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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님 방송켜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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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검은먹
작품등록일 :
2019.07.22 11:43
최근연재일 :
2019.09.06 05:51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265,737
추천수 :
7,208
글자수 :
243,672

작성
19.08.31 16:47
조회
2,128
추천
69
글자
11쪽

용사님 진실 파헤치신다

DUMMY

*

결국 대결은 내 승리로 돌아갔다.


“운이 좋았지.”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까운 법이죠!”


콱!


“항복! 우어어어억! 항보오옥!”


헛소리를 지껄이는 세이렌 1의 머리통을 쥐어박고선 생각에 잠겼다.

정령계도 결과적으로 합치기로 결정했다. 이제 정령계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지. 신성도 양도받았고, 정령왕들이 뭔가를 하려고 해도 별달리 할 수 있는 것도 없을 것이다.

이제 다음 수순은.


“용의 대지지?”

“깜짝이야. 언제 와 있었습니까?”

“방금 전에. 다음에 어디로 갈지 생각하고 있었던 거 맞지?”

“예. 대충 맞습니다. 그보다 좀 떨어져요. 부담스럽게 생겨가지곤.”

“예쁘다는 소리?”

“허.”


내가 코웃음을 치며 거울을 들이밀자 릴이 호다닥 뒤로 물러섰다.


“내게 즉사치트를 쓰다니 너, 어쩔 셈이냐!”

“거울만 봐도 365일 재밌게 사셔서 좋겠네요. 어쨌든 용의 대지로 가야 하는데.”

“왜, 뭔가 문제라도 생겼어?”

“생겼다면 생겼죠. 세이크리드랑 연락이 안 됩니다.”


용의 대지가 칠대 금역으로 불리는 이유는 단 하나다. 드래곤을 대동하지 않고 갈 경우 용의 대지 전역을 두르고 있는 결계에게 맹렬한 습격을 받기 때문이지.

그렇기에 세이크리드의 협조는 어지간하면 필수인데, 정작 세이크리드가 모습을 감추었다.


레어가 있던 자리로 가보아도 온데간데없고, 남아 있는 것은 터 뿐. 아마 내게 레어가 부서진 김에 자리를 옮긴 것 같은데.


“아무리 봐도 용사님이 문제입니다.”

“반성하고 있어요.”

“정말입니까?”

“좀 더 깔끔하게 줘패서 후환을 놔두지 않았어야 했는데.”

“역시 용사님이 문제입니다.”


농담이니까 제발 그렇게 싸늘한 눈빛으로 보지 마십쇼. 예?


어쨌든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세이크리드가 어디로 갔는지가 문제지.

이럴 때 역시 가장 좋은 건.


“세이크리드랑 친한 사람한테 물어보죠.”




*

-모른다.

“너 세이크리드랑 친하잖아. 들은 거 아무것도 없어?

-누가 들으면 네가 세이크리드를 내게 맡겨놓은 줄 알겠군.

“틀린 말은 아니긴 하지.”

-대가리에 총 맞았나?


말이 너무 심하네.


-세이크리드와는 그냥 단순히 마학을 함께 연구하는 사이일 뿐이다. 특출나게 친하고 말고 할 것도 없지.

“아싸 두 명이서 뭉쳐서 뭔가 하면 그게 친구지. 뭘.”

-내가 최근에 마력으로 네트워크 망에 간섭해서 악플로 도배하는 마법을 만들었는데, 첫 실험대상이 정해졌군.

“미안.”


빠르게 사과하고 나서 마탑주에게 재차 물었다.


“그래도 뭔가 들은 게 있을 거 아냐? 그 녀석 성격상 아무 단서도 안 주고 훌쩍 떠나진 않았을 것 같은데.”

-그렇긴 하지. 연구하다가 흘리듯 말한 게 있기는 하다. 단지 너무 허황된 이야기라.

“뭔데? 일단 말해봐.”

-요즘 마계에 흥미가 간다고 하더군.


뭐요? 마계?


-간다면 그쪽이 가장 유력한 후보가 아닐까 싶다. 그럼 나는 바쁘니 이만 끊도록 하지.


통화가 끊긴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얼굴을 굳혔다. 이 시국에 갑자기 마계라고? 수상한 냄새가 풀풀 풍기는데.


“그냥 용의 대지를 먼저 점거하는 건 어떠십니까?”

“아뇨. 원래는 세이크리드가 없으면 무력 돌파할까 생각하고 있긴 했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중요한 게 있으니까요.”


느낌이 쎄하다. 마치 목덜미를 개구리가 선명하게 핥고 있는 듯한 감각이지. 이런 감각은 일곱 살 때 슬라임으로 딱지치기 하다가 죽을 뻔할 때나 느낀 것이다.


“지금 이걸 놓치면 아마 200배정도 위험해져서 돌아올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옛날부터 감은 좋았으니까. 우리 용사님.”

“생존의 비결이죠. 어쨌든 지금은 마계로 가봐야겠는데.”


마계로 간다면 이 많은 사람 전부를 데리고 갈 수는 없다. 일단 세이렌들은 마계로 가자마자 마기에 침식당하기 시작할 것이고, 항마력이 부족한 권왕도 다소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 첸과 서우주는 말할 필요도 없고.

지키려면 지킬 수 있겠지만 굳이 그런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겠지. 인원 감축이 필요하다.


“이번 마계행에는 성녀님하고 저, 라이렐만 갑니다. 알겠습니까?”

“나는 왜 빼?”

“신성력 쓸 수 있어요?”


릴에게 물으니 릴이 손끝에 작게 신성력을 피워 올렸다. 저걸 보니까 새삼스럽게 라가 역겨운데.


“······뭐, 좋아요. 그러면 릴도 같이 가는 걸로.”


대충 인원 선정을 끝내고 난 후에 집중해서 마나를 검에 끌어 모았다. 마계의 벽은 다른 곳보다 두텁다. 잘못해서 차원의 미아가 되지 않으려면 조심해야지.


“자, 갑시다.”


카드드드득!


차원벽을 부숴내고 마계로 진입하는 게이트를 열었다. 게이트 너머에서 물씬 풍겨오는 진한 마기.

먼저 마기를 차단할 수 있는 성녀와 라이렐이 앞장서서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나를 붙잡고 밀어대는 릴.

마지막으로 내가 몸을 넣고 게이트를 닫는 순간.


콰아아아아-!!!


우리는, 마계에 도착해있었다.



*

“마계에 와보는 건 오랜만이네!”

“여전히 을씨년스럽긴 하네요.”


전신을 쿡쿡 찔러오는 마기에 인상을 쓰면서도 성검에서 신성을 뽑아내 온몸에 둘렀다. 이런 곳에서 오래 살아남으려면 일단 정신력이 남아나지 않을 것 같은데.


“자, 세이크리드가 미쳤다고 여기를 그냥 왔을 리는 없을 테고, 뭔가 목적이 있어서 왔을 텐데.”


단순히 나한테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다시는 들키지 않겠다고 이런 곳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거라면 용의 대지에 돌아갔으면 그만이니. 즉 마계에서만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그런 거라면 정해져있지.


“마기에 대한 연구.”


마계에서 할 수 있는 무언가라고 하면 그것밖에 없다. 이쪽에는 남아있는 마족도, 마수도 없다. 황폐화된 죽음의 대지. 그렇기에 마기에 대해 연구하기엔 오히려 최적의 환경이라고 봐야겠지.

그렇다면, 이 마계에서 세이크리드는 어디에 있을까?

답은 정해져있지.


“마왕성으로 가죠.”


밟은 진각이 살의를 띈 마기를 몰아낸다. 목을 옭아매는 저주. 아쉽게도 여기선 방송은 키기 힘들 것 같다.

뭐, 전파가 통해야 말이지. 마나를 통해 끌어오는 것도 한계가 있다.


그러면 전이 마법을······.


“상당히 늦었군. 금방 찾아올 줄 알았건만.”

“뭣.”


콰아아아아아-!!!


마법을 급히 캔슬하고 성검을 뽑아 올려쳤다. 그 순간 반으로 뚝 잘려서 사라지는 거대한 공격.


“······혹시 자살 희망자인가?”


여기서 그 얼굴을 보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말이야.

내 물음에 후드를 쓴 인형이 조용히 후드를 벗어던졌다. 그리고 그 안에서 드러나는 얼굴.


“용-하.”

“현실에는 왜 차단기능이 없는지 모르겠네.”


내 손에 죽어간 마왕이 여성이라면 딱 이런 모습일까. 고혹적인 모습을 한 마왕 딸내미, 닉네임 무명검사가 그곳에 있었다.


“인사치레에 너무 과민반응 하지 말라. 놀라지도 않았음을 모르진 않는다.”


아니, 네가 여기 있는 시점에서 충분히 놀랐는데.


“기다리고 있었다. 세이크리드라는 용과 함께 말이야.”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니, 정말 자살 희망자였냐?”

“글쎄. 내가 그대에게 해가 되었으면 되었지, 이로울 일은······ 응?”

“죽여 달라고?”

“혀가 꼬였다. 에뛟뛟. 가나다라마바사. 내가 그대에게 이로웠으면 이로웠지 해가 될 일은 없을 테니 조용히 따라오기나 하라.”


뽈뽈거리면서 공중에서 내려오는 무명검사를 실눈으로 바라보았다.


“네게 적의가 없다는 걸 어떻게 믿지?”

“하아. 정말 내가 비장의 패를 꺼내들게 만들 건가?”

“뭔 패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까봐. 그걸 보고 판단하지.”

“좋다.”


놈의 심유한 눈빛이 나를 슥 쓸고 지나갔다. 잠시 기다렸다가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는 놈.

그리고, 놈의 손이 현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보아라.”


[용사TV채널]


“이것이 나의 전력이다.”


[채널에 1만 달러를 후원하셨습니다!]


이건······.


“사심이 없군. 좋아. 믿어보도록 하지.”

“말이 빨라서 좋군. 역시 아버지가 탈모빔을 쏜 남자 다워.”

“풍성충이라 아쉽게 됐구만?”

“아하하. 내기해도 좋다. 5년내로 그대의 머리는 죄다 빠질 것이다.”


악수하는 나와 무명검사를 바라보면서 릴이 괴상한 표정을 지었다.


“또라이 둘이 만나니까 이렇게 혼파망일 수가 없네.”

“같은 취급 좀 하지 말아줄래?”

“어떻게 내가 대머리랑 같은 취급을 받을 수 있단 말인가?”


누가 대머리라고?


“내가 대머리인지는 잘 모르겠고, 널 대머리로 만들어줄 수는 있다.”

“······흠흠.”


딴청을 피우는 무명검사를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빨리 안내나 해. 세이크리드가 있는 곳으로.”




*

“어, 용사. 오랜만이군.”


마왕성에 도착하자마자 여기저기를 서성이면서 뭔가를 하고 있는 세이크리드가 눈에 띄었다.


“뭐하냐?”

“뭐하긴, 마기 집속 마법진을 설치중이다.”

“그러니까 그게 뭘 위한 발판인데?”

“그건 내가 부서진 레어에 있을 때의 일이었다.”


그대로 냅두면 한 1시간 떠들 것 같으니 일단 끊고서 팔짱을 꼈다.


“먼저 이야기하기 편한 곳으로 자리를 옮기지. 마기 소거한 곳, 있냐?”

“숙녀의 침실을 들춰보려 하다니, 제정신인가?”

“요즘은 만 살 먹은 여자도 숙녀로 치나보······.”

“안 들린다. 용사.”


재빠르게 귀마개를 한 세이크리드의 머리통을 때리고선 이야기를 나눌 곳으로 앞장세웠다. 마기 배척 마법진 안에 들어서자 한결 나아지는 기분.


“그래서, 뭐하러 여기에서 마왕의 후계랑 엘더 드래곤이 합작하고 있지?”

“엘더라고 하니까 늙어보이는 군. 그냥 드래곤이라고 하면 안 되나?”

“에인션트. 고대의. 엄청나게 늙은. 장로격의, 원로 드래곤이 합작하고 있지?”

“······.”

“간단하다. 그대를 돕기 위함이지.”


침울해진 세이크리드를 대신해 무명검사가 입을 열었다. 나를 돕기 위함이라고?


“지금쯤이면 그대도 대충 알았겠지? 약 2년 반 뒤에 저쪽 세계에서 대마계로 가는 게이트가 열린다는 것을.”

“게이트에 관한 건 대충. 근데 대마계라고?”

“그렇다. 말 그대로 대마계지. 우리 마계와는 차원이 다른 전력을 보유한, ‘진짜’ 마계다.”


그 말은 여기 마계가 대마계의 열화판이라는 것처럼 들리는데.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안다. 어째서 내가 그대를 돕느냐, 그런 표정이군.”

“그런 일이 있었으니까. 의심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지 않을까?”

“나는 그대에게 원한이 없다. 그걸 밝히기 위해서는 먼저 나와 내 아버지가 누구였는지 밝힐 필요가 있겠군.”


잠시 숨을 돌린 무명검사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폭탄이 떨어졌다.


“대마계의 패잔병이다.”


작가의말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대충 몸살났다는 내용)

(대충 몸살 낫기도 전에 출근했다는 내용)

(대충 근무지에서라도 써서 올리려고 했는데, 사무실 컴퓨터가 맛이 가서 썼던 게 전부 날아갔다는 내용)

(지금은 완쾌되었다는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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