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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산 님의 서재입니다.

고종시대, 회귀한 특전사가 정치를 너무 잘함.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현대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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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산
작품등록일 :
2024.03.25 16:11
최근연재일 :
2024.05.2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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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4.1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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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글자
12쪽

쫄리면 뒈지시던가....

DUMMY

봉준이 제물포에 도착했을 때 청나라 군함이 다섯 대나 보였다.


‘짜식들 오버하고 있네...’


위압감보다 왠지 측은함이 들었다. 대충 봐도 1000톤급 정도의 군함들이었다.


이 당시 군함들은 대부분 석탄을 사용하는 증기선이라 제물포까지 5척이나 끌고 오려면 석탄 값이 만만치 않았을텐데, 대충 두척만 끌고 오지...


주머니 사정도 넉넉지 않는 북양해군이 무리를 했다 싶었다. 뭐 근데 이건 청나라 사정이고...


잠시 후면 저 군함을 타고 온 청나라 관리들이 등장할 거였다.


대충 누가 올 지 짐작이 되었다. 마건충과 정여창.


실제 역사에도 이들은 조선을 뻔질나게 드나들었던 인물이었다. 역사가 조금 바뀌었다고 한들, 다르지 않을거 같았다.


군인인 정여창은 겁주려고 오는 병풍일테고 실질적인 통상협상은 문관인 마건충이 할 게 뻔했다. 그는 파리정치대학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을 만큼 실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봉준은 오히려 이런 실력자가 상대하기 편했다.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묘한 습성들이 이런 실력자들에겐 있었다.


이런 습성을 오늘 한번 잘 이용해 볼 생각이었다. 이러는 사이 군함들이 제물포 외항에 정박을 했고 곧바로 소형 선박으로 갈아탄 청나라 관리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마도 딴딴하게 생긴 남자가 정여창일 것이고 마른 체형에 코가 오똑하게 선 남자가 마건충 같았다.


봉준은 제물포 땅을 밟은 정여창과 마건충에게 먼저 머리를 숙여 속국 관리의 예를 취해 보였다.


살짝 빈정이 상했지만 지금 얘들이 어떤 심정으로, 뭐 땜에 조선 땅에 왔는지 뻔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기분을 맞춰주는 센스가 필요했다.


어차피 나중에 시원하게 한 방 먹여 줄 텐데... 처음엔 방문자에 대한 예의정도는 지켜주고 싶었다.


이렇게 간단히 하례가 끝나고 곧바로 협상이 시작되었다. 역시나 담당자인 마건충이 입을 열었다. 영어였다.


-조선의 전권대사께선 미국과 단독으로 통상조약을 맺을 정도니 내 영어를 충분히 알아들을 거라고 생각하오. 혹시라도 못 알아들으면 말을 하시오. 내 천천히 말을 해 줄 테니까.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랩을 하셔도 상관없습니다.

-랩? 그게 무슨 말이요?


앗차. 실수... 마건충이 미래의 랩을 알 턱이 없지..


-뭐 빠르게 말을 하셔도 알아 들을 수 있단 말입니다. 이렇게요.


봉준이 살짝 랩 스타일로 몇 마디 던져 보았다. 마건충이 '뭐 이런 미친놈이 다 있나' 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게 지금 영어요?

-그럼요. 들어 보시면 알잖습니까. 전부 영어 단어잖아요.

-허허. 꼭 미국에 흑인노예출신들이 쓰는 언어 같군요.


역시 언어천재 마건충... 랩의 기원을 적당히 잘 때려 맞추고 있었다.


-어떻게 한 번 해보시겠습니까? 이게 앞으로 미국에서 엄청 유행할 스타이거든요.

-됐소. 그 따위 저급한 영어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이것부터 보시오.


잠시나마 가벼웠던 분위기가 다시 진지 모드로 변했다. 곧바로 마건충이 준비해온 통상조약의 초안을 보여주었다.


대충 봐도 말이 안 되는 불평등조약이었다. 하지만 이런 일을 예상하고 있었기에 곧바로 대응해 주었다.


-대인. 죄송하지만 혹시 만국공법을 아십니까?

-무례하오. 내가 그걸 모를 거 같소.

-그런 분이 어찌 이런 조문을 만들어 오신 겁니까?

-뭐요?

-마대인께선 파리정치대학에서 법학박사학위를 받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분이 만국공법에 한참이나 어긋나는 이런 초안을 만들어 온 것이 제 입장에선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마건충의 얼굴이 붉어지고 있었다. 자신의 자부심인 프랑스 법학박사학위를 이렇게 돌려 쳐서 엿을 먹였으니 어찌 안 그럴까...


아마도 옆에 있던 정여창이 이 사실을 알았다면 책상을 걷어차고 일어났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마건충은 지성인답게 화를 삭히고 차분하게 대응하였다.


-난 우리 청국과 조선의 오랜 조공관계를 고려해 이렇게 초안을 만든 것이오. 그걸 감안한다면 충분히 이해가 되는 초안이오.

-그럼. 옛날 방식으로 계속 무역을 하지 뭐 하러 통상조약을 맺으러 오신 겁니까? 지금 전 세계는 만국공법에 근거하여 조약을 맺고 있습니다. 해서 우리 조선은 지금 청국이 가져온 초안으로는 조약을 맺을 수가 없습니다.


봉준의 강경한 태도에 마건충이 한 발 물러섰다. 그도 자신이 만든 초안의 모순을 충분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좋소. 그럼 조선이 원하는 건 뭐요?


봉준은 이럴 줄 알고 따로 초안을 작성해 가지고 왔다. 이걸 마건충에게 건네주었다.


조미수호통상조약을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나름 합리적인 조약이란 걸 마건충이 모를 리가 없었다. 하지만 쎈 척하고 나왔다.


-이보시오. 전권대사. 그대는 국제질서에 밝은 사람이라 들었소. 그럼 어떤 나라가 진정으로 조선을 보호해 줄지 잘 알거요. 우리 청국의 조약이 과한 건 그만큼 조선을 잘 보호해 준다는 약속이오.

-대인, 송구하지만 우리 조선은 청국의 보호를 원하지 않습니다.

-어리석군요. 지금 조선은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소. 그들은 언제든 조선을 강제로 점령할 수 있는 힘이 있는 나라요. 그대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지 않소?

-그럼요. 러시아가 마음만 먹으면 작은 조선 하나 집어 삼키는 건 일도 아니겠죠. 하지만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조선은 조만간 러시아 하고도 통상조약을 맺을 거거든요.


이 말에 마건충이 또다시 당황했다. 이럴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동안 러시아는 조선을 청국의 속국으로 생각해, 청과 잘 지내면 굳이 조선과 통상조약을 맺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몇 달 전, 청국의 서북쪽에 있는 신장 위구르 지역의 통치권을 놓고 청국과 분쟁이 벌어지면서부터 생각이 달라졌다.


조선도 언제든 이곳처럼 분쟁지역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러시아가 이 때를 대비해 조선과 직접 통상조약을 맺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한 시기가 바로 지금 1881년 중반 즈음이었다.


봉준은 이미 이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오늘 협상카드로 러시아를 내밀었다.


-신장 위구르에서 러시아와 맺은 이리조약이 조선에서도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해서 지금 우리 조선이 블라디보스톡 공관에 수호조약을 요청하면 아마 당장이라도 좋다고 달려오지 않겠습니까...?

-전권대사... 당신이 어떻게 이리조약을 알고 있는 것이오?

-아니, 전 세계가 다 아는 사실을 어찌 우리 조선만 모를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조선의 정보력은 대인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허술하지 않습니다... 아무튼 만국공법에 근거한 통상조약이 아니면 조선은 청국과 조약을 맺지 않을 겁니다. 세계 정세에 밝으신 대인이시니 무엇을 선택해야 옳은지 잘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마건충은 지금 봉준의 말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졌다고 생각했다. 설마 조선에서 러시아와 맺은 이리조약(伊犁條約)내용까지 간파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게다가 이럴 협상에 카드로 들고 나올 줄이야...


청국이 서북지역 이슬람 문화권인 신장 위구르에 장악력이 약해진 틈을 타 러시아가 침범해 분쟁이 일어났다.


다행히 협상을 통해 이 지역의 영토는 어느정도 지켰지만 사실은 러시아에게 배상금과 더불어 자유로운 통상을 허락해 준 일종의 굴욕외교였다.


이 일이 조선에서도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었다.


솔직히 청국은 지금 러시아와 싸울 여력이 없었다. 그러했기에 지금은 조선이 원하는 대로 통상조약을 맺어 확실한 동맹관계를 유지하는 게 더 유리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옆에서 묵묵히 앉아 있다가 뒤늦게 통역을 통해 상황을 파악한 정여창은 그러지 못했다. 다혈질의 군인기질이 터지고 말았다.


-네. 이놈! 전봉준. 감히. 조선의 전권대사 따위가 상국인 청국을 모욕하는 것이냐! 당장 무릎을 꿇고 사죄하여라!


정여창이 협탁을 뒤집어 엎으며 분노를 표출하고 있었다.


'아이고... 지랄을 한다.... 뭣도 모르는 놈이...'


봉준은 눈 하나 깜박하지 않았다. 이미 이런 난리를 예상하고 있었다.


정여창은 명색이 해군 함장인데, 한 나라의 군인으로써 이 정도 분노는 표출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같은 군인출신으로써 동병상련인가...


아무튼 선만 넘지 않는다면 분이 풀릴 때까지 마음껏 지랄을 하게 놔둘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런 지랄은 꼭 선을 넘기 마련이었다. 나중에 후회할 줄도 모르고...


-당장 함포를 발사해 제물포항을 쑥대밭으로 만들 것이다!

-네. 그러십시오. 북양함대의 강력한 함포로 제물포를 박살내 보십시오. 단 그 순간부터 청국은 전쟁을 치러야 할 겁니다.

-닥쳐라! 너희 조선 따위가 감히 청국을 상대할 수 있을 거 같으냐!

-우리가 아니라 미국이 상대를 할 겁니다.

-뭐라?


아직 조미수호통상조약 비준서에 잉크도 마르지 않았다. 그리고 이 통상조약 조문엔 군사협력은 물론 상호 방위에 관한 내용이 정확히 적혀 있었다.


실제 역사에선 푸트의 허접한 보고서 한 장으로 거의 사문화 되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아주 쌩쌩하게 살아있는 활어였다.


-만약 청국의 포탄이 제물포를 공격한다면 지금 나가사키에 머물고 있는 미국의 아시아함대가 즉각 조선으로 출격할 겁니다. 미국이 참전하면 동맹국인 영국의 참전도 가능해 집니다. 대인께선 2차 아편전쟁 때 영국연합군이 북경을 점령한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봉준은 청나라가 생각하기도 싫은 2차 아편전쟁 때의 기억을 상기시켜 주었다. 청나라는 이 일을 계기로 영국에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었다. 절대 이길 수 없는 공포의 대상...


만약 청국이 조선을 공격하게 되면 미국과 더불어 영국도 참전할 수 있다는, 다소 과장된 말에 이 트라우마가 자연스럽게 발동되고 있었다.


천하의 정여창이 쫄고 있었다.


-조선이... 어찌 감히. 우리 청국에게 이럴 수 있단 말인가...


정여창이 온 몸을 부르르 떨며 목소리를 낮추고 있었다. 이건 기세가 꺾였다는 증거였다. 그제서야 옆에 있던 마건충이 그를 진정시키고 있었다.


이렇게 시원하게 한 방 먹여 줬으니 지금부터는 살살 달래줄 차례였다.


사실 지금 청국과 틀어져 봐야 좋을 건 없었다. 영원한 숙적 일본이 옆에 있어 언젠가는 청국의 힘이 필요했고, 지금 분에 못 이겨 떨고 있는 정여창은 그때 가서 크게 한 몫해야 하는 인물이라 기분을 풀어 줄 필요가 있었다.


-대인. 조선은 결코 청국과 등을 질 마음이 없습니다. 500년 사대의 예를 잊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만국공법이라는 새로운 국제질서가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입니다. 해서 조선은 여기에 맞게 청국과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려는 것이지 결코 상국의 예를 저버리는 것이 아닙니다. 이점 널리 헤아려 주십시오.


봉준은 살짝 오글거렸다. 맘에도 없는 말을 어떻게 이렇게 잘 할 수 있는지 스스로가 대견스러웠다. 조선에 와서 완전 배우가 다 되어 버렸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에 미래로 복귀하게 된다면 다 때려치우고 배우에 도전해 보리라...


아무튼 이런 화려한 접대멘트을 날린지 얼마되지 않아 마건충이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받을 거야... 말 거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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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시대, 회귀한 특전사가 정치를 너무 잘함.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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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만만치 않은 놈들. +6 24.05.15 1,057 38 11쪽
39 노블리스 오블리제. +6 24.05.14 1,106 40 13쪽
38 민응식의 개꼼수. +8 24.05.13 1,167 42 12쪽
37 언론이 중요해. +6 24.05.10 1,292 41 12쪽
36 혁명은 어려워. +5 24.05.09 1,342 42 11쪽
35 조선엔 병원이 필요해. +5 24.05.08 1,368 41 11쪽
34 조선 해군의 시작 +5 24.05.07 1,549 43 12쪽
33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5 24.05.06 1,576 43 12쪽
32 조선에 다가오는 검은 그림자. +9 24.05.03 1,616 40 11쪽
31 킹메이커. +5 24.05.02 1,653 44 12쪽
30 후반전 빌드업. +6 24.05.01 1,682 43 11쪽
29 빅딜. +8 24.04.30 1,673 50 11쪽
28 금을 너무 좋아해~ +6 24.04.29 1,699 44 12쪽
27 아메리카 드림~ +6 24.04.26 1,837 50 11쪽
26 미국 돈이 필요해. +5 24.04.25 1,846 4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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