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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마법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을 구해야 되는데 귀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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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판법사
작품등록일 :
2024.05.09 18:43
최근연재일 :
2024.05.29 17:00
연재수 :
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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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6,941

작성
24.05.1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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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무림을 구해야 되는데 귀찮다 - 6

DUMMY

무림을 구해야 되는데 귀찮다 - 6


눈을 세 개 가진 호랑이.


삼미호는 위압적인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했다.


“어쩐 일이냐 인간.”


신녀가 호랑이에 다가가 몸을 기댄다.


“가죽 좀 줘.”


듣기에 따라서는 무서운 말일 수 있는 말을 그녀는 내뱉었다. 삼미호는 잠시 그녀의 뜻이 자신의 가죽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했다.


“저번에는 나한테 와서 음식 만들어 달라고 하지 않았었냐?”

“나보단 잘 만들 거 같아서···.”


거대한 앞발을 들어 올리며 호랑이가 말한다.


“난 호랑이다. 인간.”

“호랑이가 음식 못하란 법은 없잖아.”

“···.”


보통의 인간이라면 보는 것만으로 도망칠 것이었지만···.


‘다른 인간 냄새가 나는군.’


그녀의 머리통을 후려치고 내공을 취한다면. 더 높은 영물이 될 수 있을 것이었다.


"설원의 지배자인 이 몸에게, 그런 제안을 하다니."


포식자로서의 본능적인 행동.

크르릉 거리며 존재감을 내뿜는다.


맹수의 왕의 위엄을 표하기 위해

삼안호가 세 번째 눈을 번뜩이며 그녀에게 말했다.


“가죽···. 몇 장 필요한가?”



::


설원에는 사람이 없다.

그렇기에 사냥꾼은 긴장했다.


문짝이 흔들리는 모습이 보인다.


커다란 활을 짊어진 사냥꾼은 도둑이 들었다는 걸 깨달았다.


자물쇠가 부서져 있는 오두막.


‘무림인인가?’


평범한 사람이라면 이곳을 지나가지는 않는다.


'호흡소리를 낮추자. 천천히... 천천히.... '


주변의 눈을 살펴보자 눈에 찍힌 발자국은 없었다.


‘발자국이 없다면 이미 방문한 지 오래되었거나 아니면···.’


이야기 속으로만들었던 눈 위를 구름처럼 걷는···.


‘이야기 속 은발 귀신이라도 온 것인가.’


언젠가 들었던 괴담이었다.


짚으로 엮은 신발을 천천히 움직이며 숨을 죽이고 문을 연다.


'혹은 아직 안에 있는 것인가.'


언제라도 쓸 수 있도록 날카로운 칼을 꺼내 든다.

최고의 사냥감을 잡겠다는 꿈이 오늘로 끝날 수도 있었다.


끼익.


문이 열리자 그는 없어진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내 침대···. 어디 갔지?”


당황스럽다.


동물에게서 나오는 비싼 뼈 부위나 약재 부위는 그대로 탁자 위에 놓여있었지만.


침대가 통째로 사라졌다. 거기에 이불도.


"...."


영특한 그의 두뇌는 이상한 추리를 내 놓았다.


설원 한 복판에서 누군가가 나타나 집에 침입한 뒤

침대와 이불을 통째로 들고 도주한다.


"...."


그는 혹시 자신이 헛것을 보는 게 아닌가 싶어 눈을 비볐다.


“···내 침대.”


다시 한 번 그는 자신의 가정이 맞는지 생각했다.


설원에 도둑이 들었는데

도둑이 돈 되는 건 다 놔두고 침대랑 이불만 잔뜩 들고 사라졌다.

발자국도 없이.


귀신이 곡할 노릇.


“이거 꿈인가? 역시···. 사냥을 너무 하느라 잠을 너무 안자긴 했군···. 허허···.”


다시 잠을 청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그였지만···. 누울 곳이 없다.


“···.”


허탈한 눈으로 그는 창 밖을 바라봤다.


그 순간. 그의 눈동자가 커졌다.


쌓여 있다.


“진짜 꿈인가?”


방금 잡은 듯한 사슴류의 동물이 열세 마리나 포개어져 집 뒤뜰에 쌓여 있다.


차곡차곡.


“···뭐지 이건.”


침대가 없어지고 대신 비싼 동물이 층으로 쌓여 있다.


“···.”


그는 창문을 닫으며 자리에 누웠다.


“자자···. 요즘 야간 사냥을 너무 했더니 이상한 꿈을 꾸는군···.”


현실을 납득하지 못하고 바닥에 누워 눈을 감는 사냥꾼이었다.



::



찐 고구마는 신이다.


눈을 뜬 삼원의 눈에 아까 먹었던 고구마가 어른거린다.


“무학도 좋고 무림의 평화도 중요하지만 당장은 고구마가 더 먹고 싶군.”


고구마를 먹기 위해선 책을 열어야 했다.


"사부님 어찌하여 이런 비인도적인 수련법을 저에게...."


눈을 감은 채 연습했던 동작들을 떠올린다.


“좀 만 더 누워있자.”


일어나지 않은 채 시간을 허비한다.


‘뭔가 몸이 더 따뜻해진 것 같은데, 기분 탓인가.’


잠들기 전보다 약간은 포근한 느낌이 든다. 마치 누군가 이불이라도 덮어 준 느낌이었다.

따스함을 느끼며 거한이 했던 약속을 떠올린다.


‘사부님이 시키시는 일을 끝내면 30년을 놀 수 있는 건가.’


세상 어디에도 이보다 좋은 직업은 없었다.


‘싸우는 법을 알려주시려는 걸 보면···. 전투에 사용하실 거 같기도 하고···. 아니면 동굴 호위병이라던가···.’


(자는데 애들 시끄럽게 하면 귀찮으니까 네가 지키고 있어라.)


오래 보지 않았지만, 사부님의 성격상 그럴 가능성이 있었다.

동굴로 들어오는 악당들을 물리치는 자신의 모습.


삼원은 꽤나 멋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누워서 공격하는 무공은 없나...."


일어난 지 꽤 되었지만 삼원은 움직이지 않았다.


꾸물꾸물.


꾸물꾸물꾸물.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역시 최고구나.”


꾸물꾸물꾸물.


누워서 문추와의 대결을 떠올려본다.

첫 번째 공격을 피하고 주먹을 날리는 데에 까지 성공했다.


공격을 성공했지만 왜 쓰러트리지 못했는가.


연격.


“같은 초식에서 문추라는 자는 연타를 날렸지만, 나는 한 대밖에 때리지 못했다.”


거기에.


“내가 먼저 디딤발이 들어갔지만 동작자체는 문추가 더 빨랐어.”


미리 안다는 이점이 있었기에 먼저 디딤발을 밟았지만.


'분명 먼저 공격했는데.'


문추의 돌려차기 공격은 간발의 차이였다.


‘문추의 동작이 훨씬 컸음에도 하마터면 내가 당할 뻔 했다는 건···.’


숙련도.


같은 기술이라도 얼마나 오래 연마했느냐에 따라. 더 빠르고, 더 강하고, 더 정교하다.


“무학이란 안다고 끝이 아니라···. 계속 매일매일 깎아가야 하는 것이군.”


매일매일 정진하는 사람이 유리함을 가져가는 것.

그것이 무학이었다.


몸을 꼼지락거리며 삼원은 크게 한숨을 쉬었다.


“처음 보는 무인도 그렇게 무학의 경지를 이루었는데···. 지금 사부님 명령에 따라 내가 무림에 나간다면···. 객사하기 딱 좋군.”


무학을 만만하게 보고 금방 성취를 이룰 수 있으리라 생각했었다.

반성하는 삼원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일어나서 수련하는 건 아니지만.


“조금만 더···.”


꾸물꾸물꾸무울.


철로 된 향로를 집어던지던 아버님의 모습.


‘아버님 소자는 여기서 잘살고 있으니, 옥체 보존하시옵소서.’


아버지가 들으면 속이 터질 소리를 하며 삼원은 여유를 즐겼다.

천장에 매달려 있는 책이 신경 쓰이기 전까지는.


대롱대롱.


대롱대롱.


“으음···. 신경 끄자···. 신경···.”


삼원의 유일한 약점.

호기심.


대롱대롱.


대롱대롱.


“아으아아앗!”


벌떡.


궁금함이 게으름보다 커지는 순간. 삼원이 몸을 일으켰다.


“떨어뜨릴 수도 없는 위치에 매달려 있군.”


누워있을 것을 예측해서 저곳에 책을 매달아 둔 것이라면 사부님은 정말 악독한 사람이었다.


"앞을 보자... 앞을...."


천장을 보고 있지 않자 마음이 좀 안정된다.


“수련하다가 떨어뜨릴 수 있는 도구가 나오거나···. 내가 저기까지 뛰어오를 수 있게 되면 읽어볼 수 있겠군. .”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지만 신경 쓰인다.


삼원은 크게 심호흡을 했다. 안될 걸 알지만 참을 수가 없었다.


발을 박차며 위로 뛰어오른다.


“차앗!”


폴짝.


어림없는 제자리 뛰기.

단목선화의 몸보다 더욱 허약했다.


“나의 도약력은 정말이지 형편없군.”


근육이 땡긴다.


"...."


뛰는 것을 유도하기 위해 매달아두었다면 사부님은 영악한 사람이 틀림없었다.


“끄응···. 신경 쓰이는군.”


자리에서 일어나니 허기가 진다.


“수련하지 말아야지···. 수련하지 말아야지···. 귀찮다···. 삼원아, 귀찮아···.”


맛있었던 찐 고구마의 느낌이 계속해서 머리를 맴돈다.


“어허. 삼원아. 그거 사부님의 계략이다. 어찌하야 사내가 고작 찐 고구마 하나에 자기 뜻을 어기고 움직인단 말인가. 정신 차리거라.”


꼬르르르륵.


“어허!”


꼬르르르륵.


“어허허!”


문득, 고구마가 정말 잘 쪄졌다고 생각하는 삼원이었다.


그냥 고구마였다면 이런 번뇌에 휩싸이지 않았을 텐데.


“나는 고구마에 진 것이 아니라 찐 고구마에 진 것이다. 그러므로 이건 엄연히 다른 패배인 셈이지.”


책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며 자신은 고구마에 패배한 나약한 사내가 아니라는 걸 강조하는 삼원이었다.


찐고구마에 패배.


책 앞에 서서 그는 작은 소망을 떠올렸다.


‘두 대 때리면···. 고구마 두 개 나오나?’



::



삼원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더 쉽게 이길 방법 없을까.”


꼼수.


명석한 두뇌는 더욱 빠른 방법을 강구 한다.

기본자세를 잡고 양손을 휘둘러본다.


“연타를 날리는 건 아직 무리인가.”


무학을 접하기 전까지는 그냥 손을 휘두르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무게가 실려야 강한 타격을 낼 수 있으니···. 주먹이 나오는 순서에 따라 몸의 중심이 이동해야 하니 어렵군.”


손을 휘두를 때마다 발의 위치를 바꿔줘야 파괴력이 살아난다.


"발이 꼬이는군."


기껏해야 느린 동작으로 할 수 있을 수준.

이정도 타격으로는 문추를 쓰러뜨릴 수 없을 것이었다.


찐 고구마.


“···먹고 싶군.”


책을 펼치지 않은 채, 생각한다.

뭔가 다른 꼼수를.


“으음···.”


최대한 비겁한 방법을 생각해본다. 사부님에게는 죄송하지만 피차일반이었다.


“이렇게 한 번 해봐야겠군.”


꼼수에 대해 생각을 하던 그가 책을 펼쳐 든다.


"간다."


세상이 흰색으로 변하고.


관중들의 환호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와아아아아아아!)


지하 격투장의 안.


익숙한 남자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다음 대전 순서는. 지하 격투장의 미녀. 단목 선화입니다!)


검은색 머리칼의 소녀가 문추를 바라본다.


“아직 연타가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눈을 감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중얼거린다. 마른 사내가 그녀의 모습을 보며 조소한다.


“실전을 직접 하려니 오금이 저리는가 보군. 계집. 실력의 차이를 보여주마. 으하하하.”


익숙한 대사.

그가 실력을 행사하려는 순간.


“잠깐!”


여인이 소리치며 손을 내민다.


“응?”


갑작스러운 중시 요청에 문추가 돌격 자세를 잡다가 엉거주춤하게 서 있게 되었다.

하마터면 넘어질 뻔 했다.


“뭐냐 계집.”

“항복이다. 말라깽아.”

“흐흐···. 무슨 소리를 하나 했더니···. 지하 격투장에서 항복은 없다.”

“그렇다면···.”


삼원은 환호 중인 관중석을 바라보며 심호흡한다.


‘이게 되려나?’


최대한 많은 사람이 들을 수 있도록. 나쁜 짓을 저지른다.


“저를 대신해 싸워줄 사람을 구합니다! 제가 꼭 보답하겠습니다!”


웅성웅성.


대신 싸울 사람 구하기.


(저래도 되나?)

(아니 뭐 여기 규칙이 애초에 없긴 한데.)

(재밌네 크크. 애초에 저런 여린 몸으로 저기까지 간 것만 해도 대단한 거지.)


웅성웅성.


문추는 기가 차는 표정이었다.


“계집. 그런다고 누가 대신 싸워줄 것···.”


(소저, 뒤로 물러나시오.)


관중석을 밟고 한 사내가 허공으로 뛰어오른다.

머리에 영웅건은 한 부리부리한 눈매의 사내.


삼원의 옆에 착지한다.


푸욱.


모랫바닥이 파이며 그가 신형을 휘청인다.


(와아아아아!)

(정신나간 놈이 또 있구나 으하하하!)

(아무나 이겨라!)


장포를 입은 눈썹이 짙은 사내.

경기장 안으로 들어온 남자를 보며 문추가 말했다.


“애송이가 명을 재촉하는구나.”

“사정이 있어, 통성명을 하지 못하는 것을 양해 바라오.”

“어차피 누울 애송이의 이름 따위, 듣고 싶지 않군.”


장포의 사내가 삼원의 앞을 막아선다.


“소저, 본인이 실력 발휘를 할 기회를 주시겠오?”


잘생긴 남자의 예의 바른 행동. 사부님의 몸을 사용 중인 삼원은 이런 감상을 떠올렸다.


‘괜히 불렀나? 뭐 앞으로 안 볼 사람이니···.’


삼원은 두 발짝 뒤로 물러난다.

이딴 식으로 문추를 이겨도 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꼭 정석으로 이기라는 법은 없으니.’


이 기회에 무림인들의 싸움을 견식 할 기회도 되었다.


“실력을 발휘해 보시죠.”


삼원이 뒤로 물러나며 그에게 기회를 준다.


“그럼.”


영웅건을 질끈 동여매는 그를 향해 문추가 말했다.


“흥. 온갖 똥폼은 다 잡는군.”


문추와 영웅건의 사내는 서로를 바라봤다.

말과는 달리 둘 다 진지하게 기수식을 취했고


삼원은 난생 처음으로 무림인들의 대결을 볼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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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을 구해야 되는데 귀찮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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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무림을 구해야 되는데 귀찮다 - 10 24.05.29 6 0 12쪽
9 무림을 구해야 되는데 귀찮다 - 9 24.05.28 6 0 13쪽
8 무림을 구해야 되는데 귀찮다 - 8 24.05.23 8 0 13쪽
7 무림을 구해야 되는데 귀찮다 - 7 24.05.21 11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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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무림을 구해야 되는데 귀찮다 - 1 24.05.09 46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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