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핵분열? 핵융합!(2)
수령님 축지법 쓰신다 6화
마도공학은 과학과 마력을 접목하는 데서 시작하고, 과학은 왜 그런가에 대해 누구나 납득 하 수 있도록 객관적으로 증명함으로써 성립한다.
그런 점에서 마도공학의 창시자가 된 내가 신전놈들과 사이 좋게 지내는 것은 애초에 글렀다.
신의 섭리에 의문을 표하고 지나가는 농노마저 선택받은 권능에 참견하여 왈가왈부 할 수 있도록 하는 것만큼 지독한 독신(瀆神)이 어디 있단 말인가?
하지만 지구의 중세에 카톨릭의 탄압 속에서도 갈릴레오가 지동설을 주장했듯이, 에우로기니아에서도 신전에 반기를 들고 마력에 대해 연구한 사람들이 있으니, 이들을 통틀어 모두 마법사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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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융합은 원리만 따지면 의외로 그렇게 복잡한 반응이 아니다.
문제는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핵융합 반응에 필요한 온도는 1500만K 정도로 상대적으로 낮은 반면에 그에 필요한 압력이 2600억 기압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수치라 지표에서는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것에 있다.
다행히도 핵융합 반응은 일반적인 물질의 화학반응과 유사한 특징을 가지는데, 온도가 높을수록 낮은 압력에서도 반응조건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핵융합로 내부의 온도를 약 5억K 정도로 유지할 수 있으면 D-T 핵융합 기준으로 핵융합로는 자연적인 점화조건에 이르게 되고 이후로는 연료만 투입해 줘도 알아서 잘 돌아가게 된다.
화력발전소와 크게 다를 것도 없는 셈이다.
“결국 핵심은 고온, 고압의 조건을 경제성 있게 달성하는 것입니다.
발전기를 가동시켜서 얻을 수 있는 전력이 발전기를 움직이는데 필요한 전력보다 22배 정도는 되어야 화력발전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겠지요.”
“그렇습네다. 고조 국장동지께서 보여주신 시험 발전기는 스텔러레이터 형태의 자기장 가둠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 정교한 설계와 만듦새도 놀랍지만 아무리 조사해 보아도 반응조건을 달성할 정도의 환경을 구성하는 데는 모자람이 있습네다.
그런데도 멀쩡하게 작동을 하니, 눙토히 말해 미치고 팔짝 뛸 지경입네다.”
“공화국 최고의 석학들이 모인 연구소답게 다들 골이 잘 돌아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거기다 과학도답게 모르는 것을 알고자 하는 열망이 넘치니, 당분간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겠군요. 가장 먼저 뇌파와 마력의 공명현상부터 시작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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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너와 함께할 마법사 집단을 얻었군. 이들을 통해 만신전의 신들을 죽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고작 수십명으로? 어림도 없는 소리. 이들은 그저 시작일 뿐이야.
당장 나를 대신해서 과학과 마력 사이의 연결고리를 이론적으로 만들어 주기만 해도 대성공이라고 할 수 있지.”
-그렇다면 겨우 시간벌이로 쓸 인력을 구하는데 너무 과한 투자를 한 게 아닌가?
“아직도 이해하지 못했구나, 에필로가. 마법공학은 마법과는 달라. 마력을 직접 느끼고 다룰 수 있는 소수만을 위한 학문이 아니라고.
지금 당장은 마력과 전자기장이 어떻게 상호작용 하는지도 몰라서 좌충우돌 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네가 상상하지도 못 했던 일들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을 걸.”
-그저 시간만 있으면 그렇게 된다고?
“물론 지속적으로 인적, 물적 자원을 투입해야지. 중요한 건 선택 받은 일부가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그 혜택을 직접적으로 받을 수 있게 하는 보편성이야. 그렇기 때문에 마법이 아니라 마도공학인 것이고.
에우로기니아에선 가장 열린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던 마법사 조차도 농부를 위해 마법을 활용해야 할 이유가 뭔지, 아니 농사에 마법을 사용 할 수 있다는 것 조차 상상하지 못 했어.
고정관념이란 건 그렇게 무서운 거야.”
-그런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알 수 있겠지. 다음 계획은 뭐지?
“보물이 생겼으니, 지킬 힘을 길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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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변과 평양평야를 왕복하길 6개월, 평양평야에서는 첫 수확물이 생산되어 평양 시내의 인민들에게 배급되기 시작했고 영변에서는 1GW급 핵융합 반응로가 제작되어 평양에서 가까운 대형 석탄 화력발전소부터 차례차례 개조하여 비밀리에 핵융합 발전소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이 혁명적인 성과에 김정일이 책임자로 있는 선전선동부에서는 매체를 가리지 않고 체제의 우수성을(은근슬쩍 자기가 한 일로 고쳐서) 홍보하고자 했지만, 모든 사실을 밝히는 건 미친 짓이나 다름없었다.
사실 김정일이 중국에다 정보를 갖다 바치는 것이 당장에 가장 위험한 변수라고 할 수 있었다.
“이 모든 성과를 온 세상에 알리는 것은 시기상조입니다. 힘없는 자가 보물을 가지면 빼앗기게 될 뿐입니다 수령님.”
“뭐이가? 지금 우리 인민군을 무시하시는 거이네?”
“그럴리가요, 장군님. 하지만 농업공장과 핵발전소 모두 주변 강대국들에게 지나치게 유혹적인 먹잇감입니다.
무작정 공개한다고 해서 덮어놓고 믿으려 하지도 않겠지만, 공식적인 발표로 불필요 관심을 끌 이유도 없지 않겠습니까.”
“식량국장 말이 맞다. 미제 놈들은 물론이고 로씨야 놈들이나 되놈들이나 다 똑같은 도적놈들이디.
우리 공화국이 잘 산다 싶으면 들개처럼 달려들어 뜯어먹게 없나 찾을거이야.”
“기러면 이 혁명적인 성과를 인민들에게 알리지도 않고 기냥 묻어버려야 합네까?”
“오해가 있으신 것 같습니다 아버지. 자세한 내용을 굳이 알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지, 주체농법의 혁명적인 발전을 통해 식량생산이 급증했다거나 공화국 고유 기술로 핵발전을 상용화 했다는 정도로도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어차피 인민들에겐 배급이 충분해지고 전깃불을 펑펑 써도 된다는 것만으로 수령님의 위대한 영도력에 감동하게 될 겁니다.
그들에겐 핵융합이니 식량공장이니 하는 세세한 부분은 중요하지 않으니까요.”
“기렇디, 정운이 네 말이 다 맞다! 비밀은 잘 지키고 결과만 선전하면 되는 기지. 오히려 배가 불러선 딴짓거릴 할 놈들이 나올 걸 경계해야 되지 않갓어?”
“그래서 말입니다만, 요청드릴 것이 있습니다, 할아바디.”
“요청? 말만 하라, 내 다 들어주갓어!”
“영변 연구소와 농업공장에는 지금도 호위병력이 있긴 합니다만, 시설과 인력의 중요성에 비해 양과 질 모두 부족함이 있습니다.
특히 영변 연구소의 경우 공화국의 핵심인력들이 집중되어 있는 곳으로, 이에 걸맞게 적들의 간첩행위를 비롯한 비상사태를 대비해 가장 정예한 부대가 지킬 필요가 있습니다.”
“흐음, 정찰총국에서 병력을 차출해 달라는 기지?”
“그렇습니다. 방첩능력과 실제 전투력, 정신무장까지 믿을 수 있는 공화국 최정예 부대가 필요하니까요.”
“기래, 이번에 큰 공도 세웠고 밑에 부하들도 잘 다루고 있으니 이참에 너도 군 계급을 달고 우리 김가의 아들답게 장군 한 번 해야디!”
내 직속으로 정예 보병부대를 배치하는데다 심지어 군 계급까지 부여한다는 말을 듣고 뽀글이는 도저히 제 성질을 참을 수 없었는지 크게 반발하기 시작했다.
“아바디! 아무리 기래도 이제 세 살짜리 아새끼가 장군은 너무 심하지 않습네까? 밑에 아새끼들이래 뭐라 수근거리겠습네까!”
“뭐이가? 너이야 말로 얼마 전에 정철이한테 소장 계급장 붙여주고 장성들한테 경례시키지 않았어! 근데 뭐가 문제야?
그리고 당장에 보이는 성과가 이리 큰데, 뭐? 수근거려? 공화국 역사에 이리 큰 일을 해낸 인물이 근래에 있기나 했어!
그런데도 감히 어디서 그딴 짓거릴 해! 넌 그 따위 반동분자놈들 제대로 색출하지도 못하고 지금까지 뭐 한기야! 너 그 따위로 할 거면 선전부고 정치국 위원이고 다 그만둬!”
내 요청에 반발하자 마자 나타난 김일성의 격렬한 반응에 김정일은 순간적으로 어안이 벙벙해 고개를 숙이고 제대로 대답조차 하지 못 했다.
하지만 자신이 이런 상황에 처한 것이 모두 내 탓이라는 듯, 눈빛과 표정 속에 음험한 증오가 싹트는 것이 보였다.
앞에 있는 김일성에게는 보이지 않았지만, 아직 김정일에 비해 키가 작은 내 시야에는 그 흉악한 표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지나치게 자극한 건가? 하지만 권력기반이 완전히 넘어간 것도 아닌데 눈치도 없이 김일성 앞에서 대놓고 반기를 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지 않을 터.
알면서도 더러운 성질머리를 주체하지 못 한 것에 더 가까울 것 같은데’
“아바이께서도 걱정하시는 마음으로 말씀하셨을 겁니다. 흥분을 가라앉히시지요, 할아바디. 건강에 좋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후우, 후우··· 기래, 너무 흥분하면 안되지.”
“그리고 아바이 말씀대로 장군계급은 너무 과한 것 같습니다. 대좌 정도면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사단급 병력을 움직일 정도로 규모가 크면 오히려 정보유출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정찰총국 휘하에서 특기별로 정예를 추려 여단급으로 새 부대를 창설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식량공장은 수도에서 지척이니, 대대규모로 시설 근접 호위만 맡고 유사시에는 근처 부대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기래, 정운이 네가 여단장으로 해서 밑에 최정예 전사들로 편성하라.”
당장에 부자간의 갈등이 지나치게 격화되어 공공연히 알려지면 여러모로 문제가 커질 수 있기 때문에 한 발 물러서서 기갑차량 없이 보병부대로 부대를 꾸리고 규모도 여단급으로 낮추기로 했다.
쿠데타 상황이 발생 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수도에 기갑세력을 투입하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보병부대만으로는 전차부대에 대적할 수 없기 때문에 내가 실질적인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김정일에게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이었다.
거기다 수도 가까이에는 고작 한 개 대대만을 배치할 것이라고 하니, 그제서야 김정일의 격앙된 감정이 가라앉는 것이 보였다.
뭐, 지금 당장 겉으로 보기에는 그랬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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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는 안 되갓어. 괴물 같은 아새끼가 태어난지 2년도 안 되서 이 김정일이를 골빈 허수아비로 만들어! 장성택이, 골좀 굴려 보라. 무슨 수가 없갓나?”
평범한 아이의 모습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친아들의 행태에 스스로의 위대함에 대한 망상의 나래를 펼쳤었던 김정일이었지만, 말도 안 되는 성장속도부터 시작해서 식량공장까지 도무지 인간같지 않은 모습에 히스테릭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한 상황은 점점 악화되어서 지금에 와서는 측근들에게 세 살 짜리 아들을 견제할 방법을 내놓으라고 직접적으로 말하는 지경까지 다다른 것이다.
“그게, 당장에는 수령님께서 관심 깊게 살피시는지라 직접적으로 수가 없을 것 같습네다.”
“뭐이야? 그걸 말이라고 지껄이는 거야! 고작 세 살짜리 아새끼도 못 다루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거이야!”
자기 얼굴에 똥을 뿌리는 김정일의 언동에도 김영춘, 리명수 등은 차마 입을 열지 못 했다.
엄격한 계급사회인 북조선에서 아무리 측근이라지만 첩의 자식도 아니고 직계중의 직계인 김정일의 적자에 대해 왈가왈부 하는 것은 자기자신뿐만 아니라 사돈의 팔촌까지 물리적으로 목이 날아 갈 수 있는 사안이었다.
당장에는 나름 인척관계인 장성택이 대표로 나서서 욕받이를 하고 있지만, 백두혈통 집안 문제에 자칫 혀를 잘못 놀렸다간 지금 당장이 아니라도 언제든지 ‘혁명화’ 당할 수 있는 것이다.
“그거이··· 아무리 골을 굴려봐도 당장에 식량사업이나 발전사업에 손을 쓰는 것은 어렵습네다. 하지만···”
“하지만?”
“그··· 정찰총국에서 차출하는 인원중에 당성이 뛰어나고 혈통이 좋은 군관들을 몇 투입하면 여러모로 쓸모가 있을 것 같습네다.
겉으로는 보이지 않으니 수령님도 모르실 거이고 유사시에 즉각 대응할수 있지 않갔습네까?”
북한에서는 가장 기본적이고 당연한, 모두가 알고 있는 내부 감시용 스파이 투입 행위를 정치공작에 일가견이 있는 김정일을 비롯해 핵심 권력에 위치한 측근들이 떠올리지 못 할 리가 없었다. 또한 당장 그들이 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행동이기도 했다.
모두가 알고 있는 이 방법을 다른 자들이 먼저 나서서 입 밖으로 내지 못 하는 것은 김일성이 노망이 나지 않은 이상 언제든지 들통날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아버지에게 한 가득 욕을 처먹은 김정일은 일이 잘못 되었을 때 절대 책임질 생각이 없었고, 다른 측근들은 목이 날아갈지도 모르는 일에 연루되고 싶지 않았다.
덕분에 비교적 짬이 낮은데다 나름 김일성의 사위라 일이 잘못되어도 사상교육 정도로 끝날 수 있는 장성택이 총대를 매게 된 것이다.
“기래, 내 자세한 내용은 몰라도 당성 좋고 혈통 좋은 군관은 어디에나 필요한 법이디. 장성택이 네가 책임지고 진행시켜!”
‘씨발!’
장성택의 마음속에서 혼을 담은 외침이 터져나왔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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