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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님 방송켜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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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검은먹
작품등록일 :
2019.07.22 11:43
최근연재일 :
2019.09.06 05:51
연재수 :
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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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5,741
추천수 :
7,208
글자수 :
243,672

작성
19.09.05 20:19
조회
1,533
추천
58
글자
11쪽

대마계님 게이트 열리신다

DUMMY

“진짜, 1년 전에는 어떻게 되나 싶었어요.”

“그때야 엄청 혼란스러웠지.”


2년까지 기다릴 것도 없이 당장 세상이 멸망할 분위기였다.

모든 사람들이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는 비상식량을 사들이고, 현찰 만능주의로 뱅크런이 줄지어 일어나고, 심지어는 각종 테러와 범죄가 빗발치기도 했다.

여기저기서 일어나는 종말론. 횡행하는 사이비종교.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진정시킨 것이.


“아이러니하게도 스승님이 해결했지.”


이 모든 것의 원흉. 용사였다.

용사는 지난 1년간 자신이 가진 노하우와 비전을 아낌없이 풀었다. 그로 인해 일어난 것은 인류의 전체적인 수준 증가. 겨우 1년. 겨우 1년만에 이제는 중학생도 놀지만 않았다면 맨손으로 멧돼지와 싸워 이길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정작 그 용사는 1개월 전 마지막 방송을 기점으로 더 이상 모습을 비추고 있지 않았지만.


“대충 노하우는 다 풀었으니 이제는 마왕을 죽일 방법을 연구해보겠다고 사라지시다니, 정말 스승님답네요.”

“어떤 점이?”

“막나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계산적인 점이요.”

“그렇겠지. 그나저나 슬슬 준비해라. 올 시간이다.”


머리 위에서 들려오는 헬기의 프로펠러 돌아가는 소리에 김서진과 송현우가 몸을 긴장시켰다. 그리고 허공에서 표홀히 낙하하는 인형.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아니, 우리도 수련이 방금 막 끝난 참이었어.”

“맞아요. 누나.”


이 1년 동안 괄목적인 성장을 거둔 것은 그들뿐만이 아니다. 둘은 용사의 영상을 보면서 수련을 거듭했지만, 진짜 용사의 직계 제자는 1대1 교습을 받았다. 그리고 그 결과는 놀라운 발전.

작금의 첸은 김서진과 송현우를 동시에 상대할 수 있을 만큼 강해져 있었다.


“시작하죠.”


창을 들어 올려 이쪽을 겨누는 첸의 모습에 김서진과 송현우가 마나를 끌어올렸다.


콰아아앙-!!!



*

“천계와의 단말 복구에 완전히 성공했습니다.”

“대마계 전용으로 마족과 마기를 봉인하는 술식도 연구가 거의 끝나갑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조금만 더 부탁드리겠습니다.”


대신전에서 보고를 받으며 성녀가 눈을 감았다.


-노력하는구나. 딸아.

“할 수 있는 준비는 전부 해두고 싶습니다.”

-준비도 없이 맞이할 수 있을 정도로 어설픈 것들은 아니니, 네 행동은 옳다. 허나······.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


“용사님은 지금도 대마계에서 홀로 외로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 노고는 장난으로 넘길만한 것이 아닙니다. 제가 아무리 힘들다고 한들, 용사님의 노고만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딸아. 현실을 직시해라. 그 놈이 어디 그렇게 힘들어할만한 놈이더냐? 네가 콩깍지가 단단히 씌었을 뿐이지, 그 놈은 2년이고 4년이고 혼자서 잘 먹고 잘 살······.

“이 사태를 만든 원흉인 아버지께서 하실 말씀은 아닙니다.”


성녀의 일침에 라가 침묵했다.


“괜찮습니다. 신성력도 있고, 무리할 일은 없습니다. 마왕을 조금 더 약화시키는 방법을 찾아내는 걸로 충분합니다. 이제 그 분의 등에 과중한 짐을 지어주고 싶지 않습니다.”


주먹을 꽉 쥔 성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왕의 가장 위협적인 무기는 그 특성. ‘탐식’. 그렇다면 그걸 봉쇄할 방법을 찾으면 된다.


“마왕에게도 먹히는 정화제. 그 개발이 멀지 않았습니다.”



*

-어쨌든 대충 그런 상황이에요. 듣고 있으세요? 용사님!

“어. 듣고 있어. 잠깐 고기 탈 것 같아서 뒤집느라.”


세이렌 1에게서 스마트폰으로 보고를 받으며 마법으로 전기를 발생시켜 스마트폰을 충전했다. 서서히 차오르는 배터리.

이래서 마법 없이는 못 산다니까.


“쉽지 않을 텐데. 마기는 어디까지나 2차 매개라서 권능이 약하게 깃들었지만, 본체가 가지고 있는 건 신성의 영역이라서.”


마왕. 몇 번 정찰을 겸해서 찔러보긴 했는데 진짜 어마어마하게 강하다. 나한테 몇 번을 맞았는데도 피해가 전혀 없는 모습. 제대로 싸우면 다소의 피해는 줄 수 있을 것 같긴 하지만, 그렇게 되면 몸을 빼기가 힘드니까 논외로 치고.


-수련은 잘 되어 가세요?

“아니, 전혀.”


다음 단계로 가는 실마리를 붙잡고는 있는데 너무 미약하다. 애당초 이 실마리를 붙잡은 게 방송 시작하기도 전 이야기니까. 사실상 답보 상태라고 해야겠지.


“괜찮아. 여차하면 다른 인간계로 게이트 한 번 더 열어서 마왕 잡을 때까지 튀지. 뭐. 설마 그 많은 차원중에 저거 잡을 차원이 없겠냐?”

-폭탄 돌리기 한다는 말을 태연하게 하시네요.


차원을 잡아먹을 때마다 마왕이 강해진다는 문제점이 있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사소한 문제다. 아마도.


“어쨌든 1년 내로는 무슨 수를 내보든지 할 테니까 그쪽은 그쪽대로 잘 해봐. 무슨 일 있으면 말하고.”

-알겠어요.


통신을 끊고서 구워놓은 고기를 전부 먹어치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왕을 상대할 방법이 안 보인다고 해서 놀고 있을 수만도 없다. 내 다음 경지가 정말 있는지도 모르겠고, 있다고 해도 내가 도달한다는 확신은 없지만.

그렇다고 마감기한이 다가오는데 팔자좋게 늘어져있을 수만도 없는 노릇이지.


“그럼 다시 한 번 해볼까?”


몸을 풀면서 중얼거리자 내 앞에 나와 똑같은 모습을 한 환각이 소환되었다.

라이렐의 신성을 받은 뒤로 사용할 수 있게 된 능력. 이미지 훈련에는 딱이지.

어디 보자. 어제는 몇 번 죽었지?


“322번이었나?”


오늘은 400번 죽어봐야겠군.



*

-그 날이 다가왔습니다.


TV에 떠있는 대문짝만한 카운트다운을 확인하면서 군인이 마지막으로 총열을 확인했다.


“하필이면 왜 꼭 내가 제대하기 전에 이 지랄이 나가지고.”

“김 뱀. 어차피 제대해도 다시 끌려왔을 거 아냐? 예비군도 연공법 못 배운 사람들은 죄다 총 들려주고 앞에 내세우고 있다고 하더라.”

“옘병. 그거랑 이거랑 같냐? 그 치들은 후방이나 전방이고, 우리는 최전방인데.”


병장 동기의 말을 받아치면서 김 병장이 곁눈질로 카운트다운을 확인했다. 남은 시간 10분. 10분이 지나면.

게이트가 열린다.


“차라리 한 곳에만 열리면 좋을 텐데.”


용사는 게이트가 전 세계에서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다발적으로 열릴 것이라고 예고했다. 한국에서도 어디가 게이트의 사정권에 들어갈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렇기에 지금 한국군 전원은 전투대기 중이고, 한 시간 뒤면 한국 전체가 전쟁터가 될 예정인 것이다.


“긴장 늦추지 마라. 이번만 잘 버티면 된다! 다들 2년동안 빡세게 굴렀잖아!”


지휘관이 앞장서서 여기저기 독려하러 다니는 것을 확인하고 김 병장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렇게 말해도, 정작 눈 좋은 김 병장의 눈에는 떨리는 지휘관의 손이 보였으니까.

1분. 2분. 3분. 적막 속에서 시간이 흘러간다. 식은땀에 미끄러워지는 손. 그리고 10분이 되었을 때.


와지지직!


“기, 김 뱀.”

“······시발. 저게 뭐야?”


하늘이 부서졌다.

부서졌다. 그렇게밖에 표현할 말이 없다. 푸른 하늘의 경계에 검은 색의 금이 가 있었다. 한없이 멀리서도 보일 정도로 어마어마한 크기의 균열. 그리고 그 속에서 뛰쳐나오는.

마물들.


“저딴 거랑 싸워야 한다고······?”


멍하니 위를 올려다보는 순간 귀청을 때리는 고함.


“이동!”


다급하게 소리치는 지휘관. 그와 동시에 병력들이 전부 육공트럭에 올라탔다. 기다릴 새도 없이 빠르게 출발하는 트럭.


예정된 균열. 이미 대부분의 시민들은 피난을 마친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두르지 않을 수는 없다. 놈들을 방치하면 방치할수록 재산피해가 늘어나니까.


“재수 옴붙었네.”

“김 병장님, 거 부정적인 소리 좀 하지 마시지 말입니다. 애들 불안해서 살겠습니까?”

“원래 좆같을 때는 좆같다 말을 해야 ‘아, 내가 진짜 좆됐구나’하는 걸 아는 거야. 알겠냐?”


실없이 농담을 던지던 김 병장이 문득 몸을 굳혔다. 그리고.


“엎드려!”


콰아아아앙-!!!


김 병장의 목소리와 함께, 트럭의 윗면이 터져나갔다.

옆으로 튕겨나가며 병력들을 내뱉는 트럭. 급작스러운 공격에 당황하면서도 허공에 떨궈진 병력들이 자세를 잡아 착지했다.


“이거 예전같았으면 다 뒈졌겠습니다.”

“트럭이 들이받히는 순간 다 대가리 깨져 죽었겠지. 운전병은?”

“마나프로텍터 전개 확인했습니다!”

“새끼. 이럴 때는 귀신같이 빨라.”


이를 악물고 총구를 들어 올린 김 병장이 트럭을 습격한 마수를 향해 총을 격발했다.


투두두두두둑!


키아아아아악!


“총알이 박히긴 하는 겁니까!”

“그럼 네가 대검 들고 저새끼 대가리 회치던가!”


멧돼지를 닮은 마수가 표피에서 피를 흘리면서 돌진해오는 것을 확인하고서 김 병장이 대검을 뽑아들었다. 유의미한 타격이 있긴 하지만 소총 가지고는 안 된다. 탄약을 몇발 쏴야 저 마수를 죽일 수 있을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그렇다면.

직접 베어내는 수밖에 없다.


“사격 중지!”


순식간에 멎는 총알의 비를 확인하고 병사 서넛이 동시에 대검을 뽑아들었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전열을 흩트리려 고개를 쳐드는 마수.


“저지부대! 막아!”

“으아악!”


비명을 내지르면서 덩치가 커다란 병사 둘이 동시에 마수의 옆구리를 들이받았다. 그럼에도 넘어지지 않고 휘청이게 하는 것이 전부. 하지만 그 짧은 순간으로 충분했다.

이미 하늘 위로 도약한 대검병들이 마수의 위에 올라타고 있었으니까!


키이이이잉!


대검의 겉면을 타고 짙푸른 색의 마나가 흐르기 시작했다. 대검병들의 병과 지원 최소 요건. 마나를 두를 수 있을 것.

즉. 총알이 꿰뚫지 못한 표피라도.


콰드드득!


대검병이라면, 얼마든지 뚫을 수 있다는 소리다.


쿠이이이익······.


단말마를 내지르며 마수가 죽어가는 것을 확인하고 대검병들이 흐르는 땀을 닦았다.


“중대장님. 차가 박살났으니 저기까지 뛰어가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본 중대장은 너희들의 무공과 열정에 감탄했다!”

“뛰라는 소리구만. 알겠습니다.”


군소리 없이 마수의 목에서 대검을 뽑아낸 김병장이 검을 휘둘러 쳐내 피를 제거하고 납검하는 순간.


“그럴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중대장님!”

“뭐라고?”

“저 위를 보시지 말입니다!”


윤 일병의 말에 모두가 눈을 위로 올렸다. 그리고 보았다.

강림하는 용을.


콰과과과과과-!!!


“저거 어디서 본 적 있는데.”

“저도 본 적 있습니다. 저거, ‘그 사람’ 기술입니다.”

“그 사람?”

“예. 용사 제자 있지 않습니까?”

“아. 그렇네.”


하늘에서 어마어마한 속도로 지면에 내리꽂히는 전격의 용을 확인하면서 김병장이 뛰려던 자세를 멈추었다.


“저게 김서진 기술이었던가?”

“그렇습니다. 김서진 기술입니다.”

“그렇다는 건······.”

“말할 필요도 없지 말입니다.”


윤 일병이 뽑아놓은 자신의 대검을 집어넣으면서 말했다.


“우린 이제 여기서 할 일 없습니다.”


작가의말

엔딩까지 앞으로 두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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