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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산 님의 서재입니다.

고종시대, 회귀한 특전사가 정치를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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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산
작품등록일 :
2024.03.25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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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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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조용한 아침의 나라.

DUMMY

민겸호가 기생집에서 나온 시간은 대략 해시(亥時) 즈음 이었다.


거하게 술에 취한 그가 하인들의 부축을 받으며 가마에 올라탔다. 배웅을 나온 기생집 행수가 오늘 자리가 만족했는지 물어 오고 있었다.


“대감. 오늘 흡족하셨는지요...?”

“허허허. 그래. 내 요새 개돼지놈들 때문에 머리가 아팠는데 오늘 한 잔 먹고 나니 기분이 좋아지는구나.”


민겸호는 요사이 머리가 지근거리게 아팠다.


같지도 않은 구식군대 놈들이 봉급에 불만을 품고 여기저기서 항의를 한다는 보고를 많이 받았다.


이런 보고를 받을 때 마는 그는 온갖 짜증과 더불어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런 개돼지 같은 새끼들. 봉급에 불만이 있으면 때려치면 될 거 아니야!’


민겸호는 군인들의 불만이 이해가 되질 않았다. 각 군영에는 둔전이 있어 거기서 경작해 나오는 소출로 적당히 해결하면 되는 문제였다. 아니면 시전에 나가 장사를 하던가 그것도 한강에 나가 고기를 잡아 생계를 해결하면 문제였다.


전쟁도 안 하는 군인놈들이 봉급을 받아서 무엇하랴... 게다가 구식군대 놈들은 조만간 다 짤라버릴건데...그런 놈들한테 주는 봉급이 아까웠다.


요사이 일본에서 들어온 옥양목에, 신식물건을 사려면 많이 돈이 필요해 죽겠는데... 개돼지들한테 줄 봉급 따윈 없었다.


그래도 그마나 다행인건 며칠 전부터 이 놈들의 항의가 부쩍 줄어들었다는 보고를 받았다. 이제야 지들의 분수를 아는 거 같았다. 해서 오늘 짜증나는 기분을 풀려고 이렇게 마셨는데 생각보다 너무 많이 마셨다.


“대감. 오랜만에 오셨는데... 주무시고 가시는 게 어떠신지요. 수청을 들 새로운 아이가 있사옵니다.”

“다음에... 오늘은 내가 집에 들어가야 하네.”


민겸호가 집에 들어가려는 이유는 애첩 서월이 때문이었다.


이 시간에 들어가면 서월이가 토라져 앙탈을 부릴게 뻔했다. 하지만 민겸호는 이런 앙탈을 좋아했다. 해서 이 앙탈을 보며 그녀를 품으려면 서둘러 집으로 가야만 했다.


이것도 나름 대장부의 순정이라 생각하며 서둘러 가마를 출발시켰다.


오늘따라 이상하게 달이 밝았다. 보름이라 그런가... 마치 대낮처럼 집으로 가는 길을 훤히 비춰 주고 있었다.


하지만 민겸호는 이 길이 저승길이란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저 달빛에 취해 있을 뿐이었다.


“허허허. 달빛이 참으로 좋구나~”


봉준은 북촌 초입에서 있는 기와집 지붕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민겸호가 나타나길 기다렸다.


오늘은 유난히 달이 밝았다. 이 정도면 거의 야간투시경을 쓴 거나 다름없었다. 하늘도 무도한 자가 죽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해서 이렇게 천연 라이트까지 비춰 주고 있지 않은가...


북촌입구로 들어오는 민겸호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지체없이 스나이더 엔필드의 가늠자로 그의 머리를 맞췄다.


탐욕스러운 그의 얼굴이 달빛에 선명하게 보였다. 너무도 부드럽게 방아쇠가 당겨졌다.


-탕


밤공기를 가르는 굉음이 일어났다. 민겸호의 머리통이 뚫리며 가마에서 떨어지는 게 보였다.


이제 조금 있으면 사람들이 주변을 수색할 터... 봉준은 스나이더 엔필드가 내뿜은 허연 연기를 뒤로 한 채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다음날 저잣거리에 민겸호가 죽었다는 소문이 쫙 돌았다. 어느 누구도 그를 애도하는 사람은 없었다.


백성들 모두 십년 묵은 체증이 확 내려갔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범인을 모두 대원군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역시 우리 백성들의 마음을 알아주는 건 대원위 대감 밖에 없다니까. 그냥 우리 가려운 곳을 이렇게 시원하게 긁어 주시잖아.”

“그래도... 민씨 놈들이 가만있을까? 지난번 민승호때는 그냥 넘어갔다 쳐도... 이번에 난리를 피우지 않겠어?"

“지들이 가만있지 않으면 뭐 어쩔건데? 뭐 대원위 대감이 했다는 증거라도 있냐고?”

“그렇기는 한데...”

“걱정하지 마. 대원위 대감이 어떤 분인가? 그놈들이 지랄 쌩난리를 피워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걸세.”

“근데... 말이야. 정말 대원위 대감이 한 일일까?”

“아니 그럼 이 조선 팔도에 이런 일을 할 만한 배포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아무튼 민겸호가 죽어서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큰 난리가 날 뻔했어.”

“그건 그래... 우리 옆집에도 어영청 군인이 사는데 가족한테 마지막 인사도 하고 장검까지 들고 나갔대... 이런 군인들이 한 둘 아니야. 엄청 많아.”

“하이고~ 대원위 대감이 여러 사람 살리셨네...”

“근데. 민겸호가 딱 한 방에 그냥 갔다면서?”

"그래. 눈도 못 감고 뒤졌데."

“야~ 누군지 모르지만 총을 엄청 잘 쏘는 사람인가 봐...”

“그치. 완전 명사수지. 근데 우리 그 사람한테도 고맙다고 해야 하는 거 아니야?”

“누군 줄 알고...? 그냥 대원위 대감으로 퉁 치세.”


사람들은 이렇게 대원위 대감과 더불어 이름 모를 저격수까지 칭찬하고 있었다.


조정에선 민겸호의 사건을 조사했지만 아무런 단서조차 찾지 못했다. 그저 대원군이 사주했다는 심증만 가질 뿐이었다.


하지만 여흥 민씨 세력도 민겸호가 왜 죽었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선혜청 당상에 여흥 민씨가 아닌 다른 관리를 임명하였고 군인들에 대한 봉급도 제대로 주기 시작했다.


이러한 후속조치는 역시 민영익의 주도로 이뤄졌다.


그렇지만 무위영과 장어영으로 통합된 5군영은 원래대로 복원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이 났다.


민겸호의 죽음에 다시 5군영으로 복원되는 건 그의 잘못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꼴이라 아무래도 이건 여흥 민씨들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봉준은 오히려 이것이 전화위복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통합이 어찌보면 신식군대로 바꾸는데 있어 효과적인 측면도 있었다.


물론 임무에 맞게 부여된 편제를 통합하는게 아쉽기는 했지만 이건 나중에 미래의 군대처럼 병과를 통해 분류하면 해결할 수 있을 거 같았다.


아무튼 이렇게 2군영 체제로 바뀐 이상 옛날 계급 체계를 쓸 필요가 없었다. 새술을 새 부대에 담는다고... 분위기 전환을 위해서도 계급체계를 바꾸고 싶었다.


헤서 무위영과 장어영에도 교련병대식 계급 체계를 도입하자고 건의를 했고 흔쾌히 받아 들여졌다.


이렇게 실제 역사보다 1년 빠르게 일어날 뻔한 임오군란은 큰 피해 없이 마무리되고 있었다.


1881년 7월은 이렇게 지나갔다.


**********


“이보게 전정령... 왜 아직 미리견에선 아무런 소식이 없는 건가?”


미국과 통상조약을 맺은 지 어느덧 1년이 지났다. 하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후속 조치가 없자 민영익이 조바심을 내고 있었다.


“대감. 미리견에는 의회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조약을 허락해 줘야, 정식으로 효력이 발생하는 겁니다.”

“그 의회라는 곳은 어떤 곳인가?”

“조선의 비변사와 비슷하다 생각하시면 됩니다.”


비변사는 문무백관 신하들이 모여 군무(軍務)에 관한 논의를 하던 임시기구였다. 하지만 임진왜란 이후 거의 상설화되어 지금도 이 곳에선 왕을 제쳐두고 지들끼리 버젓이 정책을 결정하고 있었다.


사실 의회와 비변사는 시작부터 다른 개념이지만 하는 일은 일정 부분 비슷한 면이 있어 민영익을 이해시키는 예시로썬 나쁘지 않았다.


“미리견왕도 신하들의 눈치를 보긴 보는구만...”

“상호 견제라고 보시는 게 더 맞을 겁니다. 이것이 서구의 민주주의라는 것입니다. 조선의 입장에서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자네는 정말 모르는 게 없는 사람이구만... 아무튼 그 미리견 의회에서 언제 허락을 해 준다는 건가?”

“허락은 벌써 났을 겁니다.”


실제 역사에서 조미통상조약이 체결된 후 6개월 후에 미 의회 비준이 났다. 그리고 다시 6개월 뒤 미국 공사가 조선을 방문해 비준서를 교환하면서 정식으로 조미통상조약 효력이 발휘되었다.


그렇다면 슈펠트와 조약을 맺은 지 1년이 지난 지금, 슬슬 미국공사가 올 때가 되었다.


“대감, 조만간 미리견 전권공사가 조선에 올 겁니다. 그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할 거 같습니다.”

“그래. 그래야겠지. 무릇 첫인상이란 게 매우 중요하네... 우리 조선을 좋게 기억하려면 만반의 준비가 필요할 걸세. 자네가 이번에 그 일을 좀 맡아주게. 내 뭐든 지원해 줌세.”

“네. 제가 이번에 미리견 공사의 마음을 한 번 사로잡아 보겠습니다.”


봉준이 이렇게 미국 공사를 맞이할 준비를 하였다.


**********


일본 나가사키에 도착한 푸트는 이제 이 긴 여행이 끝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미 의회의 통상조약 비준서를 들고 샌프란시스코항을 출발한 지 한 달이 지나서야 일본에 도착했다.


그리고 이곳에서 미지의 나라 조선까지 뱃길로 이틀이면 간다고 했다.


이곳 나가사키에 3~4일 정도 묵고 조선의 제물포로 간다고 하니, 길어도 일주일이면 자신의 전권공사 임지에 도착할 거 같았다.


그는 조선이 어떤 나라인지 궁금했다. 출발하기 전 슈펠트제독으로부터 대충 어떤 나라인지 들었지만 슈펠트 역시도 정확히는 알지 못했다.


그가 알고 있는 건 그저 조선에 대단한 인물이 있다는 사실밖에 없었다.


-공사께서도 그 사람을 만나보시면 아마 한 번에 매료당하실 겁니다.


푸트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다. 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깐깐하기로 소문난 슈펠트제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단 말인가...


하지만 그보단 조선이란 나라가 더 궁금했다. 해서 그곳에 도착하기 전 얼마라도 조선에 대한 정보를 알고 싶었다.


그런데 다행히도 일본 외무성 관리가 나와 친절하게 조선에 대해 설명을 해 주었다.


-조선은 유학이란 관념에 사로잡혀 오랜 세월 정체되어 있는 나라입니다. 백성들은 게으르고 관료들은 무능하고 왕은 우매합니다. 또한 자원조차 척박해, 있는 것이라곤 쌀과 소가죽 그리고 전복껍데기 같은 것으로 물건을 만들어 파는 수준입니다.

-전복껍데기면 조개를 말하는 겁니까? 그것으로 대체 무슨 물건을 만든다는 겁니까?

-그들의 말로는 나전칠기라고 하는데 조악하고 볼품없는 사치품입니다. 미국사람 그 누구도 좋아하지 않을 물건입니다.


푸트는 처음에 이 말을 믿지 못했다. 중국이란 거대한 대륙에 붙어 있어 중국만큼 많은 지하자원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웃 국가 일본의 판단은 이와 정반대였다.


푸트는 좀더 정확한 정보 수집을 위해 나가사키 주재 청국 영사관 관리를 만나 보았다.


그의 의견 역시 일본 외무성 관리와 다르지 않았다. 이 두 나라의 의견이 정확히 일치하자 푸트는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과연 조선과의 통상조약이 적합한 일이었나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일본과 청국의 말을 종합해 보면 조선은 아무런 가치도 없는 척박한 땅이었다.


이런 나라와 조약을 맺을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그냥 갈 순 없었다. 두 눈으로 과연 조선이 어떤 곳인지 확인해 보고 싶었다. 그리고 원래 인접한 나라들끼리 상호비방은 일상적인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가사키에 머무는 내내 일본과 청국 관리들의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럴수록 조선에 대한 푸트의 마음은 점점 더 비호감이 되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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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만만치 않은 놈들. +6 24.05.15 1,029 38 11쪽
39 노블리스 오블리제. +6 24.05.14 1,079 40 13쪽
38 민응식의 개꼼수. +8 24.05.13 1,138 42 12쪽
37 언론이 중요해. +6 24.05.10 1,266 41 12쪽
36 혁명은 어려워. +5 24.05.09 1,315 42 11쪽
35 조선엔 병원이 필요해. +5 24.05.08 1,339 41 11쪽
34 조선 해군의 시작 +5 24.05.07 1,517 43 12쪽
33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5 24.05.06 1,548 43 12쪽
32 조선에 다가오는 검은 그림자. +9 24.05.03 1,588 40 11쪽
31 킹메이커. +5 24.05.02 1,628 44 12쪽
30 후반전 빌드업. +6 24.05.01 1,656 43 11쪽
29 빅딜. +8 24.04.30 1,645 50 11쪽
28 금을 너무 좋아해~ +6 24.04.29 1,670 44 12쪽
27 아메리카 드림~ +6 24.04.26 1,809 50 11쪽
26 미국 돈이 필요해. +5 24.04.25 1,818 4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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