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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마법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을 구해야 되는데 귀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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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법사
작품등록일 :
2024.05.09 18:43
최근연재일 :
2024.05.2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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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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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6,941

작성
24.05.1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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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무림을 구해야 되는데 귀찮다 - 4

DUMMY

무림을 구해야 되는데 귀찮다 - 4


삼원은 공격은 어설펐다.


“크크크크. 어쩌다 요행으로 피했으니 발이 꼬이는구나. 계집.”


문추에 말에 삼원은 깨달았다. 자세가 무너진 상태로 피한다면, 반격을 할 수 없다.


‘피하면서도 동시에 내가 가격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것인가?’


황궁 무사들이 수련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기본자세.


기본자세.


그들은 언제나 기술을 쓰고 난 뒤 기본자세로 돌아온다.


어째서 그럴까?


‘자세가 무너진 상태에서는 파괴력을 낼 수 없으니까.’


보법.


그제야 측면을 점유 당했음에도 순식간에 기본자세로 돌아간 문추의 발이 보인다.


‘대단하군···. 생각도 하기 전에 발이 먼저 움직여 기본 타격자세로 돌아간 것인가.’


여인이 문추의 자세를 따라 한다.


“계집···. 뭐 하는 짓이냐.”


주먹의 파괴력을 위해선 보법이 필요하다. 지금의 한 수로 알게 되어버렸다. 보법을 알려줄 사람은 사부님과


눈앞에 있는 문추.


“가소롭구나. 내 앞에서 내 기수식을 취하다니. 좋다. 두 번도 가능한가 시험해주마!”


그가 달려온다.


‘피한다.’


왼발.


문추가 취했던 자세 그대로 몸을 측면으로 움직인다.


‘흙 뿌리기를 피하면 그대로 측면이 노출될 터···. 이제, 가격을···.’


문추의 패턴이었다. 왼발을 깊게 밟으며, 흙을 뿌리는 자세.


'지금! 엇?'


흙이 날아오지 않는다.


‘어엇?’


분명 왼발을 디뎠는데, 디딤발인 왼발이 회전한다. 문추가 회전하며 오른발로 돌려찬다


‘흙 뿌리기가 아니라···. 다른? 피할 수가!’


퍼억.


묵직한 발등이 머리통을 흔들며 지나간다. 무학의 깊이를 다시 한 번 느끼며


삼원의 몸이 허물어진다.



::



“으어어어억!”


기절하며 눈을 뜨는 기분은 익숙해지지 않는다.


그럴듯한 계획이었다.


“끄응···. 비슷한 자세에서 다른 동작이 나오다니···.”


완전히 속았다.


자신 같은 문외한도 생각할 수 있는 걸 문추라는 상대방은 생각하지 못할 거라도 가정하다니.


“이미 상대방이 피했을 경우를 대비한 수도 가지고 있는 것이구나.”


문추는 삼원이 옆으로 피하며 측면을 점하는 것을 본 후, 같은 공격법을 사용하지 않았다.


“일부러 같은 준비 자세를 보여준 거야. 그 역시 내가 사전 동작을 보고 피했을 거라고 가정하고 피하는 방향을 점할 수 있는 공격을 한 것이구나.”


직선 공격이었던 흩뿌리기와 회전형 공격인 돌려차기.


“심지어 나의 머리통을 정확히 가격했다. 이미 어떤 움직임으로 피할지 봐 두었다고 봐야겠군···. 정말 세상은 넓군···. 무림을 너무 얕보았구나.”


마음 한구석에, 꽤 뛰어난 머리를 가졌다는 자만심이 점점 사라져간다. 거기에 약간은


'수싸움이 재밌다.'


학문과 다른 재미가 있다.


꼬르르르륵.


배가 고프다. 책을 한 번 열었으니, 먹을 게 나타났을 것이었다. 삼원의 코에 달콤한 냄새가 잡힌다.


“이건···. 꿀?”


손가락만 한 작은 통에 꿀이 조금 담겨있었다.


“···콩 한 쪽보다 훨씬 나아졌군.”


어째서 더 나은 음식이 나온 것인지는 알 바가 없었지만, 꿀을 조금 섭취하니 깊은 만족감이 다가왔다.


“무학이라는 것은 정말로 재미있군.”


수많은 책을 읽었고, 학자들과 토론할 수 있었지만, 그곳이 삼원의 길은 아니었다.

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은 다른 영역이었으니까.


“상대에게 내 수가 읽히는 순간, 상대도 움직임을 바꾼다. 그렇다면 어떻게 우위를 점할 수 있는가?”


쉽게 생각했었다. 직접 몸으로 부딪혀보기 전까지는 무림인이 되기 위해서는 그저 강한 무공을 익히면 그만이 아닌가? 하고.

단순히 빠른 사람이 이기는 게 아니었다. 심리전이 필요하다.


“같은 동작을 많이 사용하게 되면, 결국 읽히게 된다. 동급의 실력이라면 가지고 있는 수법의 숫자가 많을수록 유리할 가능성이 크겠군.”


변초.


'조금 더 무학에 대해 생각해 봐야겠군.'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기에 삼원은 연무장에 누워 홀로 생각을 정리했다. 눈을 감으니 문제의 손님이 찾아왔다. 귀찮음.


“편하군···. 편해.”


잔소리하는 사람도 없고.


"머리속으로는 천하를 구하고자 하지만, 몸은 귀찮음에 움직이지 못하는... 한심한 나란 존재. 하지만 편하군."


재능을 낭비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자도 없다.


“이곳은 사부님이 만드신 곳일까? 나 같은 자에게는 너무나···. 안락하군.”


[들어가지 말 것]


사부님이 쓰신듯한 표지판만 검은 동굴 앞에서 덜렁거린다. 눈을 감고 문추와의 싸움을 되짚어본다.


(다음은... 단리 선화입니다!)


“단리···. 선화.”


지하 격투장에서 울려 퍼지던 이름.

어쩌면 선화가 사부님의 이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가게 되면 물어봐야겠군···."


문추의 동작을 피할 수 있던 것도, 어느정도 단련이 된 사부님의 몸이여서 가능한 것일 수도 있었다.


"근데 사부님···. 설마 귀찮다고 꺼내주러 안 오시는 건 아니시겠지. 십년 뒤에 오신다거나....”


세상에 그런 인간이 두 명이나 있을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았지만 약간은 불안해지는 삼원이었다.


“일단 좀···. 누워있어야겠군···.”


잠시 누워있어야겠다고 생각한 삼원은 오랫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편안···. 그 자체···.”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 세계.


누군가는 그런 곳에서 어떻게 사냐고 물어볼 수 있었지만

삼원에 있어서는 너무나 만족스러운 곳이었다.


재능이 있는데 왜 큰 일을 하지 않냐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없으니까.


“문추라는 자를 이길 수 있다면, 어쩌면 게으름뱅이도 쓸모 있는 인간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꼬르르르륵.


꿀을 조금 먹었지만 오히려 입맛을 돋군다. 처음에는 콩이었다가 그 다음에는 쌀. 이번에는 꿀.


‘수련 결과에 따라 다른 음식이 나오는 것일까.’


움직이지 않으려고 마음먹었지만.


꼬르르르륵.


사부님의 설계는 완벽했다.


“이대로 며칠 더 있으면 움직이려야 움직일 수가 없어서 아사하겠군···. 끙.”


복잡한 생각을 할 여력이 없었다.


책을 열고 문추를 상대한다.


그 목표만을 머릿속에 둔 채 전진 해야 했다.


“그 문추라는 무인···. 실제 세계에도 있는지 궁금하군···.”


다시 한 번 책을 열어야 했다. 그야말로 악독한 수련법이었다.



::


산속에 마련된 별채에서 부하들의 직위를 정해주고 있던 남자.

사슴 가죽으로 된 민소매 옷을 입은 그는 간질거리는 코를 잡고 있었다.


“에엣에취이이이!”

“두목님 이제 나이를 생각하시고”

“그냥 문추라고 불러라···. 뭔 산적 놈들이 채주는 무슨···.”

“제가 어찌···. 문추님이 십 년 더 늙으시면 그때 개겨보겠습니다.”

“이 새끼가···. 야 인마. 너 세상에 센 놈들이 얼마나 많은 줄 알아? 하다못해 어린 여자들도 조심하라고 내가 몇 번 말해.”

“에이. 그냥 그건 노파심에 하시는 말씀이잖습니까.”


무성하게 자란 흰머리를 손으로 쥐어뜯으며 문추가 말했다.


“이 색기야. 너 그러다가 큰코다친다? 내 누누이 말하지 않았냐.”

“에이, 두목님 농도 참···. 나이를 드시니 농담도 잘하시는군요.”

“하 이 새끼 진짜···.”


차마 과거 이야기를 꺼내지 못한 채, 문추는 재채기를 한 번 더 크게 했다.


“애에에에앳취! 아이씨···. 누가 내 이야기 하나. 왜 이래 오늘.”


요즘 따라 귀가 자주 간지럽고 재채기가 잩은 그였다.



::


한 번 더 책을 열고 난 뒤, 삼원은 감격했다.


콩 세 쪽.


엄청난 변화였다.


“콩 한 쪽에서 콩 세 쪽이라니···. 세 배 증가인가.”


문추를 이기지는 못했지만, 그의 몸을 가격하는 데 성공했다.


“안에서 오래 버틸수록 더 많은 음식이 나오는 구조인가?”


삼원은 콩 세 개를 입에 넣고는 천천히 걸어갔다.


[나가는 곳]


혹시나 하는 마음에 힘을 줘서 문을 열어본다.


“끄응···.”


양손으로 손잡이를 잡고 잡아당겨 보았지만, 허공에 덩그러니 서 있는 문은 요지부동이다.


“안 열리는군···.”


몇 번 더 힘을 쓰던 삼원은 힘으로 여는 걸 포기했다.


“사부님이 날 죽일 작정은 아니겠지···. 설마.”


문득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아무나 납치해서 계속 넣다 보면 한 놈은 살아나오지 않을까?)


“···.”


자신이 납치당한 첫 번째 인물이 아닐 거라는 가정.


“설···. 마 그러시진 않겠지.”


게으름뱅이는 최대한 오래 게으름을 피우고 싶은 것이지, 죽고 싶은 건 아니었다.


죽으면 세상이 변화하는 과정을 못 볼 테니.


“그럼 남은 곳은···.”


[들어가지 말 것.]


검은색 동굴.


“흐으음···.”


빛 한 점 없는 깊은 동굴은 안쪽이 검은색으로 칠해진 듯했다.


[들어가면 귀찮아짐]


“현실의 나는···. 잘 살아 있는 거겠지?”


사실은 이곳에 가둬 두는 건 그냥 속임수고 지금쯤 자신의 몸은 강시로 제조되어 콩콩 뛰어다니고 있을지도 몰랐다.


“···생각하지 말아야겠군.”


내공이 없지만, 주화입마가 올 거 같은 느낌에 황급히 생각을 지우는 삼원이었다.


“그래도···. 몸을 움직이는 데 덜 피곤해서 좋군.”


밖에서는 몸을 움직이는 데 아주 많은 심력을 소모했지만, 이곳은 그나마 덜 피로했다.


(똑똑한 뇌에 비해 혈류를 보내는 심장은 너무나도 평범하니, 몸에는 보낼 기운이 부족한 것이다.)


게으름뱅이의 선구자인 사부님께서 말한 요점이 다시금 떠오른다.


꼬르르르륵.


“콩 세 쪽이라는 위업을 이루었으나. 아직도 미약하군. 시간을 더 끌어서 식량을 확보해야 하는데....”


문추의 측면을 점하고 가격까지 했으나 힘이 실리지 않았다.


“측면으로 피했을 때 자세가 유지되어야 한다는 건 결국···.”


사내로서의 오기가 있었다. 책 수련법이 사부님이 제시한 첫 번째 과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제자가 되려면 이정도는 극복해라.)


그런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무학이라는 것은 재미있다.


“끙···.”


귀찮은 몸을 독촉하며 연무장에 선다.


“보법이라는 게 필요하군···.”


문추의 왼발만을 계속 보고 있다보니 추가적인 효과가 나타난다.


“이렇게 움직인 거 같은데···.”


문추의 발 움직임을 어설프게나 관찰하게 된 것.


"결국 무공의 기본은 자세인가?"


주먹을 날리기 위해선 디딤발이 앞에 있어야 파괴력을 낼 수 있었다.


“그러면 발을 나란히 하면 안 되고···. 이 자세인가?”


왼발이 앞에 오고, 오른발이 뒤에 고정된 자세.


“이 상태로 주먹을 휘둘러야 힘이 실리는 게 맞는 거 같은데···.”


디딤발에 힘을 준 채 주먹을 휘두른다. 문추의 몸을 건드리는 것에 불과했던 주먹이 조금은 파괴력을 만들어낸다.


“이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문추의 공격을 측면으로 피하는 시늉을 해본다. 다리가 꼬이며 주먹을 휘두를 수가 없는 자세가 되어버린다.


“측면으로 이동할 때도 보법을 유지해야 주먹을 낼 수 있군. 이런 이치가 있었다니···. 무사들이 아무렇게나 피하는 게 아니었어.”


연무장 위에서 혼자서 만든 보법을 밟아본다.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앞으로. 뒤로.


“···발이 꼬이는군."


무사들의 발 움직임이 잔발 느낌으로 움직이는 이유.

문추가 움직이던 발의 움직임을 따라 해본다.


“그자는 나보다 훨씬 움직임이 부드러웠던 거 같은데···. 수련의 깊이가 다르구나.”


삼원은 즐거움이라는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앞으로 뒤로


그저 기본적인 자세로 움직이는 것뿐이었지만 무학의 첫걸음을 떼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사부님은 어찌하여 이런 걸 알려주시지 않으시는 걸까?”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 깊은 뜻이 있어서.

두 번째. 귀찮아서.


“···.”


사부에 대한 존중심을 키우자는 생각을 하며 삼원은 연무장 위에서 같은 동작을 반복했다.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앞으로 뒤로.



::



(다음 대전 순서는. 지하 격투장의 미녀. 단목 선화입니다!)


익숙한 지하 격투장. 바닥에서 모래의 촉감이 느껴진다.


삼원은 처음과 달리 왼발을 앞으로. 오른발을 뒤로 두는 자세로 서 있었다.


주먹질에 무게를 실을 수 있는 자세. 그가 가장 처음 익힌 무학의 묘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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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을 구해야 되는데 귀찮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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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무림을 구해야 되는데 귀찮다 - 10 24.05.29 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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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림을 구해야 되는데 귀찮다 - 4 24.05.13 19 0 12쪽
3 무림을 구해야 되는데 귀찮다 - 3 24.05.11 26 0 13쪽
2 무림을 구해야 되는데 귀찮다 - 2 24.05.10 32 0 12쪽
1 무림을 구해야 되는데 귀찮다 - 1 24.05.09 44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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