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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마법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을 구해야 되는데 귀찮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공모전참가작

판법사
작품등록일 :
2024.05.09 18:43
최근연재일 :
2024.05.29 17:00
연재수 :
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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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6,941

작성
24.05.2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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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무림을 구해야 되는데 귀찮다 - 10

DUMMY

무림을 구해야 되는데 귀찮다 - 10


선화는 자신의 제자가 천재가 아닐까 잠깐 의심했다.

조법의 고수인 점소이는 초심자와 다름없는 제자가 이길 상대가 아니니까.


‘설마 진짜···. 천···.’


(내 제자가 진짜 천재 같다니까?)

(또 시작이네 저 영감탱이.)


남을 타박하던 자기 모습이 떠오른다.


‘그럴 리가 없지.’


자꾸 기우는 마음을 다잡는다.


‘선화야 네 제자가 천재일 리 있겠느냐. 심지어 한 시진 안에 깨는 건 무재라도 불가능할 터. 내제자 천재병이 나한테도 옮은 거 같구나.’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그녀의 앞에 삼원이 큰절을 올린다.


“스승님. 제자가 스승님의 명을 행하고 왔으니. 약속했던 것을 부탁드립니다.”

“약속이라···.”


뭐였지. 까먹었다.


제자가 전혀 해내리라 생각하지 않았기에 보상을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던 그녀였다.


‘이불 줘야 하나? 얼룩이한테 가져온 가죽들 아직 못 꿰매서 이불 못 만들었는데···. 으 어렸을 때 부모님이 연습하라고 할 때 할 걸···. 아니지 내가 뭐라고 했더라···.’


(한 식경 안에 이겨내고 돌아온다면, 알려주겠다.)


아.


기억나버렸다. 귀찮음을 이겨내는 방법.


‘···.’


초롱초롱한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제자가 보인다.


‘뭐···. 뭐라도 말해야겠지?’


그녀는 근엄한 표정으로 자애롭게 말했다.


“이미 네 몸으로 행하지 않았느냐?”

“네? 제···. 몸으로 말입니까? 사부님?”

“그래. 게으름뱅이인 네가 고작 한 시진 만에 해내지 않았느냐.”

“그렇긴 합니다만···. 사부님 그건 사부님이···.”

“갈!”


삼원은 평소와 다른 사부님의 말에 입을 다문다.


무엇이 그녀를 진노하게 했단 말인가.


“이미 내가 가르침으로 알려준 것을 어찌하여 또 묻는단 말이냐.”

“죄송합니다···. 스승님. 제자가 아둔하여···.”

“네가 이미 이룬 것은 네 안에 이미 등불이 있다는 것인데, 어찌하여. 다른 이에게 등불을 찾는다는 말이냐.”

“죄송합니다. 스승님.”


그녀의 말을 들으며 삼원은 자신의 어리석음을 실감했다.


‘사부님은 이미 알려주신 것이었구나···. 이미 한 시진 안에 부지런하게 움직인 후인데···. 사부님의 가르침으로도 깨닫지 못하다니···.’


삼원은 홀로 생각했다.


무엇이 그를 움직이게 했을까.


(네가 미래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지.)


사부님이 했던 말을 떠올리는 순간. 삼원은 깨달았다.


‘내가 미래를 계산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세상의 끝까지 가보지 못하였는데, 어찌 단언하느냐)


‘같은 상황을 부정적으로 바라본 것이다.’


몇 번이고 읽었던 책들의 내용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나쁜 일과 좋은 일 변화하니, 인생의 변화를 예측하기 어렵다.]

[변화를 알 수 없고 깊이를 헤아릴 수도 없으니. 복은 나쁜 일이 되고, 나쁜 일은 복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삼원 너는 세상을 모두 안다고 생각하고 비관하니, 어찌 움직일 수 있겠느냐?’


사부님께서 방법을 안다고 생각했기에 최선을 다해서 움직인 것이었다.

미래에 무언가 주어지는 것이 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했기에


움직인 것이다.


‘만약 그곳에 나쁜 일이 가득하다고 생각했다면 내가 그토록 열심히 움직였을 것인가?’


그는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봤다.


(이미 황실이 비리가 가득한데, 겨우 나 하나가 관직을 가진다고 해서 큰 보탬이 되겠습니까?)

(그런 자리는 탐관오리의 수족이 될 뿐인데 제가 간다고 나아지겠습니까?)


남들이 자신을 똑똑하다고 했기에, 미래를 이미 안다고 자만했다.

그 결과. 움직이지 못한다.


사람이란 그렇게 설계되어 있으므로.


‘사부님이···. 알려주려고 하신 게···. 이것이란 말인가.’


천외천.


삼원이 그녀에게서 느끼는 감정이었다.


‘더···. 더 배우고 싶다. 사부님의 깊은 뜻을···.’


삼원은 처음으로 그녀에게 진심을 담아 말했다.


“사부님···. 못난 제자에게 가르침을 주십시오.”



::


선화는 당황했다.


가르침을 청하는 제자.


‘뭔지 모르겠는데 얻어걸린 거 같다.’


눈빛이 초롱초롱한 제자 녀석을 보니 차마 진실을 이야기하기 힘들었다.


“흠흠···.”

“네, 사부님.”

“심부름을 좀 갔다 오거라.”


눈보라가 치는 설산. 무공을 익히지 못한 삼원이라면 얼어 죽기 딱이었다.


“무림에 관해서 말했던 내용은 잊거라.”

“네, 사부님.”

“그냥···. 심부름이나 좀 하고 오거라.”

“심부름이라면···.”


설화는 자신이 무림을 종횡하던 시절을 떠올렸다. 많은 사람이 자신을 대단하다고 치켜세웠지만 정말 대단한 사람들은 따로 있었다.


‘그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난 이미 불귀의 객이 되었겠지.’


혼자서 이룬 것조차 혼자서 이룬 것이 아니다.


“심부름 가기 전에 심법을 하나 알려주마.”

“스승님!”

“대단한 것은 아니니, 그리 초롱초롱하게 보지 말거라.”


삼원은 이토록 대단한 깨달음을 얻은 사부님이 가르쳐주는 무공에 대해서 기대를 했다.


‘제자 녀석이 무공을 좋아할 줄이야. 귀찮아 할 줄 알았는데.’


뻔히 바라보는 시선이 부담스럽다. 알려줬다가 별로 마음에 안들어하면 어떻게 하지? 나름 한가닥 하는 무공인데···.


기대하는 제자의 표정에 부담감 더욱 올라온다.


“이쪽으로 와서 가부좌를 틀거라.”

“가부좌라면···.”

“나와 같은 자세를 취하면 된다.”


사부님의 바로 앞에서 삼원은 가부좌를 틀었다. 그녀는 혈도를 하나하나 짚어가며 설명했다.


“본디, 중원의 무공체계는 세상 만물의 기운을 갈무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녀가 삼원의 아랫배를 찌르고는 말을 이어갔다.


“대부분 무인은 만물의 기운을 단전에 갈무리하여 축적한다. 이것을 내공이라고 부르며 내공을 운용하는 방법에 따라 내공심법이 갈리지.”

“오늘 제가 배우는 것이 그런 심법입니까?”

“아니다.”

“예?”


그녀는 약간 더 손가락을 올리며 말했다.


“보통의 무공은 하단전으로부터 시작해 중단전을 열고 그다음에 상단전을 연다.”

“그럼 제가 배울 심법은···.”


짧고 귀여운 손가락이 삼원의 이마를 찌른다.


“우리의 심법은 상단전을 먼저 연다.”

“···그럼 좀 위험한 거 아닌지.”


무공을 모르는 삼원이 보기에도 위험해 보였다.

그의 물음에 선화는 끄덕이며 대답했다.


“당연히 위험하지.”

“···.”

“보통은 바보 천치가 될 것이니까.”

“···.”


사부님에 대한 존경심이 급속도로 감소해간다.


“괜찮은 거···. 맞죠?”

“나도 처음 해보는 거라 잘 모른다.”

“···.”

“···.”


삼원은 자신이 설원을 뛰면 집까지 얼마나 걸릴까 생각했다.


‘설원을 뛰다 다리는 동상에 걸릴 것이지만, 적어도 바보가 되지는 않을 테니 한 달 정도 언 다리로 뛰면 남는 장사가 아닐까?’


아버님 아들이 다리는 잃었지만, 머리는 지켰습니다. 기뻐해 주십시오.


아버님과 얼싸안고 춤을 추는 상상을 해본다.


“제자 감히 여쭈어봅니다만···.”

“뭐냐.”

“다른 안전한 심법은 없습니까?”

“이 사부를 믿지 못하는 것이냐?”

“세상만사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저에게 조금 전에 가르쳐주신 느낌이···.”

“···.”


사부님의 작은 손이 딱밤을 때린다.


“으윽.”

“고얀 놈.”

“죄송합니다. 사부님.”


사실 제자만큼 선화도 불안하긴 했다. 진짜 처음 해보니까.


“걱정하지 말거라. 전부 여는 것이 아니라 아주 조금 여는 것이니. 그것도 잠깐동안.”

“알겠습니다. 사부님.”


그녀의 손이 주요 혈을 찌르고 지나간다.


“호흡하거라. 천천히.”


눈을 감고. 가부좌를 튼 채 천천히 호흡을 반복한다.


“네 안에 있는 나의 기를 느끼거라.”


따뜻하고 자애로운 기가 삼원의 안에서 천천히 움직인다.


“말을 하지 말고, 나의 인도를 따르거라.”


부드러운 기가 머리 꼭대기를 두드린다. 물레방아에서 물이 오르내리듯 부드럽고 반복적으로 몇 번이고 스쳐 지나간다. 삼원은 몇 번이고 반복되는 회전에 기가 흘러야 할 길을 알게 된다.


‘느껴진다···. 기가 순환하는 길이.’


사부님의 인도에 따라 한 번, 두 번, 열 번, 스무 번. 미약한 기를 일으킨다.


거대하고 따스한 기에 기대어 미약한 삼원의 기가 같이 움직인다. 그녀는 삼원이 가야 할 길들을 알려준다.


이곳은 아직 갈 수 없다.

이곳은 위험하다.

이곳이 우리 심법이 가야 할 길이다.


아주 조금씩. 탁기가 배출된다.


‘이것이···. 심법···.’


하단전을 지나쳐 기운이 순환한다.


“입술을 꽉 깨물 거라. 이제 위험한 부분이니.”


그녀의 말 직후. 거대한 내공이 쏟아져 들어온다.


‘크으윽!’


입술을 깨물고 있지 않았더라면 비명을 질러버렸을 것이었다. 기존의 부드러운 기운과 다른 해일 같은 내력의 파도가 몰려온다.


‘이것이 사부님의 내력....버···. 버틸 수가···.’


다른 문파의 사부라면 이곳에서 전신 세맥으로 내공을 흘려보낼 것이었다. 그것 만으로도 전신이 강해지는 효능이 있을테니까.


그녀는 달랐다. 다른 사람들과는 반대를 행해 버린다. 모든 세맥과 주요 길목을 모두 닫아버린다.


“버텨라!”


닫고. 닫고. 닫고. 또 닫아버린다.


열어 두는 길은 오직 한 곳.

상단전.


거대한 내공이 역천으로 밀려 올라가며 세상이 부서지는 소리가 난다.


콰과과광.


삼원의 두 눈이 번쩍 떠지며, 안광이 쏟아져 나온다.


무의심법(無意心法) 1성.


귀호신체(鬼護神身)


'....'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불길한 기운들이 석실 안쪽으로 몰려든다. 내공을 끌어올린 사부님의 모습.


“열흘 뒤에 보자꾸나.”


그녀의 몸속을 지나가는 기운들이 보인다.


‘이···. 이게 도대체···.’


동시에, 귀가 찢어지는 비명들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려온다. 귀곡성.


‘사부님?’


불길한 기운이 석실로 몰려들고 있었다.


자신의 앞을 막아서는 사부님의 모습을 보며, 삼원은 정신을 잃었다.




::



선화가 제자에게 설명해 주지 않은 것이 있었다.


상단전을 먼저 열면 안 되는 이유.


“이미 소문 다 났네 이거.”


선화는 무의심법을 일으키며 잡귀들을 쫓아내기 시작했다.


하단전과 중단전을 연마하지 않은 자가, 상단전을 열게 되면 천지간의 기운과 그대로 연결이 되어버린다.


‘상단전은 외부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통로이기도 하니.’


육신을 잃은 원귀들이 상단전을 통해 들어와 삼원의 몸을 차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십 일만 버티면 된다.”


십간(十干)이 모두 돌고 나면 귀신들도 삼원의 육체를 함부로 탐할 수 없다.


끼아아아아아악.


수십 마리의 커다란 원귀들이 동굴 안쪽으로 들어오기 위해 진법을 긁어댄다.


“저리 가! 내 제자 몸이라고!”


적어도 한 식경은 버틸 것으로 생각했지만.


진법이 부서지며 귀신들이 동굴 안으로 밀고 들어온다.


“여기가 무슨 소문난 객잔인지 아니? 아, 귀찮아!”


그녀의 눈에 푸른빛이 일렁인다.


손을 뻗자, 석실 아래쪽에 잠들어있던 부적으로 봉인된 검이 그녀의 손에 잡힌다.


“소문난 잔치에서 초상 한 번 더 치러줘?”


귀신들의 기운과 선화의 기운이 허공에서 부딪힌다.


끼이에에에에엑.


소름끼치는 귀곡성이 동굴 안에서 끊임없이 울려 퍼진다.



::



“여기는···.”


[무기의 방]


삼원은 자신의 마지막 기억을 더듬었다.


“뭔가···. 뭔가 기운 같은 게 보였었는데. 뭐였었지.”


분명 내공심법을 수련 중이었는데, 어째서 이곳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나가자. 사부님 기다리시겠다.”


그는 천천히 일어나 출구를 향해 걸었다.


'뭐지?'


무언가.


무언가 다르다.


손을 들어 올리자 몸 안에서 기운이 움직이는 모습들이 희미하게 보인다.


"심법의 효능인가?"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살펴보며 걸어가는 삼원.


‘빨리 나가서 사부님한테 가르침을 더···.’


출구에 도착한 삼원은 당황했다.


[폐쇄]


“···안 열려?”


열 수 없다. 같은 게 아니라. 아예 봉인되어 있다.


“흐음···.”


(끼-----에--)


문득문득.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거 같기도 하고.


“심법 수련 여기서 하라고 보내신 건가?”


선화가 밖에서 귀신들과 생사결을 벌이고 있는지 모른 채, 그는 자리에 앉았다.


“귀찮은데 좀 누워있다. 수련할까? 하하.”


연무장에 큰대자로 뻗은 채. 역시 인생은 농땡이라고 생각하는 삼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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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무림을 구해야 되는데 귀찮다 - 1 24.05.09 44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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