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풍경
희미하게 미소 지은 혜수가 피를 토해내며 쓰러졌다.
"혜수야!"
호수가 손을 벌벌 떨며 혜수의 머리를 자신의 허벅지에 올린 채 눈을 마주했다. 호수의 눈에선 눈물이 뚝뚝 떨어져 내렸으며 그 눈물은 혜수의 볼을 적셨다.
"어.. 어떻게 해야 되는거야.. 흐윽.."
관통상으로 인해 피가 줄줄 새어 나오는 혜수의 배를 애써 눌러 막은 호수가 흐느꼈다.
"미안해 정말.. 다 나 때문이야 내가 나서지만 않았어도.."
"아니야 쿨럭.. 그렇게 생각 하지마 그저 내가 처한 현실이 잔혹했을 뿐이지 네 잘못이 절대 아니야, 쿨럭.."
혜수의 호흡이 서서히 옅어져 갔다.
대체 왜 자신에게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하고 '호수'가 하늘을 탓해 보지만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너에겐 왠지 모를 끌림이 느껴져서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싶었는데.."
-툭..
힘겹게 손을 들어 올린 채 '호수'의 눈물을 닦아주던 '혜수'의 손이 힘없이 떨어져 내렸다.
"혜수야!? 정신 차려봐 혜수야아~! 아.. 안 돼!.. 흐윽.. 흑흑.."
숨이 멎은 혜수를 품에 꼭 안은 '호수'가 오열했다.
"이놈들 이게 대체 무슨 짓이냐!"
"그..그게, 우린 그저 역적의 자식을 잡으러 왔을 뿐입니다."
'이윤회'가 든 칼이 자신의 목을 향하자 우두머리가 잔뜩 긴장 한 채 대답했다.
"아무리 역적의 자식이라 해도 고작 여자아이 한 명 인데 성인 남자가 패거리로 모여 이게 할 짓 이더냐!?"
"저..저년 가문을 이송하던 임무를 맡던 저희 형님께서 저년 애비와 관련 된 무사들에게 죽임을 당했습니다 해서.."
"그렇다 해도 어찌 저 어린 여자아이 하나에.. 하아.."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풍경이 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던 '이윤회'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썩 꺼지거라."
'이윤회'가 빼앗은 검을 휙 던졌다.
"저희는 저년의 시체를 가져.."
상황 파악을 못 한 우두머리가 개소리하자 '이윤회'가 한마리 맹수와도 같이 표정을 매섭게 일그러뜨리며 그를 노려봤다. 이를 본 우두머리는 잔뜩 겁을 먹은 채 말끝을 흐리며 줄행랑쳤고 검객들도 그 뒤를 따라 도망쳤다.
호수와 연지 그리고 모든 아이들은 세상이 떠나갈 듯 슬퍼하며 울었다. 자신이 조금만 이성적으로 대처했다면 적어도 '혜수'가 죽지 않았을 거라 생각 한 '호수'는 스스로에 대한 원망 때문이었을까 '울음을 멈출 줄 몰랐다.
"다 죽여버리겠어."
그렇게 울고 또 울던 '호수'가 '혜수'를 바닥에 살포시 내려놓은 채 벌떡 일어서 쌍도끼를 꺼내 들었다. 보고 있던 '이윤회'는 살기 가득한 그의 눈빛에 놀라며 막아섰다.
"비키십시오!"
"호수야.. 네가 그런다고 저 아이가 살아 돌아오는 게 아니잖느냐.."
"그딴 건 상관없습니다! 그러니 놈들을 죽여 혜수의 한을 풀어 줄 것입니다."
"정녕 그게 저 아이가 원하는 것이라 생각하느냐? 만약 죽은 저 아이가 복수를 원한다 쳐도 그럼 남은 네 두 여동생은 어찌 되든 상관없단 말이냐?"
"젠장.. 크흑.."
호수의 손에 들려 있던 쌍 도끼가 힘없이 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호수'가 고개 숙인 채 흐느꼈다 그를 품에 안은 '이윤회'는 그의 등을 다독여 주었다.
이후 혜수의 시신을 품에 안은 '이윤회'가 아이들과 함께 관청에 들어섰다. 다음 날 혜수의 장례가 치러졌으며 남은 아이들은 호랑이 한 마리를 통째로 넘긴 '이윤회'의 부탁과 함께 최대 한 좋은 조건에서 보살핌받을 것을 고을 관리에게 약속받았다.
다음 날 홀로 '혜수'의 무덤을 찾은 '호수'는 무덤 위에 선물 하려 산 머리 핀을 꽂은 뒤 나중에 또 오겠다는 인사를 남기곤 돌아섰다.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