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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어왕자 님의 서재입니다.

Dream Walk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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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어왕자
작품등록일 :
2021.03.04 22:25
최근연재일 :
2021.03.15 14:46
연재수 :
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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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4,876

작성
21.03.05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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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꿈의 시작(2)

DUMMY

“진짜 괜찮은 것 맞아?”

“그렇다니까.”


하루종일 멍한 모습에 동생은 걱정을 표해으나, 진호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러나 본인이 괜찮다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도 괜찮아 보이는 건 아니었다.


“내일도 그 모양이면 병원에 가 보자.”

“그 모양이라니, 말이 심한데.”

“시끄러워. 어쨌든 오늘은 꿈 같은 거 꾸지 말고 잠이나 푹 자라.”

“아, 알았어.”


너도 잘 자라는 말을 하려던 찰나, 동생은 방문을 쾅 닫고 나가버렸다. 침실에 혼자 남은 진호는 어색하게 들어올린 손을 스르르 내렸다.

옷을 벗어던지고 침대에 누우며 진호는 중얼거렸다.


“까칠하긴.”


중얼거림과 동시에 낮은 속삭임이 들려왔다.


“시끄러워.”


깜짝 놀란 진호는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갔다.


‘귀도 좋아.’


하루가 끝났다. 진호는 별 일 없어던 하루를 되새겨보았으나, 기억나는 건 하루 종일 정신줄을 놓고 있었다는 것밖에 없었다.

잠은 오지 않았다. 한숨이 나올 정도로 멍한 채 하루를 보냈으니, 잠이 오면 그게 더 신기한 일일지도 모른다. 천장의 형광등이 눈이 부실 정도로 빛나고 있었지만 왠지 소등하기도 귀찮았다.

문득 진호는 어제의 꿈을 되새겨보기 시작했다. 그는 깍지 낀 손을 머리 뒤로 한 채 눈을 감았다.


‘꿈 하나가 뭐라고 아직까지 이런 생각이 들까.’





진호는 눈을 떴다. 평소와 같은 기상으로, 별로 대단할 것도 없는 일이었다. 아마 주위 상황이 평소와 같았으면 항상 그러했듯 무표정한 상태로 자리에서 일어나 세면대로 향했을 것이다. 옵션으로 하품 정도는 뱉어 주면서.

그러나 상황은 그렇지 못했다.


‘······여기가 어딘데?’


진호는 숲 속에 있었다.

그곳은 본 적도 없는 숲이었다. 하늘이 쓸데없이 푸르고 초목이 우거진 그 모습은 어디선가 봤을 법하지만 사실 그렇지도 않았다. 그가 사는 나라에 이런 곳이 있을 리 없고, 있다고 해도 진호는 그런 장소와 거리가 먼 동네에서 살고 있다. 적어도 수도권 지역에서 이런 숲은 본 적도 없었다.

먼 곳에 있는 광활한 에메랄드빛 호수를 바라본 시점에서 진호는 한 가지 결론을 내렸다.


‘꿈이구나.’


뭔가 엄청나게 생생한 꿈이었다. 몸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의 향기와 초목의 까칠함이 모두 느껴졌다. 마치 몸만 다른 장소로 이동한 것 같았다.


‘그런데 왜 이 차림새지. 난?’


현재 진호는 팬티 한 장에 티셔츠뿐인 차림새였다. 양말이나 신발 따윈 있지도 않았고, 항상 쓰고 다니던 안경도 없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서야 그는 자신이 잠들 때의 복장을 그대로 가져왔음을 알게 되었다.


‘리얼리티는 참 넘치네. 앗 따가워.’


뾰족한 돌에 발을 찔린 진호는 인상을 찌푸렸다. 맨발로 풀숲을 걷는 건 현대인에게 허락되지 않은 행위였다. 양말과 신발의 부드러움으로 보호받는 현대인이 갑자기 야생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는 없는 법이다.

꿈이면 꿈인 대로 여긴 어떤 곳인지 호기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일단 진호는 높은 곳에 올라가 보기로 했다. 전경을 바라보는 데에 높은 곳이 좋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엄청나게 높은걸.’


나무 하나의 높이가 고층 건물을 우습게 내려다볼 수준이었다. 가끔 좀 작다 싶은 나무들도 올려다봐서 높이를 측정하기엔 너무 컸다. 이래서야 뭐가 제일 높은 나무인지 알기 어려웠다.

한참을 시각에 집중하고 있자 진호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눈이 잘 보이네?’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형편없는 수준에 상당히 근접한 그의 시력은, 안경이 없으면 1미터 앞 물체에 무엇이 쓰여 있는지도 알지 못할 정도였다. 그런데 얼굴을 쓰다듬어 봐도 안경은 없고, 오히려 안경을 꼈을 때보다 훨씬 더 물체가 잘 보였다.


‘꿈이라서 그런가. 그럼 혹시?’


시험해서 나쁠 것은 없다. 진호는 다리에 힘을 모아 땅을 힘껏 박찼다.

순간,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우, 우아아앗!”


무서울 정도로 땅이 멀어져갔다. 마치 누군가 위에서 잡아당기는 것처럼 순식간에 멀어진다. 기겁한 진호는 팔다리를 이리저리 휘저었다. 팬티 한 장으로 바둥거리는 짓이 얼마나 쪽팔리는 일인지는 안중에도 없었다.


“사람 살······.”




“······려.”


이상할 정도의 안착감과 함께 땅에 착지한 진호는 다리에 가해지는 충격이 전혀라고 해도 좋을 만큼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꼭 감았던 눈을 뜬 진호는 자신의 다리가 멀쩡하게 붙어있으며 아무런 문제도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럼 혹시······?’


느닷없이 진호는 허리를 굽히고 상체를 약간 앞으로 향했다. 크라우칭 스타트의 자세였다.


‘하나, 둘.’


마음속으로 셋을 외친 그 순간 진호가 눈앞에 맞닥뜨린 것은 깜깜한 벽이었다.


뻐억


“으악.”


나무에 정면으로 들이받은 진호는 코에 느껴지는 통증에 눈물을 찔끔 흘렸다. 코피가 터지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의 충격이었지만, 어쨌든 이걸로 확실해진 게 있다.


‘꿈이라 뭐든 되는구나.’


눈이 반응하지 못할 정도의 속도로 움직이고, 새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높이 점프했다. 확실히 꿈에서밖에 할 수 없는 행동이다.

신이 난 고등학생은 이것저것 해보기 시작했다. 나무와 씨름도 해보고, 바위를 후려쳐 보기도 하고, 하늘을 날아 보려고 하기도 했다.


“이야호오!”


괴성을 지르며 쿵쾅거리는 그의 모습은 정상적인 인간과는 조금 그 궤를 달리했다. 아마 옷만이라도 제대로 입었다면 조금 덜했겠지만, 아무리 봐도 미친놈으로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물론 이것이 꿈이란 사실을 확실히 인지하고 있는 고등학생은 그런 것을 안중에도 두지 않고 있었다.

진호의 미친 짓이 끝난 것은, 온 힘을 다해 내리밟은 땅이 운석이라도 떨어진 듯 푹 꺼지면서 거대한 크레이터를 만들어냈을 때쯤이었다.

여기저기에 부서진 바위, 뽑힌 나무의 잔해가 널려 있었다. 믿을 수 없게도 진호가 혼자 힘으로 해낸 일이었다. 누가 보면 코끼리 부대가 지나간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를 정도의 난장판이었다.

그런 난장판을 만든 장본인은 자기가 박살낸 나무에 걸터앉아 생각했다.


‘하늘은 못 나는구나.’


진호는 자신이 굉장히 현실적인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현실에 충실하다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분석할 줄은 안다고 자부했다. 이 사실은 그의 여동생도 인정한 바였고, 그렇기 때문에 진호는 상식에서 벗어난 행동은 생각하지도 않는 부류의 인간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인간이 하늘을 날 수 있는 꿈은 꾸지 못한다. 진호는 쓸데없이 객관적인 자기 자신을 저주했다.


‘꿈이라면 날 수도 있어야지. 왜 별 걸 다 할 수 있으면서 날지도 못하고 물건도 못 만들어. 하여간······.’


자기 자신을 상대로 툴툴거려봐야 별로 소득은 없다. 일단 이걸로 이 꿈에서의 한계는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

바꿔 말하면 더 이상 이 꿈은 재미가 없어졌다.


‘시시해.’


올림픽 선수를 어린애처럼 취급할 운동신경을 가지게 되었지만 어차피 꿈이다. 게다가 사방에 보이는 건 그냥 숲에 불과하다. 뭔가 도시에라도 들어가 이것저것 부수면 재미있을지 모르는 일이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일 것이다. 결국 꿈이란 것은 꾸다 보면 질리게 되기 마련이다.


‘가만.’


진호는 꿈이 질린다는 생각을 지금까지 해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 무의식중에 몽롱하게 펼쳐지는 꿈의 세계가 질릴 리가 없다. 애당초 질린다는 생각을 하는 것도 불가능할 것이다. 무엇보다 한계가 정해져있고 그걸 뚜렷하게 자각하는 꿈이라니, 들어본 적도 없다.


‘그러니까 이건 꿈이 맞긴 한데, 그렇다고 아니라고 하기도 좀 뭐한······.’


잠시 고민해보던 진호는 굳이 꿈속에서까지 생각에 잠겨 있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아무 생각 없이 풀밭에 드러누웠다.

풀의 끝은 생각보다 굉장히 뾰족하다. 그런 곳에 맨몸에 가까운 상태로 눕는다는 건 등판과 목, 그리고 얼굴 일부에 가해질 따가움을 꾹 참아 견디겠다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눕자마자 벌떡 일어난 진호는 투덜거렸다.


‘만화랑 영화가 잘못된 상식을 심어주고 있어.’


그 시점에서 진호의 사고가 정지했다.


‘······상식이라고?’


인생의 기억이란 기억을 모조리 끌어와 회상해도, 자신이 풀밭에 누워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옷이 더러워질까 걱정해서였다. 생각 없던 어린 시절에도 풀밭에 들어간 적 자체가 거의 없다.


‘그런데 이 생생한 감촉은 대체 뭐지?’


꿈이라는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 꿈은 깨버렸다.





그게 어제 꿈에서의 일이다. 진호는 스마트폰을 켜고 아무 검색엔진이나 들어가 검색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하나의 결과가 도출되었다.


[꿈 : 잠자는 동안에 깨어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사물을 보고 듣는 정신 현상.]


또 하나의 검색결과도 발견했다.


[자는 도중에 뇌에서 기억이나 정보를 무작위로 자동재생하는 것.]


이미 알고 있는 정보였다. 진호는 한숨을 내쉬었다.


‘문제는 이런 게 아니야······.’


현실감이 생생하게 넘치는 그런 꿈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 꿈에 대한 연관검색을 계속하던 중, 진호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단어를 발견했다.


‘루시드 드림?’


[자각몽(루시드 드림) :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꿈을 꾸는 것이다. 꿈을 꾸는 중 이것이 꿈이라는 것을 깨닫거나, 처음부터 꿈이라고 알고 있는 꿈을 꾸거나, 인위적으로 유발하는 등의 상태에 따라 세부 구분하기도 한다.]


굳이 말하자면 자각몽이라고 할 법도 했다. 진호는 꿈을 꾸던 중 분명 그것이 꿈임을 자각하고 행동했으니까.

그래도 좀 꺼림칙한 게 있다.


‘자각몽이라는 건 자기가 경험하지 못한 일까지 느낌으로 알게 해주나? 운이 좋다면 똑같을 수도 있겠지만, 십중팔구는 똑같지 않을 거야.’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 음식을 먹었다고 할 때, 꿈에서 먹은 음식과 현실에서 먹은 음식의 맛이 같을지는 알 수 없다. 꿈이란 것은 어디까지나 과거에 일어났던 일을 뒤죽박죽 섞어서 재생하는 기억의 단편 모음집 같은 것이다. 혹은 평소 자신이 무의식적으로 희망하는 내용을 보여주는 하나의 영상이라고 볼 수도 있다.


“으아, 복잡해!”


새삼 이런 생각을 왜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어차피 꿈은 꿈일 뿐이다. 꿈에 얽매여서 무슨 일을 하겠는가?


괜히 피로가 몰려왔다. 진호는 방의 불을 껐다.


‘샤워는 내일 아침에 해야지.’


하루 종일 잡생각밖에 안 했지만, 내일부터는 다시 상쾌한 하루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진호는 다시 눈을 감았다. 오늘 밤은 통나무처럼 푹 잠들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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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꿈의 시작(4) 21.03.08 23 0 15쪽
4 꿈의 시작(3) 21.03.06 20 0 14쪽
» 꿈의 시작(2) 21.03.05 27 0 11쪽
2 꿈의 시작(1) 21.03.04 29 0 11쪽
1 누군가의 속삭임 21.03.04 41 0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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