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카르마 상점으로 S급 해결사가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타스코
작품등록일 :
2023.07.25 10:41
최근연재일 :
2023.08.14 12:15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3,722
추천수 :
133
글자수 :
167,049

작성
23.08.08 21:15
조회
86
추천
4
글자
12쪽

24화. 꼬리 자르기(3)

DUMMY

그믐달답게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깊은 밤.

나는 수라감각도가 전해오는 감각에 의지해 몸을 움직였다.


휘익-탁-


쭉 뻗은 발이 희미하게 보이던 난간에 정확히 내려앉았다.

과연 카르마 포인트까지 써서 익힌 보람이 있었달까.

주변을 감싼 어둠에도 불구하고 수라감각도는 내게 정확한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었다.


그렇게 움직인 지 한 시간쯤 지났을까.

목표했던 저택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법사 지크의 저택. 대충 이쯤이었던 것 같은데.’


주변을 휙휙 둘러보니 얼추 맞는 것 같다.

며칠 전 고브가 모아온 자료들에 끼어있었던 작은 지도.

티슬리 공자의 심복이라는 마법사의 거처가 바로 이 건물이었다.


툭툭. 습관처럼 턱을 두드리자 매끄러운 가면의 감촉이 느껴졌다.


‘악귀 가면의 힘으로 키도 좀 늘려뒀고.’


신체를 변형하는 아이템의 고유능력이었다.

루드를 처리할 때 유용하게 사용했는데 이번에도 써먹게 됐다.

준비한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고브가 내 침실에서 나 대신 누워있다.

문득 어제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마법사 지크의 저택에 침입하실 거라고요? 아니, 이왕 그런 짓을 할 거면 아예 영주성에 가보시지요?”

“영주성은 안 돼. 거긴 너무 위험하잖아. 상주하고 있는 기사들도 한둘이 아닐 거고 숨겨진 실력자가 있을 수도 있어.”

“아, 그런 뜻이···역시 카오링 님이십니다.”

“그러니까 내일 밤에는 얌전히 내 침대에 누워있으라고.”


최대한 숨기는 게 좋겠지만 고브에게만큼은 계획을 오픈했다.

누군가 내 대역을 맡아야 했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알리바이도 완벽하고 계획에도 문제가 없다.

잠시 장비를 점검한 후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타닥-


저택의 입구는 평범한 편이었다.

작은 크기의 특색 없는 마당이 있고 그 끝에 현관문이 보였다.

손님으로 왔다면 저 문으로 들어갔겠지.


하지만 나는 몰래 들어온 입장이었고 당연히 저 문으로 들어갈 생각은 전혀 없었다.


‘알람 마법이···이런 식이로군.’


사방에 깔린 투명한 줄을 피해서 조심조심 움직였다.

마력으로만 이루어져 눈으로는 볼 수 없는 형태였지만 수라감각도가 있으니 가능했다.


허리를 바짝 숙여 한 걸음.

다음에는 몸을 뒤로 눕혀 다시 한 걸음.

그렇게 마법을 벗겨내고 안으로 들어가 1층 창문을 살펴보았다.


툭-툭-


또 다른 마법이 있을 수도 있어서 혹시 몰라 두드려봤다.

다행스럽게도 창문에 걸린 마법은 없었다.


스윽. 준비해온 철사를 밀어 넣고 이리저리 휘젓자 걸려있는 마법이 끄트머리를 움직였다.


철컥-


잠금장치가 열렸다.

뒷골목 부르주아 도적들이 사용한다는 일회용 마법 철사였다.

고브가 써보라고 해서 가져온 물건이 제 기능을 다 하고 잠잠해졌다.


그렇게 창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을 때.

훅. 희미하게 보이던 달빛이 사라지고 사방이 어둠으로 휘감겼다.


“뭐, 뭐지?”


순간 당황해서 나도 모르게 육성을 내뱉었다.

단순히 창문을 닫아서 그런 건 아니었다.

그 때문이었다면 분명 소리가 났을 거다.

하지만 방금은 조금의 기척도 없이 갑작스레 빛이 사라졌다.


‘설마···.’


들어오자마자 들킨 건가.

불안함에 저절로 온몸의 감각이 깨어났다.

예민해진 감각 사이로 칙칙한 기운이 느껴졌다.


뭐라 표현해야 할까.

그래, 어둠의 마나라고 표현하면 딱 어울리겠다.

마치 시궁창에서 퍼낸 것마냥 불쾌하고 더럽게만 느껴지는 마나의 집합체.

온몸의 솜털이 쭈뼛 치솟았다.


그리고 그때.

거친 목소리가 들려왔다.


-흐흐, 대체 뭐 하는 놈이길래 내 저택에 들어왔느냐.

“···네가 지크라는 놈이냐?”

-내 이름을 알고 있다라. 적어도 좀도둑은 아닌 모양이구나. 간만에 고문할 맛이 나겠어, 흐흐.

“···.”


괜히 대답했다가 본전도 못 건졌다.

나는 이를 악물고 창문이 있던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쾅-


“크흡-”


여기가 아니었나.

분명 이쪽 방향이 맞았던 것 같은데.


예상대로라면 창문이 와장창 깨져나가야 하는데 둔탁한 충격과 함께 통증이 느껴졌다.

마치 꽉 막힌 벽에 대고 온몸을 부딪친 느낌이랄까.

아니, 벽이라기보다는 어떤 막으로 둘러싸인 듯한···


“설마 이 주변을 차단막으로 감싼 거냐?!”

-침입하는 방법은 어설픈데 눈치는 제법 있구나. 그냥 포기하거라. 그건 네놈이 아등바등한다고 깰 수 있는 마법이 아니니.

“이런 미친···.”


정확하진 않지만 지금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은 거의 1층 전체에 달했다.

평수로 치면 50평도 넘을 정도.

그런데 이만한 공간을 전부 둘러싸는 차단막이라니.

상상도 못한 스케일에 정신이 아찔해졌다.


‘어떻게 해야 하지···.’


당장 생각나는 방법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마법의 중심이 되는 물건을 찾아내는 거다.


정보에 따르면 지크는 4써클 마법사였다.

그리고 그 정도 수준으로는 이만한 규모의 마법을 직접 펼쳐낼 수 없다.

아마 마법진을 이용해 오랜 시간 만들어낸 설치 마법이겠지.

그렇다면 중심이 되는 마석이 어딘가에 있을 터.

그걸 부순다면 마법을 취소시킬 수 있다.


두 번째는 한점 돌파로 차단막을 뚫어내는 방법이었다.

좀 더 위험하고 어렵지만, 그만큼 시간을 아끼고 변수를 차단하는 방법.

나는 두 번째를 선택했다.


‘마석을 찾아내는 건 너무 오래 걸려. 저놈이 그동안 가만히 있지는 않겠지.’


선택을 했으니 더 이상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재빨리 전신의 기운을 끌어모았다.


발을 쿵 구르자 충격량이 발목을 통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발목에서부터 시작해서 허리, 어깨, 손목으로 이동하는 힘의 흐름.

보전된 충격량이 마나와 함께 검을 타고 휘몰아쳤다.


“으아압-!!”


콰앙-


폭음이 울려 퍼졌다.

동시에 손목이 찌릿하고 저려왔다.

대충 점검해보니 충격량의 80퍼센트 이상이 검으로 전달된 것 같다.

주안이 봤다면 경악했겠지만 결국 그것뿐.

여전히 남아있는 차단막에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다.


‘힘이 모자랐어. 이 정도로는 안 된다.’


밀도가 좀 옅어지긴 했지만 거기까지였다.

사방을 둘러싼 어둠의 마나가 공격 지점에 스며들었다.

곧 옅어졌던 부분이 언제 그랬냐는 듯 원래대로 돌아왔다.


결국 상황은 원점.

뭔가 획기적인 해결책이 필요했다.


‘권총이라도 써야 하나?’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고개를 흔들었다.

이 세계에서 내가 권총을 사용한 건 몇 번 되지 않는다.

그중 밖으로 드러난 건 단 한 번.

문제는 그 한 번의 시연을 꽤 많은 사람들이 목격했다는 거였다.


‘여기서 권총을 사용했다가는 백야 상단이 의심받을 수 있어. 물론 놈들이 모를 가능성도 있지만···최악을 가정해야 한다.’


일단 권총은 패스.

그럼 남은 게 뭐가 있을까.


문득 수라감각도에 포함되어있는 어떤 기술이 떠올랐다.

위진천으로부터 배운 건 아니지만 포인트로 구매한 수라감각도 1단계에 딸려온 기술.

기술의 이름은 암절(暗絶)이었다.


‘문제는 내가 이걸 한 번도 써보지 않았다는 건데.’


처음 써보는 기술을 실전에서 성공시킬 수 있을까.

한 번뿐일지도 모르는 기회를 그런 곳에 걸어도 되는 걸까.

답은 정해져 있었다.


‘어차피 다른 방법이 없어. 해야 한다.’


결정을 내린 후 남아있는 기운을 모조리 긁어모았다.


모여든 기운이 정해진 경로를 따라 거칠게 휘몰아쳤다.

빠르게, 좀 더 빠르게.

자꾸만 탈선하려는 기운을 붙잡은 채 억지로 의지를 불어넣었다.


‘제발 시키는 대로 좀 움직여라.’


그렇게 빨라진 속도가 정점에 달했을 무렵.

잔뜩 불어난 기운이 손바닥의 혈을 통해 뿜어졌다.

극도로 빨라진 속도와 잔뜩 끌어모은 기운.

그리고 제한된 넓이의 탈출로.

거대한 압력이 발생한 건 순식간이었다.


“끄흡-”


손바닥이 불에 타는 듯 아파 왔다.

몸에 있는 구멍을 누군가 강제로 찢어발기는 기분이랄까.

고통을 참아내며 검을 앞으로 휘둘렀다.


수라감각도 비기 암절(暗絶)


검에서 뿜어진 기운이 차단막을 파고들었다.


스악-


충돌음은 없었다.

그저 뭔가를 갈라내는 듯한 섬찟한 소음이 작게 지나갔다.

그리고 검이 지나간 자리.

차단막의 결을 갈라낸 기운이 그 경로대로 빈틈을 만들어냈다.


-대체 이게 무슨-!

“엿이나 먹어라, 이 새끼야!!”


휙. 순간 몸을 돌려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놈이 발광하는 듯 주변을 둘러싼 어둠의 마나가 요동쳤다.

단순한 위협뿐만이 아니라 마나가 이리저리 움직여 특정한 배열을 만들어냈다.

마치 어떤 마법을 실행하려는 듯한 모습이랄까.


하지만 그것도 다 대상이 남아있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다음에 다시 보자고.”


아직 암절로 뚫어낸 틈이 메워지지 않고 있었다.

휘익. 벌어진 틈새로 몸을 날리자 어둠이 걷히고 익숙한 밤공기가 찾아왔다.


*


다음날.

마법사 지크의 저택을 겨우 빠져나온 나는 곧장 시우린 부부에게 방문 의사를 전했다.

명색이 고위 귀족이니 이틀 정도는 걸릴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그날 저녁이 되자마자 시우린 부부를 만날 수 있었다.


“···그렇게 겨우 빠져나왔습니다. 중급 마법사 주제에 설치해둔 마법이 정말 많더군요.”

“흥미롭군.”

“재미있네요.”


이야기를 듣자마자 두 사람의 입에서 같은 대답이 흘러나왔다.

다만 그 의미는 조금 달랐다.


“자신의 영역에서 싸우는 마법사는 한 단계 위로 봐야 한다더니. 그 정도면 한 단계가 아니라 두 단계 위로 봐도 되겠어.”

“어둠의 마나라니 좀 생소한 표현이네요. 카오링 당신이 만든 표현인가요?”

“맞습니다. 불쾌하고 끈적한···뭐라 표현하기 힘든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흐음.”


시우린은 마법사의 전투력에, 애스핀은 어둠의 마나라고 표현한 그 기운에 꽂혔다.

나는 후자 쪽에 좀 더 집중하고 싶어서 일부러 애스핀을 바라보았다.


“저택에 들어가자마자 발각됐다고 했죠? 좀 아쉽네요. 아무거나 증거가 될 만한 물건을 가져왔으면 좋았을 텐데.”

“증거물이라면 있습니다.”

“?!”


크게 뜬 눈을 마주 보는 것도 잠시.

나는 검집에서 검을 뽑아 살며시 내밀었다.

손잡이를 잡는 순간 시우린에게서 기세가 쏟아졌지만 적의가 없다는 걸 파악했는지 금방 가라앉았다.


“갑자기 검은 왜-”

“여기 부분에 속이 빈 마석을 하나 꽂아뒀습니다. 원래는 충전된 마력을 끌어다 쓰는 용도인데···저택에 다녀온 뒤에 보니 이런 식으로 변해 있더군요.”


두 쌍의 눈이 손잡이와 검날 사이에 박힌 마석으로 향했다.

손가락 한 마디나 될까 싶은 초라한 하급 마석.

평소라면 옅은 푸른색을 뿜어내야 할 그곳은 지금 어둠의 마나로 넘실거리고 있었다.


시우린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이 마력, 예전에 본 적이 있다.”

“···?”


과거 일을 떠올리는 듯한 표정이었다.

기억을 훑던 시우린이 애스핀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애스핀, 그때 기억나? 너희 부족 애들이 노예 상인들한테 팔려가려고 했을 때.”

“···기억나죠. 당신이 아니었다면 그 애들, 지금 어디 있는지도 몰랐을 거예요. 어쩌면 저도 마찬가지고.”

“그때 상인들 중에 마법사가 하나 있었는데 그놈이 저런 마력을 가지고 있었어. 워낙 독특하고 기분 나쁜 기운이라 기억하고 있었지.”


얘기를 들어보니 대충 5년 전쯤인 것 같았다.

북부 소수민족인 애스핀을 찾아갈 때 그 길목에서 만났다는 모양이다.


티슬리의 심복 지크와 노예 상인들, 그리고 그들이 강탈하려던 미스릴까지.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카르마 상점으로 S급 해결사가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중단 공지입니다 23.08.16 15 0 -
공지 제목 변경이 있을 예정입니다 23.08.08 80 0 -
31 31화. 지원군들(6) 23.08.14 44 2 12쪽
30 30화. 지원군들(5) 23.08.13 54 3 12쪽
29 29화. 지원군들(4) 23.08.12 62 3 12쪽
28 28화. 지원군들(3) 23.08.11 67 3 12쪽
27 27화. 지원군들(2) +1 23.08.10 66 6 11쪽
26 26화. 지원군들(1) 23.08.09 74 4 12쪽
25 25화. 꼬리 자르기(4) 23.08.09 84 4 12쪽
» 24화. 꼬리 자르기(3) 23.08.08 87 4 12쪽
23 23화. 꼬리 자르기(2) +1 23.08.08 97 5 12쪽
22 22화. 꼬리 자르기(1) 23.08.07 110 4 12쪽
21 21화. 두번째 임무(2) 23.08.07 123 4 13쪽
20 20화. 두번째 임무(1) 23.08.06 120 5 11쪽
19 19화. 버려진 무공(2) 23.08.06 136 5 12쪽
18 18화. 버려진 무공(1) 23.08.05 133 5 12쪽
17 17화. 백야 상단(12) 23.08.04 121 5 12쪽
16 16화. 백야 상단(11) 23.08.04 119 5 12쪽
15 15화. 백야 상단(10) 23.08.03 117 5 12쪽
14 14화. 백야 상단(9) 23.08.03 118 5 12쪽
13 13화. 백야 상단(8) 23.08.02 117 5 13쪽
12 12화. 백야 상단(7) +2 23.08.01 127 5 12쪽
11 11화. 백야 상단(6) +1 23.08.01 129 5 11쪽
10 10화. 백야 상단(5) 23.07.31 131 5 11쪽
9 9화. 백야 상단(4) 23.07.31 136 4 12쪽
8 8화. 백야 상단(3) 23.07.30 137 5 12쪽
7 7화. 백야 상단(2) 23.07.29 142 5 12쪽
6 6화. 백야 상단(1) +1 23.07.28 147 4 12쪽
5 5화. 자격증 발급(2) 23.07.27 152 4 12쪽
4 4화. 자격증 발급(1) 23.07.27 158 4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