로는 뭘 할 수가 없다. 철수라도 나올 수 있다면 모를 테지만 이 녀석은 탑에 갇혔으니까.


괜히 뭐 복수니 뭐니 하려고 했다가 잘못 잡히면 내가 죽는다. 설이에겐 미안하지만 그렇게까지 위험을 감수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아니지, 미안할 것도 없지. 생전 처음 보는 사이에 이 정도나 해줬으면 엄청 많이 해준 거잖아? 이상한 조직에서 벗어나게 해줘, 새 삶 살 수 있게 해줘, 가해자에게 복수할 기회도 줘, 힘도 줘.


물론, 설이가 그런 것들을 바랬을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와서 바라지 않았다고 우리에게 화를 내도 뭐, 우리가 할 수 있는 말은 ‘그럼 죽고 싶었어?’ 라는 말밖에 없다. 설이에겐 정말 그것 이외에는 남은 미래는 지금 이 미래뿐이었다.



“설이, 에게 묻고는 싶은데.”



정작 설이는 저 남자에 대한 무언가는 없는 모양이다. 너에 대해서 전혀 기억하지 못하더란 이야기를 들어도 ‘······그럴 것 같았어여······.’ 이 정도의 반응이었다.


엉엉 울다 잠든 것도 머리에서 계속 불에 타 죽었던 놈들의 모습이 떠나지 않는다며, 이런 거라면 이런 거라고 말이라도 해줬어야 했다며 울었던 거고.


하긴, 내가 보기에도 굉장히, 어어, 상당히, 어마어마하게 끔찍한 광경이었다. 과거의 슬픔과 고통은 이미 너무 오래되고 깊이 새겨져 그 이상 새삼스럽지도 않은 고통일 뿐이고, 설이에게 새롭고 아프게 다가오는 것은 오늘의 그 광경이었을지도 모르지.


나도, 뭐, 그닥 편한 마음은 아니었다. 사람이 죽는 걸 보는 거야 이 1층을 다니며 몇 번 마주쳤고, 나조차도 몇 번이나 죽을 뻔했으니까 낯선 듯 익숙했지만, 설이에게는 완전히 새로운 충격이었겠지.



“철수, 아니지. 영희 너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뭐야, 왜 나는 건너뛰어.”

“너 어차피 나 알아서 하라고 할 거잖아.”

“어떻게 알았지.”

“커흠흠! 그렇다면! 나! 이 영희!!! 선택해보겠습니다!”



여기서 더 깊이 빠져들 것인가, 다 내팽개치고 탑이나 마저 오를 것인가. 지금 바닥에 엎어져서 달달 떨고 있는 남자를 바라보며 영희가 짐짓 고민이 된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린다.


마음에 안 들면 한순간에 팔을 물 짠 걸레처럼 뒤틀어 버릴 수도 있는 거침없는 아이가 이제 와서 뭐 대단한 고민을 할 것 같지는 않다.


그냥 저 괘씸한 인간을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좋을까, 그것을 고민하고 있지 않을까?


그러고 보면 영희는 어지간해서는 직접적인 피해는 주지 않는 것처럼 보였는데, 그런 영희가 직접 손을 쓸 정도라면 영희에게 저 남자는 어떻게 보이고 있는 걸까?


그래그래, 심지어 영희는 설이더러 자꾸 눈에 밟힌다고 했었지. 영희는, 설이가 많이 신경이 쓰이는 거구나. 영희도 철수만큼 표현을 너무 안 해.



“솔직한 말로, 이 이상 파는 게 설이한테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잘 모르겠어. 마음 같아선 그냥 갈아버리고 싶긴 한데.”

“그런데 말이야. 결국 영상 만들던 놈들 머리는 아직도 멀쩡히 잘 살아있는 거지? 스왐프 쪽에서 그 머리는 회수해갔다, 이용 가치가 높다, 라고 판단한 건가?”

“그렇겠지. 영상을 찍는 기술이 전부 그 머리에게서 나왔다, 라고 한다면 당연한 일 같기는 해. 이 기회에 문제가 됐던 조직을 완전히 싹 갈아엎어서 새로 만들고, 그 김에 스왐프의, 느와르였던가? 그 사람이 자기 사람을 심어서 더 확실하게 자기 걸로 만들려는 계획일지도.”

“어라, 그렇다면 내가 그 느와르의 계획을 도와준 건가?”

“마냥 그렇지도 않아. 라오 덕분에 매스컴에서 이번 사건을 확 띄워주는 바람에, 단속이 강화됐거든. 뭐가 됐건, 당분간은 못 한다고 봐야지. 얼마나 오래 갈지는, 모르겠지만.”



당장에 내가 파펀을 데려오는 것도 길드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설이 사연 팔아서 사람 끌어모은 것들이다.


이렇게 슬픈 사연을 가진 아이가 있습니다! 가만히 있을 겁니까?! 뭣! 가만히 있을 수 없닷! 그렇게 후에 있을 길드에서의 질타를 감수하고 달려온 사람들이 그날 등장한 여러 탑험가들이다.


사연을 팔아서, 질타를 감수. 문제가 생기는 행위였다는 것이다. 이러나저러나, 그 영상에 대한 수요층은 여전히 건재하고, 그 수요층은 생각보다 큰 힘과 권력을 가진 모양이니까.



“으음, 다른 방법이 딱히 떠오르지 않네. 이 이상 시간이 지체되는 것도 싫고. 아, 딱 하나만. 저 남자한테서 딱 하나만 확실하게 알아낸 다음에, 그다음에 넘기자.”

“뭘 알아내려고?”

“아하하! 설이 팔아넘긴 애들~! 아! 처리한다거나, 그런 건 아니다? 그냥, 나중에 혹시라도 방해되지 않게 미리미리 조치를 취해둘 생각이야!”

“감시를 붙여두자?”

“그렇지! 나중에 우리 설이가 잘 나가는 거 보면서 ‘내가 네 부모다!!’ 이러고 나타나는 것도 짜증 나잖아?”

“그렇긴 해. 그래. 그럼 결정 났지? 이 남자는 길드에 넘긴다. 우리는 다시 탑을 오른다.”

“그래.”

“쯧, 그래. 일단 그렇게 하자. 나도, 뭐, 딱히 더 괜찮은 방법이 떠오르진 않네.”



그냥, 오늘의 이 일이. 지금 일어나는 이 모든 일이, 스왐프 그놈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치길 기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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