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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님의 서재입니다.

영혼 주식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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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창업
작품등록일 :
2020.05.11 10:24
최근연재일 :
2020.08.13 18:27
연재수 :
1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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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92
추천수 :
719
글자수 :
567,238

작성
20.05.17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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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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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0쪽

영혼의 재활용 (4)

DUMMY

“새로운 변종 영혼이세요? 큭큭.”


민구가 장난쳤다.

그들은 지금껏 만난 영혼들이 아니었다.

달라도 너무 달랐다.


“이거 하난 분명해.”

“캡슐병동이랑은 상관없어.”

“오, 민구 너도 꽤 하네?”

“소울펀드 직원들이야. 낮에 본 정장차림 그대로거든.”

“그래?”

“지금쯤은 자야 정상인데.”

“꿈꾸는 영혼끼리의 동창회일까?”

“모르지. 수익은 짭짤하게 올리더라.”

“그렇단 말이지.”


대한의 머릿속이 분주해졌다.

일하는 영혼들.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그들한테 다가갔다.

보통 영혼보다도 농도가 짙었다.


‘어디?’


반응을 보기로 했다.

작업을 방해하기로 했다.

엉뚱한 글자를 타이핑했다.

마우스를 꽉 쥐고 놓지 않았다.

영혼들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마우스를 놓을 때까지 기다렸다.

묵묵히 키보드로 수정했다.

그들은 너무 이상했다.

벽에도 부딪치지 않았다.

최소한의 동선으로 움직였다.

누군가의 명령을 받는 것일까?

아니면, 영혼 스스로의 의지일까?


“역시.”

“해결했어?”

“낮에 하던 작업을 반복하고 있어.”

“뭘 위해서?”

“내 가설을 들어볼래?”

“진짜 영혼이 변종된 거야?”

“이 영혼들은 자다가 튀어나왔어.”

“에이, 야.”

“틀림없어.”

“뭣 때문에, 돈 벌려고?”

“책임감이 강한 영혼들 아닐까?”

“주식도 밤엔 쉬어, 대한아.”

“그런가?”

“오전장과 오후장만 있지.”

“다시 할 필요가 없겠구나.”

“정말 이상한 게 뭔지 알아?”

“뭔데?”

“우릴 전혀 눈치 못 챈다는 거야.”

“무슨 뜻이야?”

“꼭 다른 세계에···.”

“이게 뭐지?!”


대한이 서류 한 장을 낚아챘다.

뇌리에 뭔가 스쳐지나갔다.


“민구야, 오늘이 며칠이지?”

“5월 20일. 왜?”


이제야 수수께끼가 풀렸다.

민구가 답답증을 느꼈다.


“야, 그만 나가자.”

“봐! 서류 날짜가 5월21일이야!”

“그게 어때서. 어랏?”


툭.

쨍그랑!

민구가 뒤로 물러섰다.

실수로 테이블을 건드렸다.

머그잔이 떨어져 박살이 났다.

영혼들이 하던 일을 멈췄다.

일제히 민구를 응시했다.

느닷없는 정적.

대한과 민구가 얼어붙었다.


“아무래도 꿈에서 깨려나본데?”

“빨리 여기서 나가자.”


30명의 펀드매니저 영혼들.

주위를 에워싸면서 다가오고 있었다.

섬뜩함을 느낀 두 사람.

입구가 막혀버렸다.

점점 다가왔다.

포위망이 좁아졌다.

그들을 만지면 어떻게 될까?

한 뼘 정도 거리에 그들이 있었다.

순간!

정전이 됐다.

펜 라이트를 이리저리 비쳐봤다.

영혼들이 마네킹처럼 멈췄다.

그러다가 나타나곤 사라지길 반복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같았다.

술래가 못 본 틈에 다가가는 게임.

쿵쿵쿵.

점점 그들에게 다가왔다.


“뭐해요? 빨리 뛰어와요!”


입구에 조선이 서있었다.

전등스위치에 손을 댄 채였다.


“당장 나와요, 당장!”


두 사람이 잽싸게 조선한테 걸어갔다.

영혼들 틈새를 간신히 빠져나왔다.

겨우 조선의 코앞까지 다가갔다.

조선이 둘을 데리고 도망쳤다.

스르르 문이 닫혔다.

아슬아슬하게.

탈출했다.

복도.


“대체 이게!”


조선이 허리에 손을 대고 외쳤다.

대한은 아니지만 민구는 떨었다.


“누가 날 좀 설득시켜볼래요?”

“참 정보 빠르시네.”

“이 오밤중에 뭐하고 있죠?”

“내가 오자고 했으니까 얜 보냅시다.”

“죄송합니다, 사장님.”

“죄송할 거 없어.”


쩔쩔대는 민구를 대신했다.


“위대한 씨, 뭐가 이렇게 당당해요?”

“이유야 있죠.”

“여긴 왜 왔어요?”

“그냥 사고나 치려고.”

“당신들은 회사규정도 몰라요?”

“벌은 달게 받겠습니다.”

“이번엔 그냥 못 넘어가요.”

“이 친구는 빼주십시오.”

“정직처분은 각오하세요.”

“나만 하라고. 정직!”

“하나든 둘이든, 지금 그게 문제에요?”


대한이 화를 누그러트렸다.


“저도 사장님한테 열 받았습니다.”

“나한테? 대한 씨가?”

“회사규정의 으뜸이 뭐죠?”

“나한테 묻는 거예요, 지금?”

“영혼을 방해하지 마라.”

“그걸 아는 사람이 이러셨나요?”

“내일 업무가 걱정돼서 오셨습니까?”

“네!”


조선이 황급히 입을 닫았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내일 업무가 걱정돼서 오셨냐고요.”

“무슨 얘긴지 전.”


민구가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


“내일 업무라는 게 뭐야?”

“예습이야.”

“예습?”

“저 안에 있는 영혼들은 내일을 살아.”

“내일을 산다고? 미쳤냐?”

“영혼이니까.”

“영혼이니까 내일을 산다고?”

“내일 주가를 미리 예측하는 거야.”

“주가를 미리 안다?”

“그래.”

“맙소사. 그럼 매입과 매수시기를.”

“절대 안 지는 싸움이지.”


조선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


“좋아요. 그 부분은 인정할게요.”

“영혼이 주인? 훗.”

“왜 날 비난하는 기분이 들죠?”

“펀드매니저 영혼들을 이용했잖습니까.”

“이용이요?!”


쾅쾅.

대한이 문을 두드렸다.


“이게 노예생활이랑 뭐가 달라!”

“그렇게 믿는 거예요?”

“내가 이런 회사에 여태 다닌 거야? 회사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겠다고?! 그래? 말 좀 해봐!”

“대한 씨가 놓친 게 있어요.”

“뭡니까, 그게!”

“회장님도 유혹 당하신 거요.”


돈은 쉽고도 골 때리는 문제였다.

증권수익이 얼마나 되길래?

이게 말이 되는 소린가?

펀드매니저들이 회장을 유혹하다니.


“그러니까 뭐랬더라. 또 자유의지다?”

“그들이 그걸! 원했어요.”

“과학적으로! 말이 되냐고.”

“비과학적이면! 어쩔 건데요!”

“잘하면 확 할퀴겠네?”

“으으.”


둘은 당장이라도 싸울 기세였다.

민구가 머릴 긁적이며 자리를 떴다.


“에, 사장님? 저는 먼저.”

“부서가 어디고 이름은 뭐죠?”

“피트니스센터고, 김민구입니다.”

“기억해두겠어요.”

“네, 전 회사생활에 아주 만족합니다.”

“알았으니까 가보세요.”

“좀 더 있어.”

“난 대가리를 하도 굴려서 자야 돼.”


민구가 복도를 걸어갔다.

조선이 뒤돌아보다가 바로 응시했다.


“자, 이제 솔직해져 봐요.”

“뭘 솔직하란 겁니까.”

“원하는 걸 말해요.”

“알죠? 내가 어떤지.”

“어떤데요?”

“남 일에 감 놔라 배 놔라 안 하는 거.”

“어련하실까.”

“근데 이런 속사정을 알아버렸습니다.”

“그래서요?”

“영혼까지 착취하는 악덕기업엔 더 다니고 싶지 않네요.”

“악덕기업?!”

“홈페이지에 댓글이라도 달고 싶네.”

“아주 찌라시를 뿌리시죠?”

“그것도 좋은 생각이고.”

“추리는 잘하는데 지혜롭진 않군요.”

“어떻게 훈련시켰습니까? 캡슐로?”

“훈련시키지 않았어요.”

“날 설득해 봐요.”


대한이 팔짱을 꼈다.

조선이 가까이 다가왔다.

라일락향이 진하게 풍겼다.

그녀가 숨을 들이쉬었다 내쉬었다.


“지금부터 회사기밀을 말씀드릴게요.”

“하십시오.”

“비밀은 반드시 지키세요.”

“그러죠.”

“이 회사 수입처는 셋이에요. 캡슐병동대여료, 연구실 특허권, 소울펀드 수익.”

“그래서요?”

“최고들만 스카우트했어요.”

“펀드매니저도 경쟁이 심하지 않나?”

“엄청난 스트레스죠. 그러다가.”


상상해봤다.

수억을 전화 한차례로 거래하는 쾌감.

최고들 중의 최고라는 유명세.

자신은 꿈도 못 꿀 연봉.

이 주식회사의 기둥.

명예욕의 끝판왕.

어느 날 아침.


“수익이 나지 않았어요.”

“그럴 때도 있는 거지.”

“인간의 욕심엔 끝이 없죠.”

“그럼 매니저들이 회장을 유혹했다?”

“맞아요. 제안이긴 했지만.”

“연봉도 올렸겠군.”

“자존심도 한몫했을 거고요.”

“잠잘 때 영혼만 고생시키면 되니까?”

“네, 맞아요.”

“미치겠네. 그게 사실이라고?”

“유명한 펀드매니저가 되니까요.”


설득되는 얘기였다.

인간의 욕심이란 끝이 없었다.

인간이 자기 영혼을 소중하게 여길까?

아니, 영혼의 존재를 믿기나 할까?


“이젠 캡슐 얘길 합시다.”

“30명분을 수정했죠.”

“직원숙소 캡슐을?”

“네. 탯줄이 느슨해지도록.”

“그게 가능한 겁니까?”

“다른 캡슐에선 전자기장이 나와요.”

“신의 돌처럼?”

“네. 탯줄을 팽팽하게 해주죠.”

“그걸 반대로 했다?”

“정확해요.”

“지금 내 영혼은 안전한 겁니까?”

“대한 씨.”


대한이 조선의 코앞으로 다가섰다.

사무실의 불이 꺼졌다.

정전된 암흑세상.

캄캄했다.


“물어봅시다.”


대한이 펜 라이트로 중간을 비췄다.


“왜 당신을 아는 느낌이 들죠?”

“뭐. 워낙 예쁘고 흔해서?”

“아니야. 뭔가가 있어.”

“너무 가까이 오지 말래요?”

“왜요. 설렙니까?”

“제가 좀 캄캄해서··· 어지러운데.”

“캄캄해서 어지럽다니.”

“아무튼요. 엘리베이터까지만 좀.”


조선이 몸을 떨며 부탁했다.

둘은 어깨동무하며 어둠을 몰아냈다.

함께 엘리베이터까지 걸어갔다.

움직임 감지등 밑.

비로소 전등이 켜졌다.

엘리베이터 앞의 두 사람.

어깨동무만 했는데도 가슴이 뛰었다.

조선과 대한이 떨어졌다.

서로 헛기침을 주고받았다.


“이제 오해는 풀리신 거죠?”

“네. 너무 설쳤습니다, 제가.”

“아무튼 오해는 풀리셨으니까.”

“징계는 없애주십시오.”

“생각해보구요.”

“사장님, 부탁입니다.”

“정말 뻔뻔한 건 아세요?”

“난 똥 밟은 느낌입니다.”

“왜요?”


작가의말

행운이 가득하시길 빕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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