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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카르마 상점으로 S급 해결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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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스코
작품등록일 :
2023.07.25 10:41
최근연재일 :
2023.08.14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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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67,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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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31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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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0화. 백야 상단(5)

DUMMY

이웃 도시에서의 거래 이후.

상단주 레아는 나를 백야 상단의 간부로 임명했다.

일개 경비에서 조장으로, 그리고 중간 관리자로 이어졌던 지난날도 꽤 파격적이었는데.

간부로 임명되는 건 그와는 차원이 다른 수준이었다.


“간부 직위부터 개인 사업을 운용할 수 있다는 말이지.”

“그렇습니다. 백야의 이름 아래 있는 작은 상단이라고 할까요. 수익의 상당 부분을 수수료로 내야 하지만 또 상당 부분을 개인적으로 사용하실 수도 있는 자리입니다.”

“그거 괜찮네.”


덤덤하게 말하자 설명하던 부하 직원의 눈매가 길게 늘어졌다.

감상이 그것뿐이냐며 눈으로 욕하는 표정.

지난번 원정을 함께 했던 관리직이었는데 지금은 내 사업부로 옮겨와 있었다.


‘이름이 고브라고 했었지.’


고브의 나이는 30대 중반쯤이었다.

하급 관리자라는 직위를 고려하면 적당히 승진했다고 볼 수 있는 나이다.

저번 원정에서의 인연도 있고 제법 말이 통하는 편이기도 해서 데려왔는데.

의외로 놀리는 맛이 쏠쏠했다.

나는 빙글빙글 웃으며 말을 툭 내던졌다.


“뭐. 불만 있나?”

“···아닙니다. 보고나 마저 들으시죠.”


잠시 후.

보고를 끝낸 고브가 빠져나간 집무실.

나는 [사업계획서]라고 쓰여있는 종이를 앞에 두고 생각에 잠겼다.

아직 계획을 확립하진 않았기에 종이는 백지상태였다.


상단주는 천천히 여유를 갖고 고민하라 했지만 그럴 생각은 없었다.

빠르게 사업을 확장하고 에드가와의 충돌을 유도해야 한다.

슬슬 지구에서의 생활이 그리워질 무렵.

뭔가 획기적인 방법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역시 지구의 물건을 들여와야 하나.”


지난번 권총 사태 때 봤듯이 지구의 물건은 이곳에서 큰 파급력을 갖는다.

뒷일을 생각하면 무기류는 안 되겠지만 다른 것들은 어떨까.

머릿속에 여러 물건들이 스치고 지나갔다.


*


스윽-스윽-


백야 상단이 소유하고 있는 작은 건물.

뙤약볕이 내리쬐는 마당의 개수시설 앞에서 몇몇 사내들이 손을 비비적거렸다.

하얀 거품이 잔뜩 일어나 미끌거리는 모습.

자신의 손을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은 황홀함에 휩싸여 있었다.


“이건 혁명입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에요. 고작 1실버짜리에서 이런 향기와 감촉을 느낄 수 있다니!”

“정말 이런 걸 1실버에 팔아도 되는 겁니까? 귀족들에게 팔면 10실버도 받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됐어. 무슨 그런 물건을 10실버에 파나. 1실버만 받아도 충분히 많이 남으니까 시키는 대로 해.”


사방에서 터져 나오는 감탄에 얼굴이 슬쩍 달아올랐다.

저게 그렇게 대단한 물건은 아닌데.


그냥 동네 마트에서 파는 1500원짜리 싸구려 비누일 뿐이었다.

심지어 인터넷에서 대량 주문하면 단가가 천원 이하로도 내려갈 수 있는 값싼 브랜드.

그런 물건을 가지고 이런 찬사를 받고 있으니 양심이 쿡쿡 찔려왔다.


“이것들도 정말 놀랍습니다. 이렇게 정교하게 만들어진 칫솔이라니. 게다가 치약에서 좋은 맛이 납니다. 마치 먹어도 될 것 같은···.”

“거기 멈춰! 그거 먹는 거 아니다. 맛은 그냥 이 닦을 때 기분 좋으라고 넣어둔 거지 진짜 먹으면 큰일 나.”


사실 먹어도 괜찮긴 하다.

최근 나오는 치약들은 몸에 해가 없도록 만들어진다고 들었으니까.

그래도 혹시 몰라 일단 먹지 말라고 말해두었다.


‘생각보다 전부 수요가 있네.’


지구에서 가져온 건 비누뿐만이 아니었다.

치약과 칫솔 세트도 시험 삼아 들고 와 봤는데 제법 관심이 뜨거웠다.


하긴 그도 그럴 게 이곳의 생활 습관은 지구의 중세 시대를 방불케 했다.

이를 닦을 때 조잡한 칫솔과 식물 가루 혹은 소금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일 정도.

마법을 이용하는 귀족들은 좀 다르다고 하던데 이들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이야기였고.

그런 와중에 지구의 기술이 들어간 물건들을 만났으니 눈이 돌아가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정신없이 물건들을 사용해보는 관리자 고브에게 무심한 듯 툭 내던졌다.


“어때, 좀 팔릴 것 같아?”

“그걸 말이라고 하십니까. 팔리는 정도가 아니라 없어서 못 팔 지경일 겁니다. 어쩌면 옆 도시나 수도에서 찾아올 수도 있어요.”

“···흠, 그 정도인가.”


그렇게 정해진 가격이 비누는 개당 1실버.

치약칫솔은 개당 2실버씩에 팔기로 했다.

1실버가 원화 가치로 3~4만원쯤 하니 너무 비싼 게 아닌가 싶었는데.

사업을 시작하자마자 물건들은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다.


아니 불티난다는 말로도 부족하다.

없어서 못 팔 지경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수준이었다.

어찌나 관심이 뜨거운지 이미 물건이 없다는 공지를 걸어뒀는데도 찾아올 지경.

그 여파가 레아의 귀에까지 들어가는 건 순식간이었다.


“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거야?”


백야 상단의 본점 건물 집무실 안.

나를 소환한 레아가 어이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지금 상황이 좋기는 한데 영문을 모르겠다.

그냥 사업부 하나 구성해보라고 던져줬는데 갑자기 이런 대박을 물어오다니.

입 밖으로 내진 않았지만 대충 그런 의미를 담은 눈빛이었다.


“그냥 좋은 물건을 만들어서 저렴한 가격에 팔았을 뿐입니다. 물건의 질은 올리고 가격은 최대한 낮춘다. 상인의 기본 아닙니까.”

“기본이라. 참 좋은 말이지. 근데 그것도 어느 정도여야지 이 정도 되면 좀 무서워져.”

“예? 그게 무슨···.”

“그 물건들의 출처. 대체 어디서 그런 것들을 그렇게 저렴하게 공급하는 거야?”


여기서는 말을 잘 해야 한다.

꿀꺽. 나도 모르게 절로 침이 넘어갔다.


갑자기 나타난 물건들의 출처.

당연히 이미 예상했던 물음이었다.

나는 준비해온 답변을 꺼내 들었다.


“돌아가신 부친께서 중견 기업의 연구원이셨습니다. 충분한 자금을 모아서 생필품 쪽을 개발하고, 직접 판매하시는 게 평생 소원이셨죠.”

“그러면···”

“지금 판매하고 있는 생필품들은 모두 아버지가 연구하신 걸 조금 발전시킨 겁니다. 제가 직접 만든 거고 따로 공급처는 없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고요.”


내가 만든 거니까 걱정하지 마라.

이야기를 들은 레아의 얼굴에 미묘한 감정이 떠올랐다.

아마 이걸 믿어야 하나 싶은 거겠지.


그녀의 입장에서는 그럴 만도 했다.

이 몸, 케이룬의 부친이 기업의 연구원이었다고는 하지만 일개 직원에 불과했다.

이 정도의 기술력이 가능한가 싶은 의문이 드는 게 당연한 노릇.

다만 내가 믿은 건 그동안 쌓은 신뢰와 서로의 이해관계였다.


‘어차피 완전히 속이거나 안심시킬 수는 없어. 애초에 다른 세계의 기술이니까. 그러니 그냥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버린다. 도저히 거부할 수 없게끔.’


백야 상단에 들어와서 느낀 건, 상단주 레아의 꿈이 제법 거창하다는 거였다.

굳이 내가 충동질하지 않아도 에드가를 밀어내고 도시 상권을 장악하고 싶어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획기적인 뭔가가 필요하지. 잔뜩 고여있는 지금의 상권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을 만큼.’


내가 가져온 물건들이라면 충분히 그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동안 쌓아온 신뢰도 어느 정도 기름칠을 해 줄 테고.


그렇게 던져본 도박수였는데.

다행히 추측은 틀리지 않았다.

고민을 끝낸 레아의 얼굴에 수긍의 빛이 감돌았다.


“알겠어. 일단 그쪽 상품들은 네 사업부에 맡길게. 한 번 제대로 팔아봐. 문제 생기면 나한테 말하고.”

“감사합니다.”

“아, 그건 그렇고.”


말을 끊은 그녀가 종이 하나를 내밀었다.

대충 훑어보니 영주성에서 비누 관련으로 나를 보고 싶다는 내용이다.

서신의 아래쪽에는 몇 번 보지도 못했던 자작가의 직인이 큼지막하게 박혀 있었다.


“자작 영애께서 그 물건들을 보신 모양이야. 널 보고 싶다고 하시더라고. 콕 집어서 얘기한 걸 보니 내가 대신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가볼 거지?”

“물론입니다. 잘하면 좋은 판로를 뚫을 수도 있겠어요.”

“아직 초기니까 적당히 조절해둬. 보급품 쪽이야 우리가 잡고 있지만 고급 라인은 아직 에드가 쪽이 쥐고 있으니까.”


서민들이 쓰는 라인은 백야 상단이.

부자나 귀족들이 쓰는 고급품은 에드가가.

현재 도시를 양분하고 있는 두 상단 사이의 암묵적인 룰이었다.

내가 들여온 물건들이 별 저항 없이 팔릴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고.


수년째 고착화됐고 레아도 당장은 깨고 싶지 않아하는 상황.

나는 우선 이곳에서부터 균열을 일으킬 생각이었다.


.

.

.


상단주 레아의 집무실을 나온 지 며칠 후.

뜻밖의 손님이 내게 찾아왔다.


가장 먼저 방패와 동전이 그려진 문양이 눈에 들어왔다.

가슴팍을 수놓는 에드가 상단의 고유 마크.

고브의 속삭임에 따르면 에드가 쪽에서 외부 방문을 맡고 있는 간부인 모양이었다.


“반갑네. 에드가 상단의 리옹이라고 하네.”

“케이룬입니다. 그쪽에서 갑자기 무슨 일로 방문하셨는지?”

“···다짜고짜 본론부터 꺼내는 건가.”

“뭐, 마주 앉아서 하하호호 얘기나 나눌 사이는 아니지 않습니까. 제 입장에서는 이렇게 얼굴을 맞대는 것도 사실 아주 불쾌합니다.”


단정히 빗은 포마드 머리.

남자의 표정이 급격하게 굳어졌다.

처음 보는 이에게는 과하다고 할 수 있는 공격적인 말투였지만 글쎄.


이 몸의 주인, 케이룬에게 있어 에드가는 부모님의 원수였다.

직접 복수를 했지만 저들은 모르고 있다.

원수를 쉽게 풀려나게 만든 권력자의 부하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

오히려 공격적으로 대하는 편이 훨씬 자연스러울 터였다.


“···부친의 일은 미안하게 됐네. 하지만 원흉인 루드가 죽었으니 어느 정도 상쇄가 됐을 거라 생각하네만.”

“그건 그쪽 생각이시고요. 용건이나 말씀하시죠.”


순간 눈썹을 꿈틀거린 그가 이내 한숨을 살짝 내쉬었다.


“알겠네, 본론으로 들어가지. 자네가 영주성의 초청을 받았다고 들었네.”

“···.”

“간부 직위까지 올라갔으니 현 상황을 알 거라 생각하지만 혹시 모르니 확실히 하지. 영주성에 판로를 뚫는 건 자작 영애까지만 하게. 그 이상은 자제하는 게 좋을 거야.”


자작 영애까지만 판로를 뚫어라.

다시 말하면 그 아래 있는 하녀들과 다른 귀족들, 부유층들에게는 물건을 판매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역시 이런 목적이었군.’


찾아왔을 때부터 예상하긴 했다.

상단의 일을 하며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었으니 용건이라면 그것뿐이겠지.


아마 상단에서는 적당히 받아들이고 타협하길 바랄 터였다.

아직은 에드가 쪽과 정면으로 부딪히고 싶지 않아하는 눈치였으니까.

하지만 그건 그들의 사정이고 내 생각은 달랐다.


일부러 입꼬리를 과장되게 올리며 고개를 삐뚜름하게 기울였다.


“받아들일 수 없는 말이군요. 이번 초청은 저희에게 매우 좋은 기회입니다. 얻을 수 있는 게 있다면 모조리 쓸어올 생각입니다만.”

“···진심으로 하는 말인가. 그 발언, 백야 상단의 뜻으로 받아들여도 되는 건가?”

“상단주님은 제게 전권을 위임하셨습니다.”


반신반의하던 남자가 눈을 부릅떴다.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도 그럴게 지금 상권은 우리가 6대 4 정도로 불리한 상황이다.

굽힐 거라 생각하는 게 당연하겠지.


레아의 얼굴을 떠올리니 양심이 살짝 찔렸지만 목표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곧 상황을 받아들인 남자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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