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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주식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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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창업
작품등록일 :
2020.05.11 10:24
최근연재일 :
2020.08.13 18:27
연재수 :
132 회
조회수 :
17,700
추천수 :
719
글자수 :
567,238

작성
20.05.15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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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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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0쪽

운명거역자 (8)

DUMMY

작은 재떨이까지 건넸다.

곰돌이 푸를 닮은 직원이었다.


“라이터도 없으시죠?”

“주시면 저야.”

“흡연은 꼭 숙소에서만 하십시오.”

“당연히 그래야죠.”

“혹시 금연의 지름길을 아십니까?”


담뱃갑을 뜯는데 생뚱맞게 말했다.


“희망을 가지면 됩니다.”

“희망?! 아아. 끊을 수 있다는?”

“아뇨. 담배는 나한테 아무런 해도 못 끼친다. 왜냐? 나한테 아무것도 아니니까.”

“음. 정말 그렇게 생각합니까?”

“덕분에 난 끊었죠.”

“아, 이렇게도 적용되겠네.”


대한이 생각에 잠겨 미소 지었다.


“운명은 나한테 해를 못 끼친다.”

“해?!”

“나한테는 아무것도 아니니까.”

“그럴 수도 있겠군요.”

“얘기 즐거웠습니다.”


온 김에 오락시설도 둘러봤다.

북적이는 볼링장과 당구장.

사람도 영혼도 있었다.

짬뽕천국이었다.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대한이 얼른 한 모금 빨았다.

은은하게 순한 누룽지 맛이 났다.


“스읍. 후우우우우.”

“위이잉.”


빌트 인 공기청정기가 작동했다.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껐다.

건조대에 빨래를 널었다.

노트북을 켜고 적기 시작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왜 영혼들은 여기 머무를까?

>왜 직원들을 가둬놓을까?

>난 특별한 사람일까?

>내가 새로운 주인.


이 될까? 까지 쓰고 삭제시켰다.

조선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간절하고 따스한 울림.


“영혼을 함부로 대하면 안 돼요.”


잠이 올 것 같지 않았지만.

수면제를 또 처방받기는 싫었다.

이렇게 영혼과 인간 사이에서 살자.

누구도 무시하지 않도록 애쓰자.

이번 기회만큼은 놓치지 말자.

꼭 술친구도 만들자.

조선과 친해지자.

실적을 올리자.

그렇게.

한 달이 흘렀다.

대한은 정신없이 보냈다.

혼자 남아 엑셀을 마스터했다.

매일 수영장 수질검사를 실시했다.

소독약품 잔고를 정리했다.

작년 서류를 재검토했다.

청소직원들과 만났다.

조 대리한테도.

안 팀장한테도 칭찬을 들었다.

업무는 오전9시부터 저녁5시까지.

조선한테서 연락은 없었다.

깊은 인간관계는 피했다.

영혼들과는 목례만 주고받았다.

강 회장이 미리 약을 친 덕분이었다.

영혼들끼리도 위계질서가 있었다.

강 회장이 우두머리였다.

덕분에 많은 정보를 캐냈다.

대한에겐 행운과도 같은 인연.

하지만, 삶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했어요.”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내일 봐, 대한 씨.”


컴퓨터를 끄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성큼성큼 사무실을 나섰다.

늦은 오후.

예상치 못한 순간.

빼빼와 뚱뚱이가 앞을 막아섰다.


“야, 위대한이.”

“그리워서 미치는 줄 알았다.”

“훗. 뭡니까?”

“웃어? 이게 실성을 했나.”

“난 선생들하고 볼일이 없는데.”

“나불대는 건 여전하군.”

“그냥 삥 뜯으시죠.”

“놀고 있네.”

“잡아!”


그들이 대한을 꽉 붙들었다.

엘리베이터로 질질 끌려갔다.

왜들 이러지?

왜 난 이렇게 인기가 많지?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빼빼가 13층을 누르자 문이 닫혔다.


“최소한 끌려가는 이유는 압시다.”

“하여튼 웃기는 놈이야.”

“이번엔 어딜 가는 겁니까?”

“가보면 알아.”

“가서 말조심해.”

“참! 회장님과 골프 약속이 있었는데.”

“그렇게만 까불어. 혼쭐날 테니까.”

“팔은 쫌 놓으시죠?”

“명령하는 거냐?”

“내가 무슨 정신병자도 아니고.”

“재대로 아네.”

“최대한 잘 모셔오라는 분부셨다.”

“아, 그래요?”


띵.

엘리베이터가 열렸다.

13층 복도로 나오는 셋.

대한을 끌고 가는 빼빼와 뚱뚱이.

바닥은 대리석으로 빛났다.

전무이사실로 끌려갔다.

팔짱을 풀고 비서실로.

여비서가 일어났다.


“위대한 씨 되시나요?”

“네. 최대한 빨리 왔습니다.”

“두 분은 돌아가세요.”


빼빼와 뚱뚱이가 밖으로 나갔다.

여비서가 노크했다.

안으로 들어갔다.

열린 문으로 목소리가 들렸다.


“전무님, 위대한 씨가 오셨습니다.”

“그래? 들어오시라고 해.”


비서가 나와서 공손히 들여보냈다.

전무실 안.

거대한 책상에 파묻혀 있던 곰.

180센티미터의 사내가 걸어왔다.

손을 내밀었다.


“반갑습니다. 기대치요.”

“전무님이십니까?”

“그렇소.”

“제가 위대한인 것도 아시고요?”

“알지. 왜?”

“아닙니다. 앉아야 되겠죠?”


기대치가 혼란스러운 눈치였다.

얼굴도 조각상 같았다.

<기대치 전무이사>라는 명패.

스킨향이 거슬렸지만.

대통령과 찍은 사진은 더 거슬렸다.

가죽소파에 둘이 마주앉았다.


“초대를 받아줘서 고맙군.”

“천만에요. 덕분에 편안히 왔습니다.”

“차 좀 드시려나? 뭘로.”

“아닙니다. 그보다 무슨 일로 부르셨는지 모르겠네요.”

“회사에 잘 적응중인지 궁금했소.”

“아. 그러셨군요.”

“입사한 지 한 달쯤 되나?”

“전무님은 얼마나 되셨습니까.”

“나? 하핫. 창립멤버니까 7년째군.”

“꽤 오래 버티셨네요.”


대한이 딴죽을 걸었다.

기대치는 표정변화가 없었다.

솔직히 이런 인간들은 밥맛이었다.

사람을 많이 상대해본 능구렁이였다.


“가족은 어떻게 되시나.”

“고아죠. 게시판에 안 붙었던가요?”

“말을 재밌게 하는 친구로구먼.”

“전무님과는 안 맞는 성격일 겁니다.”

“벌써 내 성격부터 파악한 건가?”

“내려다보시죠, 쭉.”

“그래도 일은 누구보다 잘 처리하지.”

“그러실 것 같습니다.”

“칭찬이요? 아부요?”

“칭찬은 안 하고 아부도 안 합니다.”

“하핫!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하지.”

“그거 좋죠.”

“조선 대표이사와는 무슨 관계지?”

“관계라니요?”

“여기 입사하기 전, 두 사람의 관계.”

“그게 궁금하십니까?”

“선이가. 아, 선이라고 한 건 실수요.”

“두 분이 친하셨습니까?”

“친하셨다? 왜 과거형을.”

“저한테 물어보시니까요.”

“대답해주겠소?”

“한번 알아맞혀 보시죠.”


기대치가 다리를 꼬았다.

무서울 것 없는 대한을 꼬나봤다.


“이봐, 위대한 씨.”

“네, 기대치 전무님.”

“자네 장난이 지나쳐.”


그걸 알아채다니 똑똑한데?


“대표님은 여기서 처음 만났습니다.”

“설마.”

“저도 궁금합니다. 눈에 익거든요.”

“눈에 익다?”

“전생의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상상력이 뛰어나군.”

“감사합니다. 이젠 끝입니까?”

“왜, 나랑 있기 거북한가?”

“원하시던 대답은 했습니다만.”

“그렇다면 이상한데.”

“뭐가 말이죠?”

“선이가 자넬 데려오느라고 기를 썼거든. 운명거역자를 입사시킬 확률은 5분의 1정도? 그걸 밀어붙였어. 물론 대외비야.”

“입에 지퍼를 채우겠습니다.”

“좋아. 그런 태도로만 날 대하면 돼.”


대한의 장난기가 발동했다.


“뭐, 이럴 순 있겠는데요.”

“뭐지?”

“사장님께서 절 짝사랑하시는 겁니다.”

“후훗.”

“왜 매사를 부정적으로만 보십니까. 여자와 남자 사이 아닌가요? 이런 감정이 높으신 분들이라고 없겠습니까?”

“어처구니가 없어.”

“어처구니가 없는 질문부터 하셨죠.”


대화가 위험수위를 넘고 있었다.

대한은 윗사람 알레르기였다.

감히 조선 씨한테 말을 놔?

이건 레슬링 한판거리였다.


“제가 사장님과 잘될 수도 있습니다.”

“그걸 꿈꾸나?”

“운명이 가는 대로만 따를 뿐이죠.”

“정말 자네와 선이가 잘된다면 내가 진심으로 축하해주지.”

“감사히 받겠습니다.”

“자네, 정신감정은 받아봤나?”

“아마 블랙리스트엔 올라가 있을 겁니다. 상상력이 뛰어나면 대개 미친놈 취급부터 하니까요.”

“보면 볼수록 문제가 많군.”

“전무님이야 그러시겠죠.”

“왜 그쪽이 날 놀리는 것 같을까.”


놀리는 게 아니다.

엿 먹이는 거다.


“저 역시 세상물정이 어떤지 압니다.”

“그런데도 이래?”

“사람이라서 화가 났었습니다.”

“뭐가.”

“전무님 수하들이 개똥취급 했거든요.”

“난 잘 모셔오라고만 했어.”

“사과하시는 겁니까?”

“내 사과를 받고 싶은가?”

“다신 절 끌고 오지 마십시오.”

“자네가 진짜 능력자라면 사과하겠네.”

“또 그 얘긴가요?”


지긋지긋한 관절염보다 더 하다.


“특별한 능력이 추가된 걸로 아는데.”

“대화하는 능력까지가 답니다.”

“그럴 리가.”

“영혼을 만진다. 그게 물리적으로 되겠습니까? 턱도 없는 헛소문이죠.”

“아냐. 네 말이 거짓이야.”

“진짜 없습니다. 맹세합니다.”

“그래?!”


놈이 쫄면서 속았다.

뻥카 한번 제대로 날려보자.


“있으면요? 그걸로 뭘 하겠습니까.”

“많은 걸 할 수 있지.”

“영혼이랑 고스톱이라도 치나요?”

“영혼들의 고통을 함께 느낄 수 있어.”

“안아주는 게 그렇게··· 큰!”

“이제야 감이 오나?”

“네. 영혼을 치료할 수도 있겠고.”

“겨우 치료?! 다 없애버릴 수 있어! 전부 내 밑에! 다 무릎 꿇릴 수 있단 말이야.”


대한이 벌떡 일어섰다.

기대치가 멀뚱멀뚱 쳐다봤다.


“실은 거짓말을 했습니다.”

“뭐, 뭐야?!”

“있습니다, 그 능력. 저한테.”

“이, 이, 이게!”

“저도 회사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회사 규칙을 명심해. 발설금지야!”

“네. 토씨 하나까지 대외비로 하죠.”

“좋아. 당장 나가!”

“안녕히 계십시오, 전무님.”


기대치가 뒤늦게 수습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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