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카르마 상점으로 S급 해결사가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타스코
작품등록일 :
2023.07.25 10:41
최근연재일 :
2023.08.14 12:15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3,718
추천수 :
133
글자수 :
167,049

작성
23.07.28 12:15
조회
146
추천
4
글자
12쪽

6화. 백야 상단(1)

DUMMY

“후우-”


일단 권총을 인벤토리에 넣고 케이룬의 세계, 카르니아에 들어왔다.

카르니아는 지구와 독립적인 관계의 차원.

덕분에 저번에 임무를 완수했을 때로부터 시간이 조금도 흐르지 않은 상태였다.


“선배들이 운이 좋다고 말했었지.”


연수 기간에 부럽다는 말을 몇 번이나 들었었다.

한 달에 최소 한 건 이상의 실적을 올려야 하는 조건 때문이었겠지.

선배들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며 엄포를 놓았지만 독립적인 시간선을 가진 내게는 해당되지 않는 얘기였다.


“그래도 미루지 않고 처리해두는 게 좋아. 괜히 임무가 쌓이면 곤란해질 수 있으니까.”


일단은 에드가를 죽이는 데 집중해야겠다.

문제는 주위를 감싸고 있을 경계 인력과 본인이 가지고 있을 아이템들.

좀 더 자세한 정보가 필요했다.


저번처럼 정보 길드에 의뢰하기에는 너무 비쌀 것 같았다.

루드야 동네 양아치 수준이었으니 금화 하나로 퉁쳤지만, 에드가에 대한 정보는 그 수십 배는 줘야 얻을 수 있을 터.

게다가 악귀 가면에게 이미 수배령을 내렸을 수도 있었다.


생각이 그쯤에 이르렀을 때.

문득 예전에 들었던 소문 하나가 떠올랐다.

몇 개월 전 도시로 흘러들어온 상단 하나.

처음 자리 잡을 때부터 급격하게 성장해 지금은 에드가 상단을 위협하고 있다고 했다.

상단주가 여자라고 했었던가.


“잘만 이용하면 좋은 그림을 그려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게 며칠이 흘렀다.


.

.

.


똑똑-


“상단주님, 주안입니다.”

“어, 들어와.”


끼익. 문 경첩에서 기분 나쁜 소음이 흘러나왔다.

한창 결산 서류 검토에 집중하던 레아의 미간이 빠직 일그러졌다.

춤추듯 움직이던 펜도 어느새 멈춘 상태.

방안으로 들어오던 주안은 속으로 푹 한숨을 내쉬었다.


‘또 한소리 하겠구나.’


수십 년째 레아와 함께하고 있지만 저 표정만큼은 도저히 익숙해지질 않았다.

다만 미리 준비할 수는 있을 뿐.

마음을 가다듬는 주안의 귓가로 짜증스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거 문짝 좀 바꾸면 안 돼? 매번 거슬리게 굴잖아. 저거 때문에 도저히 집중할 수가 없어. 일의 능률을 생각해서라도 바꿔야 해.”

“상단주님, 이 건물이 임대라는 걸 생각하셔야 합니다. 쓸데없이 복잡한 문짝이라 바꿔 달려면 벽 전체를 뜯어고쳐야 해요.”

“···.”


최대한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차분하게 설명을 이어나갔다.

심통맞은 표정이 돌아왔지만 어쩔 수 없다.

지금 상단 재정이 썩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건물 주인이야 좋다고 하겠지만 굳이 남의 집에 투자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조금만 참아보시죠.”

“···알았어, 알았다구. 주안이랑 얘기하다 보면 항상 내가 어린애가 되는 기분이야. 이제 서른도 한참이나 지났는데.”

“상단주님께서는 잘 하고 계십니다.”


피식 미소를 흘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남녀 간의 감정이라기보다는 친애(親愛)에 가까운 눈빛.

대를 이어온 충성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표정이었다.

레아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입 발린 말은 됐어. 무슨 일이야? 결산 보고는 아까 받았잖아.”

“흥미로운 인물이 찾아왔습니다.”

“누군데?”

“케이룬이라는 남자입니다. 검을 잘 쓰고, 글을 읽고 쓸 줄 알면서, 셈법에도 능하더군요. 무작정 저희 상단에서 일하고 싶다면서 상단주님을 찾아왔습니다.”

“케이룬, 케이룬이라.”


어디서 들어본 이름 같은데.

레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곰곰이 기억을 떠올리는 듯한 모습이었다.

곧 구석에 박아뒀던 정보를 찾아낸 그녀가 알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 양아치 루드가 사고로 죽였던 연구원의 아들, 맞지? 재판장에서 판관한테 무릎 꿇고 호소하던 게 기억나는데.”

“맞습니다. 루드가 죽었을 때 약간 의심받기도 했지만 키가 전혀 달라서 용의 선상에 오르진 않았죠.”

“최근에 도시에서 안 보인다고 들었는데 갑자기 우리를 찾아왔다고?”

“모친의 병환이 심각한가 봅니다. 급전이 필요하다고 하더군요. 에드가 쪽에서는 일할 수 없으니 우리를 찾아온 것 같고요.”


딱히 이상한 구석은 없는 것 같았다.

이 도시에는 토착 상인인 에드가의 영향력이 깊게 뿌리박혀 있다.

일자리를 구하려 해도 그와 연관되지 않은 곳을 찾기가 어려울 지경.

그녀가 이끄는 백야 상단 정도가 그나마 괜찮은 선택지였을 터였다.


“들어오라고 해. 가진 능력이 있으면 써먹지 못할 이유가 없지.”


*


“처음 뵙겠습니다, 상단주님. 케이룬입니다.”

“어서 와. 내 이름은 알지?”

“네, 오다가 주안 님에게 들었습니다.”

“음음.”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자 여인의 입에서 만족스런 콧소리가 흘러나왔다.

백야 상단을 이끄는 상단주 레아.

대상인의 자질을 갖춘 냉철한 스타일이라고 들었다.

처음 만난 그녀는 생각보다 젊어 보였다.


‘나이가 서른둘이랬나. 꾸준히 관리를 하나 보네. 명문가 출신일 가능성도 있고.’


살짝 웨이브진 갈색 머리에 갈색 눈동자.

시원시원한 이목구비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믿음을 자아낸다.

자신만만한 표정이 인상적인 여인이었다.


“가진 능력이 많다고 듣긴 했는데 처음부터 중요한 자리를 맡길 수는 없어.”

“어떤 일이든 맡겨만 주신다면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좋아, 그럼 경비 일부터 시작해볼까?”

“···?!”


경비 일이라.

말단에서 시작하게 되는 것쯤은 각오했지만 그 정도까지인가.

내심 터져 나오는 한숨을 삼켜내고.

그렇게 백야 상단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처음 배치된 곳은 백야 상단이 운영하는 술집 겸 음식점이었다.

말은 경비라고 하지만 사실 할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가끔 소란을 일으키는 진상들을 처리하는 게 업무라면 업무일까.

덕분에 남는 시간동안 수련에 힘을 쏟았다.


“후우웁, 하아아-”


크게 들이킨 숨을 통해 짙은 마나가 흘러들어오고, 날숨을 통해 다시 빠져나갔다.

지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짙은 대기 중의 마나 농도.

조금 과장하면 숨만 쉬어도 마나가 쌓이는 느낌이다.

덕분에 빠르게 마나를 늘릴 수 있었다.


“지구에 있는 육체와 마나를 공유할 수 있다니. 덕분에 일이 많이 쉬워졌어.”


배꼽 아래 뭉친 마나가 든든하게 느껴졌다.

지구에서 처음 각성할 때보다 두 배는 많아진 것 같다.

금방금방 마나가 쌓여버리니 수련이 재밌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그렇게 한참 마나 수련에 집중할 무렵.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케이룬, 빨리 와줘야겠는데!”

“후우, 또 진상 손놈들이야?”

“아니, 이번에는 좀 다른 것 같아. 손님인 척하는데 뭔가 수상하거든.”


수상한 손님이라.

재밌는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에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술집 주인을 따라 들어간 홀 안.

거대한 몸집을 가진 남자 하나가 사방을 내려다보며 비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고작 이것밖에 안 되면서 그렇게 까불었나? 나이 좀 먹었다고 세상이 우습게 보여?”

“크윽, 대체 왜 이러는 겁니까.”

“네가 내 옷에 술을 끼얹었잖아. 이게 얼마나 비싼 옷인 줄 알아? 잘못을 했으면 벌을 받아야지.”

“그런 정도로 이렇게까지···.”


거대한 몸집에 가려진 뒤편.

중년인이 한쪽 무릎을 꿇고 억울한 듯 중얼거렸다.

얼마 전 홀 서빙을 위해 채용된 남자였다.


이름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제법 서글서글하게 굴어서 몇 마디 나눴던 기억이 있다.

그때 얻어먹은 맥주가 참 시원했는데.

입맛을 쩝 다시며 앞으로 걸어나갔다.


“무슨 일이십니까?”

“넌 또 뭐야?”

“케이룬이라고 합니다만.”

“아, 네가 케이룬이냐? 여길 담당하고 있다는?”

“흐음.”


내 이름을 알고 있다.

일단 거기서부터 구린내가 풀풀 풍겼다.

일반적인 손님이라면 경비의 이름까지 알 필요는 전혀 없으니까.


대충 훑어보니 바지에 나 있는 자그마한 얼룩이 눈에 들어왔다.

절대 크다고 할 수 없는, 술 몇 방울 튄 정도의 흔적.


‘겨우 저 정도를 가지고 사람을 무릎 꿇렸단 말이지.’


삐딱하게 고개를 꺾으며 놈을 바라보았다.


“세탁비는 저희 쪽에서 배상해드리겠습니다. 그분은 그만 놔주시지요.”

“뭐? 허허, 너 이게 얼마짜리 옷인 줄 알고 그렇게 지껄이는 거냐?”

“얼만데요?”

“자그마치 금화 100개를 주고 산 바지다. 게다가 특수한 염료를 써서 일반적인 물로는 세탁할 수조차 없어.”


놈이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고개를 치켜들었다.

고작 바지 하나가 100골드라.

딱히 마법이 걸려있는 것 같지도 않은데.

뻔히 보이는 수작에 피식 웃음이 흘러나왔다.


“···웃어?”

“그럼 안 웃겠습니까. 시장바닥에서 1실버에 팔아도 안 사갈 천 조각을 가지고 100골드라니. 제법 웃긴 농담이었습니다.”

“이 새끼가-”


스악. 인상을 콱 찌푸린 놈이 다짜고짜 칼을 꺼내 들었다.

험상궂게 생긴 주제에 무기 관리는 열심히 했는지 날이 제법 서늘했다.

놈이 앞으로 달려들며 칼을 휘둘렀다.


스윽-


[검귀]특성이 알려주는 대로 움직였다.

칼이 향하는 경로를 완전히 벗어나지만, 그렇다고 너무 과장되지는 않게.

손가락 한 마디 정도 차이로 공격을 피해내자 놈의 목덜미가 훤히 보였다.


툭. 손날을 세워 적당히 두드렸다.

가벼운 공격이었지만 앞으로 쏠린 몸에 더해지자 그 여파는 꽤 컸다.

우당탕 소리와 함께 거대한 체구가 앞으로 쓰러졌다.


“크윽, 이 개잡놈이-!”

“어허, 입이 참 험하시네. 모르긴 몰라도 내가 그쪽 주인보다는 더 잘 배웠을 텐데. 개잡놈은 네 주인 쪽이 아닌가 싶다만?”


떠오르는 대로 입을 놀리자 놈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잔뜩 화가 치민 모습이지만 섣불리 달려들지는 않는다.

방금 전 충격 때문인지 놈의 다리가 살짝씩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떨리는 몸을 진정시킨 놈의 몸에서 날카로운 기세가 흘러나왔다.

단순한 살기로는 뿜어낼 수 없는 기운.

명백한 마나의 흔적이었다.


“죽어-!!”


오러 유저였나.

내심 쯧 소리를 내며 마나를 끌어 올렸다.

배꼽 아래 잠들어있던 기운이 온몸을 내달리고.

민첩해진 다리가 순식간에 놈의 공격을 피해냈다.


스악-스악-


이리저리 휘두르는 칼질이 허공을 갈랐다.

일반인은 눈으로 따라갈 수 없는 속도였지만 내게는 피할 만한 정도.

한순간 동작이 흐트러진 틈을 파고들어 가슴을 후려쳤다.


“커헉-”


꾸륵 소리와 함께 놈이 엎어졌다.

곧장 몸을 들썩이길래 또 일어나나 싶었지만 그것도 잠시.

바닥에 박은 얼굴 사이로 옅은 숨소리가 새어 나왔다.


“역시 케이룬이야. 저놈, 이 주변에서는 꽤 유명한 용병인데 이렇게 쉽게 처리하다니.”

“유명하다고요? 그렇다기엔 실력이 좀···.”


그 정도였나 싶은 표정으로 바라보자 술집 주인이 손을 절레절레 내저었다.


“명색이 오러 유저라고. 아무리 검술이나 다른 기본기가 부실하다고 해도 일반인 몇쯤은 찜쪄먹지. 돈에 미쳐서 더러운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큰일 날 뻔했어. 고맙네.”

“다 돈 받고 하는 일인데요, 뭐. 뒤처리나 좀 부탁드릴게요.”


난동을 부린 놈은 곧 경비대로 보내졌다.

큰 죄를 저지른 건 아니니 감옥에서 며칠 있다가 나오겠지.

그러다가 잘못 걸리면 서로 죽고 죽이는 상황까지 가는 거고.

이쪽에서는 크게 대단치 않은 일이었다.


다만 우리 상단주의 생각은 좀 달랐나보다.

해당 사건을 해결한 후 나는 상단의 호위를 맡는 호위대의 조장으로 임명되었다.

상단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걸 고려하면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인사였다.


그리고 며칠 뒤.

상단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카르마 상점으로 S급 해결사가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중단 공지입니다 23.08.16 15 0 -
공지 제목 변경이 있을 예정입니다 23.08.08 80 0 -
31 31화. 지원군들(6) 23.08.14 44 2 12쪽
30 30화. 지원군들(5) 23.08.13 54 3 12쪽
29 29화. 지원군들(4) 23.08.12 61 3 12쪽
28 28화. 지원군들(3) 23.08.11 67 3 12쪽
27 27화. 지원군들(2) +1 23.08.10 66 6 11쪽
26 26화. 지원군들(1) 23.08.09 74 4 12쪽
25 25화. 꼬리 자르기(4) 23.08.09 84 4 12쪽
24 24화. 꼬리 자르기(3) 23.08.08 86 4 12쪽
23 23화. 꼬리 자르기(2) +1 23.08.08 97 5 12쪽
22 22화. 꼬리 자르기(1) 23.08.07 110 4 12쪽
21 21화. 두번째 임무(2) 23.08.07 123 4 13쪽
20 20화. 두번째 임무(1) 23.08.06 120 5 11쪽
19 19화. 버려진 무공(2) 23.08.06 136 5 12쪽
18 18화. 버려진 무공(1) 23.08.05 133 5 12쪽
17 17화. 백야 상단(12) 23.08.04 121 5 12쪽
16 16화. 백야 상단(11) 23.08.04 119 5 12쪽
15 15화. 백야 상단(10) 23.08.03 117 5 12쪽
14 14화. 백야 상단(9) 23.08.03 118 5 12쪽
13 13화. 백야 상단(8) 23.08.02 117 5 13쪽
12 12화. 백야 상단(7) +2 23.08.01 127 5 12쪽
11 11화. 백야 상단(6) +1 23.08.01 129 5 11쪽
10 10화. 백야 상단(5) 23.07.31 130 5 11쪽
9 9화. 백야 상단(4) 23.07.31 135 4 12쪽
8 8화. 백야 상단(3) 23.07.30 137 5 12쪽
7 7화. 백야 상단(2) 23.07.29 142 5 12쪽
» 6화. 백야 상단(1) +1 23.07.28 147 4 12쪽
5 5화. 자격증 발급(2) 23.07.27 152 4 12쪽
4 4화. 자격증 발급(1) 23.07.27 158 4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