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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령님 축지법 쓰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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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소고
작품등록일 :
2021.03.23 15:20
최근연재일 :
2021.05.02 12:15
연재수 :
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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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1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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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 사실은 우리…

DUMMY

27화


1989년의 조선 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은 대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시기였다.

1, 2차 식량혁명을 통해 무제한적으로 생산되는 식량은 250만에 육박하는 대량의 잉여 노동자들을 만들어 냈고, 88년 말 미국 워싱턴 D.C.에서 있었던 핵 포기선언의 대가로 막대한 양의 건설자재를 차관으로 들여와 20년 동안 제자리걸음을 반복하던 국가 전체의 사회간접자본을 바닥부터 뜯어내는 수준으로 확충하고 있었다.


김책 공대에서는 처참한 수준의 경공업을 일으키기 위한 사전연구가 진행되고 있었고 그나마 쓸만한 수준인 중공업 분야는 강철이 모자라서 노후화된 군사장비를 녹여야 할 정도로 생산량이 늘어났다.


그러나 이 모든 작업을 체계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 필요한 행정능력이 있는 노동력을 가장 많이 점유하고 있으면서도 도무지 생산성이라고는 없는 집단이 있었으니, 바로 군부다.


“숙군작업 진척은 어떻게 되고 있지?”


“실질적으로 전투력을 기대할 수 있는 최전방부대를 제외하고 기타 잡다한 병력들을 전역시키고 있습네다. 일선 행정관의 부족은 강제 전역시킨 옛 호위총국 인원들을 통해 어느 정도 해소되고 있다고 합네다.”


“그래, 윗대가리를 잘못 만나서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지만 공화국 최고의 엘리트 집단 중 하나이니 어떻게든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겠지. 위관급 전역자들도 짧은 기간 사회화 교육을 마친 다음 추가적으로 투입하면 행정 실무인력이 부족할 일은 없을 거야.”


군국주의 국가에서 군대란 인재의 보고이다. 만 17세가 되는 순간 징집되어 7년 동안이나 군대에서 썩어가며 가장 창조적인 시기를 낭비하는 젊은이들을 사회로 복귀시키는 것 만으로도 국가 전체에 활력이 돌고 있다는 것이 티가 났다.

게다가 군대에서 지휘관을 한다는 것부터 최소한의 실무능력과 행정관리능력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과도하게 많은 군관(장교)들을 전용하여 건설현장의 관리자로 투입하는 것은 군복만 입지 않았다 뿐이지 사실상 하는 일에 큰 차이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음? 또 뭔가 있나?”


“이란 대사관에서 온 요청입니다만, 화성 미사일의 추가 수출을 원한다고 합네다.”


“또? 그쪽도 스커드 정도는 자체생산하고 있지 않나?”


“그거이 B형이 아니라 C형을 원하고 있습네다. 요구사항을 보니 이번에 개발된 화성 6호를 말하는 것 같습네다.”


“6호? 6호라···”


원 역사에서 88년에 개량을 시작해 89년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배치되기 시작한 북한식 스커드-C급 미사일 화성 6호는 국가의 기초적 역량이 극적으로 향상되기 시작하면서 약 1년 빠르게 전력화되어 88년 초 종료된 이란-이라크 전쟁에 대량 수출된 화성 5호를 대신할 새로운 주력 미사일로 채택되었다.


전쟁 말기 미사일을 동원한 무차별 도시포격에 깊은 인상을 받은 이란 정부가 자체적인 미사일 개발능력 부족을 인식하고 기술습득과 신형 스커드 획득을 위해 몇 안 되는 우방국이라고 할 수 있는 북한을 찾은 것이다.


“하긴, 소련이고 미국이고 가리지 않고 죄다 시비를 걸어 대는 이란에서 당장 수입 할 수 있는 미사일이라곤 우리 공화국이 만든 화성 미사일 뿐이긴 하지.”


“이란 정부에서는 300발 이상의 미싸일과 가능하다면 기술이전을 위한 인력파견도 원하고 있습네다.”


“기술이전까지? 급하긴 한가 보군. 하긴 사방이 적국인 상황이니 그럴 만도 해. 대금지급은 어떻게 한다고 하던가?”


“그 나라에서 팔 만한 거이 원유 밖에 더 있갔습네까? 유조선을 가져오면 원하는 만큼 꽉꽉 채워주겠다고 합네다. 아무래도 전쟁 이후 나라 꼴이 말이 아닌지라 달러 결제는 좀 힘들 것 같다고 합네다.”


“그건 좀 곤란한데··· 미사일 대금만 3억 달러라고 치면 1500만 배럴이야. 우리 공화국에 당장 그렇게 많은 기름이 필요하긴 한가?”


“노후 군 장비를 녹여버리면서 기름 소비는 오히려 줄었습네다. 공화국 전체가 3년간 소비해도 다 못 쓸 양입네다.”


“내 말이. 우린 농기계도 필요 없지 않나. 화물운송 트럭이나 건설장비에나 기름을 쓸 텐데. 그렇다고 가공하지 않은 그냥 원유를 판매할 루트가 있는 것도 아니고.”


“거절한다고 전할까요?”


“흠··· 아니. 원유를 현금화하는 것은 중국 쪽으로 알아 보자구. 그쪽에 밀린 채권도 많으니, 이번 기회에 일부라도 털어버리는 게 좋겠어. 마침 개혁 개방으로 한창 원유가 고플 테니 나쁘지 않은 거래가 되겠지.”


“그렇게 처리하갔습네다.”


===


1989년 여름, 국제 원자력 기구의 특별 사찰단이 도착했다.

사전에 논의된 결과로 십여 명에 달하는 인원 중 중국과 소련 출신의 사찰관은 일부러 배제했고 절반쯤은 중립에 가까운 제 3국 출신이었지만 나머지 절반은 미국과 유럽 출신으로서 검증결과의 신뢰성에 대해 철저하게 보장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이미 어느 정도 알려진 영변의 핵시설로 이동한 사찰단을 맞이한 것은 시설 폐쇄를 준비 중이던 서상국 박사였다.


“어서 오십시오, 사찰단 여러분. 이곳 영변 원자력 연구소의 책임자인 서상국 소장입니다.”


“반갑습니다, 서 소장님. 사찰단장을 맡은 제리 오스본입니다.”


자신감에 찬 얼굴의 40대의 사찰단장을 맞이한 서상국 소장은 여상한 어조로 대답했다.


“저도 만나서 반갑습니다.”


“아시다시피 이번 사찰단의 목적은 북한에 존재하는 핵시설을 완전히 불능화(disablement)하는 것입니다. 즉, 핵시설의 핵심부품을 해체하고 연료봉을 봉인 및 폐기하여 영구적으로 사용 불능상태로 만드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계십니까?”


“글쎄요··· 인지고 뭐고, 이곳 시설의 핵분열 발전기는 완전히 가동을 멈춘 지 오래입니다. 63년에 들여온 실험용 원자로 IRT-2000은 물론이고, 옆에 보이는 5MW급 원자로도 연료 반출만 하지 않았을 뿐이지, 이미 작년에 연료봉을 뽑아버린 상태입니다.”


“···뭐라구요?”


“내가 실업자가 되었단 말입니다, 오스본 사찰단장. 우리 총국장께서는 쓸데없이 유지비만 잔뜩 들고 처치 곤란한 방사성 폐기물을 뿜어대는 핵분열 발전을 영 싫어하셨거든. 아무래도 잘 모르고 오신 모양입니다?”


“그게무슨···”


미국 출신의 핵물리학자로서 비협조적일 가능성이 높은 핵시설 관계자들의 방해를 뚫고 혹시 모를 북한의 은폐 시도를 탐지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은 제리 오스본 박사는 서상국 소장의 황망한 대답에 말문이 막혔다.


“그럼 당신들은 생산할 원료를 수급할 방법도 없이 핵무기를 만든다고 주장했던 겁니까?”


“글쎄요, 보다 정확한 ‘워딩’은 핵무기를 개발할지 말지는 자주국인 공화국의 내정문제이고 불합리한 외교적 압력에 굴복해서 그 권리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이었지요, 아마?”


“이이익, 그런 말장난으로 이번 특별사찰을 무마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됐습니다. 당신들이 협조하건 협조하지 않건 우리 사찰단은 이곳 핵시설의 부품 하나 놓치지 않고 철저하게 조사할 겁니다. 계측반! 즉시 시설을 수색하세요!”


자신을 놀린다고 생각한 오스본 사찰단장이 격분하여 시설 수색을 명령하는 모습을 보며 서상국 소장은 속으로 혀를 찼다.

이 공화국 땅에 최초로 핵융합로가 가동된 이후로 잠시 원자로를 개조하여 핵융합 발전시설로 사용한 적이 있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방사능 문제로 온갖 귀찮은 일이 발생하자 총국장의 명으로 사실상 폐쇄된 지 오래였던 것이다.

연구인력을 수용한 마땅한 실험시설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이곳에서 마도학과 물리학의 결합 연구를 이어갔지만, 이번 사찰단이 오기 전에 이미 남포에 지어지고 있는 입자물리 연구소로 주요 연구자료를 옮긴 뒤였다.


저들은 아무것도 찾지 못하고 본연의 임무를 수행한 뒤 철수하게 될 것이다.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는 고준위 핵물질 폐기를 남의 돈으로 해결하려는 총국장의 사악한 지혜였다.


“뭐, 국제사회에서 속은 놈이 병신이지···”


===


사흘 뒤 사찰단 숙소


“이건, 뭔가 잘못되었습니다. 책잡을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어요.”


“87년도까지 발전소가 가동된 기록이 있긴 합니다만, 그 이전부터 연료봉을 제거하고 폐쇄절차에 들어간 흔적이 있습니다. 저 발전시설은 그냥 껍데기만 남아 있는 겁니다.”


“연료봉, 제거한 연료봉은 어디에 있지?”


“그게, 재처리 되지 않은 상태에서 원자로 안에 그대로 있습니다. 여기서 일하는 실무자의 말로는 기술력도 부족하고 예산지원도 끊겨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만 하는 수준이라고 합니다.”


“양은 정확한가? 북한에 우라늄 광산이 있었던 걸로 아는데?”


“거기도 폐쇄되어 방치된지 오래라고 합니다. 오스본, 인정하세요. 서상국 소장이 말한 것은 모두 사실입니다. 여긴 폐쇄수순을 밟고 있는 시설입니다.”


“이런 제기랄··· 이 빌어먹을 코딱지만한 소국이 우릴 엿 먹인 건가? 핵무기를 개발할 역량도 안 되면서 그 뒷처리를 IAEA에게 떠넘겼다고?”


“일단 상부에 중간보고를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단장. 북한이 우릴 속였든 미국에게 엿을 먹였든 우리가 판단할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우리는 우리가 할 일을 해야 합니다.”


과도하게 감정을 드러내던 사찰단장은 냉정한 충고를 듣고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조사결과를 보고하는 것 뿐이라고 인정했다.

소련의 체르노빌을 기점으로 탄탄한 커리어를 쌓아오던 자신의 경력에 큰 오점이 하나 생긴 셈이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이다.


“제기랄, 어쩔 수 없지. 그건 그렇고 저 중장비들은 뭡니까?”


“우리가 사찰을 마치고 떠나면 시설 전체를 콘크리트로 덮어 버릴 거랍니다. 무기화될 가능성이 있는 고준위 폐기물은 우리가 회수해 갈 테니 나머지는 그냥 묻어도 된다고···”


“빌어먹을, 그 대단하다는 미국 정보부가 대체 이 따위 실수를 하다니! 대체 내 세금을 어디다 낭비하고 있는 거냐!”


===


“오랜만이야, 류 실장. 바깥 나들이는 어땠나?”


“고조 자본주의 달러 맛이 참으로 달달~ 한 것이, 유럽 귀족의 사치가 어떤 거인지 온 몸으로 느꼈습네다. 일본 증시가 껑충 뛸 때마다 어떻게든 옵션을 청산해 보겠다고 달려드는 놈들 꼴이 참으로 좋은 구경거리였디요.”


“그래서, 지금쯤이면 청산절차에 들어갔을 것 같은데. 성과는 어느 정도지?”


“지금쯤이면 미시건호 수온이 궁금한 치들이 꽤 많을 겁네다. 거두절미하고 말해서 만기 청산가격은··· 에누리 떼고 오십억 달러 되시갔습네다.”


“오십억이라··· 국가 운영예산으로는 아직 많이 부족해.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류일해 실장?”


“이미 풋 옵션으로 전환한 금액만 십억 달러 가까이 됩네다. 총국장님 말씀대로 폭락이 시작되면 그 돈이 불어나는 것도 순식간이디요.”


“덩치가 너무 커진데다 폭락이 코앞이야. 오만한 일본 증권사 놈들 외에 풋 옵션 계약을 받아들일 정도로 눈치 없는 놈들은 찾기는 힘들 거야. 10억 달러 정도만 추가로 옵션에 넣고 나머지 30억 달러는 환율 쪽으로 돌리자고. 당분간 필요한 달러는 그 정도면 충분하니까.”


“일본 엔화 말씀이십네까?”


“아니. 영국 파운드화. 거기도 꽤 큰 건수가 있거든. 골수까지 뽑아먹어야지 않겠어?”


섬나라 친구들은 좋은 달러 공급원이지.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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