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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슬롯01 님의 서재입니다.

내 회귀는 너무 많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바난트
작품등록일 :
2024.04.04 18:56
최근연재일 :
2024.04.18 21:00
연재수 :
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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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9
추천수 :
27
글자수 :
77,896

작성
24.04.04 19:00
조회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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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2쪽

제2화.

DUMMY

이제는 익숙하다 못해 지긋지긋한 원룸의 풍경.

늘 언제나 똑같던 시작 지점이다.

나는 잠시 눈을 감고 머릿속으로 이번 회차에 할 일을 정리했다.


‘이번 회차는 최대한 변수를 만들지 않고 플랜대로 이행한다.’


이를 위해서 가장 먼저 할 일은 바로 헌터 등록이었다.


화르륵.


집 밖으로 나와 대로로 나오니 길거리에서 드럼통 등에 불을 피우고 노숙 중인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버려져 방치된 자동차들이 노숙자들의 집 역할을 하고 있는 중이다.

던전 사태가 발생하면서 망가진 사회 인프라가 복구되지 못하고 졸지에 집을 잃은 사람들이 갈 곳 없어 이렇게 된 것이다.


‘이 겨울에만 지구 인류의 10%가 줄어들던가.’


그중 대부분은 몬스터에게 살해당한 게 아니라 얼어 죽거나 굶어 죽는다.

그만큼 가진 게 없는 자들에겐 비참한 겨울인 셈이다.


‘뭐 나도 거기서 예외는 아니지.’


사실 각성하기 전의 내 상황은 여기 거리에 내몰린 사람들과 비교해 사정이 낫다고 보기 힘들었다.

당장 지내던 원룸에서도 쫓겨날 처지였고 기댈 곳도 딱히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헌터가 되는 것을 포기했던 회차에서는 길거리에서 아사(餓死)한 적도 있지.


“헌터 등록을 하러 왔습니다.”


그나마 제한적으로나마 운행하는 지하철을 타고 헌터 등록을 받는 서울 시청에 도착했다.

이런 내 말에 공무원은 서류 몇 장을 내밀었다.


“서류 접수되었습니다. 그러면 현 시간부로 이진수 님은 F급 헌터로 활동하실 수 있으십니다.”


서류 절차만으로 난 F급 헌터가 되었다.

이미 수천 번도 더 해온 과정이니 감흥이 있을 리가.


‘S급까지는 금방일 텐데, 뭐.’


지금 시점에서 가장 높은 등급이 D급이던가?

솔직히 이 시점에서 D급까지 된 자들이라면 가벼이 볼 수 없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여태까지 살아남으면서 던전을 공략했으니 말이다.


‘훗날 헌터 업계를 좌지우지하는 자들도 바로 이들이지.’


하지만 그런 그들도 내 앞에선 명함도 못 내밀지.


“기본 교육과 전투 훈련 수강을 받으시려면···.”

“필요 없습니다.”


나는 갓 F급 헌터가 되면 받는 교육을 건너뛰었다.

이미 머릿속에 헌터로서 필요한 모든 정보가 입력되어 있는데 무엇 때문에 시간 낭비를 할까.


‘일단 첫 날이니 가볍게 던전 하나 돌아볼까.’


그저 단순히 던전을 공략하는 게 전부가 아니다.

내 특성인 <게이머>으로 얻을 수 있는 퀘스트 중엔 1레벨일 때 할 수 있는 퀘스트가 있거든.


***


‘던전’이라 불리는 이공간.

예고도 없이 돌연 출현한 던전은 겉으로 봤을 땐 푸른 반구 형태로 일정 지역을 잠식한 모습이다.

그러나 막상 안을 들어가 보면 현실과 전혀 동떨어진 다양한 환경이 펼쳐진다.


[던전: 거대 도마뱀 둥지]


-등급: F

-출현 몬스터: 거대 도마뱀 100마리, 거대 암컷 도마뱀 (BOSS).

-제한 인원: 3명.

-브레이크 타임: 118시간 30분.


가볍게 손바닥을 장벽 표면에 대는 것만으로 던전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헌터 등급이 F급부터 시작하는 이유는 바로 던전의 등급 역시 F급부터 있기 때문이다.

던전을 공략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시간 안에 던전 내부의 모든 몬스터를 제거하면 될 뿐!

만약 시간 안에 던전을 공략하지 못하면?

던전과 바깥세상 사이의 장벽이 사라지면서 내부의 몬스터가 세상 밖으로 풀려나게 되지.


스르륵.


나는 그대로 장벽을 넘어 안쪽으로 진입했다.

발목까지 물에 잠기는 지하 동굴.


“매번 시작은 항상 여기부터지.”


내가 굳이 첫 던전으로 ‘거대 도마뱀 둥지’를 고집하는 데는 그럴 이유가 있어서다.


[퀘스트: 신속한 첫 도전!]


-조건: 1시간 안에 단독으로 첫 던전을 공략해낼 것.

-보상: 민첩 능력치 +1, 노말 등급 보물 상자.


던전에 들어오면서 받은 퀘스트.

기존 각성자가 레벨 업 말고 능력치를 상승시킬 수 있는 수단은 극히 희소하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퀘스트 보상은 날 더욱 강하게 만들어주는 좋은 수단이다.

거기다 랜덤으로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보물 상자까지 있으니 의욕이 어찌 생기지 않겠는가.


“이번에는 40분대를 한 번 끊어볼까.”


나는 자신만만하게 말하며 몸을 풀었다.

내게 주어진 퀘스트 조건은 실로 달성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제한 인원인 3인을 모두 채워 도전해도 1시간 안에 이곳 던전을 공략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확실히 초창기 회차 때는 몇 번이나 실패의 쓴맛을 맛봐야 했었지.’


그러나 지금은?

아까 공언한 대로 1시간도 들이지 않고 깰 자신이 있다.


“박스 오픈.”


나는 허공에 대고 가볍게 말했다.

그러자 게임의 인벤토리 같은 게 눈앞에 비쳐졌다.

각성자라면 누구나 기본적으로 갖는 <아이템 박스> 능력이다.

게임처럼 편하게 아이템을 들고 다니게 해주는 편리한 기능이지.

이 안에는 마치 배려하듯 기본 무기와 방어구가 준비되어 있는 상태다.

그런데 내 아이템 박스에는 그것 외에도 원래 있지 않아야 할 물건이 하나 더 있었다.


‘원래라면 내가 로드를 통해 시간을 회귀하면 그간 올렸던 레벨을 비롯해 아이템 모두 잃고 말지.’


하지만 300레벨을 달성하고 <게이머> 특성에 의해 받은 또 하나의 특성 스킬이 사정을 바꿨다.


[특성 스킬- 아이템 전승]


-설명: 로드를 하게 될 시, 이전 회차의 아이템 한 개를 다음 회차에 가져올 수 있다.


종류를 불문하고 하나의 아이템을 다음 회차에서 시작부터 가질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메리트였는지 모른다.

이번 회차에 내가 가져온 아이템은 바로 이것이다.


[아이템: 중첩의 단검]


-분류: 유니크.

-공격력: 10

-착용 제한: 없음.

-효과: ‘중첩’ 효과를 통해 무기 공격력 및 발동하는 스킬의 효과를 최대 9회까지 강화할 수 있다.

단, 중첩하는 횟수에 따라 실패 확률 또한 늘어나게 되며 실패 시 사용자에게 그에 따른 피해를 준다.

-설명: 특징이 없는 평범한 단검인 것 같으나 매우 튼튼하여 방대한 힘의 증폭도 능히 견딘다.


회귀해 돌아온 이 시간대에는 아직 세상에 나온 바 없는 ‘유니크’ 아이템이다.

다만 유니크인데 공격력만 놓고 보면 기본으로 지급되는 ‘기본형 단검’과 다르지 않다.

이전 회차에서 유니크, 아니 그 이상의 아이템들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 가질 수 있던 나이다.

그런데 굳이 이걸 택한 이유는 하나다.


‘아무리 고금 최강의 성능을 가진 아이템이라도 쓸 수 없다면 아무 짝에도 쓸모 없지.’


나중에 가면 다 마음만 먹으면 손에 넣을 아이템을 조급하게 먼저 가질 필요가 있을까?

그렇기에 1레벨부터 쓸 수 있는 최고의 아이템을 찾았다.

그리고 결국 찾은 게 바로 이 ‘중첩의 단검’이지.


‘중첩 횟수에 따라 비약적으로 상승하는 공격력은 1레벨이 가질 수 있는 수준이 아니거든.’


뭐 진짜 이 무기의 진가는 거기에 있는 게 아니지만.

다만 1레벨의 손에 쥐기에 지나치게 강력한 힘이라서 그럴까.

설명을 보면 알 수 있듯 중첩 강화에 실패하면 나 자신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위험 부담이 있다.


‘실제로 나보다 먼저 이 무기를 얻었던 자가 9중첩에 도전하다가 폭사했었지.’


메리트가 큰 만큼 디메리트도 큰 무기.

하지만 나는 주저치 않고 이 무기를 골랐다.

왜냐? 나라면 능히 이 무기를 완벽하게 다룰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첨벙.


동굴 안쪽에서 소리가 감지된다.

아차, 너무 생각에 몰두했나.


“그럼 진입해볼까.”


나는 발목까지 물에 잠긴 동굴 바닥을 걸으며 안으로 나아갔다.

이곳 던전은 특별한 기믹이 존재하지 않고 길도 일직선이다.

덕분에 몬스터를 찾아 헤맬 필요 없이 바로 전투가 가능하지.


푹!


“우선 한 마리.”


나는 가다가 갑자기 기습적으로 오른쪽 발 아래를 향해 단검을 내지르며 중얼거렸다.

바위처럼 위장하고 있던 거대 도마뱀이 단검에 꿰여 발버둥친다.

어떻게 보지도 않고 몬스터를 잡았냐고?


‘내가 헌터 짬밥만 1만년은 가뿐히 넘는다 이거야.’


비록 레벨이나 스킬이나 능력치 같은 게 전부 초기화돼도 내가 쌓아올린 경험은 그대로다.

그렇기에 보지 않아도 미세한 기척만으로 위치를 아는 정도는 간단하지.


푹! 슈칵!


이후로도 바닥이나 벽에 붙어 있던 거대 도마뱀을 보지 않고 족족 처리해갔다.


[30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거대 도마뱀 가죽’을 획득하였습니다.]


그때마다 경험치가 들어오고 때론 드랍 아이템도 자동으로 아이템 박스에 입수되었다.

여기까지는 순조롭다 할 수 있었으나 이런 페이스로는 결코 퀘스트를 성공시키기 힘들다.


“···슬슬 속도를 올려볼까.”


마침 던전도 중간까지 온 터다.

나는 물을 차며 전력질주하기 시작했다.


첨벙! 첨벙!


이런 내 발 소리가 제대로 어그로를 끌었고 동굴 도처에 있던 거대 도마뱀들이 날 쫓았다.

이렇게 어그로를 잔뜩 끌면서 달리던 내 앞에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


“타핫!”


나는 내 발을 물려 덤비는 거대 도마뱀의 공격을 피하면서 그 공간 정중앙에 있는 바위 위로 올라탔다.

대략 사람 키 두 배만 한 바위의 꼭대기에 올라가 아래를 보니 어그로에 끌려 모인 수십 마리의 거대 도마뱀이 보인다.


‘여기까지 오면 낙승이지.’


애초 이곳에 바위가 있다는 것은 과거 회차의 기억을 통해 알고 있던 바다.

고지를 선점한 나는 바위를 타고 위로 기어오르는 거대 도마뱀들을 ‘중첩의 단검’으로 족족 찔렀다.


푹. 푹. 푹. 푹!


[레벨이 올랐습니다!]


크, 레벨 오르는 속도 보소.

불과 수 분만에 레벨이 두 개나 더 올랐다.


[남은 숫자: 1]


어느새 숫자가 이것만 남게 되었다.

나는 수북하게 쌓여 재가 되어가는 거대 도마뱀 시체를 밟고 바위 아래로 내려왔다.


“이제 그럼 보스 몬스터를 영접하러 가볼까.”


이제 놈만 잡으면 던전 공략과 퀘스트 달성 모두 할 수 있을 터!

나는 동굴 가장 안쪽에 있는넓고 깊은 웅덩이에 도달했다.


첨벙!


물속에서 검은 형체가 서서히 떠오른다.

그 정체는 이제껏 상대한 거대 도마뱀보다 갑절은 더 큰 도마뱀이었다.

바로 녀석이 이곳 던전의 보스인 것이다.


철벅.


물가로 나온 놈은 혀를 날름거리며 내게 접근해왔다.

원래라면 10레벨은 되어야 솔플로 잡을 수 있는 보스 몬스터.

중간에 레벨이 올랐다고 해도 아직 레벨이 4레벨인 내 힘으론 상대하기 버거운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내겐 이게 있지.’


나는 돌격해오는 보스 몬스터를 피하면서 ‘중첩의 단검’ 능력을 발동했다.


“중첩 강화.”


말을 읊조리며 칼날을 손가락으로 쓰다듬자 영롱한 광채가 칼날에서부터 발한다.


[중첩 효과가 성공했습니다.]

[공격력이 2배 증가하였습니다.]


이걸로 1중첩 성공이다.

첫 중첩 효과 발동 시 성공 확률은 대략 90% 정도임을 고려하면 성공 못 하는 게 더 이상하리라.


“하지만 이걸로는 부족하지.”


단숨에 보스 몬스터의 숨통을 끊기 위해서는 더욱 강한 공격력이 필요하다.

그러면 방법은 뭐다?


“한 번 더 중첩 강화다!”


나는 이미 중첩 효과가 걸린 ‘중첩의 단검’에 중첩 효과를 걸었다.

중첩 숫자가 늘어날수록 성공 확률 또한 낮아진다.

이 사실을 모르지 않건만 내 행동엔 거침이 없다.


[중첩 효과가 성공했습니다.]

[공격력이 2배 증가하였습니다.]


한층 더 광채를 내뿜는 ‘중첩의 단검’!

이 빛에 이끌린 보스 몬스터가 몸을 돌려 곧장 날 덮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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