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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마법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을 구해야 되는데 귀찮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공모전참가작

판법사
작품등록일 :
2024.05.09 18:43
최근연재일 :
2024.05.29 17:00
연재수 :
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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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6,941

작성
24.05.1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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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무림을 구해야 되는데 귀찮다 - 2

DUMMY

무림을 구해야 되는데 귀찮다 - 2


설원이 끝나고 초원이 시작되는 곳.


진삼원을 신녀에 데려다준 후 거한은 며칠째 걸었다.


‘혼란스러운 무림에···. 변화를 줄 이들을 더 찾아내야 한다.’


어제의 친구였던 자는 등 뒤에서 칼을 찌르고, 같이 밥을 먹던 자가 독을 타는 일이 비일비재한 시국이었다.


휴식이 필요했지만, 그가 맡은 일을 완수해야 했다.

수많은 민초들이 지금도 신음하고 있을 터였다.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대지 위에

검을 찬 무사들이 거한을 기다리고 있었다.


“낭아도(狼牙刀) 당주! 당신을 데려오라는 맹의 명이오!”


가증스러운 상대의 말.


“멀리도 찾아왔군. 맹의 명이 아니라, 원로원의 명이겠지! 지금도 마교도들이 암약 중인데, 추풍검대 전체를 끌고 오면 어쩌자는 것이오!”


매복 중이라는 건 진작 알았지만, 어떤 말을 내뱉나 알아볼 심산이었다.


“그저 순찰당주 살인사건의 간단한 참고인으로 부르는 것이니! 피차 불편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오! 모두 개진하라!”


챙.


서른 세 자루의 검이 동시에 뽑히며 검명을 울린다. 한 명 한 명 범상치 않은 자들이 서른셋. 사람이 아무도 지나가지 않는 초원과 설원의 중간지대.


누군가 한 명을 소리 없이 죽일 것이라면, 딱 좋은 위치였다.


“무림맹 조차 이럴지인데, 민초들을 어떻게 구한단 말인가···.”


마교도와 이교도, 멸혼단을 제조하는 색목인들. 어두운 술법을 사용하는 각종 세가들까지.


(더 이상 악한 자들을 내버려 둘 수 없소! 내가 순찰당주가 되어 모든 의심 가는 자들을 뿌리 뽑을 것이오!)


누구보다 정의롭고 세상을 바꾸고자 했던 순찰당주는 임명되기 삼 일 전.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무림맹의 내부에서 발견된 고위급 당주의 시체에도 사람들은 크게 놀라지 않았다.


그런 시대였으니까.


투항하지 않고 서 있는 거한을 보며 추풍검주는 입술을 깨물었다.


“당주! 일을 복잡하게 만들지 마시오! 같은 정파끼리 피를 볼 일은 아니지 않소!”


마치 타이르듯 말하면서도 추풍검대는 점점 펼쳐진 채 다가오고 있었다.

서늘한 바람이 초원을 훑고 지나갈 때. 낭아도 천철은 숨겨두었던 도를 꺼내 들었다.


“서른세 명 중. 몇 명이 마교도고, 몇 명이 이단자인가? 아마 또 몇 명은···. 맹주를 위협하는 배신한 원로의 종이겠지···. 그래. 과연 무림맹의 추풍검대라는 조직이. 남아있기는 한 것인가?”

“낭아도 당주!”


거한이 도를 들었다고 생각한 순간.


“추풍검주. 본인은 협을 행할 사람들을 모으겠소! 막지 마시오!”


거대한 외침과 함께낭아도의 신형이 거짓말처럼 쭈욱 늘어났다.


“쫓아라!”


따다다당.


연속적으로 검과 도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순식간에 다섯 명의 검과 일 합을 나눈 낭아도의 신형이 포위망을 뚫고 풀 위를 달려가고 있었다.


초상비(草上飛)

거대한 몸이 풀 위를 달리는 모습을 보며 추풍검주가 들고 있던 검을 투척했다. 내공이 실린 검이 붉게 달아오르며 허공을 꿰뚫었다.


수많은 죄인들을 잡아들였던 그의 기예.


‘도망가지 못한다!’


낭아도의 등까지 붉게 이어진 긴 선은 그가 던진 검이 명중했다고 느끼게 했다.


붉은 검이 등에 맞았다고 생각한 순간. 낭아도의 신형이 두 개로 흔들리며 검을 피해냈다.


‘저럴 수가.’


뒤에 눈이 달린 듯 검을 피하는 기예에 추풍검주가 혀를 내둘렀다.


‘명불허전이군···.’

감탄사를 속으로 삼키며 그가 세워두었던 말 위에 올라탔다. ‘순찰당주를 죽인 자가···. 정말 낭아도가 아닌 건가?’


협을 행할 사람들을 모으겠다니.


‘일단은 잡는다.’


무림맹 내부에서도 서로를 믿을 수 없는 상황.

그를 잡는 것이 맞는지 아닌지 고민되기 시작했다.


“신호를 날려서 매복 중인 삼 조와 포위망을 구축한다. 쫓아라!”

“충!”


추풍검주는 말을 타고 달리며 대원들의 모습을 살폈다.


어쩌면 작전 중에, 자신을 암살하려는 자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


‘협을 행하겠다고···? 낭아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살다 간 곧 죽을 것이오.’


자신처럼 부하들을 의심하며 작전을 수행해야 했다.

그런 시대였다.



::



진삼원은 사부가 하는 말을 알아들었다.


“그러니까. 제 몸이 특이 체질이란 것이군요.”


[무기의 방] 이라는 알 수 없는 세계에서. 은발의 소녀는 진삼원을 가르치고 있었다.


“그래, 똑똑한 뇌에 비해 혈류를 보내는 심장은 너무나도 평범하니, 몸에는 보낼 기운이 부족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심장이 낼 수 있는 출력을 일백이라고 친다면 진삼원의 경우 뇌가 이미 팔 할 이상의 출력을 사용해버린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그러면 몸이 쓸 기운은 이 할도 남아있지 않고···.”

“당연히 게을러진다. 몸이 쓸 남아있는 힘이 없으니까.”

“그렇군요.”


진삼원은 드디어 아버님이 하던 말을 반박할 수 있음을 감격했다.


‘나는 후천적 게으름뱅이가 아니라 선천적 게으름뱅이인 것이었구나!’


그의 아버지가 들으면 용머리 향로를 던지고도 남을 논리였다.


“그래서 우리 같은 체질은 현실에서의 수련 시간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몸이 버티지 못하니.”

“그럼 이제부터, 사부님의 무공을 전주해주시는 겁니까?”

“아니.”


바닥에 큰 대 자로 누우며 그녀가 말했다.


“난 이제 갈 테니, 알아서 수련해라.”

“네?”

“귀찮으니까 질문하지 말고.”

“···.”


그 말을 끝으로 삼원의 사부는 사라졌다.


“알아서 수련이라···."


귀찮아하는 사부를 보며 삼원은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익숙한 말이군.”


언제나 자율적으로 학식을 늘려왔던 삼원이었다. 이곳에서는 게으름이 조금 줄어든 느낌도 들고.


“사부님은 어떤 분이신건가···.”


끝을 알 수 없는 긴 연무장.


삼원은 연무장 바닥의 촉감을 느끼며 감탄했다.


“현실과 차이를 느끼지 못하겠군···. 이런 세계가 진짜 존재했단 말인가.”


사부님은 수련하라고 했지만 삼원은 심상 세계를 탐색했다.

아버님의 말도 자주 어겼는데, 사부님의 말 쯤이야.


긴 연무장을 따라 걷다 보니 새로운 장소가 보였다.

어두컴컴한 동굴.


붉은 명주실로 막아둔 곳이었다.

서늘한 바람과 함께 나무 표지판이 존재했다.


(들어가지 말 것.)


"으음...."


들어가지 말라고 하면 들어가고 싶은 것이 사람의 심리. 조금만이라도 안을 들여다볼까 생각했던 삼원은 그 아래 적혀있는 말을 읽고는 발길을 돌렸다.


(들어가면 귀찮아짐)


삼원의 심리를 관통한 엄청난 표지판이었다.


"다른 곳은...."


동굴과 연무장의 반대편에 ‘나가는 곳’ 이라고 쓰여 있는 팻말이 있었다.

정말 친절한 표시라고 생각하겠지만 삼원의 스승님의 행동을 유추했다.


‘제자 생기면 일일이 설명하기 귀찮아서 적어두었겠구나.’


연무장의 끝이 보이지 않았다.


“신묘하군···. 신묘해···.”


삼원이 바로 옆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탁상 앞에 멈추어 섰다.


위에 놓여있는 붉은 책.


책은 그의 오랜 친구였다. 게으름 피울 때에도 책은 언제나 머리맡에 존재했다.


[이거 열면 수련]


이런 제목의 책은 처음이었지만 말이다.


“이거 열면 수련···? 안 열어야겠다.”


약간은 열심히 살아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어쩌면 나도 생각했던 바를 이룰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삼원이라고 큰 꿈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게으름이 항상 발목을 잡았을 뿐.


'선천적 게으름뱅이었다니....'


그 원인을 알았으니 조금은 희망이 생긴 상태였다.


“나가는 곳이나 열어볼까.”


사부님이 대충 휘갈겨 쓴 듯한 표지판


[나가는 곳.]


정말 성의 없는 설명이었다.


삼원은 문을 열려고 했다.


덜컹. 덜컹.


“···안 열리네?”


아무리 힘을 줘도 열리지 않는다.


“···사부님?”


다시 한번 문고리를 잡고 힘껏 움직여 본다.


흰 방안에서 삼원은 문짝과 대결했다.


“사부님~?”


공허한 메아리만이 텅 빈 연무장에 울려 퍼졌다.


“···.”


불길한 예감이 든다.


문짝 아래 써 있는 조그마한 글씨가 보인다.


[수련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사부니이이임~?”


슬슬 배도 고파지는 참이었다.


삼원은 문을 당기는 것을 포기하고 스승의 놀라운 동기부여에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게으름뱅이라도 죽기 싫으면 움직이겠지···. 그런 계략인가.”


문을 열 수 없게 구조를 만들었다는 걸 깨달은 삼원은 한숨을 쉬며 탁자 위를 다시 바라봤다.


[이거 열면 수련]


정말 성의 없는 제목의 책이었다.


"궁금하니까 한 번만 사부님 계략에 넘어가볼까...."


삼원은 사부님이 만든 듯한 책을 천천히 한 장 넘겼다.


한 장을 넘겼을 뿐인데.


쿠르르르릉!


공간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어엇?”


삼원이 서 있는 곳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으윽. 이게 무슨 조화란 말인가.”


손으로 눈을 가린 채 빛에 저항한다.


다음 순간.

그는 지하 격투장의 안에 서 있었다.


"어엇?"


사회자의 커다란 음성이 울려퍼진다.


(다음 대전 순서는. 지하 격투장의 미녀. 단목 선화입니다!)


이곳저곳에서 환호성 소리가 들리고.

바닥에 까끌까끌한 모래의 감촉이 느껴진다.


심지어 자신이 입었던 옷도 아닌 맨발 상태.


‘무림의 도사들이 신묘한 술법을 부린다고는 알고 있었지만, 스승님의 능력은 정말로 신묘하군···.’


(왼쪽은, 지하 격투장의 단골손님. 천지멸사 문추!)


함성 소리와 함께, 부리부리한 눈을 가진 깡마른 사내가 나타난다.


“이봐 계집. 돈이 필요해서 온 것인가? 예쁜 얼굴로 곱게 자란 거 같은데. 용기는 가상하지만, 현실을 알려주지.”


자신을 가리키며 계집이라고 하는 남자.

삼원은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계집 말이오? 눈이 삐신···.”


너무나 새하얗고 고운 손가락. 스스로를 가리키고 있는 손은 여자의 손이었다.


삼원은 고개를 돌려 격투장에 설치된 동경을 바라봤다.


사부님과 판박이인 여성이 동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사부님?’


다른 점이 있다면, 은발과 은색 눈썹인 사부님과 달리

머리카락과 눈썹이 모두 칠흑 같은 흑색이었다는 점이었다.


“이 문추님께서, 겁 없는 네년의 버릇을 고쳐 주마!”


깡마른 사내가 갑작스럽게 돌격해 들어왔다.


“자, 잠깐 말로···.”


평생 칼보다 말이 가까웠던 삼원은 뒤로 물러나며 말을 던졌지만, 그가 멈추는 일은 없었다.


쌍수를 들고 돌격해오던 그가 감춰두었던 연계식을 펼쳐냈다.


‘너, 너무 빨라.’


일 초식.


그의 발이 모랫바닥을 밟아 삼원의 눈에 흙을 끼얹는다.


‘크읏! 눈이···.’


이 초식.


시야가 가려진 삼원의 몸에 여덟 번의 연격이 들어간다.


“꺄···.아아악!”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알 수 없게 삼원의 몸이 바닥에 쓰러진다.


삼 초식.


넘어져 있는 삼원의 얼굴에 문추의 발이 날아든다.


퍽!



::



“흐어억!”


삼원이 눈을 떴을 때, 눈 앞에 펼쳐지지 않은 책이 놓여있었다.


[이거 열면 수련]


“이럴 수가···.”


지하 격투장에서 무방비하게 얻어맞은 느낌이 온몸에 생생하다.


“평생 말로만 싸웠는데, 무림이란 곳은 칼이 먼저 날아오는구나. 하마터면 낭패를 겪을 뻔했군.”


삼원이 크게 숨을 고르고 있을 때, 책 옆에 놓여있는 물체를 발견했다.


콩 한 쪽.


“···.”


마침 배고팠던 지라 삼원은 콩을 입에 넣고는 우물거렸다.


“배고프니 콩도 맛있군···. 그런데···.”


갑자기 책 옆에 콩이 놓여있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는 여태까지 있었던 사부의 의중을 파악하려 했다.


밖으로 못 나감. (문 안열림)

식량 없음. (수련 안 하면 먹지도 말라고 함)

아무것도 안 하면 굶어 죽을지도.

수련 책 열고 돌아오니 콩 나타남.


‘···.’


삼원은 어떤 가정을 생각했다.


“설마, 사부님이 날 가둬 두고···. 수련 안 하면 먹을 것도 안 나오는 그런 극악무도한 구조를 만들어둔 사람이라고는 믿고 싶지 않거늘···.”


게으름뱅이의 약점은 게으름뱅이가.


삼원은 자신의 사부가 그런 악독한 사람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여전히 굳게 닫혀 있는 문을 바라보기 전 까지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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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무림을 구해야 되는데 귀찮다 - 10 24.05.29 6 0 12쪽
9 무림을 구해야 되는데 귀찮다 - 9 24.05.28 6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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