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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의 문이 그대들의 앞에 도래하였노라.

먹히고 싶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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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악대제
작품등록일 :
2021.08.24 21:29
최근연재일 :
2021.08.24 22:5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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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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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24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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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8장-론 베르 벨제부브

DUMMY

"그 친구 얘기는 다음에 해줄게."

"지금까지의 은혜는, 언젠가 모두 이자까지 쳐서 값을게요."

"값기는 무슨, 안 값아도 돼."



보건 교수에게 치료를 받고 난 뒤 밖에 나가보니 때는 점심시간이었다. 다들 많이 움직이고, 기력을 소비한 날이라 그런지 오늘따라 평소보다 유독 영양가 있게 나왔다.

한 마디로 말해서 거의 다 고형물이다.


나는 평소에 먹던 스프를 받아 자리에 앉았다.



"쟤야. 쟤."

"엄청 말랐네?"



키득거리는 소리와 함께 시선이 느껴졌다. 이런 시선은 꽤 오랜만이었다. 자기보다 밑이라 깔보고, 자기보다 못났다고 무시한 그 마을과 같았다. 이 급식실에서 이런 시선을 다시 받는 건,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아마 이 시선의 근원은 마법 한 번 사용하고 쓰러진 것에 관한 말이 아닐까.



'이번 일은 평가 요소로 작용할 수 있겠어.'



목격자도 있고 하니, 근거 없는 소문을 믿는지에 대한 것과는 달랐다.



"수석이 쟬 좋아한데."

"다른 귀족가 공자, 공녀가 그렇게 못 데려가서 안달이라는데."

"귀엽다...."

"여자애 아니야? 머리에 리본 달았는데...."



그 외에도 좀 더 꾸미면 예쁘겠다느니 신부로 삼고 싶다느니, 한심한 소리만 들려왔다.


관리는 하나도 안 해서 푸석푸석한 머리와 윤기 없는 피부가 대체 뭐가 좋다고들 그 난리일까. 그로서는 이해 못 할 일이었다.



'음....리본이 뭐가 어때서. 예쁘기만 한데.'



행실이 나쁜 사람만 제외하면 세상 모든 사람한테 친절할 것 같은 애가 유독 친근하게 구는 이유는 아마 스카가 겉보기에 연약해 보이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취향 아니다.


백마 탄 공주가 사로잡히지 않은 왕자를 납치 감금해서 키운다는 내용의 동화는 없었다. 물론 왕자가 공주에 의해 손발이 거세되는 일도 없었으리라. 아마도.



'다 들리게 말하는 이유는 뭘까. 들으라고 하는 소리일....음?'



그가 한참 스프 한 스푼을 내려다보고 있을 때 그 앞에 누가 앉았다.


분명 자신이 맨 마지막에 왔고, 루아는 늘 그렇듯 일찍 와서 10인분을 먹은 뒤 훈련장으로 달려갔다.


한 마디로 내 앞에 앉을 만한 사람은 없단 말이다.



"크흠."



금발이라는 귀족의 상징과도 같은 머리의 남자는 내 앞에 앉아 다정다감한목소리로 물었다.



"오늘 큰일이 있다 들었네만, 고작 스프 한 그릇으로 괜찮겠나?"



이럴 땐 어떤 반응을 해야 좋은 거지.


저 얼굴은 분명 벨제부브 후작가의 공자였다. 이름은 론, 미들 네임은 베르였다.


가주와는 다르게 인망 좋고, 성격 좋고, 우수하나둘째라 작위를 승계받지 못하는 자였다. 일단 평가는 좋았다.



'론 베르 벨제부브. 이쪽도 나름 주요 감시 대상인데....아마 날 통해서 루아를 포섭할 생각인가?'



이렇게 직접 휘말리는 일은 원치 않았기에 멀리서 관측만 하고 싶었다.



"....네. 벨제부브 공자님."

"그런가. 만약 무슨 일이 생긴다면, 내게 말해주게. 최대한 지원해 줄 터이니."

"....예."



이런 말을 하는 이유.


단순히 호감을 사서 끌어들이기 위함이라 생각되지만, 또 속단 할 수는 없는 법.


아카데미 최초로 만점을 받은 수석은 높이 올라가고자 하는 이에게는 누구보다도 탐나는 트로피이자 장식이리라.


난 대국을 보는 눈은 없지만, 빅파더 어깨 너머로 본 건 조금 있었다.



"....그리고 조심하게나. 앞으로 자네를 회유하고자, 꽤 많은 손이 움직일 테니까."



귓가에 대고 겨우 그에게나 들릴 법한목소리로 말했고, 그 말의 뜻은 곧 알 수 있었다.



"....해서, 날 따르지 않겠나?"

"수석과 다리를 좀 놓아줬으면 하는데. 그럼 내가...."

"우리 파벌에 들어오면...."



꽤 많은 손이 내가 자기 파벌에 들어오라고, 혹은 루아와 다리를 놓아 달라고 권유해 왔다.



사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서 무슨 내용이었는지 기억도 잘 안 났다.



단 한 가지 확실한 건 처음 접근한 벨제부브 공자는 내게 권유하지 않고, 선임들의 파벌을 견제할 새 파벌을 세우고 있다는 거였다.



'벨제부브 공자의 평가는 조금 보류해야겠어.'



아카데미 내에서 형성된 파벌 싸움.

교수들은 이걸 이용해 학생들 사이의 경쟁을 부추기는 분위기라 제제도 없었다.


자기 파벌의 입지를 다지고 전력을 강화하기 위해, 만점으로 통과한 수석이자 첫 실기 수업에서 교수를 쓰러뜨린 루아를 손에 넣고자 했다.


지금까지는, 첫 실기 수업까지는 파벌에서 자발적으로 권유하지 않은 것 같지만 지금은 달랐다.



적극적으로 권유해 왔다.


처음 2주는 조금 소극적이거나 온 건한 방법을 사용했지만 3주부터는 은근 강압적이고 고압적인 방법을 사용했다는 게 문제지만.


이래서 내가 인간관계를 싫어했고, 루아와 엮이는 걸 꺼렸다.



"내가 이것들을 싹 다 죽여 버릴 거야."



루아도 지속된 권유에 지친 건지, 아니면 은근 사람을 찍어누르려 하는 분위기가 싫은 건지 미간을 찌푸린 채 말했다.

도서관에서.



"도서관이에요."

"....알았어."



여기에 온 지 벌써 두 달, 루아는 찾는 사람을 아직도 못 찾았다.


두 달이면 전부 뒤져 보고도 남을 시간인데, 아직도 못 찾았다면 분명 여기에는 없으리라 조심스럽게 예상해 본다.



"스카는 이런 쳇바퀴 도는 다람쥐 같은 생활, 지루하지 않아?"

"....1년 정도, 그 미친 여자 눈 밖에 나기 위해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았어요."

"....!"

"그래도 지금은....적어도 습격 당할 거라는 생각에 벌벌 떨지 않아도 되는 생활이니까, 전 이런 생활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그의 초연한 얼굴에 루아는 더 이상 말을 이을 수 없었다.


그런 일이 있었으니 평범한 생활이 절실했을 텐데, 자기 때문에 집요하게 파벌을 강요 당하고 있지 않은가.


밥 먹는 시간, 수업 하는 시간 이외의 시각은 도서관에서 좋아하는 로맨스 코미디를 읽던 친구의 도서관을 향한 발걸음이 반 토막났다.



그가 모처럼 되찾은 일상이 나 때문에 무너졌다.



'....빨간 망토를 찾지 못하더라도, 이 일에 대한 책임은 꼭 진 다음 갈게.'



루아는 자기 때문에 불행해진 걸지 모를 소녀 같은 소년을 향해 결의에 가득 찬 눈빛을 보냈다.



*****



시간이 흘러, 한 학기의 절반이 지나갔다.


그것이 의미하는 건 바로 중간 평가가 다가왔다는 뜻이었다.


아카데미는 늘 그랬다. 3년 동안 지내면서 총 12번의 시험을 치게 되며, 매번 받는 시험 점수에 따라 지원 받을 수 있는 자원의 한도가 정해진다.



노력하지 않으면 영언히 제자리걸음인 구조를 취한 아카데미, 나아가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학생들에게 있어 풍족한 생활과 원활한 아카데미 생활을 위해선 보다 높은 점수를 받길 요한다.



'....오늘 점심이 뭐였지.'

'아카데미 성적이랑 순위는 공개되니까, 평가 요소에 넣을 수 있겠네.'



다소 평범이라는 틀에서 벗어난 두 사람은 예외일지 모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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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장-론 베르 벨제부브 21.08.24 11 0 7쪽
8 7장 -정과 은혜 21.08.24 5 0 7쪽
7 6장-의심 21.08.24 5 0 7쪽
6 5장-추행 21.08.24 7 0 7쪽
5 4장-인연 21.08.24 6 0 7쪽
4 3장-내가 왜? 21.08.24 5 0 7쪽
3 2장-재회 21.08.24 6 0 8쪽
2 1장-전말 21.08.24 6 0 7쪽
1 프롤로그 21.08.24 11 0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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