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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마법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을 구해야 되는데 귀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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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법사
작품등록일 :
2024.05.09 18:43
최근연재일 :
2024.05.29 17:00
연재수 :
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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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6,941

작성
24.05.1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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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무림을 구해야 되는데 귀찮다 - 3

DUMMY

무림을 구해야 되는데 귀찮다 -3


아무래도 사부님의 계략에 빠진 느낌이었다.


할 수 있는 게 수련밖에 없다.


게으름뱅이의 약점은 게으름뱅이가.


'나의 약점을 너무 잘 알고 있다. 역시 사부님도 게으름뱅이인가?'


삼원은 주저 앉았다. 원래라면 바로 누웠을 그였으나, 귀찮음을 조금은 이겨낼 수 있었다.


‘학문으로 세상에 도움을 주고 싶었으나, 실행을 하지 못했거늘....'


꼬르르륵.


배가 고프다.


아무리 둘러봐도 먹을 것은 없다.


“사부님은 다 계획이 있으셨군. 이것이 무림인의 강제 수련법인가.”


평범한 무림인이 들었으면 어이없어할 착각.


꼬르르르륵.


배고프니 열기 싫어도 자기도 모르게 책에 손이 간다.


[이거 열면 수련]


“누워서 빈둥거리게 해준다는 말을 믿고 여기까지 왔으니, 누굴 원망할까."


뛰는 삼원 위에 나는 사부님이 있었다.

네가 게으름 부릴 건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한 구조.


"삼원아, 세상은 넓고 너는 경험이 아직 부족하구나.”


그는 책을 열었을 때 나타난 콩을 생각했다.


“열 때마다 콩 한 쪽이라면, 나는 이곳에서 굶어 죽는다."


콩 한쪽을 먹고 수련을 얼마나 버틸 수 있을 것인가.


"아무리 악독한 사부님이라도 제자를 굶어죽게 해 놓지는 않았겠지.”


심호흡하고 책장을 한 장 넘긴다.


"않았...겠지?"


책에서 빛이 뿜어져 나온다.


사부님에 대한 불신이 조금씩 싹트기 시작한다.

설마 자신이 삼백이십번째 제자라던가....


'수련을 통과 못한 제자들은 다 굶어죽어다던가....'


많은 생각들이 머리에 스친다.


생각을 더 하고 싶었지만, 책 안으로 들어온 느낌이 든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이 하얀색으로 채워지고 그는 익숙한 곳에 서 있게 되었다.


(다음 대전 순서는. 지하 격투장의 미녀. 단목 선화입니다!)


익숙한 외침과 모랫바닥.

눈앞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마른 사내의 모습이 보인다.


“이봐 계집. 돈이 필요해서 온 것인가? 예쁜 얼굴로 곱게 자란 거 같은데. 용기는 가상하지만, 현실을 알려주지.”


삼원은 아까와 같은 말을 하는 상대를 보며 구석에 있는 동경을 다시 한번 바라봤다.


사부님과 같은 모습의 여인이 동경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


‘신묘하군. 사부님은 진법에 고수인 것일까?’


전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자. 온 몸이 긴장감으로 감싸진다.


'이게 싸운다는 느낌이군....'


서늘하고 짜릿한 감각이 온 몸을 지나간다.


'이전 처럼은 안될 것이다.'


사내로서의 오기가 있었다.


‘최소한 첫수는 피한다.’


평생 글만 읽었던 삼원으로서는 그가 어떤 방식으로 모래를 뿌렸는지 조차 보지 못한 상태였다.


“이 문추님께서, 겁 없는 네년의 버릇을 고쳐 주마!”


전투가 시작된다.

그가 양손을 들고 돌격해온다. 마치 손을 휘두를 것 같은 자세.


‘첫수를 알지 못했다면 나도 모르게 손을 내려 방어했겠구나.’


서늘한 감각이 온 몸을 타고 흐른다.


일 초식.


'또 당하지 않는다!'


문추의 발이 모랫바닥을 밟는다. 삼원의 눈에 흙을 끼얹는다.


‘이걸 막···. 으아악!’


누구나 그럴듯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같은 패턴에 또 당해보기 전까지는.


문추의 출수 속도가 너무 빨라. 알고도 반응하지 못한 삼원이었다.


또 당했다.


‘이게 무림인···. 으으윽!’


순식간에 들어오는 연타.

복부를 부여잡고 허물어지듯 쓰러지는 삼원에게 문추의 발차기가 날아왔다.


물흐르는 듯한 연계.


‘크으으윽···. 버틸 수가···.’


퍽.


어떻게 자신이 기절했는지, 이번에도 알 수 없었던 삼원이었다.



::



“으허허어억!”


무림인에 대한 존경심이 강제로 주입된다.

이미 알고 있었던 모래 뿌리기 수법.


“도저히 들어오는 순간을 보고 반응할 수가 없군.”


지하 격투장이 어떤 곳인지는 몰랐지만 실제 상황이었다면....

순식간에 자신은 살해당했을지도 몰랐다.


"순간적으로 몇 대를 맞은 건지도 모르겠군...."


기절의 대가로 얻은 것이 책 옆에 놓여있었다.


책을 열면 생기는 식량.


'이번에는....'


쌀 세 톨.


“이번에는 쌀인가. 콩으로 고정된 건 아니라 다행이긴 한데....”


사부님이 귀찮아서 아무거나 집어넣어 놓은 게 아닌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책상에 걸터앉은 채 한동안 방금 했던 전투에 대해 생각해본다.


긴장감이 넘치고, 온 몸에 날이 서는 느낌.


“재밌군···. 이게 무림이라는 고수들의 세계인가.”


책만을 읽던 그가, 무학에 즐거움을 조금씩 알아간다.


꼬르르르륵.


“···좀만 앉아 있다 하자.”


배고픔과 귀찮음이 그를 또다시 괴롭힌다.


"근데, 언젠가는 나갈 수 있는 거 맞겠지?"


불안하다.


::


설원의 절벽동굴.


신녀는 앉은 상태로 눈을 감고 있는 제자를 바라봤다.


가끔 몸을 움찔이는 걸 보니 심연 속에서 누군가에게 처맞고 있는 듯하다.


“제자라···.”


그녀가 손가락을 들어 제자의 볼을 꾹 눌러본다.


꾹꾹.


꾹꾹꾸우욱.


“재밌네.”


마교와의 싸움이 없었다면 삼원과 같은 손자가 있을지도 몰랐다.


꾸우우우욱.


말랑말랑해서 누르기 좋다.


삼원의 볼을 가지고 장난치던 그녀는 제단 위에 있는 이불에 다시 누웠다.


“시간이 촉박하긴 하네.”


그녀는 누운체로 물끄러미 삼원의 얼굴을 바라봤다.


“선택하지 않은 채, 게으름만 피우고 있다면. 훗날 나를 원망 말거라 아헤야.”


낭아검 천철이 들고 온 목패.


[단목승천패]


이름을 언제 버렸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치사하게 옛날 기억을 들쑤시다니.”


그녀는 눈을 감았다.


잊히지 않는 기억들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재능이 있게 태어난 걸 원망하거라. 단목 선화.)


협박받으면서도, 도망치는 중에도 버리지 않았던 이름.

평생 버리지 않고 지키리라 생각했었던 자부심.


“긴 세월이 한순간의 꿈 같구나.”


어쩌면 제자는 자신과 다른 길을 걸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눈을 감고 누웠던 그녀가 슬며시 다시 일어난다.


목표는 자신의 제자.


"으음...."


꾸욱.


꾸우우우욱.


제자의 양쪽 볼로 장난을 치던 그녀가 혼자 베시시 웃는다.


"흠흠.... 체통을 지키자."


목패를 품속에 넣고는 침구류 위에 눕는다.


“한 십 년만 더 누워있고 싶군.”


무림이 어찌 되건, 제자의 볼이나 당기며 오래 쉬고 싶었다.



::


"으아아아악!"


또 졌다.


흙을 세 번이나 눈에 맞고 난 뒤에야 삼원은 꺠달았다.


자신이 무학을 너무 얕보고 있다는 걸.

아무 생각 없이 반복하는 것은 시간을 너무 소모했다.


생각을 해야 했다.


“흙을 뿌리는 걸 보고 반응할 수 없는데, 무림인들은 어떻게 피한다는 말인가?”


아무리 무술을 수련한다 한들 근원적인 반응속도에 한계는 있을 터였다.


“반응속도를 올려주는 무학이 있다고 한들. 지금의 내가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말싸움으로 논리를 겨루던 지난날의 느낌과는 달랐다.


‘싸움에도 머리를 써야 한다니...재밌기는 한데...’


게으름뱅이도 처맞으면 행동한다.


위기의 상황이 오히려 그의 몸을 움직이게 하는 경험.


“무학이 이토록 재미있는 일일 줄이야. 내가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


같은 방법으로 모래를 계속 맞다보니 절로 겸손함이 생겨버린다.


"고작 책을 조금 읽었다고 세상을 다 안다고 이야기했으니, 학사들이 나를 얼마나 답답하게 여겼을까.”


이론으로 알게 되는 것이 있고, 몸으로 체험해야 알게 되는 것이 있었다.


“싸움 자체는... 재밌다."


무사들이 호승심을 부리는 이유도 이해가 갔다.


"너무나 재밌어.”


비록 5전 5패의 상황이었지만 삼원은 몸을 일으켰다.


알려주는 사람 없이, 연무장 위에서 홀로 문추의 자세를 따라 한다.

모래를 차는 동작을 따라해보고, 달려오던 동작을 따라해본다.


무림인들은 어떻게 피하는 것일까?


“동작을 보고서 반응하는 게 불가능하다면···. 사전 동작을 보고 반응할 수 있지 않을까?”


팔짱을 낀 채 진지하게 해법을 생각해본다.

흙을 뿌리는 동작은 보고 반응이 불가능했지만, 그 이전 동작이라면.


삼원은 기절하기 전 봤던 문추의 동작을 천천히 따라 했다.


돌진.

어느 순간 왼쪽 발로 바닥을 디디며, 오른발로 흙을 찬다.


“디딤발···”


문추의 동작을 따라 하며 삼원은 어떤 가정에 도달했다.


“무게를 딛고 있는 발이 없으면 세게 바닥을 찰 수 없군. 그래···. 그런 거였어.”


기술에 한 가지 동작만 있다고 한다면 보고서 대응할 수가 없다.

눈에 흙을 맞아가며 배운 사실이었다.


"단일 동작으로는..."


동작을 간소하고 짧게하면

공격하는 쪽에서도 문제가 생긴다.


“힘을 싣기 위해서는 공격하는 쪽에서도 정확한 자세를 취해야 하는 게 아닐까? 그렇지 않으면 제대로 된 효과가 나오지 않을 테니.”


자세.


삼원은 양발을 나란히 붙인 뒤 양손으로 주먹을 날려보았다.


“파괴력이 너무 약하다. 신기하군. 문추가 왼발을 깊게 디딘 것은 다음 오른발의 기술을 위해서였어."


무술의 기본을 자세라는 걸, 삼원은 얼핏 깨달았다.


"흙을 올려차기 위해선.... 힘이 필요하다. 그 말은 왼발로 깊게 딛는 사전 동작을 생략하기 힘들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학문에도 깊이가 있듯, 무예에도 깊이가 있었다.


책이 아닌 고수들의 몸에 체득되어 있는 수 천 년의 무투.


“가장 효율적인 타격을 위해서 기술만의 최적화된 움직임을 취하는 것 같은데···. 학문과는 같으면서도 다른 면이 있군.”


조금씩 무학에 대해 깨우쳐간다.


꼬르르르륵.


배가 고프다.


책을 열고 티끌만한 식량을 얻는 것도 의미가 있었지만


삼원은 자신도 모르게 문추의 동작에 빠져들었다.


“왼발을 디딘 후, 오른발로 모래를 가격. 왼발을 디딘 후···.”


보기에는 쉬워 보였지만 실제로 하려고 하니 몸이 너무나도 어색하게 움직인다.


“쉬워 보였지만, 쉽지 않군···. 문추라는 자는 이 동작을 얼마나 연습한 것인가?”


황궁에서 보았던 무사들의 움직임. 그들의 동작 하나하나가 새롭게 다가왔다.


“사전 동작···. 왼발···. 사전 동작···.”


꼬르르르륵.


배고픔과 즐거움.


거기에 육체의 부하를 어느 정도 덜어낼 수 있는 환경.


삼원은 책 앞에 서서 문추의 동작을 계속해서 떠올렸다.

배고픔을 잊을 만큼. 태생적인 귀찮음은 여전했지만


반복해서 동작을 몸에 익힌다.


연무장을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며 땀을 얼마간 흘린다.


쳐맞으며 사라졌던 자신감이 조금은 돌아온다.


“좋아. 해보자.”


그의 손이 책을 열었고, 세계는 순식간에 빛에 휩싸였다.


바닥에 깔린 모래의 감촉이 느껴진다.


(다음 대전 순서는. 지하 격투장의 미녀. 단목 선화입니다!)


어느새 관중들의 함성으로 세상이 가득찬다.


“이봐 계집. 돈이 필요해서 온 것인가? 예쁜 얼굴로 곱게 자란 거 같은데. 용기는 가상하지만, 현실을 알려주지.”


익숙한 말과 함께, 문추가 비릿한 미소를 짓는다.


'저 대사와 함께 공격이 들어올 것이다.'


소개가 끝남과 동시에, 그가 양손을 들고 돌진해 온다.


거리를 좁혀오는 그의 행동에 삼원은 학문과 무학의 결정적 차이점을 깨달았다.


생각할 시간이 너무 적다.

평소에 단련해 두지 않는다면 생각과 몸의 움직임을 동시에 할 수 없다.


‘왼발···. 사전 동작 왼발···.’


고운 팔을 늘어뜨린 채 사부님 모습의 삼원이 집중한다.


“이 문추님께서, 겁 없는 네년의 버릇을 고쳐 주마!”


문추의 왼쪽 다리가 모랫바닥을 파고든다.


‘디딤발!’


그가 오른쪽 다리를 내딛기 전 여인의 몸이 옆으로 이동한다.


“차핫!”


문추가 돌진하면서 뿌린 모래가 허공을 가른다.


“뭣?!”


피했다.


문추는 앞으로 돌진하고 여인은 왼쪽으로 피하니.


삼원의 눈앞에 문추의 측면이 노출되었다.


‘내가 피한 건가?’


바로 앞. 손 닿을 거리에 문추의 측면이 위치한다.


"애, 애송이가?!"


이동하는 자세 그대로 문추의 몸에 주먹을 휘두른다. 당황한 문추가 몸을 돌리려 하지만 이미 측면을 점령한 삼원의 공격이 한 박자 빠르다.


측면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감각에 문추는 황급히 보법을 밟는다.


‘이럴 수가···. 이런 계집에게 측면을 내줄···.’


계집의 손이 날아온다. 문추는 내기를 불어넣어 측면에서 올 타격의 충격을 줄이려고 했다.


툭.


‘엥?’

‘어?’


위력이 하나도 실리지 않은 여인의 손이 힘이 실리지 않은 채 몸통을 살짝 치고 지나간다.

여인의 발이 꼬여 휘청인다. 순식간에 거리를 벌린 문추가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너, 주먹질 할 줄 모르는구나?"


딱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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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무림을 구해야 되는데 귀찮다 - 10 24.05.29 6 0 12쪽
9 무림을 구해야 되는데 귀찮다 - 9 24.05.28 6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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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무림을 구해야 되는데 귀찮다 - 4 24.05.13 19 0 12쪽
» 무림을 구해야 되는데 귀찮다 - 3 24.05.11 27 0 13쪽
2 무림을 구해야 되는데 귀찮다 - 2 24.05.10 33 0 12쪽
1 무림을 구해야 되는데 귀찮다 - 1 24.05.09 45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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