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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카르마 상점으로 S급 해결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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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스코
작품등록일 :
2023.07.25 10:41
최근연재일 :
2023.08.14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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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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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67,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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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27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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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화. 자격증 발급(2)

DUMMY

헌터 자격증의 E급 승급 시험.

다소 거창하게 들리지만 그리 대단한 건 아니었다.

E급이라고 해봐야 헌터 사회에서는 바닥을 막 벗어난 수준에 불과했으니까.


승급 시험의 메인은 환영과의 결투.

전 세계에 흩뿌려져 있는 ‘진실의 눈’이 내세우는 대표적인 기능 중 하나였다.


“저 안으로 들어가셔서 나오는 환영과 싸우면 돼요. 꼭 이겨야 하는 건 아니고 전체적인 전투 능력을 측정하는 거니 너무 무리하진 말고요.”

“특별 시험이면 단순히 버티는 걸로는 안 될 거 같은데.”


떠오르는 추측을 말하자 유설하의 눈매가 좁아졌다.

살짝 놀란 듯한 표정을 보이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예상했던 대로 정상적인 경로보다는 기준이 높은 모양이었다.


“맞아요. 단순히 버티는 정도로는 안 되고 어느 정도 우세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죠. 꼭 이겨야 하는 건 아니지만···이기면 아무래도 가산점이 붙겠죠?”

“···일단 알았어. 준비해줘.”


잠시 후.

아무것도 없는 회색빛 공간에 들어서자 무채색 마력이 나를 슥 훑고 지나갔다.

동시에 익숙한 광경이 펼쳐졌다.

주변이 순식간에 다른 배경으로 바뀌고, 그 안에 홀로 서 있는 내 모습.

케이룬과의 첫만남이 생각나는 풍경이었다.


‘둘 사이에 뭔가 관련이 있나?’


그럴 리는 없겠지.

실없는 추측을 걷어내며 앞을 바라보았다.

나를 지나쳤던 무채색의 마력이 한 방향으로 몰려들었다.

둥근 원형에서 찌그러진 타원으로.

타원에서 다시 역삼각형의 육체 모양으로.

이리저리 일그러진 마력이 사방으로 뻗어 나가며 순식간에 손발을 만들어냈다.


10초도 되지 않아 벌어진 일이었다.

모여든 마력이 최종적으로 만들어내 것은 돼지머리와 초록빛 피부의 괴물.

흔히들 오크라고 부르는 괴수가 어깨를 들썩였다.


“취익-”


들창코가 실룩이며 콧바람을 내뱉었다.

오크라면 E급 헌터 상위 수준의 전투력을 보유한 괴수.

승급 상대로는 좀 심한 게 아닌가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몸이 빼빼 말라 있었다.


‘무기도 나무 몽둥이 하나뿐이고. 나름대로 너프된 버전이라는 건가···저 정도면 할만하겠어.’


진실의 눈이 제시하는 선택지를 터치하자 허공에서 평범한 검 하나가 떨어졌다.

꽈악. 잡히는 손잡이의 느낌이 제법 그럴싸하다.

나는 [검귀] 특성이 알려주는 경로대로 검을 휘둘렀다.


콰앙-


“크흡-”

“취익-”


조용하던 공간에 폭음이 울려 퍼졌다.

몽둥이를 들어 막아낸 오크가 반대편 손을 휘둘렀다.

가만히 있다가는 내 목이 꺾일 상황.

나는 재빨리 옆으로 굴러 공격을 피해냈다.


지잉. 바닥을 짚은 손목이 살짝 아려왔지만 참을만하다.

헌터학과에 다니며 이런저런 훈련을 병행했기에 낙법 정도는 익숙했다.

재빨리 몸을 낮추며 오크의 다리를 향해 검을 그어 내렸다.


“꾸에에-!!”


사악. 검을 잡은 손을 통해 묵직한 감각이 느껴졌다.

놈의 오른 다리에서 피분수가 터져 나온다.

비틀거리는 걸 보니 제법 큰 타격인 모양.

아까부터 활성화시켰던 마나를 두 팔로 끌어모았다.


마력 등급이 낮은 터라 전투를 오래 지속할 수는 없었다.

이 짧은 전투에 벌써 상당량의 마력이 소모되었다.

급해지는 마음을 다잡는데 놈의 입에서 괴성이 터져 나왔다.


“꾸오오오-!!”


초록빛 얼굴에 붉은 기가 감돌고.

각진 눈에서 귀기가 흘러나왔다.


“···광폭화라고?!”


빼빼 마른 몸 때문에 최하급 개체라고 생각했는데 광폭화라니.

오크 워리어나 쓸 법한 기술에 얼굴이 일그러졌다.


광폭화가 펼쳐진 이상 다리의 상처는 없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만큼 체력이 빠르게 소모되어 전투 지속시간은 짧아지겠지만 그건 나도 마찬가지.

포효를 끝낸 놈이 땅을 박차고 달려나왔다.


스윽-


간신히 몸을 비틀어 공격을 피해냈다.

정말 종이 한 장 차이라서 몽둥이가 스치고 간 어깨가 후끈 달아올랐다.

콰앙. 공격 대상을 잃은 몽둥이가 땅을 후려치는 순간.

훤히 드러난 등판이 보였다.


“으아아압-!!”


뒤는 생각하지 않았다.

단전 깊숙한 곳까지 박박 긁어모은 마력이 팔을 감싸고.

급하게 내딛은 발을 통해 올라온 회전력이 허리를 거쳐 검으로 전달되었다.

내리친 일격이 초록빛 피부 사이를 깊숙이 갈라놓는다.


스아아악-


쾅. 등판을 깊게 베인 오크가 거친 굉음을 뿜어내며 엎어졌다.

푸슈슉 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피가 거칠게 뿜어져 나왔다.

혹시 몰라 검을 겨눈 자세를 유지했지만 미동도 하지 않는 모습.

곧 오크의 시체가 가루가 되어 스르르 사라졌다.


“후읍-후읍-”


나도 모르게 거친 숨이 터져 나왔다.

고작 검 몇 번 휘둘렀을 뿐인데 이 정도라니.

연수 기간 동안 꾸준히 훈련을 했으니 체력 문제는 아닐 테고.

무의식적으로 많이 긴장했던 것 같았다.


짝짝짝-


어느새 주변 풍경이 바뀌고.

유설하가 천천히 박수를 치며 내게로 다가왔다.

크게 만족한 듯한 표정.

말을 듣지 않아도 결과를 알 것 같은 기분이었다.


“와, 오빠 엄청 능숙하네요? 막 각성한 헌터한테는 만만치 않은 상대였을 텐데.”

“···운이 좋았어. 마침 인간형 괴수라 특성의 도움을 받는 것도 수월했고.”

“그래도 워리어 개체의 기술까지 탑재했는데 이렇게 쉽게 이긴 건 대단한 거예요. 실적 쌓아서 승급한 E급 중에서도 통과 못 할 사람들이 많을걸요?”


그 정도인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문득 시계를 바라보았다.

현재 시각은 11시 6분.

11시 정각쯤에 전투를 시작했으니 5분 정도 만에 놈을 처치한 셈이다.

유설하가 내 잔여 마력 상황을 알 정도의 고수는 아니었으니 쉬운 전투였다고 생각할 만도 했다.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렇게 30분 정도 흘렀을까.

자리를 비웠던 검사관이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결과가 나왔나 보네요.”


몇 가지 서류를 건네받은 유설하가 작은 카드 하나를 내밀었다.


[각성자 자격증]

[이름: 차건우][분야: 헌터]

[등급: E등급 3레벨]


심플한 문구들 옆에 내 사진이 붙어있었다.

그 아래로도 작은 글씨들이 달려 있었지만 눈에 들어오는 건 하나다.

E등급 3레벨.

헌터 자격증은 F~S등급으로 나뉘고, 각 등급 안에서 7개의 레벨로 구분된다.


실적 점수도 없는 데다가 직원 추천으로 시험을 치렀으니 1레벨에서 시작할 거라 생각했는데.

E등급 3레벨이면 예상보다 훨씬 좋은 시작이었다.


“E등급 3레벨 시작이라니. 저희 지부에서는 처음 있는 일인 것 같네요. 축하드려요.”

“고맙다. 덕분에 쉽게쉽게 올라가게 됐어.”

“뭘요. 다 오빠 능력이 돼서 가능했던 일인데요. 아, 이제 곧 점심시간인데 밥이나 같이 먹을래요?”

“그래, 점심은 내가 살게. 그나저나 그건 그렇고···.”


높은 등급의 자격증을 얻은 것은 분명 좋은 일이지만, 내 목적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결국 이 모든 건 루드의 아비인 에드가를 처리하기 위한 것.

마침 협회 관계자가 필요했는데 잘 되었다.

유설하의 눈치를 살피며 준비했던 질문을 꺼내 들었다.


“자격증이 있으면 총기 소지 신청이 가능하다고 들었는데. 지금 바로 처리해줄 수 있을까?”

“총이요? 가능하긴 한데 괴수 상대로는 그다지 소용이 없을 텐데요. 설마 사람을 상대로 쓰지는 않을 거고.”


의문 섞인 눈빛이 돌아왔지만 뻔뻔한 표정을 유지했다.

어차피 여기서 쓸 물건은 아니다.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딱히 찔리는 것도 없는 상황.

굳이 자세를 낮출 이유가 없었다.


“흐음, 좋아요. 바로 준비해드릴게요. 대신 E급은 일반 권총만 소지 가능한 거 아시죠?”

“···소총은 안 되는 거였나?”

“아, 오빠 졸업한 다음에 바뀐 규정이라 못 들었을 수도 있겠네요. F급들이 총기 가지고 사고를 많이 쳐서 전체적으로 한 단계씩 강화됐어요.”


원래 E급부터는 게이트에서 개조되지 않은 소총을 사용할 수 있었는데 바뀐 모양이었다.

규정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나는 입맛을 다시며 유설하를 따라 걸어나갔다.


*


“설하 씨. 어떻게, 좀 알아낸 게 있나?”

“글쎄요.”


헌터 협회의 경기 북부 지점.

차건우와 점심 식사를 마치고 돌아온 유설하는 이마를 꾹꾹 누르며 미간을 찌푸렸다.


“딱히 특별한 건 없었어요. 정말 어젯밤에 각성하고 바로 찾아온 것처럼 행적도 깔끔했고, 하는 말에도 어색한 부분이 없더라고요.”

“그 정도 되는 인재가 갑자기 튀어나왔다는 말인데.”

“대학 때부터 마나에 대한 걸 제외하고는 뛰어나긴 했어요. 교수님들도 각성하지 못한 걸 아쉬워해서 이곳저곳 추천서를 써줬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뭔가 찝찝한 구석이 있다.

분명 겉으로 드러난 부분은 깨끗하지만 유설하의 감은 그게 아니라고 외치고 있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감 따위는 무시했겠지만 그녀의 직감은 특별한 편이다.

덕분에 검사관 역할을 맡았던 협회의 과장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검귀] 특성을 얻었으니 처음부터 강할 수도 있지. 신검의 사례도 있었잖아.”

“에이, 신검가는 특이 사례로 구분해야죠. 거긴 어린 시절부터 검술을 익힌답시고 학교 공부도 제대로 안 시키는 곳이잖아요.”

“그건 그렇지만···.”

“건우 오빠가 학교에서 제법 두각을 드러냈다고는 하지만 그건 대학생들 사이에서였어요. 각성을 했다고 해서 갑자기 저렇게 강해지는 건 좀 이상하죠.”


분명히 뭔가 있는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

얼굴을 구기며 이리저리 걸어다니는 유설하를 보며 과장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지부장님한테는 설하 씨가 보고할 거야?”

“그럴게요. 어차피 아버지도 아셔야 하는 부분이니 그게 낫겠죠.”

“차라리 설하 씨가 자주 연락해보는 건 어때? 차건우 씨도 그리 싫어하는 기색은 아니던데.”


뭐 미인계라도 써보라는 건가.

미묘한 어감에 미간을 찌푸리자 과장이 급하게 손을 내저었다.


“아니, 이상한 뜻은 아니었으니까 오해하지 말고. 차건우 씨 각성 못 한 것 때문에 아는 사람들이랑 연락도 제대로 안 했다면서. 친하게 지내면 서로 좋지 않겠어?”

“···생각해볼게요.”

“그래. 싫으면 그냥 주기적으로 연락만 해봐도 좋고. 부탁 좀 할게.”


전국, 아니 전 세계적으로 이상 게이트가 늘어나는 시기에 등장한 슈퍼 루키.

당장은 별 거 아닌 E급에 불과하지만 수년 내로 고위 헌터가 될 게 분명하다.

협회로 끌어들일 수 있다면 정말 좋고 가끔 도움을 받는 것도 나쁘지 않을 터.

방법을 떠올리는 유설하의 눈빛이 깊어졌다.


*


한편 점심을 먹고 돌아온 나는 방안에서 계획을 점검하고 있었다.


“이걸로 에드가를 죽일 수 있으려나.”


손에 잡힌 물건이 차가운 감각을 전해왔다.

유설하의 보증 덕에 협회로부터 구입할 수 있었던 보급형 모델의 권총.

맨몸으로 다니는 일반인이라면 한 방에 죽일 수 있겠지만 확신이 없었다.


“일단 그놈 스스로도 종자급 실력은 된다고 했지.”


방탕하게 살던 루드와 달리 에드가는 밑바닥에서 부를 쌓아 올렸다.

지금은 상인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예전에 용병으로 생활한 기간도 있었다.

케이룬의 기억에 따르면 기사급까지는 아니지만 그 아래 종자 정도는 되는 모양.

마나를 깨우쳤을 가능성도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저쪽 세계에는 마법이 존재한다.

흔하진 않지만 방어 마법이 걸린 아티팩트도 있는 것 같고.

에드가가 그런 걸 가지고 있으면 총알을 막아낼 수도 있었다.


“어떻게 한다···.”


머릿속에서 이런저런 계획이 떠올랐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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