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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슬롯01 님의 서재입니다.

내 회귀는 너무 많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바난트
작품등록일 :
2024.04.04 18:56
최근연재일 :
2024.04.18 21:00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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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글자수 :
77,896

작성
24.04.1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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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제15화.

DUMMY

거듭 이어지는 웨이브 상황을 견디면서 우리들은 예배당 한가운데서 서로 등을 의지하며 눈앞의 몬스터를 상대했다.


“단죄의 일격!”


강우철은 ‘처형인의 검’으로 타락한 성기사를 비롯한 몇 마리의 몬스터를 일거에 참살했다.

보스 전을 위해 힘을 아낄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했는지 스킬까지 쓰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강우철이 전력을 다하니 그에 편승해 그 동료들 역시 끈질기게 싸워나갔다.

하지만 이미 두 차례나 웨이브를 막느라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모두 지친 상태였기에 그만 빈틈을 보이고 말았다.


“아악!”

“준열아!”


날아드는 공격을 방패로 쳐내던 한 명이 그만 허벅지에 칼을 맞은 것이다.

얼른 그를 안쪽으로 옮기는데 타락한 성기사 중 한 마리가 그 틈을 노리고 진형 안쪽으로 난입하며 검을 휘두르려 한다.

하지만!


“어림없거든!”


나는 상대하던 다른 몬스터를 빠르게 처리하면서 타락한 성기사를 향해 ‘파이어 볼트’를 날렸다.

강화되지 않은 공격이기에 고작 행동을 아주 잠깐 멈칫하는 게 전부였으나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하앗!”


기합과 함께 내지른 ‘망혼의 검’이 타락한 성기사 투구 위를 강타했다.

충격에 비틀거리는 타락한 성기사.

동시에 투구가 벗겨지면서 말라비틀어지고 흉측한 얼굴이 드러난다.

나는 몸을 빠르게 돌리면서 1중첩 강화 상태의 ‘중첩의 단검’을 노출된 얼굴 부분에 힘껏 꽂았다.


푸확!


단검의 칼날을 빼니 걸쭉한 피가 흘러내린다.

그런데 여기서 타락한 성기사가 새카맣게 물든 칼날을 휘둘러오는 게 아닌가.


“쳇.”


나는 그 공격을 피하면서 다시 오른손에 든 ‘망혼의 검’을 크게 휘둘러 타락한 성기사의 목을 쳤다.

그제야 타락한 성기사는 겨우 멈췄다.


“좋아, 이제 타락한 성기사는 전멸이다. 타락한 신관부터 정리해가자!”

“넷!”


이제야 겨우 고비를 넘긴 것 같네.

나는 태세를 정비하고 남은 몬스터를 정리하는 강우철 파티를 봤다.

만약 여기서 저들이 큰 피해를 봤다면 이번 공략은 중도에 실패로 끝났으리라.


“으으!”

“걷지 못할 정도인가?”

“죄, 죄송합니다. 제가 짐이 되어서···.”

“무슨 소리를. 일단 상처부터 치료하자.”


강우철은 이렇게 말하며 자신의 <아이템 박스>에서 진홍색 물약이 든 병을 꺼냈다.

그것은 D급 던전부터 희소하게 드랍되는 힐링 포션이다.

병 당 천만 원을 호가하는 물건답게 효과는 아주 끝내줘 잘려진 팔다리도 붙일 정도다.

누구보다 동료에 대한 애착심이 강한 강우철이니 이렇게 선뜻 저 비싼 것을 주저 없이 쓰는 것일 테지.


“여기서 잠시 휴식한다.”


혐오스러운 풍경이지만 지금은 그런 걸 따지며 휴식 장소를 고를 처지가 안 된다.

나 또한 지치기는 마찬가지다.

부족한 레벨을 압도적인 경험과 기량으로 메꿔 활약은 했지만 그만큼 스태미나 소모도 큰 것이다.


“이것 좀 마시지.”


잠시 앉아 쉬던 내게 강우철이 다가오더니 맥주 캔을 내밀었다.

던전에서 술이라니.

하지만 <아이템 박스>에 넣어 그 시원함을 온존한 맥주를 보니 그냥 참을 수가 없었다.


“후아! 살 것 같네.”

“던전에서 먹는 맥주만큼 맛난 것도 없지.”


던전에 들어와 많은 활약을 한 덕일까.

아직 내가 장담한 것이 하나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도 강우철의 태도가 꽤 호의적이다.

우리 둘은 아무 말 없이 캔 하나를 나란히 앉아 완전히 비웠다.

이윽고 강우철이 빈 캔을 손으로 주물럭거려 작은 공으로 만들며 내게 말을 건넸다.


“너, 나보고 동료가 되라고 했지.”

“그래. 물론 파티를 맺자는 것은 아니고 서로 필요한 시 이번처럼 협력하는 방식으로 가는 거지.”

“···그러지 말고 아예 나하고 같이 일을 하는 게 어때?”

“파티에 들어오란 얘기인가.”

“그것도 있지만, 앞으로 내가 구상하는 일에 끼어주겠다는 거야.”

“······.”


나는 강우철이 말하고자 하는 일을 이미 알고 있다.

자신처럼 헌터 협회를 따르지 않는 각성자들을 모아 자유롭게 용병처럼 보수를 받으며 던전과 야생 몬스터를 처리하는 집단을 만드는 일일 테지.

하지만 그 결과를 아는 나로선 이렇게밖에 말할 수 없다.


“의도는 좋지만 세간에 위험 분자로 보일지 몰라.”

“그런 시선 따위는 하나도 겁 안 나. 애초 목숨 걸고 싸우는 우리가 왜 그런 시선을 받아야 하는지 그거부터가 납득할 수 없어.”


각성자 우월주의.

향후 큰 분쟁의 씨앗이 될 사상의 편린이 이미 강우철에게 깃들어 있다.

사실 이 부분이 강우철을 미래의 조력자로 삼는데 망설이게 하는 부분이다.


‘과격파만큼 심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런 점 때문에 결국 정부로부터 위험하다고 판단되어 토벌 당하게 되니 말이야.’


강우철이 하려는 일이 내게 있어서 도움을 줄 수 있기에 하는 일을 막을 생각은 없다.

하지만 그가 각성자 우월주의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시킬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여기서 길이 둘로 갈리다니. 어느 쪽으로 가면 좋을 것 같나?”

“내 생각을 묻는다면 난 두 길 다 탐색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나는 휴식을 끝내고 공략을 재개하려는 상황에서 강우철이 의견을 묻기에 이렇게 답했다.

두 갈래로 나눠진 길.

이 끝에는 이곳 던전의 보스 룸인 성소가 있다.

성소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두 곳 길 끝에 있는 스위치를 작동해야 하기에 어느 쪽 하나만 고를 수 없는 것이다.

해서 미리 아는 걸 들키지 않는 선에서 강우철이 두 갈래 길 모두를 선택하게끔 조언한 것이다.


“그러면 인원을 둘로 나눠야 하겠군.”


현재 이곳에 진입한 인원은 나까지 일곱 명이다.

여기서 강우철은 자신과 반대편으로 갈 인원을 다음과 같이 선택했다.


“진수 자네가 여기 있는 성하와 진택이를 데리고 가. 그리고 너희 둘은 여기 이 친구 말에 잘 따르고.”

“아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우리보고 저 녀석의 말을 따르다니요.”


생각도 못한 결정에 유성하와 독고진택이 크게 반발했다.

나름 강우철을 따르며 파티의 2인자, 3인자를 자처하던 그들로선 외부인, 그것도 자신들보다 한참 경력도 낮은 날 따르라는 게 못마땅했던 것이다.


“이 친구가 지금껏 보여준 모습을 보고도 그런 말을 하다니. 이 친구 말이 내 말이라고 생각하고 따르도록 해.”


하지만 강우철은 이런 두 사람의 불만을 가볍게 무시했다.

아니 그나저나 내 뜻도 묻지 않고 이렇게 결정하다니.

안 그래도 날 달갑지 않게 여기던 저 두 명이 지금 보는 시선이 아주 살벌하잖아.


“괜찮겠지? 그쪽은 맡기겠다.”

“어휴! 할 수 없지.”


이제 와서 못 한다고 해봐야 소용도 없을 것 같고 그냥 할 수밖에.

나는 따가운 시선을 애써 외면하며 강우철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


나는 강우철의 뜻에 따라 두 사람을 데리고 왼편의 문 너머를 탐색하기로 했다.

통로의 길목마다 우리는 서너 마리 규모의 몬스터 집단과 만났다.

물론 이 정도는 앞서 처했던 웨이브 때의 싸움과 비교하면 큰 위협은 못 되었다.

다만 문제는···.


“······.”

“······.”


시종일관 침묵 속에 날 노려보는 두 남자의 시선 때문에 내 뒤통수가 따갑다.

마음에 안 든다고 노골적으로 적의를 내보이다니.

불쾌감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생각 같아서는 확 밟아버리고 싶네.’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아주 잠깐이지만 내 머릿속엔 두 사람과의 싸움이 그려졌다.

우선 캐스터 타입인 유성하를 빠르게 일격으로 제압하고 그 다음에 독고진택을 상대한다.

두 자루의 곡도를 꽤 자유자재로 다루는 것을 봐선 <쌍검사>쪽 특성이라 보이는데 그래봤자 ‘망혼의 검’을 든 날 이기긴 힘들지.

길어봤자 1분이면 상처 없이 둘을 잘근잘근 밟을 수 있을 터다.

하지만···.


‘참자, 참아.’


강우철과의 관계도 그렇게 지금은 던전 공략이 우선이지 않은가.

그러니 지금은 화를 삭이고 참고 넘어갈 수밖에 없다.

나는 마음을 가라앉히며 코너를 돌았다.

그러자 딱 눈에 보이는 몬스터 무리.


탓!


“죽어!”


안 그래도 짜증이 난 내게 있어 몬스터는 좋은 분풀이 대상이었다.


슈칵!


난입하여 정신없이 공격을 펼치던 중, 갑자기 뒤에서 위험이 느껴져 몸을 피했다.

방금 내가 있던 그 위치를 지나친 ‘라이트닝’을 그대로 타락한 신관에 명중했다.


‘지금 나 노린 거 아니지?’


왠지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은 기분 탓일까.

나는 미간을 구기고 뒤에 있는 유성하를 봤다.


“다시 한 번 라이트닝!”


하지만 이런 내 시선에도 불구하고 유성하는 모른 척하며 싸운다.

그리고 독고진택 역시 힐끔 날 한 번 보고는 몬스터를 베며 앞으로 나아갔다.

이렇듯 두 사람은 내 말은 일절 들으려 하지 않으면서도 싸울 때는 활약을 한다.


‘그게 더 얄밉단 말이야.’


이런 식으로 어찌어찌 무난하게 나아가 길의 중반부에 접어들었다.

여기엔 중간에 지나쳐야 하는 방이 하나 있었다.

이곳을 지키는 문지기는 일반적인 타락한 성기사보다 좀 더 강하다.


“원래라면 경고를 했겠지만··· 관두자.”


나도 내게 비협조적인 인간들을 위해 조언하고픈 마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이런 내 혼잣말을 못 들었는지 뒤에서 두 사람이 말한다.


“그쪽이 먼저 들어가지.”

“리더잖아.”

이럴 때만 리더 취급인가.

위험을 감수하게끔 만드는 두 사람의 행태가 가증스럽지만, 그냥 잠자코 문을 열었다.


(멈춰라. 이 너머는 성소이니 자격 없는 자들을 들일 수 없다.)


반대편 문을 향해 기도하는 여럿의 몬스터들과 다르게 문 앞을 지키는 한 명의 타락한 성기사.

지금껏 상대한 다른 이곳의 몬스터와 다르게 이성이 아직 남아 있는지 제대로 말을 전달해온다.

이러한 경고에 따른다면 싸움을 피할 수 있다. 하지만 그리 하면 이 너머로 나아갈 수 없지.

즉! 싫든 좋든 저 문지기를 쓰러뜨려야 한다.


“중첩 강화!”


나는 왼손에 ‘중첩의 단검’을 들고 다른 손엔 ‘파이어 볼트’를 만들어 중첩 효과를 더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거듭 중첩 효과를 부여한 결과, 4중첩을 성공시킬 수 있었다.


“가랏!”


이 공격이라면 죽이지는 못해도 상당한 피해를 줄 수 있으리라.

이리 믿어 의심치 않고 ‘파이어 볼트’를 날렸다.


콰아앙!


아직 전투태세에 들어가지 않은 타락한 성기사를 중심으로 큰 폭발이 일어났다.

그러자 묵묵히 기도하던 타락한 신자, 타락한 신관들이 적의를 보이며 몸을 일으켰다.

그 숫자는 모두 스무 마리나 되었다.


“우선 타락한 신자 순부터 정리해!”


나는 두 명에게 이렇게 지시하며 전투에 들어가려 했다.

그런데 갑자기 뒤에 있던 유성하와 독고진택이 날 지나쳐 앞으로 뛰쳐나가는 게 아닌가!


“여긴 댁에게 맡기지.”

“어디 잘 싸워 보라고.”


날 향해 이렇게 말하면서 앞을 막는 몬스터들을 뿌리치고 문으로 곧장 향했다.

이대로 날 여기에 버리고 자기들끼리 반대편 통로로 갈 속셈인 것이다.


“하, 하하!”


생각 못 한 뒤통수에 화보다 황당함부터 먼저 밀려든다.

이런 내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방금 내 공격을 맞은 타락한 성기사부터 방 안의 몬스터가 날 향해 온다.


"나중에 두고 보자!"


날 배신한 두 명에 대한 응징은 일단 차후에 생각하고 지금은 이 상황을 타개하는 게 먼저다.


작가의말

갑자기 일이 생겨 연재가 늦고 말았네요 ㅡ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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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제12화. 24.04.13 44 1 12쪽
11 제11화. 24.04.12 4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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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제9화. 24.04.10 53 1 11쪽
8 제8화. 24.04.09 55 1 12쪽
7 제7화. 24.04.08 62 1 12쪽
6 제6화. 24.04.07 58 1 12쪽
5 제5화. 24.04.06 67 1 11쪽
4 제4화. 24.04.05 85 3 11쪽
3 제3화. 24.04.04 92 4 12쪽
2 제2화. 24.04.04 104 4 12쪽
1 제1화. 24.04.04 139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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