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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슬롯01 님의 서재입니다.

내 회귀는 너무 많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바난트
작품등록일 :
2024.04.04 18:56
최근연재일 :
2024.04.18 21:00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925
추천수 :
27
글자수 :
77,896

작성
24.04.04 19:00
조회
138
추천
5
글자
11쪽

제1화.

DUMMY

1회차의 시작.


-이름: 이진수.

-레벨: 1

-능력치: 근력 5, 체력 5, 민첩 5, 마력 5 (남은 포인트: 0)

-특성: 게이머

-스킬: 없음.


나는 다른 각성자가 그러하듯 어느 날 갑자기 각성하게 되었다.


“으하하! 내가 각성자라니!”


‘던전’이 전 세계 곳곳에 나타나고 그 안에서 몬스터가 쏟아져 나오는 지금 세상에서 각성은 곧 축복이다.

분명 각성은 수천 명에 한 명꼴 온다던데 설마 그 기회가 나한테 찾아올 줄이야.


“가만? 그런데 왜 내 특성이 게이머냐?”


설마 내가 던전 사태 전에 게임만 주구장창했던 겜돌이라고 이런 특성이 생긴 것은 아니겠지?

나는 황당해하며 특성 정보를 확인해봤다.


[특성- 게이머.]


-설명: 조건 만족 시, 특별 보상이 있는 퀘스트 수령 가능.

-특성 스킬: 리스타트.


안 그래도 게임 같단 말을 듣는 세상이 되었다.

그런데 나는 거기에 한 발 더 나아가 아예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가 된 셈이다.


“쩝! 특성빨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 같네.”


뭐 어쩌겠는가. 지금 와서 특성을 다른 것으로 바꿀 수도 없는데.

남들이 얻지 못할 보상을 퀘스트를 통해 얻을 수 있다는 점에 위안을 얻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럼 특성 스킬이라도 좋으면 좋은데.”


나는 기대 반 걱정 반으로 하나뿐인 특성 스킬인 ‘리스타트’의 정보도 확인했다.


[특성 스킬- 리스타트]


-설명: 사망에 이르게 될 경우, 미리 지정한 세이브 포인트로 로드할 수 있다.


“컥!”


하마터면 사레들릴 뻔했다.

나는 놀란 가슴을 어떻게든 진정시키며 다시 설명을 읽었다.


“말도 안 돼.”


게임의 세이브 로드 기능을 그대로 스킬로 구현하다니.

죽어도 다시 세이브 포인트로 이동할 수 있다는 얘기는 내게 여분의 목숨이 하나 생긴다는 게 아닌가!

어디 그뿐이랴.


“그러면 시간까지도 회귀할 수 있단 얘기잖아.”


미친!

이 정도면 치트라고 해도 무방하다.


“가만 있어 봐. 스킬은 이렇게 쓰면 되나?”


나는 흥분된 마음으로 ‘리스타트’ 스킬을 지금 바로 사용해 봤다.


[지금 시간 2026년 4월 4일 오후 2시 24분.

장소는 이곳 자취방으로 세이브 포인트를 설정하시겠습니까?]


눈앞에 나타난 메시지.

물러설 이유는 없기에 당연히 수락했다.


[한번 결정하면 되돌릴 수 없습니다. 그래도 설정을 하시겠습니까?]


그러니깐 또 이런 메시지가 뜨는 게 아닌가.

하지만 이미 한껏 들뜬 상황에서 이런 경고가 눈에 들어올까.

그랬기에 결국 경고를 가볍게 흘려넘기며 세이브 포인트를 설정했다.

그게 평생의 후회가 될지 모른 채···.


***


이후 1년여의 세월이 흘렀다.

헌터가 되어 던전을 공략해 돈을 버는 생활을 해왔는데 이게 참 쉽지 않았다.

부활과 시간 회귀가 가능하다고 해도 당장은 그게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그런 까닭에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는지 모른다.


‘여차하면 다시 세이브했던 시점으로 로드하면 돼.’


그래도 이렇게 믿는 구석이 있어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헌터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그런 내게도 끝이 오고 말았다.


푹!


“커, 컥.”


복부를 관통하는 두꺼운 촉수.

나는 목구멍 안에서 차오르는 피를 느끼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세이브 지점으로 로드를 하시겠습니까?]


이런 내 눈앞에 보인 메시지.


‘제길, 여기서 게임 오버라니.’


분하지만 한편으론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2회차를 시작하면 지금보다 더 잘할 자신이 있으니깐.


“···여긴?”


메시지를 보고 잠시 정신을 잃었다가 눈을 뜨니 낯익은 풍경이 보인다.

바로 내가 세이브했던 그 원룸이다.


“2회차 시작인가.”


나한테는 미래의 정보가 있다. 이걸 활용한다면 이전보다 훨씬 성공할 수 있을 터!

나는 달콤한 미래를 꿈꾸며 2회차의 삶을 시작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1회차의 정보를 토대로 승승장구하여 더 성공할 수 있었다.


“인생은 다시 살고 볼 일이라니까.”


지금 나는 장벽과 군대가 지키는 안전지대에 자리한 고급 빌라에서 여유롭게 휴식을 취하는 중이다.

1회차에도 누리지 못한 호사를 누릴 수 있을 만큼 많이 벌었거든.


‘아무리 세계가 위태로워도 돈만 있으면 충분히 잘 살 수 있지.’


나는 와인이 담긴 잔을 가볍게 흔들며 미소지었다.

1회차에서 내가 죽었던 던전은 아예 가지 않아 죽음도 회피했다.


“이제 슬슬 헌터 생활도 정리할까.”


세상을 위해 몸바쳐 싸운다는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어디까지나 잘 살기 위해 헌터를 했던 것이기에 굳이 여기서 더 목숨을 걸고 던전을 공략할 이유가 있을까?

그래서 헌터를 은퇴하려 했고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크게 벌려고 했다.


[세이브 지점으로 로드를 하시겠습니까?]


그런데 거기서 어처구니없게 죽어버릴 줄이야!


“와씨! 어떻게 성공한 인생인데!”


다시 세이브한 지점에서 눈을 뜬 난 이렇게 소리치지 않을 수 없었다.

겨우 이룬 것들이 물거품처럼 사라진 사실에 분통터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엎지른 물을 어찌 되돌릴까.


“이번에는 절대 실수하지 않겠어!”


나는 다시 헌터로서 악착같이 돈을 벌었다.

그 덕에 2회차보다 더 빨리 돈을 모았고 무사히 은퇴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안전한 곳에서 여유롭게 사는 거야.’


나는 아예 한국보다 더 안전한 나라로 떠날 생각으로 비행기를 탔다.

그런데···.


“이런, 썩을!”


나는 태평양 한가운데서 추락하는 비행기에서 내 불운을 욕해야 했다.

처음엔 그냥 재수가 없었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이게 왠 일?

마치 내가 죽는 것이 정해진 운명이라고 하는 것처럼 연달아 죽음이 찾아오는 게 아닌가.


‘연달아 오는 죽음이 그냥 우연이라고?’


나는 내게 닥치는 연속된 죽음을 의심했다.

그때부터 날 찾아오는 죽음의 운명하고의 싸움이 시작되었지.

10회차···20회차···30회차······.

몇 번이고 다시 시작하며 죽음을 피하려 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전의 죽음을 줬던 원인을 피하면 어김없이 예상치 못한 곳에서 죽음이 덮쳐오는 게 아닌가.


‘그렇다면 죽음조차 날 어쩌지 못할 정도로 강해지자.’


이를 위해 미친 듯이 던전을 공략하며 레벨을 올렸다.


『헌터 이진수의 활약으로 광주의 위기가 해결되다!』

『역대 최단기 A랭크 탄생!』

『난공불락으로 알려진 그림자의 탑을 세계 최초로 공략한 헌터 이진수!』


이전 회차들에서 쌓은 경험과 지식, 거기에 살아남고자 하는 내 일념이 더해지니 없던 실력이 생길 정도였다.

그러나 아무리 강해져도 죽음의 운명은 피하지 못했다.


“으윽.”


처음 도전하는 던전에서 예상치 못한 공격에 죽음을 당한다.


“네가 아니면 내가 최고가 될 수 있었는데!”


시기에 눈이 먼 동료에게 기습당해 목숨을 잃기도 한다.


“넌 영원히 내 거야.”


일방적으로 날 좋다고 쫓아다니던 미친 여자에 의해 얼음 동상이 되는 경험도 해봤다.

이런 식으로 찾아오는 죽음의 방식도 실로 다양했다.


“으아아아!”


시간을 되돌릴 만큼의 괴리감과 로드 직전 엄습했던 죽음이 가져다준 PTSD가 날 미치게 만들었다.

차라리 로드를 하지 않고 죽음을 받아들이면 될까.

이런 생각도 안 해본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막상 죽음의 순간이 닥치면 살고 싶단 욕구가 치솟아 도저히 포기를 하지 못했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 하는 상황에서 내 정신은 더욱 피폐해졌다.

그리고 그 때부터 완전히 막 나가기 시작했던 것 같다.


‘어차피 죽을 텐데 막 살면 어때!’


거슬리는 게 있으면 없애고 내가 원하는 게 있으면 뭐든 손에 넣었다.

살인조차도 죄의식 하나 없이 밥 먹듯이 하는 최악의 범죄자가 되는 것은 금방이었다.

경찰도 군대도 날 막을 수 없었다.

심지어 내로라하는 헌터들도 날 잡겠다고 도전했으나 제 목숨만 내놓고 말았지.

그렇게 실컷 즐기다 질리면 나 스스로 목숨을 끊어 다시 로드하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을까.

그마저도 질려 관둬버리고 말았다.

어느새 반복한 회차가 1,000회차를 넘어가기에 이르렀고 내 자아 또한 변하게 되었다.


***


반복되는 모든 일이 지루하게 느껴지니 모든 감각은 무감각해졌다.

그리고 어차피 죽는다고 생각하니 만사가 다 귀찮아지게 되어 모든 것을 기계적으로 처리했다.

이렇게 인간미를 상실해가며 수많은 회차를 거듭했던 것 같다.

더는 삶을 갈구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어떤 목적도 가지지도 않은 채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살던 나.

2,341회차에서 처음으로 알게 된 한 명의 여성.

그녀는 내게 다시금 인간의 감정을 느끼게 해줬다.


“사랑해요.”


그녀로부터 받은 고백.

그러나 그 고백을 받은 시점은 너무 늦고 말았다.

왜냐면 그녀는 그 시점에서 몬스터에 의해 죽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살리겠어!’


나는 다음 회차에서 그녈 살리고자 했다.

그러자 날 집요하게 괴롭히던 죽음이 이번엔 그녈 표적으로 삼는 게 아닌가.

내가 살면 그녀가 죽고, 그녀가 살면 내가 죽는 상황이 끝없이 반복되었다.


‘나만 괴롭히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것이냐!’


나는 운명을 저주했다.

그리고 이때부터 다시 포기했던 죽음의 운명하고의 싸움에 매진했다.

그를 위해 나는 내 선택으로 나뉘던 미래로의 분기를 복기하며 분석했다.

그렇게 소요된 회차만 대략 2,000회차!

아무리 해도 끝나지 않는 ‘시시포스의 형벌’과도 같은 과업이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그저 헛되었던 것은 아니다.

각각의 분기에서 올바른 선택지를 골라 이어나가면 그만큼 미래를 개척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자그마치 7,000여 회차를 보내고 드디어 내가 원하는 흐름대로 미래를 만들어 5년이나 살아남았다.


‘이제 드디어 빌어먹을 죽음의 운명에서 벗어난 거야!’


나는 그렇게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하, 하하.”


나는 눈앞의 광경을 보고 실소를 터트렸다.

온 사방이 불타는 도시.

그리고 그 상공 위로 날아다니는 존재는 무려 드래곤이다.

겨우 피했다고 생각했더니 이번엔 세상 자체가 종말이라니!

죽음의 운명은 실로 어마어마하게 규모를 키워 날 덮친 것이다.


“제길.”


나는 날 덮쳐오는 거센 불길을 보면서 온 몸으로 맞이하며 또 한 번의 죽음을 만끽해야 했다.

이후로 나는 그 미래를 바꾸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했다.

그러나 몇 백번을 시도해도 도저히 미래를 바꿀 수가 없었다.

그것이 종말의 원인이 되는 6개의 재앙을 나 홀로 막기가 역부족이었기 때문이다.


‘나만이라면 세계가 멸망해도 어떻게든 살아남을 수 있겠지. 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세상에서 산들 무슨 소용이야.’


그래서 다시금 내가 죽지 않고 세계도 망하지 않는 미래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분기선을 경험하며 활로를 찾고자 했다.

이 과정은 참으로 길고 길었다.


‘이제야 겨우 찾아낸 것 같다.’


셀 수 없이 많은 분기를 거르고 걸러 하나의 루트를 완성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했던가.

겨우 성공 가능성이 보이는 단 하나의 길을 찾은 것이다.


‘이게 진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부딪쳐 보자!’


만약 이번에도 안 된다면?

그럼 난 더는 미련을 두지 않고 로드를 포기할 것이다.

그렇게 변치 않을 결심을 하고 나는 최후의 로드를 해 9,999회차를 시작하게 되었다.


작가의말

작가 바난트입니다.

이번 신작 열심히 썼으니 부디 재밌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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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제10화. 24.04.11 48 1 11쪽
9 제9화. 24.04.10 53 1 11쪽
8 제8화. 24.04.09 55 1 12쪽
7 제7화. 24.04.08 62 1 12쪽
6 제6화. 24.04.07 58 1 12쪽
5 제5화. 24.04.06 67 1 11쪽
4 제4화. 24.04.05 85 3 11쪽
3 제3화. 24.04.04 92 4 12쪽
2 제2화. 24.04.04 104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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