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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마법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을 구해야 되는데 귀찮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공모전참가작

판법사
작품등록일 :
2024.05.09 18:43
최근연재일 :
2024.05.29 17:00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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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6,941

작성
24.05.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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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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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무림을 구해야 되는데 귀찮다 - 7

DUMMY

무림을 구해야 되는데 귀찮다 - 7


수련을 빨리 넘기기 위한 삼원의 꼼수.

미인계와 구걸을 이용한 구인은 성공적이었다.


“오래 싸우다 보니 별일이 다 있군.”


관중석에서 난입한 무사가 문추를 노려봤다.


“난입한 입장이니. 한 수를 양보하겠소.”

“토악질이 나올 거 같으니, 내가 한 수를 양보하지.”


문추의 비아냥대는 말에 남자의 눈썹이 꿈틀댄다.


“후회하지 마시오!”


도발에 걸린 남자의 신형이 흙바닥을 밟고 도약한다. 너무나도 직선적인 움직임. 동시에 문추의 왼발이 모래를 밟는다.


삼원의 눈을 부릅뜬다.


‘저건, 모래 뿌리기.’


그대로 모래를 뒤집어쓰게 될 사내의 모습이 떠올랐다.


‘위험하다.’


“차핫!”


문추의 발이 모래를 차올린다.


“엇?”


앞으로 달리는듯한 사내는 거짓말처럼 뒤로 몸을 뺀 상태였다.

문추는 인상을 찡그리며 눈으로 남자의 신형을 쫓았다.


‘도발이 통한 듯한 척을 한 것이었나?’


당했다고 생각하며 문추가 자세를 되돌릴 때 남자의 신형이 바짝 붙어온다.


‘근접 위주의 무공을 쓰는 건가?’


남자의 손바닥이 펼쳐지며 빠르게 쏘아져 온다.


‘손에 굳은살. 장법?!’


투두두둥.


문추가 팔을 교차하며 방어한다. 주먹이 아닌 손을 막았는데 둔기로 가격당한 듯한 느낌이 든다.


“꽤 한 수가 있는 놈이구나!”


방금의 한 수로 문추는 많은 것을 읽어낸다.

장법. 연타 사용. 냉정한 판단.


문추의 신형이 미끄러지듯 뒤로 이동한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삼원은 자기도 모르게 감탄한다.


‘보법이 저렇게 자유롭다니. 대단하군.’


뒤로 걸어가면서도 자세가 깨지지 않는다.


삼원이라면 따라가지 못했을 속도의 보법을 난입한 사내는 뒤따른다. 모래사장에 발자국이 연속으로 찍히며 그가 손을 휘두른다.


투둥퉁퉁퉁.


“어림없다!”


이미 한 수를 봤기 때문에, 문추 역시 받아 주지 않고 손을 내지른다.


투둥두둥.


손과 손이 부딪힌 것인데 둔탁한 소리가 울린다.


한 호흡.


손과 손이 엮이며 빠른 공방을 오간다.


“크읏!”


문추 반보를 무르며 참았던 호흡을 내뿜는다.


“조심하시오!”


사내가 경고와 함께 쌍장을 지른다. 몸에 힘이 완벽하게 실린 모습. 무학에 조예가 없는 삼원조차 침을 삼킬 정도였다.


‘저걸 맞으면 아무리 문추라도.’


“크윽.”


이미 반수 밀린 상태였기에 보법을 따라 잡힌다.

문추가 사내를 떼어내기 위해 뒤쪽으로 움직이지만, 사내는 이미 반 수가 빠른 상태였다.


“흐으읍!”


문추가 막을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을 때.


“엇?!”


측면으로. 마치 삼원이 문추의 기술을 피했을 때처럼. 공격을 측면으로 피해버린다.


“흐흐, 걸려들었군!”


사내를 끌어들이기 위한 낚시.


‘설마, 문추가 당황한 척한 것은 이 한 수를 위해서였나?’


허허실실.


사내와 싸우는 것을 보지 못했다면, 삼원도 똑같은 수법에 당했을 것이었다.


‘이것이 무림의 싸움인가···.’


측면을 점한 문추가 손을 들어 연타를 날린다.


삼원이 피했던 상황과 같았지만 이미 피하기 전부터 생각한 듯한 주먹질이 눈 깜작할 사이에 연속으로 들어간다.


퍼퍼퍼퍼퍽.


순식간에 들어가는 공격의 질이 다르다.


“크윽···!”


사내의 신형이 비틀거리고 문추가 크게 왼발을 내디딘다.


“제법 매서웠다만, 경험을 더 쌓고 와라! 애송아!”


완전히 힘이 실린 주먹이 사내의 안면으로 날아가려는 찰나.


데구루루.


“아니?”


사내가 체면을 구기며 나려타곤으로 주먹을 회피해낸다.


“으하하하! 꼴 좋구나.”


무림이라면 수치심을 가지는 수법. 데구루루 뒤로 구르며 옷에 모래를 잔뜩 묻힌 사내가 소리친다.


“조심하시오!”

“그 거리에서 뭘 조심하냐는 말이냐!”

“아니 그러니까! 나 말고!”

“무슨···?.


퍽.


뒤통수.


멀리서부터 날아온 여인이 문추의 후두부를 가격한다.


(엥?)

(어어어?)

(저거 반칙 아니야?)


무방비 상태로 얻어맞은 문추가 몸을 휘청인다.


”으으웻.“


쓰러지지 않고 몸을 휘청이며 돌려 방어한다.


왼발을 깊게 디디는 삼원의 모습에 가드를 크게 들어 올린다.


뒤에서 맞았음에도 빠른 대처였지만.


빡.


삼원은 새로운 기술을 사용한다.


”받아랏!“


삼원의 발차기가 문추의 아랫도리를 가격한다.

영 좋지 못한 곳.


(으어어억!)

(어후!)

(으으엇!)


강호의 도리를 어긴

급소공격.


발차기가 작렬하며 동시에 관중들이 신음한다.


“끄으으윽···. 이런 비겁한···.”


(워후···. 재···. 제대로 들어간 거 같은데···.)

(괜찮나···. 문추?)


“이···. 이···. 이···.”


쿵.


결국 아랫도리를 부여잡은 채 모랫바닥에 쓰러지는 문추였다.


“···.”


(···.)


모두가 할 말을 잊고 조용해진 격투장.


삼원은 홀로 손을 들어 올린다.


“단목 선화 승!”


그녀의 말에도 돌아오는 반응은 없었다.


“왜요! 내가 안 싸운다는 말은 안 했잖아요!”



::



문추를 이긴 보상은 동파육.


“이겼다.”


비록 강호의 도리를 조금 어기고 약간 비겁하긴 했지만 이겼다.


“사부님께 조금 미안하긴 하지만 제자도 먹고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살짝 달달한 돼지고기 요리를 입에 넣으며 승리의 기쁨을 누린다.


우물우물.


콩 몇 쪽과는 다른 보상이 만족스럽다.


"좋구나."


얼마간 음식을 먹은 삼원은 연무장 바닥에 누웠다.


“이제 진짜 배고파질 때까지 아무것도 안 한다.”


정말 아무것도 안 하려고 했다.


대자로 누웠던 것이 문제였다. 천장에 매달려 있는 책이 보였으니까.


“으윽.”


대롱대롱.


신경 쓰지 않기 위해서 옆으로 눕는다.


그 수법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사부님이 뭘 매달아두었든 신경 쓰지 말자."


옆으로 누우면 사부님에 계략에 걸리지 않을 것이었다. 눈에 안 보이니까.


“잠을 자는 거야. 삼원아. 이제 잠을···.”


옆으로 누워서 잠을 청하려는 삼원.


문제는 다른 곳에서 터져 나왔다.


[나가는 곳]


나갈 수 없었던 문이 약간은 열려있다. 심지어 빛도 조금씩 흘러나온다.


“나갈 수 있나···?”


누워서 문을 노려본다. 그는 눈을 감는다.


“좀 자다 가자. 좀 자다가.”


출구를 살펴보지 않은 채 잠을 청한다.



::



눈을 뜨자, 사부님의 모습이 보인다.


“응?”

“에으?”


현실로 돌아왔다.


문제는 사부님이 삼원의 볼을 쭈욱 잡아당긴 상태였다는 것뿐이었다.


“노아주세요우”

“흐응?”


사부님이 볼에서 손을 슬쩍 딴다.


"흠흠."


헛기침하며 체통을 차리는 사부님.

삼원은 일어난 일에 대해 생각했다.


‘분명 안에서 잠들었는데, 현실로 돌아왔네?’


최대한 오래 게으름 피다 오려고 했는데, 큰일이었다.


“흠흠. 제자야. 수련이 좀 되었느냐.”


선화 역시 정신을 차린 제자의 모습에 당황한 상태였다.


‘분명 한 시진은 더 누워있어야 할 난이도인데···. 어떻게 물리친 거지?’


초심자가 이길 수 있는 난이도가 아닐 것이었다. 그녀의 기억 속에 있는 문추는 그렇게 약하지 않으니까.


‘혹시···. 내 첫 제자가···. 천재?’


내 제자가 천재라니.


미소가 지어진다. 역시 볼을 땡길 때 탱탱하더라니.


사건의 전말을 알지 못하는 사부는 제자가 무공 천재가 아닐까 생각하기 시작했다.


아주 어쩌면, 자신이 해야 할 귀찮은 일들을 제자가 모두 처리할 수도 있을 듯했다.


'역시 내 제자야!'


이상한 착각을 하며 제자를 지긋이 바라본다. 삼원이 눈치를 보며 대답했다.


“예, 열심히 싸움에 대해 약간은 깨우친 거 같습니다.”

"호오, 낭아도가 사람 보는 눈은 있나 보구나."


그녀의 말에, 삼원은 자신을 납치해 온 거한을 떠올렸다.


'그자의 별호가 낭아도인가?'


언젠가 무림에 나가면 사람들에게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하는 삼원이었다.


“그래, 열심히 했으니 오늘은 쉬거라.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실력을 올려 보자꾸나.”

“알겠습니다. 사부님.”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약간은 어색했다.

사부라는 존재도, 어린 소녀의 얼굴도. 은색의 머리칼도.


‘이제 좀 쉬게 해주려나?’

‘이정도 말했으면 안 가르쳐주고 좀 쉬어도 되겠지?’


서로 비슷한 생각을 하며 서로를 바라보는 스승과 제자였다.


“잠들 때까지 누워서 몸을 편안히 하는 수련을 하자꾸나.”


그냥 누워서 뒹굴뒹굴하고 싶을 뿐이었지만.


“네, 사부님.”


두 명은 무언의 약속을 하며 서로의 침대로 들어갔다.


‘저녁까지 움직이지 말아야지.’

‘무공 물어볼 때까지 뒹굴거려야지.’


각자 변명거리를 생각하며 눈을 감는 사부와 제자였다.



::



사부님은 말을 너무 생략하는 버릇이 있었다.


“그러니까 네가 무림을 구해야 한다.”


그게 첫 마디였다.


“못 구하면 어떻게 됩니까?”

“별일 없을 것이다.”

“예?”


무림을 구해야 하는데 못 구한다고 해도 별일이 없다니. 삼원이 되물었다.


“그럼 안 구하고 여기서 농땡이 피어도 됩니까.”

“물론이지.”

“···.”


어디서부터가 잘못된 건지 알 수 없는 대화였다.


“그럼 제가 무공을 안 배우고 농땡이 피우는 건 됩니까?”

“그건 안된다.”

“왜인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스승님.”


옆으로 누운 채로 그녀가 말했다.


“능력이 있는데 안 하는 것과 능력이 없어서 못 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으음···.”


무림이고 뭐고 그냥 누워있으면 안 되냐는 말을 차마 입에 담지 못하는 삼원이었다.


“허나 사부님.”

“뭐냐.”

“본 제자는···.”


나중에 실망하실 거, 미리 자신에 대해 말하려는 삼원이었다.


"무림을 구하기에는 너무....재능이 부족합니다."

"이미 훌륭하게 첫 수련을 마쳤잖느냐."


문추의 뒤통수를 갈겨서 이겼다는 말을 차마 하지 못한 채, 삼원은 말을 이었다.


"솔직히 말해도 되겠습니까. 사부님."

"그러려무나."


무림을 구하라니.

터무니없는 이야기였다. 삼원은 그녀가 실망하지 않기를 바랐다.


'그냥 솔직하게 이야기하자.'


언젠가 해야 할 이야기였으니까.


“제자는···. 게으름뱅이라. 일을 계획해도 제때 하지 못합니다.”

“그렇군.”


미지근한 사부님의 반응에 삼원이 말을 추가한다.


“마음을 먹어도 몸이 따르지 않아 실천도 하지 않습니다.”

“그래.”

“그러니 본 제자가 무공을 배운들 사부님에게 도움이 될까 걱정입니다. 천운이 있어 무공을 익힌다고 해도···. 농땡이나 피고 있을 녀석입니다.”


미리 말을 해 두면 과도한 기대를 접으시겠지. 그런 생각이었다.


“제자야.”

“예, 사부님.”

“네 몸이 실천하지 않는 건, 게으름 때문이 아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발가락으로 허벅지를 긁으며 사부가 말했다.


“네가 미래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지.”


그녀의 말에 삼원은 쉬이 대답할 수 없었다.

적어도 그는 열심히 노력했다고 말하고 싶었다.


“저는···. 열심히 하려고 했습니다. 제자···. 학문도 열심히 익혀보고 내로라하는 학사들과 지식을 쌓았지만···. 고치지 못했습니다.”


아버지에게도 하지 않았던 말을, 그녀에게 건넨다.


머리가 비상한 자식이라며 자랑스러워하던 부모님에게는 하지 못했던 말.


“저는 머리만 쓸만한, 아무것도 못 하는 촌부에 불과합니다.”

“그렇군.”


삼원은 그녀가 다른 제자를 찾으리라 생각했다. 아무리 능력이 있는 자라도 실천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일도 이룰 수 없기 때문이었다.


“노력해보았지만, 항상 원하는 대로 몸을 움직일 수 없더군요. 마치 제 안에 또 다른 삼원이 있는 것처럼요.”

“그래.”


듣고만 있는 사부님. 삼원은 차라리 그녀가 무슨 말이라도 해주었으면 했다.


“재능이 있다고 허세를 떨 뿐, 노력으로도 제 체질을 고칠 수 없었습니다.”

“그렇군.”


삼원과는 달리 평온한 표정의 사부님. 그는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혹시 사부님은 제 체질을 고칠 방법을 아십니까?"

“모른다.”


자신과 같은 성향이라 믿었던 사부님. 그녀마저 게으름뱅이를 고칠 방법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삼원이 숨을 내뱉는다. 사부님마저 모른다면, 자신은 세상에 도움이 안 되는 인간으로 끝일 것이었다.


“제자야.”

“예, 사부님.”


하품을 하는 그녀. 이빨이 굉장히 건치였다.


“네가 세상에 대해서 다 안다고 생각하느냐?”

“네가 노력했고, 사부가 게으름을 고칠 방법을 모른다면, 정녕 아무도 게으름을 고칠 방법을 모른다고 할 수 있겠느냐.”

“···.”


반대로 돌아누우며 그녀가 말했다.


“서쪽으로는 비단길이 있고, 동쪽으로는 끝 모를 바다가 있으니, 그 끝을 가보았느냐?”

“가보지 못하였습니다.”

“바다 깊은 곳에는 새로운 세상이 있고, 하늘 위에는 또 다른 하늘이 있을 터인데. 그 위를 가보았느냐?”

“가보지 못하였습니다.”


고개만 뒤로 돌리며 그녀가 물었다.


“그런데 어찌하야. 네 작은 생각 안에서, 모든 걸 단언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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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을 구해야 되는데 귀찮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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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무림을 구해야 되는데 귀찮다 - 10 24.05.29 6 0 12쪽
9 무림을 구해야 되는데 귀찮다 - 9 24.05.28 6 0 13쪽
8 무림을 구해야 되는데 귀찮다 - 8 24.05.23 8 0 13쪽
» 무림을 구해야 되는데 귀찮다 - 7 24.05.21 11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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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무림을 구해야 되는데 귀찮다 - 5 24.05.15 20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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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무림을 구해야 되는데 귀찮다 - 3 24.05.11 26 0 13쪽
2 무림을 구해야 되는데 귀찮다 - 2 24.05.10 33 0 12쪽
1 무림을 구해야 되는데 귀찮다 - 1 24.05.09 45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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