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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주식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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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창업
작품등록일 :
2020.05.11 10:24
최근연재일 :
2020.08.13 18:27
연재수 :
132 회
조회수 :
17,712
추천수 :
719
글자수 :
567,238

작성
20.05.13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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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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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10쪽

운명거역자 (5)

DUMMY

“매달 와줘서 고마우셨답니다.”

“흑. 오라버니.”

“울지 말랍니다. 여기서 잘 지낸다고.”

“오빠가 어디 계세요?”

“제 곁이요. 부인의 등을 만지네요.”

“사깁니다!”

“닥쳐요!”


여인의 눈에 불꽃이 일었다.

대한은 중간에서 열심히 통역했다.


“꽃은 이제 그만 사오시랍니다.”

“무슨 꽃이죠?”

“프리지어 67송이.”

“이거 아주 계획적이구먼.”

“오빠한테 용서를 구할 게 있어요.”

“아신답니다.”

“네?!”

“회장님 성격이 급하시네요.”

“그것도 맞아요.”

“38년 전에 큰돈을 훔치셨죠?”

“네. 올케 수술비를.”

“용서하신답니다.”

“아아, 오빠! 오빠.”

“죄책감 갖지 마라. 널 용서했다.”

“흑흑. 아, 죄송해요.”

“슬퍼하지 말랍니다.”

“또 뭐래요?”

“회장님이 꼭 말하고 싶으셨답니다.”

“뭘요?”

“회사를 잘 경영해줘서 고맙다.”

“오빠를 직접 볼 순 없나요?”


여동생을 꼭 껴안는 강 회장의 영혼.

한없이 자애로운 표정이었다.


“지금 부인을 껴안고 계십니다.”

“오빠가요? 날?”

“눈을 감아보십시오.”

“그럼 느껴지나요?”

“부인의 영혼은 느낄 수도 있죠.”


부인이 눈을 감았다.

이를 지켜보던 직원이 외쳤다.


“저놈 말은 한마디도 믿지 마십시오!”


부인이 눈을 떴다.

눈가가 촉촉이 젖어있었다.


“38년 전에 한 도둑질을 용서받다니.”

“이제 주실 건 주시죠.”

“자, 내 다이아 가져가요.”

“사모님, 뒷조사를 했을 겁니다.”

“어떻게요.”

“인터뷰를 많이 하셨잖습니까.”

“인터뷰?”

“술김에 지인한테 털어놨을지도.”

“아니에요.”

“기억을 사람을 배신합니다.”

“난 멀쩡해.”

“사모님, 저놈 얘기 중엔 특별할 게 없습니다. 일기장은, 금고에 보관하십니까?”

“일기장이요?!”

“사기꾼은 사람 마음을 조종합니다.”

“사기꾼?”

“저희도 영혼의 존재는 믿습니다만.”


직원이 여인을 설득해갔다.


“영매가 사기인 건 아시잖습니까.”

“저기. 난 영매가 아니라.”

“영혼은 있지만 영매는 없습니다.”

“난 대화가 가능해요. 진짜.”

“이제 판단을 내리십시오, 사모님.”


혼란에 빠진 여인이 물어왔다.


“정말인가요? 당신이 사기꾼이에요?”


여인의 목소리가 간절해졌다.

대한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하나.

갈 때까지 가본다.

둘.

사기꾼으로 종친다.

하나를 택하면 유명해질 것이다.

회사에선 잘릴 것 같다.

둘을 택하면 큰돈은 물 건너간다.

회사에 다닐 순 있을 것이다.

선택은 그래서 쉬웠다.


“죄송합니다, 부인.”


대한이 고개를 숙였다.

여인의 눈빛이 번쩍였다.

냅다 대한의 따귀를 갈겼다.


“당장 꺼져요.”


대한이 조용히 면회실을 나왔다.

강 회장도 사라졌다.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엘리베이터까지 겨우 걸어왔다.

빼빼와 뚱뚱이가 그의 앞을 막아섰다.


“네가 위대한이냐?”

“어휴. 소문이 여긴 5G보다 빠르네요.”

“사기꾼을 입사시키다니.”

“관리팀에서 오신 겁니까?”

“운명거역자라고 까부는 놈.”

“해고도 안 당할 줄 알았겠지?”

“일을 좀 벌이긴 했죠.”

“사직서 쓸 시간은 주마.”

“시말서로 대신하는 게 어떨까요?”


빼빼가 면회실로 들어갔다.

대한과 뚱뚱이는 엘리베이터로 갔다.


"우린 시말서 따위는 안 써.”

“전 쓰고 싶은데요.”

“바로 해고야.”

“아쉽네.”


잠시 후.

빼빼가 엘리베이터로 달려왔다.

셋이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어떻게 됐어?”

“그럭저럭. 고소하진 않겠대.”

“그래?”

“대신 이놈을 쫓아내겠다고 했지.”

“보호자랑 영혼을 연결하면 왜 안 되죠? 괜찮은 생각 같은데.”

“얼마나 귀찮아질지 생각해봤냐?”

“캡슐병동은 무덤 같아야 해.”

“넌 정말 영혼과 대화가 가능하냐?”

“운명거역자니까요.”

“우린 영혼을 볼 수만 있어.”

“단 한분만 대화가 가능하셨지.”

“그럼 제가 두 번째?”

“그래. 그렇다고 안 내쫓길까?”

“그 단 한분이 누굽니까?”

“기대치 전무님이시다.”


퇴사는 면했으니 다행인가?


“앞으로는 눈에 띄지 마.”

“두 분처럼 말이군요.”

“관리팀은 회사의 혈액 같은 곳이다.”

“말과 행동을 조심해, 쪼다야.”


앞으론 귀찮은 일이 많을 것 같았다.

띵!

3층 복도.

셋이 관리팀사무실로 걸어갔다.

사무실은 꽤 넓었다.

길쭉하게 늘어선 책상들.

부서명 아래에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총무과>, <캡슐병동 관리과>, <소울펀드 관리과>, <편의시설 관리과>등등.

직원 수만 50명은 넘어보였다.

<실내수영장 관리과>.

세 명의 남녀가 일을 하고 있었다.

30대 여성이 그들을 맞았다.

빼빼와 뚱뚱이와 대한.


“어서 와요. 캡슐병동에 있었다고요?”

“네, 안 팀장님.”

“이 친구 싹수가 노랗습니다.”

“전무님 분부시니까 인간으로 좀 만들어주십시오.”

“볼일 다 끝나셨으면 가시죠?”

“어허, 이 자식이.”

“또 까분다.”

“전무님께 감사하다고 전해주세요.”

“예, 그럼.”


그들이 쪼르르 걸어갔다.

전무님 똘마니들인가 보군.

대한이 공손하게 고갤 숙였다.


“위대한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반가워요. 난 안희정 팀장이에요.”


주위를 둘러봤다.

이곳에도 영혼들이 출몰했다.

직원 뒤에 붙어서 졸졸 쫓아다녔다.


“앉아요.”


안 팀장이 의자를 내주며 말했다.


“운명거역자라고 하던데 맞나요?”

“팀장님도 그러십니까?”

“아뇨. 난 입사시험을 치른 민간인.”

“운명거역자가 더 있습니까?”

“제법 많아요.”

“실내수영장 관리는?”

“그냥 평범한 업무에요. 걱정 마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조 대표님도 그러길 바라시겠죠.”

“제가 낙하산이라도 괜찮은 건가요?”

“기대가 크세요. 잘해봅시다.”


친절한 상사다.

겨우 한 시름을 놨다.


“하나만 더 묻죠.”

“얼마든지요.”

“운명거역자는 다 영혼을 보나요?”

“물론이죠.”

“이곳 병원에서 데려오고요?”

“네.”

“여기도 떠도는 영혼들이 많습니다.”

“으으! 말해 뭐해요.”

“소름은 안 끼치세요?”


그녀가 사원증과 카드키를 건넸다.


“볼 수 없으니까 사는 거죠.”

“아, 네.”

“대신 페이가 많잖아. 안 그래요?”


정말 이상한 직장이다.

돈이면 다 해결되는 건가?

사실 세상은 그렇게도 돌아간다.

아니, 원래 그렇게 돌아간다.


“인턴이라고 생각하고 근무해요.”

“네.”

“운명거역자한테 어울리진 않겠지만.”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은연중에 본심이 나오고 말았다.


“아니, 열심히 배우겠단 뜻입니다.”

“엑셀이나 워드는 가능하죠?”

“얼마든지요.”


뻥이다.

워드는 겨우 하는 정도.

엑셀은 까막눈이다.

남는 게 시간이니 배우면 된다.

시간이나 때울 겸 벌떡 일어섰다.


“실내수영장부터 다녀오겠습니다.”

“벌써부터?”

“제가 워낙 현장체질이라서.”

“패기가 넘치는데? 조 대리? 부탁해.”


조 대리가 부루퉁한 얼굴로 일어났다.


“따라와요.”


안 팀장한테 깊숙이 목례했다.

직진하는 조 대리를 쫓아다녔다.

띵.

지하2층.

실내수영장.

열 명쯤 있었다.

영혼은 안 보였다.

대회를 열 정도로 넓었다.

조 대리는 휴대폰폐인이었다.

오는 내내 5G폰을 놓지 않았다.

폐인들의 공통점은 예민한 신경이다.


“자, 다 왔어요.”

“그럼 뭐부터?”

“나 신상 검색 끝나가니까 기다려요.”

“지금 입으신 옷도 멋지십니다.”

“뭐라고요?”

“너무 소녀 같으십니다.”


아, 말도 안 된다.

자신한테 아부가 소질이 있나보다.


“할 일은 수질과 청소관리.”

“바쁘시겠군요.”

“아네. 물어볼 거 빨리 물어봐.”

“손님은 이게 단가요?”

“외부 손님은 안 받고. 직원은 무료.”

“무료요?”

“모든 시설이 무료.”

“예?!”

“앗, 어떤 년이 채갔네.”

“손님한테는?”

“직원한테만 개방이라니까?”

“소울펀드 손님들은요?”

“거래만 하고 가지.”

“회사 수입원은?”

“말귀를 못 알아먹네.”

“죄송합니다.”

“외부인한테 개방된 곳은 1층이 다야.”

“왜 직원들한테만 시설을 개방하죠?”

“우린 이 회사 인질이니까.”

“밖을 못 나가니까요?”

“힘내서 일해라지. 끝.”

“직원 수는 몇 명이나 되죠?”


조 대리가 비로소 얼굴을 들었다.

짜증이 얼굴에 가득했다.


“대리님. 전 초짜잖습니까.”

“귀찮은 게 들어왔네.”

“잘 해보고 싶어서 그럽니다.”

“한번만 말해. 잘 들어.”

“네.”

“소울펀드 30명, 시설내부 100명. 관리팀까지 추가해서 50명, 13층 간부 3명. 그쪽까지 추가하면 184명. 만족했어?”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회사라는 말이 무색했다.

직원들한테 이렇게까지 투자를 해?

평생직장.

이젠 사라져버린 옛말.

꿈속에서나 다닐법한 곳이다.

그때였다.


“사람 살려!”


어디선가 외침이 들렸다.

수영장 한가운데서 꼴깍대는 남자.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다.

다시 올라왔다.

시간이 없어 보였다.

절박함이 그대로 느껴졌다.


“인명구조원! 라이프가드!”


대한이 외쳤다.


“무슨 일이지?”


휴대폰폐인이 고개를 들었다.


“안 보입니까?”

“뭐가?”

“저 사람. 보여요?”

“어머, 보여. 누가 빠졌잖아?”


인명구조원은 자리에 없었다.

우연일까?

또 다른 운명의 손짓?


작가의말

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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