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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어왕자 님의 서재입니다.

Dream Walk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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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어왕자
작품등록일 :
2021.03.04 22:25
최근연재일 :
2021.03.15 14:46
연재수 :
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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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4,876

작성
21.03.04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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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꿈의 시작(1)

DUMMY

해가 뜬지는 조금 된 시간. 이르다고 하면 이를 수도 있고, 이르지 않다고 하면 그럴 수도 있는 애매한 시간이다. 즉, 누군가에겐 이른 시간일 수도 있다.


삐비비빅


자명종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다하는 휴대폰이 울린다. 익숙하지만 싫은 소리로 청자의 고막을 괴롭히는 데 온 힘을 다하는 모습이다.


보통 이 알람의 역할이 올바르게 수행된 적은 없었다. 분명 울리고는 있지만, 꺼야 할 사람은 보통 무시하고 누워 자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알람을 취소하고 다시 수면의 바다로 헤엄치는 건 일상이었다. 만약 휴대폰이 입이 있다면 차라리 설정을 하지 말라고 고래고래 소리쳤을 게 틀림없다. 그건 휴대폰의 주인이 가족들에게 늘 듣는 말이기도 했다.


그렇다. 보통 때였다면 늦잠을 즐기는 주인이 이 시간에 기상할 일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달랐다.


삐비빅 삐비비빅


알람은 음향장치의 한계를 시험하듯 계속 소리를 질러댔으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알람은 쓸모없는 짓을 한 게 되어버렸다.


“······.”


알람이 울리기 한참 전부터 진호는 침대에 누운 채로 멍한 눈을 뜨고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 움직임이 거의 없다시피 해서, 눈 뜨고 자는 게 아닐까 의심스러운 모습이었다.


그저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고 있던 그는 용수철처럼 몸을 튕기더니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두 눈을 깜빡거리고, 손을 쥐었다 폈다 해 본다.


“후우.”


진호는 머리를 감싸쥐었다. 머리가 아픈 건 아니었다. 오히려 날아갈 듯 상쾌한 편에 가까웠다. 온몸에 활력이 솟아, 지금 당장이라도 활기찬 하루를 시작할 수 있을 법한 기분이었다.


몸은 그렇지만, 기분은 굉장히 복잡했다. 진호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기묘하다.’


뭐라 표현하기 애매한, 붕 떠있는 듯한 미묘한 기분이 진호의 뇌리를 잠식했다. 굳이 말하자면, 그는 지금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알람은 계속 울렸다. 하지만 진호는 그게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 듯 계속 자신의 머리만을 감싸 쥐고 있었다.


‘도대체······.’


18년을 살아왔지만 이와 같은 상황은 한 번도 겪어본 적이 없었다. 아니면 겪었지만 기억을 하지 못했던가.


몸이 자신의 것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분명 자신의 몸이지만 제 3자의 시점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다. 마치 꿈에서처럼.


머릿속에 남은 꿈의 잔향(殘香)이 현실에 적응하는 것을 방해했다. 진호는 머리를 붕붕 흔들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일까.’


의식이 멀어지는 것 같지는 않았다. 오히려 정신만은 또렷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로, 그를 괴롭히는 건 기묘한 기억이었기 때문이다.


‘너무 생생해. 전혀 구분을 못하겠어.’


알람은 계속 울려댔지만, 진호의 귀엔 들어오지 않았다.


느닷없이 문이 벌컥 열렸다.


“야! 제발 알람 좀 끄랬잖아!”


진호는 깜짝 놀라 고개를 휙 돌려 문을 연 장본인을 노려보았다. 그 반응이 의외였는지, 문을 연 쪽도 상당히 놀라 보였다.


“얼레? 일어났었어?”


반사적으로 진호는 고개를 끄덕였고, 문을 연 장본인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진호를 쳐다보더니 말했다.


“그런데 왜 알람은 안 끄는 거야? 시간 없으니까 빨리 밥 먹으러 나와.”

“그, 그래.”


문이 다시 닫혔다. 진호는 휴대폰의 알람을 끄며 침대에 주저앉았다.


“역시 꿈일까?”


멍한 표정으로 한참을 앉아있자 바깥에서 히스테릭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빨리 나오랬지!”

“가, 갈께!”


역시 꿈일 것이다. 그런 일이 사실일 리는 없다.


‘그렇다고는 해도······.’


아직까지 남아 있는 묘한 현실감. 진호는 옷을 갈아입으면서도 찝찝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조금 있으면 나아지겠지.’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며 그는 1분만 더 있으면 인내심이 바닥날 여동생이 기다리는 식탁으로 가기 위해 문을 열었다. 하지만 그녀의 인내심은 오늘따라 1분 짧아진 모양이었다.


“빨리 안 올래?!”


진호는 한숨을 내쉬었다.


꿈이란 자신의 사상이 투영된 마음의 창이다. 자신이 갈망하거나, 피하고 싶은 무언가가 무의식이라는 기반을 바탕으로 나타낸 것이 꿈이다.


꿈에서 자신은 자유로운 듯 보이나 실상은 그다지 자유롭지 않다. 자기 자신이 만들어 낸, 보이지 않는 사상의 벽에 부딪혀 허우적댄다. 평소 싫어하던 누군가와 꿈에서 싸우게 되었는데, 주먹을 휘둘러도 자꾸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허공에 헛방질만 하는 게 좋은 예시 중 하나다.


또한 꿈에서 자신은 3인칭 시점으로 존재한다. 현실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세상을 보는 시점은 자신의 눈으로 한정된다. 하지만 꿈에서는 세상을 보는 자신이 있고, 그런 자신을 보는 또 하나의 자신이 있다.


그러나 이 중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 꿈이 존재한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장소와 상황에 놓여, 현실과 다름없는 생생함 속에서 움직이는 꿈. 그곳에는 3인칭 시점의 자신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마치 현실과 다름없는 꿈. 보통 그런 것을 생동감 넘치는 꿈이라고 한다.


“······그런 꿈을 꾸었는데 말이야. 어떻게 생각하냐?”


대단한 반응을 기대하진 않았다. 예상대로 여동생은 심드렁한 반응만을 표출할 뿐이었다.


“개꿈이네. 그래서 아까 그렇게 멍하니 있던 거야?”


진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잠에서 깨고 나니까 오히려 현실이 더 이상해. 붕붕 뜬 듯한 느낌, 무슨 소리인지 알겠지?”


동생은 어깨를 으쓱했다.


“글쎄? 난 꿈 같은 건 잘 안 꿔서.”


꾸지만 기억나지 않는 거겠지. 말하려다 진호는 입을 다물었다. 동생은 착하고 성실한 편이지만, 허무맹랑한 말에는 도통 귀를 기울이지 않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하긴 내가 생각해도 쉰소리긴 하다.’


진호는 발 앞으로 다가온 조그마한 돌멩이를 툭 걷어찼다.


시간에 맞지 않게 오늘따라 등굣길은 한산했다. 평소 같았으면 40명은 기본으로 있을 법한 대로에 보이는 것은 10명 남짓한 등교생들뿐이었다. 순간 현실이 꿈이 아닐까 잠깐 생각해본 진호였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여동생은 수다쟁이에 가까운 아이였다.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상대방이 그것에 대꾸를 하던지 하지 않던지에 상관하지 않고 이것저것 말하는 아이다. 아마 그것은 그녀가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어색한 기류를 싫어하기 때문일 것이다.


“있잖아. 저기 저 사람 예쁘지?”

“응, 응.”

“몸매도 멋지고, 정말 부럽다. 나도 저렇게 예뻤으면.”

“응, 응.”

“야, 저 사람이랑 나랑 누가 더 예뻐?”

“응, 응.”


진호는 적당히 맞장구를 쳐주며 오르막길에 가까운 등굣길을 가볍게 올라갔다. 오늘따라 몸이 붕붕 뜨는 기분이 드는 게 전혀 힘들지 않았다.


어느덧 그들이 다니는 고등학교의 교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학교가 눈앞에 보이지만, 진호는 아직까지도 꿈 생각뿐이었다. 꿈이겠지 하고 치부하고 있다 해도, 꿈의 잔상은 그에게 잊혀지지 않을 기억을 새겨놓았던 것이다.


이것 또한 이상한 일이었다. 꿈은 강렬한 기억을 남길 때도 있지만, 그것이 새겨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빠르면 영점 몇 초 만에, 느려 봐야 5분 내에 모든 기억이 소거되는 게 보통이고, 그 후에는 그런 꿈이 존재했던가 하는 어렴풋한 기억만이 남는다.


‘그런데도 난 계속 기억하고 있어. 왜일까?’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문득 옆을 바라보자, 여동생이 그의 팔을 팡팡 쳤다.


“아직도 꿈 생각이야?”

“어, 응?”


미처 부정하지 못했다. 진호가 난처한 표정으로 웃자, 여동생은 걱정된다는 얼굴로 그에게 말했다.


“어디 아픈 거 아니지? 수업 들을 수 있겠어?”


진호는 애써 태연함을 표방했다.


“걱정 마. 괜찮아지겠지, 뭐. 그럼 먼저 가볼게.”

“개꿈 꾸지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해.”


그 말을 끝으로 여동생은 자신의 교실 쪽으로 사라졌다. 그녀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진호는 홋잣말을 중얼거렸다.


“누가 오빠인지.”


그녀는 퉁명스럽지만 옳은 말을 했다. 진호는 여동생의 말대로 수업에 전념하기로 다짐했다. 주먹을 불끈 쥔 그는 결의에 찬 모습으로 교실 쪽으로 당당한 발걸음을 옮겼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진호의 다짐은 첫 수업을 듣는 순간부터 허물어졌다.


중년의 여선생이 침을 튀겨가며 칠판을 탕탕 쳤다.


“따라서! 여기서 화자는 꿈 속에서의 자신과 현실의 자신을 혼동하며 인생무상을 느낀 거야. 장주가 나비가 되었다고 생각한 것과 비슷하지. 또, 여기서 구운몽과 연관성을 찾아볼 수 있는데 말이야.”


열변을 토하는 선생에겐 미안하게도 진호는 수업을 전혀 듣고 있지 않았다. 그의 사고는 아침나절과 마찬가지로 먼 곳에 집중되어 있었다.


‘어떻게 그런 꿈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신기한 꿈이었다. 아직도 꿈에서 본 것, 느낀 것이 손에 잡힐 듯 생생하다. 현실이 오히려 꿈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하아.”


한숨을 내쉰 진호의 등을 누군가가 팡 때렸다. 놀라서 돌아보자, 그곳에는 친구 한 명이 웃으며 서 있었다.


“점심시간인데 밥 안 먹고 뭐하냐?”


그 말에 시계를 본 진호는 깜짝 놀랐다. 수업을 들은지 몇 분도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몇 시간이나 지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보다 놀랐던 것은 말을 건 친구의 이름이 잘 기억나지 않았다는 것에 있다.


잠시 동안 집중하던 진호는 간신히 친구의 이름을 기억해냈다.


“아, 그래. 점심시간이네. 밥 먹자.”

“무슨 일 있냐?”

“딱히 없는데, 왜?”

“조금 멍해 보여서. 잔 것 같은데 졸려 보인다.”


진호는 말할지 아닐지를 잠시 망설이다, 이런 걸 동네방네 떠들고 다녀봤자 좋을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별 일 없어.”

“그래? 그럼 밥이나 먹으러 가자.”


먹는 둥 마는 둥 한 점심시간이 지난 후에도 진호의 상태는 똑같았다. 계속해서 멍한 모습으로, 누가 보면 정신이 반쯤 나간 사람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심지어 그 자세는 학교 수업이 모두 끝나고 종이 쳤을 때까지도 변함이 없었다. 책상 앞에서 눈을 뜨고 자는 모습이 반 친구들 모두가 교실을 빠져나갔을 때까지도 지속되었다.


‘꿈, 꿈······.’


선생조차 없는, 정적이 감도는 교실에서 진호는 홀로 묵묵히 앉아있었다. 마치 좌선이라도 하는 사람처럼.


죽음 같은 침묵을 깬 것은 한 줄기의 외침이었다.


“야! 집에 안 가고 뭐해?”


화들짝 놀란 진호는 벌떡 일어나 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여동생이 걱정 반, 분노 반이 섞인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이 도대체 몇 시인 줄 알아?”


진호는 시계를 확인하려 했으나, 그럴 필요조차 없었다. 여름인데도 어둑어둑해지는 땅거미가 현재 시간을 아주 잘 말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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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꿈의 시작(5) 21.03.10 19 0 12쪽
5 꿈의 시작(4) 21.03.08 22 0 15쪽
4 꿈의 시작(3) 21.03.06 20 0 14쪽
3 꿈의 시작(2) 21.03.05 26 0 11쪽
» 꿈의 시작(1) 21.03.04 29 0 11쪽
1 누군가의 속삭임 21.03.04 41 0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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