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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agast 님의 서재입니다.

수령님 축지법 쓰신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불타는소고
작품등록일 :
2021.03.23 15:20
최근연재일 :
2021.05.02 12:15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23,227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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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50,472

작성
21.05.02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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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46화 격변의 시대

DUMMY

46화 격변의 시대


-···그리하여 오늘 부로 우리 조선 민주주의 인민 공화국이 에너지 부족으로부터 해방되었음을 선언합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사태에 대해서 하실 말씀이 있으면 해보십시오, 덩샤오핑 원로.”


1992년 초 남순강화로 불리우는 정치생명을 건 도박을 통해 보수파의 극렬한 반발을 간신히 억누르고 천안문 사태로 인해 멈춰선 개혁개방의 물꼬를 다시 텄던 덩샤오핑에게 카톡으로 환승 이별 통보를 당한 꼴이 된 현 상황은 치명타였다.


그리고 89년 이후 모든 공직에서 내려와 아무런 직함 없이 막후에서 간접적으로 권력을 행사해왔던 그를 가장 먼저 배신한 것은 바로 상하이방을 조직하고 덩샤오핑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던 장쩌민이었다.


“함께 온 것은 천윈(陳雲)인가? 이미 마음을 정한 것으로 보이는데, 어찌 내게 불필요한 질문을 하는가?”


“개혁 개방이 필요하다는 것은 동의합니다. 하지만 주변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급진적인 개혁을 한 결과를 보십시오. 40년의 혈맹을 말하던 저 북한마저 미국의 편에 섰습니다.

우리의 목소리를 내지 않고 그저 설설 기기만 하던 도양광회(韜光養晦)가 불러온 결과를 보십시오!”


“이번 사태가 진정으로 도양광회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면 자넨 총서기 자리에 올라올 수 없었을 거야. 사실은 이번 일에 대한 책임을 피하고 싶을 뿐 아닌가?”


틀린 말은 아니었다. 성대하게 실패해버린 북한과의 외교관계와 핵융합 발전이라는 거대한 이권을 눈앞에서 놓친(적어도 중국 수뇌부의 생각으로는) 실정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했다.

하지만 89년 총서기로 취임했음에도 사실상 덩샤오핑의 꼭두각시 신세였던 장쩌민은 그 책임이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이 억울하기 그지없었다.


중앙 정계에 진출한 지 몇 년 되지도 않아 제대로 된 세력조차 없는 그와 상하이방이 살아남으려면, 덩샤오핑의 라이벌인 천윈과 손을 잡고 그의 책임을 부각시키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던 것이다.


“지난 남순에서의 연설을 듣고 나도 당신의 의견이 일정 부분 옳다고 여겼소만, 베이징 턱밑에 비수를 들이대는 미국의 행동을 보니 그것이 명백한 오산이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소이다, 덩샤오핑.”


“천윈···”


“미국의 후안무치한 행동에도 우리가 계속해서 침묵해야 할 이유가 대체 무엇이오? 전전긍긍하면서 미국의 자비를 구걸하다 보면 어떻게든 힘을 기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오?

그럴 리가! 우리가 조금이라도 위협적이라고 판단되면 놈들은 손바닥 뒤집듯이 태도를 바꿀 거요. 핑계는 얼마든지 있으니!

국제사회에서 힘을 드러내지 않으면 그저 먹잇감이 될 뿐이라는 것을 왜 인정하지 않소?”


“그렇다고 해서 미국에 대항하겠다고 말하는 건가? 걸프전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모두가 두 눈으로 확인하지 않았나! 미국은 대적할 수 없는 상대야!”


“미국과 맞대결 하겠다는 뜻이 아니오. 우리가 그저 당하고만 있지 않는다는 것을 보이겠다는 뜻이지! 이대로 있어 봐야 영국에게 수탈당하던 청나라 때의 재탕이 될 뿐이니까!”


중국이 다시금 강경하게 나온다고 해서 미국이 즉시 냉전을 재개하지는 않을 것이었다. 이미 세계 무역에서 중국의 비중은 충분히 커진 상태고 서방세계는 오랜 냉전에 지쳐있었다.

중국이 미국 본토나 핵심 동맹국에게 핵미사일을 발사하며 선제공격을 하지 않는 이상 현재의 평화분위기를 해칠 수 있는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그래서야 우리 중화인민공화국은 국제적으로 소외된 2류 국가로 남을 뿐이야. 인민들은 영원히 가난에 허덕이게 될 거라고!”


“나도 바보가 아니오, 덩샤오핑. 경제정책에 있어서 당신이 자문을 구했던 것이 바로 나라는 것을 잊은 거요? 하지만 당신의 정책은 지나치게 급진적이었어!

그러다 보니 이렇게 약점을 드러냈고! 미국은 망설임 없이 그걸 찌른 거요.”


“지난 40년 내내 도움이라고는 되지 않았던 북한 따윌 잃었다고 지난 십 수년간 온갖 고생을 하며 이루어낸 개혁 개방을 포기하려는 건가!”


“경제 발전이 조금 늦어지는 것은 중화의 혼을 팔고 서방 제국주의자들의 노예가 되는 것에 비할 바가 아니오. 우리는 우리의 방식으로 충분히 성공할 수 있소.”


80년대부터 노선이 갈린 덩샤오핑과 천윈의 갈등은 더 이상 말로 해결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마침내, 파국이 다가온 것이다.


===


“겉보기에는 우리가 20년도 더 전에 포기했던 평범한 스텔러레이터 방식의 실험 융합로로 보이는데 말이지··· 내부 계측 결과는 어떤가?”


2차 세계대전 중 최초로 핵폭탄을 개발하고 상용화시켰던 맨해튼 프로젝트의 후신인 PPPL(프린스턴 플라즈마 물리학 연구소)의 책임자 로널드 크로스 이사가 말했다.

북한에서의 핵융합 발전소 시연 직후 극비리에 PPPL로 이송된 중형 핵융합로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반세기는 이르게 개발된 핵융합로의 모든 것을 파헤칠 기세로 샅샅이 훑어보고 있었다.


“이게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되는 수준입니다.

북한에서 만들었다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정교하긴 하지만 1,2초간 플라즈마를 발생시키는 정도면 몰라도, 상용화는 어림도 없는 수준이에요.”


“얼마 전 방송으로 나온 것 보지 못 했나? 거기 참석한 과학자들이 전부 눈먼 장님이라도 되지 않는 이상 아무리 허술하게 보여도 이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물건이야.

우리가 할 일은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 어떻게든 알아내는 거고.”


“지금으로선 더 할 수 있는 것도 없습니다. 일단 작동부터 시켜 보시죠? 저희도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도는 알아야 계획을 세울 수 있습니다.”


“그렇겠지··· 여기 이걸 가져가게.”


“이게 뭡니까?”


“저걸 작동시키는 데 반드시 필요한 원료.”


“반드시 필요한···? 그 사기꾼들이 주장하던 팔라듐이라도 된답니까?”


“몰라.”


“예?”


“모른다고. AIChE(미국 화학공학회)고 AIP(미국물리연구소)고 MTI(재료기술연구소)까지, 전부 가져다 분석해 봐도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물건이라는군.

그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물건이라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모르겠대.”


“뭐, 에테르라도 된답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릴···”


“진짜일지도 모르지. 내가 물건이라고 하지 않았나? 재료공학자들이 한데 모아 말하길, 엄밀하게 말하자면 그건 물질조차 아니라더군.”


“홀리 쉿, 이게 물질이 아니라고요?”


“딴소린 그만 하고 저 물건을 작동시키게. 사회주의 국가 아니랄까봐, 빨간색으로 글자가 써진 막대가 주입구야.”


크로스 이사의 재촉에 수석 연구원은 f워드를 포함한 온갖 비속어를 쉴새 없이 내뱉으며 핵융합로에 원료를 집어넣었다.


“그럼 점화 절차에 들어가겠습니다. 3, 2, 1 점화!”


운용교육을 위해 북한에서 파견된 기술자가 제어판 앞에서 카운트 다운을 하고 약 5분여 동안 상당한 양의 전력이 투입되며 핵융합로 내부의 온도와 압력이 임계점에 도달하자,


막대한 에너지를 내뿜어 내는 인공태양이 지상에 강림했다.


“돌아버리겠군. 이게 진짜 되네?”


“멍청한 소릴랑 그만 하고 당장 해고되기 싫으면 계측 결과나 빨리 가져와!”


그날 이후 몇 개월간 PPPL 내부의 핵융합 연구소에는 불이 꺼지지 않았다.


===


“하다못해 냉전 시절 미국이나 쏘련도 기술유출을 우려해 자국의 최신무기는 절대 팔지 않거나 일부러 성능을 낮춰서 수출했는데, 핵융합 기술을 너무 쉽게 내주신 거이 아닙네까?”


항공편으로 운송되기 위해 포장되고 있는 마력석 더미를 바라보며 오진철 대장이 말했다.

그는 내가 말하지 않은 계획에 대해서 의문이 많은 것으로 보였다.


“핵융합이 진짜 핵심 비밀이었다면 자네 말이 틀린 것은 아니지.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걸 잘 알지 않나? 핵심은 마력을 다루는 기술이야.”


“하지만 얼마 전 개발 완료된 마력석까지 줘 가면서 일부러 마력에 대한 단서를 남기셨지 않습네까? 끝을 알수 없는 미국의 저력을 생각하면 마력의 존재를 알아내는 데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지 않습네다.”


“바로 그게 내가 바라는 바야. 미국이 자발적으로 마력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는 것이 내 미래계획의 핵심이거든. 그렇게 하기 위해서 지금까지 미국 정계에 자원을 투자해 온 것이고.”


오 대장은 예언자에게 계시를 청하는 신도의 태도로 내게 질문했다.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갔습네까?”


“자네도 명색에 위계를 받은 에필로가의 신도로서 경전 정도는 꿰뚫고 있겠지.

조만간 정식으로 국명을 교국으로 개칭할 우리 북조선이 당면한 적은 중국 같은 지구의 열강이 아니야.

나와 에필로가가 이곳 지구로 왔다는 것을 깨닫고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르는 만신전의 악신들이지.”


“기거야 기렇디요.”


“근데 말이야, 나와 에필로가가 가져다 준 마도공학으로 인한 이득은 전세계가 함께 누리게 될 텐데, 그 막대한 리스크와 비용을 우리만 부담하는 것은 그리 영리한 행동이 아니지 않나?”


“하지만 차원문을 여닫을 수 있는 권한은 상임위원장 동지와 에필로가님만이 가지고 있지 않습네까? 다른 나라들은···”


“열어 주면 그만이지.”


“열어주신다고요? 차원문을요?”


“대항해 시대 같은 거야, 오 대장. 마력이라는 새로운 에너지원과 온갖 종류의 마력의 산물이 넘쳐나는 에우로기니아라는 새로운 땅.

지금도 어떻게든 제3세계 국가의 자원을 수탈하기 위해 온갖 편법을 동원하고 있는 자칭 선진국들에게 그걸 눈앞에 들이 댔을 때, 어떻게 반응할 거라고 보나?”


환호하고 흥미에 가득 차 탐사하고 싶어지겠지.

지금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선두로 치고 나가야 하니까. 미국의 정신은 프론티어 정신이니까!


어떻게든 패권국이 되고 싶어서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하겠지.

중화사상이야말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제국주의 사상이니까. 수많은 인간의 목숨을 소모하더라도 수천년의 역사를 가진 중화의 위대함을 다시금 되찾아야 하니까!


이 밖에도 러시아,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기타 등등의 여러 국가들이 침을 질질 흘리겠지.

제국주의는 아직 살아 숨쉬고 있고 단지 이름을 바꾼 채 숨어들었을 뿐이니까. 어떤 나라든지 세계의 중심에서 패권을 차지하길 원하니까!


그리고 나는 그 모든 열망이 향하는 꿈의 땅, 에우로기니아로 향하는 문을 흔쾌히 열어 주리라.


아주 작은 명분과 놓칠 수 없는 기회가 다가오게 되면, 새로운 문화, 새로운 사상을 품고 마력에 대해 하나라도 더 알아내기 위해서 뭐든지 할 수 있는 수많은 지구인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에우로기니아로 몰려갈 것이다.


만신전이 만들어낸 그들만의 작은 리그를 무너뜨리는 데 나는 피 한 방울 흘릴 필요 조차 없을 것이다.

경쟁자가 생길까 두려워 마력의 발전 가능성을 차단한 채 오랜 시간 정체되어 있던 놈들은 거대한 격류에 휩쓸려 순식간에 난파될 테니까!


“그리고 나는 에필로가와 함께 위기에 빠져 우왕좌왕 하며 흩어진 놈들을 한 놈씩 사냥 할 거야.”


즐거운 사냥이 되겠지.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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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6화 격변의 시대 +5 21.05.02 352 17 11쪽
45 45화 K-드라마의 맛 +1 21.05.01 465 18 13쪽
44 44화 환승 이별 +2 21.05.01 409 17 12쪽
43 43화 수면기 +4 21.04.30 434 19 12쪽
42 42화 미운 일곱 살 21.04.29 388 18 12쪽
41 41화 작전명 강철의 비(2) +3 21.04.28 399 19 13쪽
40 40화 작전명 강철의 비 +1 21.04.28 414 17 12쪽
39 39화 대치동 매운맛 +5 21.04.27 426 20 13쪽
38 38화 킬 존 +3 21.04.26 443 18 13쪽
37 37화 지옥행 국도 +2 21.04.25 428 19 12쪽
36 36화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2 21.04.25 430 18 12쪽
35 35화 유령의 길(2) +1 21.04.24 433 16 12쪽
34 34화 유령의 길 +2 21.04.24 471 20 13쪽
33 33화 아빠 닮았어 +2 21.04.23 488 18 13쪽
32 32화 멈추지 않아요 +3 21.04.22 491 20 12쪽
31 31화 부자가 되고 싶니?(2) +1 21.04.21 515 18 12쪽
30 30화 부자가 되고 싶니? +2 21.04.21 492 21 12쪽
29 29화 쇼 미 더 머니 +4 21.04.20 505 19 12쪽
28 28화 이미르의 시체 21.04.20 460 17 12쪽
27 27화 사실은 우리… +2 21.04.19 465 17 12쪽
26 26화 고기도 복사가 된다고! 21.04.18 494 19 11쪽
25 25화 파티 플래너 21.04.16 504 18 13쪽
24 24화 불효자 X 불효자 21.04.15 494 15 11쪽
23 23화 이제는 우리가 21.04.14 484 12 12쪽
22 22화 장난감 쿠데타(2) 21.04.13 505 15 12쪽
21 21화 장난감 쿠데타 21.04.12 531 11 11쪽
20 20화 4.15의 태양(2) 21.04.11 521 12 11쪽
19 19화 4.15의 태양 21.04.09 515 13 12쪽
18 18화 먼 나라 이웃 나라 21.04.08 521 13 12쪽
17 17화 임기 첫날 쿠데타 소식이 들렸다 21.04.07 523 14 12쪽
16 16화 반갑소, 동무들 21.04.06 508 12 12쪽
15 15화 아버지의 이름으로(2) 21.04.05 505 11 13쪽
14 14화 아버지의 이름으로 21.04.03 470 11 13쪽
13 13화 선물을 주는 자(3) 21.04.02 474 10 12쪽
12 12화 선물을 주는 자(2) +1 21.04.02 467 11 13쪽
11 11화 선물을 주는 자 21.04.01 491 10 11쪽
10 10화 이문동의 하루 21.03.31 480 14 11쪽
9 9화 각성(2) 21.03.31 485 11 13쪽
8 8화 각성 21.03.30 508 14 11쪽
7 7화 제 84 저격여단 21.03.29 517 12 11쪽
6 6화 핵분열? 핵융합!(2) 21.03.27 562 11 13쪽
5 5화 핵분열? 핵융합!(1) +1 21.03.26 597 11 11쪽
4 4화 모래알 쌀밥(2) 21.03.25 649 12 14쪽
3 3화 모래알 쌀밥 21.03.24 647 11 12쪽
2 2화 진정한 마법은 21.03.23 728 8 12쪽
1 수령님 축지법 쓰신다 프롤로그 + 1화 탄생, 백두혈통 +2 21.03.23 1,095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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