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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카르마 상점으로 S급 해결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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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스코
작품등록일 :
2023.07.25 10:41
최근연재일 :
2023.08.14 12:15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3,724
추천수 :
133
글자수 :
167,049

작성
23.08.06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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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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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20화. 두번째 임무(1)

DUMMY

집으로 돌아와 곧장 카르니아로 향했다.

이제는 지구의 자취방보다도 더 친숙해진 백야 상단의 집무실 안.

임무가 끝났음에도 나는 여전히 케이룬의 껍질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역시 잔여 수명을 모두 넘겨받으면 임무가 끝나도 빙의를 유지할 수 있나 보네.”


처음 루드의 죽음을 의뢰받았을 때 절반의 수명을 받았다.

그리고 추가 요청을 받을 때 나머지를 넘겨받았는데 그 수명이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었다.


수명이 남아있는 육체와 사라진 영혼.

앞으로 30년은 이 몸으로 활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묘한 감정이 피어올랐다.


“···잘 쓸게요, 케이룬 씨.”


감상에 빠진 것도 잠시.

나는 원래의 목표를 떠올렸다.


신검가에서 위진천은 내게 수라감각도를 익힐 재능이 없다고 말했었다.

과연 수라감각도의 재능이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무공의 재능이라 하면 육체적 재능, 오성, 기감 등을 꼽곤 했다.

흔히 말하는 심기체가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그런 게 부족했다면 나도 방법이 없었을 테지.


하지만 수라감각도는 달랐다.


“내게 모자란 건 심상이야. 그가 말했던 분노를 그려내는 능력.”


지구에서의 나는 굴곡 없이 살아온 사람이었다.

어린 시절 게이트 폭발에 휘말리긴 했지만 그 정도 사고는 누구나 겪는 것에 불과하다.

그나마 재능이 부족해서 좌절했던 게 굴곡이라면 굴곡일까.


하지만 이 세계의 ‘케이룬’은 달랐다.

억울하게 아버지를 잃었던 기억.

권력으로 찍어눌러 제대로 처벌받지 않았던 원수 루드.

계도 기간에 찾아와 날 비웃던 놈의 얼굴.


육체에 남아있는 기억을 떠올리자 서서히 가슴이 뜨거워졌다.


‘일단 여기까지는 됐어. 이제 이 감정을 조금 멀리서 바라봐야 한다.’


그냥 분노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

분노에 매몰되는 건 예전의 방식이었다.

수련 도중 죽거나 폐인이 되지 않으려면 이 분노를 조금 낮추고, 관조해야 한다···


내겐 그리 어렵지 않은 방식이었다.

케이룬의 기억을 외면하고 지구의 기억을 떠올렸다.

감정이 빠르게 멀어져 간다.

넘실거리는 분노를 밖에서 바라보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그 상태를 직감하자마자 바로 기를 움직였다.


우웅-


그런 소리가 들린 것 같다.

몸속의 기운이 원을 그리며 움직였다.

등허리에서 시작해 한 바퀴를 돌고, 다시 배꼽 아래로 내려와 전면부를 휘돌고.

중간중간 위진천에게 배운 특별한 움직임을 취하기도 했다.


그렇게 몇 번을 돌렸을까.

몸속의 마나가 특별한 성질로 물들기 시작했다.


.

.

.


지구에서의 하루가 흘렀다.

카르니아에서는 며칠을 보냈는지 모르겠다.

아마 일주일은 넘게 있었겠지.


다시 온 신검가의 호법원은 하루 전 그대로였다.

여전히 고풍스럽고, 여전히 웅장하다.

보고 있자면 내가 초라하게 느껴진달까.

하지만 위진천의 얼굴은 그때와 달리 경악으로 물들어 있었다.


“믿어지질 않는군. 대체 어떻게 한 거지?”

“제가 두고 보자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냥 열심히 하다 보니까 됐습니다.”

“···그게 가능할 리가 없는데. 분명 내가 봤을 때는···.”


혼란스러운 목소리였다.

삶을 통해 확신하게 된 진리가 깨졌을 때 짓는 표정이 저럴까.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가슴속 깊은 곳에서 희열이 차올랐다.


‘흐흐, 저쪽 세계에서 일주일이나 고생한 보람이 있구만.’


그 유명한 혈마에게 저런 표정을 짓게 만들다니.

게다가 그게 내 재능 때문이다?

일종의 사기극이었지만 기쁜 건 어쩔 수가 없었다.


나는 표정 관리에 신경을 쓰면서 조심스레 거들먹거렸다.


“어허, 사람 재능 그렇게 함부로 평가하시는 거 아닙니다.”

“···내 사과하지. 눈이 어두워 자네를 잘못 평가했네.”

“에이, 그렇게까지 말씀하실 건 없습니다. 사람이 실수도 좀 하고 그러는 거죠.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그래.”


그렇게 앞으로의 가르침을 약속받은 뒤, 일단 집으로 돌아왔다.

위진천은 좀 더 수련하길 권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지금은 내가 가진 특수성을 이용해서 재능을 꾸며냈지만 금방 탄로날 거야.’


1차 기준점을 통과했지만 이걸로는 부족했다.

내가 수라감각도를 익힐 수 있었던 건 진짜 재능이 있어서가 아니었으니까.

혈마쯤 되는 실력자라면 금방 이상한 점을 느낄 터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정해져 있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손목의 시계를 조작해 시스템을 띄웠다.


[다음 임무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임무를 탐색하시겠습니까?]

[예][아니오]


오랜만에 보는 문구에 가슴이 떨려왔다.

이번에는 어떤 임무를 받게 될까.

제발 저번처럼 어렵지 않은 임무여라.

경건한 마음으로 1분 정도를 기도한 뒤 [예] 버튼을 눌렀다.


[하위 차원 관리 프로그램 가동]

[전담 차원: 카르니아]

[요청을 탐색합니다······]

.

.

[탐색을 완료했습니다]

[연결하시겠습니까?]

[예][아니오]


다시 한번 [예] 버튼을 눌렀다.

짧은 진동이 몸을 통과하며 퍼져나갔다.

어느새 주변은 까맣게 변한 상태.

구석을 바라보니 이번엔 중년 남성이 멍하니 허공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기억이 몰려들었다.


*


카오링은 서쪽 변경 영지의 요리사였다.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일을 하며 자랐고, 커서는 주방에 들어가 요리를 배웠다.


처음 배우는 주방일은 분명 쉽지 않았다.

하루종일 불 앞에서 재료를 다듬고, 어깨 너머로 조리법을 조금씩 익혀나갔다.

한 달에 최소 한 번씩은 탈출하는 이가 나오는 힘든 생활.

하지만 그에겐 희망이 있었다.


“카오링, 이게 오늘 배운 요리야?”

“응. 오늘 제법 잘 만들었다고 칭찬받았어. 한 번 먹어봐, 베가.”


조심스레 접시를 내려놓자 식탁에 앉아있던 소꿉친구 베가가 한 입 크게 베어 물었다.

어떤 반응이 돌아올까 긴장하는 것도 잠시.

맛을 음미하던 베가가 엄지손가락을 번쩍 치켜들었다.


“너무 맛있다~당장 팔아도 되겠는데?”

“···그 정도는 아니야. 아직 많이 부족하지.”

“아냐! 나중에 내가 살롱을 차리게 되면 꼭 이런 요리사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이 정도면 손님들이 요리 때문에라도 살롱에 찾아올 거야. 히히, 그때 내 주방장으로 와 줄 거지?”

“···네가 원한다면.”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그저 짧은 대화일 뿐인데.

어느새 낮에 느꼈던 짜증이 스르르 사라졌다.

매일이 고난으로 가득 찬 주방 생활에서 그를 지탱하는 건 그런 사소한 대화였다.


그리고 풍경이 뒤바뀌었다.


이번엔 고급스런 살롱이 배경이었다.

살롱 중앙에 위치한 커다란 주방.

주문받은 요리를 건넨 카오링이 빙긋 미소지었다.


“베가, 1번 테이블 요리 다 됐어.”

“어, 벌써? 엄청 빨리했네!”


화려한 비단으로 둘러싸인 베가가 놀란 표정으로 다가왔다.

아직 냄비를 보고 있던 카오링의 가슴팍에 부드러운 손길이 감겨왔다.

간질간질하게 애를 태우는 그녀의 손길.

가슴 속 깊은 곳에서 행복감이 차올랐다.


‘여기가 집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살롱이 아니라 집이었다면 아내 베가의 몸을 번쩍 들고 침대로 향했으리라.

베가는 간지럽다며 몸부림치면서도 은근슬쩍 자신의 몸을 맡겼겠지.

그리고 그 다음엔···


‘···지금은 안 돼. 참아야 한다.’


불끈 달아오르려는 자신을 진정시키며 부드럽게 손을 떼어냈다.

평소라면 다른 직원들에게 일을 부탁했겠지만 오늘은 불가능했다.


VIP손님만을 받는 1번 방.

평소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비워뒀던 그곳에 특별한 손님이 와 있다.

그의 신분을 고려하면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순간이었다.


“베가, 지금은 안 돼. 영주님의 둘째 도련님이 와 계시잖아. 조심히 모셔야지.”

“쳇, 알았어. 대신 이따 저녁에 일찍 닫고 데이트하는 거다?”

“하하, 알았어. 저번에 보고 싶다고 했던 연극 보러 가자. 너무 늦지 않으면 너 화장품도 좀 사고.”

“히히, 좋아. 금방 갔다 올게!”


주방 너머로 아내의 뒷모습이 멀어졌다.

즐거운 감정을 온몸으로 표현하며 기품있게 실룩거리는 뒷모습이 제법 귀여웠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저녁에 어떤 데이트를 해야 할까 고민했었는데.


갑자기 지옥이 펼쳐졌다.

시작은 살롱 여직원들의 찢어질 듯한 비명부터였다.


“꺄악-!”

“아악, 이를 어째. 사장님, 사장님! 정신 차려요!”

“주방장님! 어서 여기 좀 와보세요. 지금 사장님이 막 피를 흘리면서-”


쿵.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대체 이게 무슨 소리지.

베가가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고?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모르겠다.

직원의 말을 듣자마자 카오링은 들고 있던 냄비를 내팽개치고 1번 방을 향해 달려갔다.


평소 이용 여부와 관계없이 쓸고 닦던 1번 방이기에 구조는 익숙했다.

고급 브랜드의 가구들이 사방에 놓여있고 한쪽에는 커다란 침대가 벽면을 가득 메웠다.

그리고 커다란 샹들리에가 매달린 방의 중앙.

익숙한 차림새의 여인이 목에 큰 상처를 입은 채 쓰러져 있었다.


“베가-!!”


정신없이 달려가 아내의 몸을 끌어안았다.

포션, 포션이 어디 있지.

분명 이 방에 비상용으로 몇 개 놔뒀는데.

아, 여기 있구나.


떨리는 손으로 포션병을 열고 상처에 퍼부었다.

한 병에 몇 골드씩이나 하는 물건이었지만 상관없었다.

아니, 오히려 왜 좀 더 비싼 걸 사두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들었다.


“제발, 제발 베가···.”


그렇게 몇 번을 목놓아 불렀을까.

하늘이 무심치 않았는지 베가가 살짝 눈을 떴다.

피에 젖은 얼굴 위로 새하얀 미소가 떠올랐다.


“카오링···.”

“응. 그래, 나야. 걱정하지 마. 포션 뿌렸으니까. 근데 말은 하지 말아줄래? 아직 상처가, 상처가···이게 왜 이러지. 이러면 안 되는데···.”


상처가, 상처가 아물지 않는다.

꿈뻑꿈뻑. 순간 이해가 되질 않아서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분명 포션을 뿌렸는데.

신전에서 몇 골드나 주고 산 제대로 된 포션인데.

작은 상처쯤은 단숨에 아물어야 하는 성능인데 왜 상처가 낫질 않을까.


절망에 빠진 그의 얼굴에 부드러운 감촉이 와닿았다.

앞이 잘 안 보이는 듯 흐린 시선과 함께 베가의 손길이 뺨을 더듬었다.

아까 주방에서와 같은 감촉이었다.


분명 같은 사람, 같은 손에 비슷한 움직임인데.

느껴지는 감정은 아까와는 전혀 달랐다.

행복했던 아까와 달리, 느껴지는 건 온통 절망뿐.

베가의 손길이 뺨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냈다.


“잘 들어, 여보. 절대, 절대 복수하지 마.”

“그게 무슨-”

“아니, 딴소리 말고 약속해 줘. 절대 복수는 생각하지 않겠다고. 그냥 평소처럼, 평소처럼 아무렇지 않게 요리하고, 노래하고, 연극도 보고. 그렇게 살겠다고. 그렇게 약속해 줘.”

“···하하,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왜 그러는 거야, 곧 떠날 사람처럼···.”

“아, 약속 꼭 받아야 하는데 시간이 없네···.”


참 어처구니없지만, 그게 마지막이었다.

흐리지만 분명했던 베가의 눈에서 빛이 사라졌다.

희미하게 들려오던 숨소리도 더 이상 들려오지 않는다.

남은 건 손을 타고 흘러내리는 따뜻한 피의 감촉뿐.


30분 전까지만 해도 그녀와 함께 어떤 데이트를 해야 할지 고민했는데.

어떤 연극을 보면 좋아할지, 어떤 향수를 골라주면 기뻐할지 상상했는데.


이제 자신의 아내는 세상에 없었다.


“으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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