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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카르마 상점으로 S급 해결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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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스코
작품등록일 :
2023.07.25 10:41
최근연재일 :
2023.08.14 12:15
연재수 :
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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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67,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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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31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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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9화. 백야 상단(4)

DUMMY

후웅-


고개를 숙이자 거센 바람이 머리 위를 스치고 지나갔다.

잘려나간 머리카락이 점점이 흩날렸다.

그 사이로 몸을 들이밀자, 놈이 움찔 떨며 뒤로 한발 물러섰다.


철컥. 잠시 생긴 여유를 이용해 재빨리 탄창을 갈아꼈다.

아까도 봤지만 저놈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하지만 뒤편의 용병들을 견제할 수는 있었다.


꽈앙-


위협용으로 한 발 쏘아내자 다가오던 용병들이 주춤거리며 물러섰다.

앞에 나섰던 오러 유저 용병의 얼굴이 악귀마냥 일그러졌다.


“···감히 날 앞에 두고 한눈을 팔아?”

“딱히 그런 건 아닌데. 저놈들이 끼어들면 곤란해지니까 그렇지. 일대일로 싸우고 싶으면 저놈들부터 막아보던가.”

“이익-”


별 기대 없이 던진 말이었다.

그냥 숨 좀 고르고 직원들이 도로를 뚫을 시간을 벌기 위해 아무렇게나 지껄였다.

놈도 그걸 아는 듯 처음에는 헛소리하지 말라는 표정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다음 공격을 준비할 때였다.


“아니지. 저놈들과 같이 잡게 되면···.”


놈이 뭔가 깨달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곧 흉측하게 웃으며 뒤편을 향해 슬쩍 손을 흔든다.

앞뒤로 휘젓는 손길에 용병들이 주춤했다.

다가오지 말라는 의미를 품고 있는 제스쳐.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나는 놈의 시선이 권총을 향하자 비로소 그 의도를 깨달을 수 있었다.


“하, 이런 상황에서도 이게 그렇게 탐나나? 네가 죽을지도 모르는데?”

“흐흐, 그 정도 물건이면 목숨을 걸어볼 만하지. 어떻게 얻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물건이 네 품에 있는 금화보다도 더 비쌀 거다.”

“···.”


···그 정도까지 되려나.

순간 나도 모르게 몸을 움찔했다.

에드가를 잡기 위해서는 백야 상단이 필요하고, 그러면 이 순간을 벗어나야 했기에 별 생각없이 꺼낸 권총이었는데.

덕분에 이 권총의 마지막은 확실해졌다.


‘일단은 저놈부터 처리하고.’


검을 쥔 손으로 마력을 끌어올렸다.

놈처럼 낭비될 정도까지는 아니고 적당히 위력을 강화할 정도로만.

서늘한 예기를 뿜어내는 검이 놈의 어깨로 뻗어 나갔다.


스윽. 놈이 어깨를 당기며 피해냈다.

한번 공격이 실패했으니 이제는 놈의 차례.

거대한 검이 주변 공기를 일그러뜨리며 다가왔다.


후웅-


몸을 수평으로 엎드려서 파고들었다.

나아가는 힘을 이용해 검을 찔러넣는다.

쩌엉. 순식간에 놈의 가슴 앞에 도달한 검이 둔탁한 감각을 전해왔다.


“크흡-”

“멍청한 놈. 네 공격이 이걸 뚫을 수 있을 것 같으냐?”

“···아까 사라진 게 아니었군.”

“일정 시간 동안 유지되는 물건이다. 비록 1회용이긴 하지만···널 죽이기에는 충분하지.”


히죽 웃는 놈의 피부 위로 막이 일렁였다.

그 위로 명백한 마력의 흐름이 느껴졌다.

내 공격은 놈에게 통하지 않고, 놈의 공격은 매우 위협적인 상황.

불합리한 상황 속에서 아까의 광경이 떠올랐다.


놈의 몸에 닿자마자 튕겨져나갔던 총알들.

얼핏 아무런 피해가 없어 보이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총알에 맞을 때마다 조금씩 일렁거렸어.’


맞을 때마다 실드의 마력이 흐트러졌다.

뚫을 정도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통한다는 말이었다.

남는 왼손으로 권총을 다시 꺼내 놈을 겨눴다.


“안 통한다니까 그러네. 괜히 귀한 물건 망가뜨리지 말고-”


꽝-꽝-


그냥 맞추는 데 집중했던 아까와 달리 최대한 같은 부위를 조준해 갈겼다.

한 손 사격이기에 정확도가 좀 떨어졌지만 거리가 가까워서 가능했다.


한 발째, 피부를 감싸던 막이 일렁거리고.

두 발째, 그 흐름이 겉으로 보일 만큼 불안정해졌다.

그리고 세 발째, 드러난 마나가 조금 약해진 게 보였다.

일부에 불과했지만 놈도 알아챌 만큼 명백한 변화였다.


“···무슨 개짓거리를-!!”


꽝-꽝-꽝-꽝-꽝-


순식간에 나머지 5발을 모두 쏟아부었다.

놈이 몸을 튼 탓에 2발은 빗나갔지만 3발은 원하던 부위에 맞았다.

우웅. 놈의 몸을 감싸던 막이 거칠게 떨리다 서서히 흩어지기 시작했다.


타닥. 동시에 땅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이미 아까 전부터 마나는 전부 끌어올린 상태였다.

내리친 검이 순식간에 놈의 머리로 향했다.


“뒈져-!!”

“크흡-”


까앙-


아까와는 상황이 정반대로 역전됐다.

놈의 입에서 신음성이 터져 나왔다.

간신히 막아내긴 했지만 이미 자세가 잔뜩 흐트러졌다.

사방으로 검을 몰아치자 놈의 몸에 점점 상처가 늘어가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몰아치면 된다.’


그렇게 느꼈을 때였다.

불리해진 전황을 파악한 놈이 온 힘을 다해 소리쳤다.


“크흡-야, 이 새끼들아. 뭘 그렇게 구경하고 있어! 빨리 와서 이 새끼 처리해!!”

“에이, 그러면 안 되지.”


꽝. 순식간에 탄창을 갈아끼고 위협 사격을 날렸다.

다가오던 용병들이 다시 주춤 물러섰다.

그 사이 놈이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재빨리 다가가 다리를 그어버렸다.


촤악-


“으아악-!!”

“잘 가라.”


스악. 놈의 목이 둥실 떠올라 도로 바깥으로 날아갔다.

휘청. 목이 달아난 시체가 힘없이 풀썩 주저앉았다.

콸콸 쏟아져 내리는 피가 웅덩이를 이루고.

용병들이 질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일단 얼추 막아낸 것 같고.’


뒤편에서는 작업을 마친 직원들이 마차에 숨어서 이쪽을 훔쳐보고 있었다.

모두의 시선이 내게 집중된 순간.

남아있는 마력을 전부 권총에 때려 넣었다.


우웅. 과도하게 집중된 마력이 내부의 회로를 망가뜨리고, 겉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렇게 10초쯤 지났을까.

누가 봐도 터지기 직전의 모습이 됐을 때.

권총을 용병 놈들에게 집어 던졌다.


“저 미친 새끼가!”

“으아악! 피해라! 폭발한다-!”


콰앙-


놈들이 피한 자리.

날아든 권총에서부터 화려한 폭발이 일어났다.


“후우-잘 터지네.”

“···괜찮으십니까? 엄청 비싼 아티팩트로 보였는데.”

“음? 아, 뭐 어쩔 수 없죠. 힘들게 구한 거라 아쉽긴 한데 그래도 덕분에 목숨을 여럿 구했잖아요. 싸게 먹혔다고 생각해야죠.”

“···감사합니다.”


직원들이 하나둘 다가와 꾸벅 고개를 숙였다.

뒤늦게 애써 아쉬워하는 표정을 지으며 그들을 만류했다.

협회에 지불한 권총 가격이 수백은 되었기에 조금 아깝긴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권총이 없다는 걸 대놓고 보여줘야 했으니까.’


만약 총을 버리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까.

지금 내 품에 있는 금화가 35개였다.

놈의 말에 따르면 권총의 가치가 그보다도 더 비싼 모양이고.


웬만한 실력자들도 일격일살이 가능한 유물급의 아티팩트.

주인의 실력은 오러 유저 수준에 불과하고, 속한 집단도 보잘것없는 중형 상단이다?

이야기가 새어나가는 순간 사방에서 강도들이 달려들 터였다.


‘권총은 다시 구하면 돼. 헌터가 되었으니 돈 벌 방법이야 무궁무진하고.’


게다가 이곳과 지구의 시세 차이를 이용하기까지 한다면···

꿀꺽. 떠오르는 장밋빛 미래에 절로 침이 넘어갔다.


.

.

.


“···그렇게 탈주한 용병들과 배신자 카이를 만났고, 겨우 빠져나왔습니다. 놈의 조력자가 더 있을까 우려해서 쫓아가지는 않았고요.”

“흠.”


도시 중앙에 위치한 백야 상단의 집무실.

보고를 듣는 상단주 레아에게서 신음성이 흘러나왔다.

한 마디 한 마디 할 때마다 잔뜩 일그러지기도, 만족한 듯한 표정을 짓기도 하는 모습.


그래도 전체적인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보고를 끝마치자 그녀의 얼굴에 흡족해하는 표정이 떠올랐다.


“잘했어. 배신자 놈은 나중에 상단의 힘을 키우고 나서 잡으면 돼. 일단 무사히 돌아오는 게 우선이지.”

“마차를 잃은 건···.”

“그건 걱정하지 말고. 3일 정도 휴가 줄 테니까 직원들이랑 같이 쉬고 와. 어차피 이번 거래 때문에 창고도 텅텅 비었을 거 아니야.”

“감사합니다.”


잃어버린 마차 값을 물어내라고 할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역시 거래 대금과 직원들을 지키는 걸 우선순위로 삼는 게 옳은 판단이었던 것 같았다.


“아, 그건 그렇고.”


포상 명목으로 받은 주머니를 들고나오려는 찰나였다.

레아가 뭔가 떠올렸다는 듯 내게 손짓했다.


“이번에 사용했다는 그 아티팩트, 더 구할 수는 없는 거야? 정말 설명한 대로의 위력이라면 금화 40개 정도에라도 사고 싶은데.”

“그건···.”


순간 욕심이 훅 치밀어올랐다.

미리 안 팔 거라 정해두었는데도 그랬다.


금화 40개.

원화 가치로 따지면 1억이 넘는 돈이다.

지구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화폐라 가치가 떨어지지만 금값만 따져도 절반은 건질 수 있는 정도.

순이익이 80퍼센트 가까이 되는, 기적의 차익 거래가 가능한 숫자였다.


‘그래도 안 돼. 이곳이 한번 오고 말 세계라면 모를까, 앞으로 계속 상담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곳이다.’


총기는 내가 지구에서 들여올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 중 하나였다.

그런 걸 무분별하게 수입해서 팔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내심 눈물을 머금고 유혹을 떨쳐냈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통해서 우연히 구했던 물건입니다. 급하게 둘러대느라 마탑의 물건이라 했지만, 사실 어디서 만든 건지도 모르는 상황이죠.”

“아쉽네. 그런 무기 몇 개만 있어도 상단 운영이 훨씬 편해질 텐데.”

“혹시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면 말씀드리겠습니다.”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레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


끼익. 보고를 마친 케이룬이 집무실을 빠져나가고.

구석의 쪽문에서 심복 주안이 걸어 나왔다.

뭔가 할 말이 잔뜩 있는 듯한 표정.

하지만 레아는 허공을 바라보며 아쉽다는 중얼거림을 반복해서 내뱉고만 있었다.


“레아 님.”

“···.”

“레아 님.”

“···어? 아, 주안 왔어? 뒷문으로 다녀서 못 들었네. 왜 자꾸 거기서 나오는 거야?”

“애초에 문 삐걱거리는 소리가 듣기 싫다고 하신 건 레아 님이시잖습니까.”


틀린 말은 아니었다.

당장 어제도 그 삐걱거리는 소리 때문에 주안에게 한마디 했었으니까.

고개를 끄덕거리는 레아의 귓가로 걱정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말 그를 간부로 올릴 생각이십니까?”

“응. 가진 무력도 출중하고 머리도 꽤 좋은 편이야. 어디서 배웠는지 모를 그 회계 지식은 둘째치고 일에 실수가 없지.”

“그래도···.”

“무엇보다 이번 일을 끝까지 책임지고 해냈잖아. 사실 그 정도 아티팩트면 혼자 몸을 빼낼 수도 있었을 거야. 그랬으면 그걸 잃지도 않았을 거고. 근데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어.”


이미 결론을 내렸구나.

몇 마디를 더 해보려던 주안이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늘어뜨렸다.


대를 이어 레아를 모셔온 지 20년.

어느 순간 어른이 된 그녀는 한 번 마음을 정하면 웬만해서는 바꾸지 않게 되었다.

이번 일도 마찬가지다.

표정을 보아하니 이미 케이룬을 어느 자리에 올릴지까지 정해둔 듯했다.


‘뭐, 틀린 말은 아니니까. 그가 잘해주길 바라기나 할까.’


사실 크게 반대할 이유가 없기도 했다.

상단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었다고는 하나 케이룬은 압도적인 능력을 보여왔다.

보통 평민들은 한 가지 능력만 갈고닦기 마련인데 그는 다방면에 능통했다.

그러면서도 겸손한 성격으로 주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이번 일을 통해 상단에 대한 충성까지 확인했으니 사실 이만한 인재가 없긴 했다.


‘그와 함께라면 에드가 상단을 밀어낼 수 있을까.’


작은 중소 도시였지만 이곳을 장악해야 상단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그를 위해서는 반드시 에드가의 상단을 밀어내야 하는 상황.

미리 세워둔 계획이 머릿속을 떠돌았다.


케이룬, 차건우가 예상치 못한 습격을 이겨내고 돌아온 그날 밤.

그가 알지 못하는 곳에서 백야 상단은 이미 에드가와의 한판 승부를 준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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