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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의 문이 그대들의 앞에 도래하였노라.

먹히고 싶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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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악대제
작품등록일 :
2021.08.24 21:29
최근연재일 :
2021.08.24 22:50
연재수 :
9 회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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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0
글자수 :
26,317

작성
21.08.24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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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6장-의심

DUMMY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이번 일을 토대로 근거 없는 말을 믿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를 분별해 낼 수 있다는 점이다.

만약 근거도 없는 소문을 곧이곧대로 믿는다면 당장 그 사람의 평가는 낮았고, 믿지 않고 의심 하는 사람은 평가가 높았다.


빅파더가 사람을 평가할 때 매겨야 할 항목 중 하나를 쉽게 채울 수 있다.


또 하나 다행인 점은 방을 혼자 쓸 수 있다는 점이다. 매일 밤 자면서 흐느끼며 신음 소리를 내거나, 자기 전 먹은 걸 게워내거나 하는 일을 남에게 들키지 않을 수 있었다.

물론 약간의 주의를 기울일 필요는 있겠지만 말이다.


'그거 외에는 피만 잔뜩 봤지만.'


나는 피를 본 부분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고 얻은 것만 생각했다.

사람들이 소문 때문에 나한테 다가오지 않는 건 좋은 일이었지만 계획을 바꿔야 해서 번거로워지거나, 내 앞에서는 평소에 하던 것처럼 행동하지 않아 숨어서 지켜봐야 하는 건 좋은 일이 아니었다.


정의감인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돕겠다고 도운 게 좋은 결과를 낳지 못했다.


'그 이후로, 왠지 날 감시한단 말이지....설마 진짜....?'


스카는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한 불길한 생각에 떨려오는 어깨를 잡았다.

설마 루아가 그 미친 여자와 동일 인물은 아니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분명 머리색도, 눈색도 달랐고 얼굴은 조금 닮은 정도였다. 아니, 겉모습은 어떻게 숨길 수 있다 쳐도 그 성격이나 행동거지가 달랐다.


그 미친 여자는 분명 곤경에 처한 사람을 돕는 데 이유가 없는 사람이지만, 저렇게 열정적으로 다른 사람을 돕는 사람이 아니다.


정말, 정말 만약 학생으로 들어왔다 해도 그 좋은 머리로 수석이 되면 내가 미리 알아보고 도망칠 거라 예상 못했을 리가 없었다.


'....아니지, 오히려 그걸 노리고....? 도망치면 그 사람이 빨간 망토일 확률이 높으니까?'


머릿속에 자꾸만 떠오르는 최악의 상황, 하지만 아무리 피해망상에 시달리는 내가 생각해도 현실적으로 말이 안 됐다. 협회가 신분을 위조해 아카데미로 보냈다. 여기까지는 협회도 가능하다. 신분위조가 빅파더 정보상만 가능한 건 아니였다.

그쪽도 나름 정보망과 세력을 구축했을테니 가능한 일이지만, 빅파더 정보상에서 작정하고 숨기고 있는 정보를 한 달 안 되는 시간동안 알아내서 위조를 끝마치고 아카데미에 들여보낸다는 건 불가능한 일에 가까웠다.


더군다나, 빅파더가 무슨 낌새를 감지하면 내게 연락을 보낼 게 뻔했다. 가령, 협회의 미친 여자가 잠잠하다는 정보라면 연락을 보내리라. 오히려 어제는 이쪽에서 정보를 전달할 때 빨간 망토가 참가할만한 굵직한 임무들만 골라서 처리하고 있다는 말까지 있었다.


모든 정황을 살펴보면 그 미친 여자와 루아가 동일인물이 아니라고 알려줬다.


'....그래도 조금 미심쩍단 말이지.'


스카는 도서관 한 구석에서 책을 읽으며, 스스로도 피해망상이라 생각하는 의심을 부정할 근거를 찾아내길 반복했다.


아닐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여가며.


'....그리고 계속 엮이면, 조금 곤란해 질지도 모르니까.'


*****


루아는 기분이 매우 나빴다. 한 달 동안 빨간 망토를 찾았으나 소득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꼰대 말을 믿은 내가 얼간이지."


머리카락을 긁으며 인상을 찌푸리는 모습을 그녀에게 도움 받은 사람들이 보면 상당히 놀라리라, 해맑게 웃으면서 사람들을 돕고 언제나 예의바르던 소녀와는 정 반대되는 모습이었다.


'....그냥 가죽 벗고 다닐까. 원래 얼굴 보이게 까고 다니면 내 얼굴 보고 도망치겠지. 그럼 걔가 바로 빨간 망토일테니까.'


물론 이건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놓아야 했다. 협회장의 말이 사실이라는 가정 하에 그러고도 잡지 못하면 또 몇 년을 투자해야 할지 모른다.


"아, 몰라. 스카나 만나러 가야지."


더이상 깊게 생각하기 싫었는지 벅벅 긁느라 새집이 진 머리를 손으로 쓸어내리며 발걸음을 옮겼다.


"....도서관에는 갑자기 왜?"

"데헷!"

".....전 거기에 뭐라 반응해야 할까요. 그리고 도서관에서는 절대 정숙이에요. 조용히 하세요."


평소에도 목소리가 작았지만 유독 속삭이듯 말하고 있었다.


"무슨 책이야?"

"늘 읽는 로멘스 코미디에요."

"으음....결말은 어떻게 나?"

"여주인공이 남주인공을 지하에 가두고 끝나요."

"응?"

"평생 자기만 바라보게끔 벽에 고정시키고, 언제나 미소지어주게끔 입은 실로 꿰메 언제나 미소짓는 얼굴로 만드는 결말이에요. 마지막에는 저렇게 미소짓는데 왜 눈물을 흘리며 슬퍼보이는지 여주인공에 대한 독백이 나와요."

"....내가 아는 로멘스 코미디랑은 다른데? 내용이 너무 막장인데?"

"사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이야기인데 말이죠."


지금은 아니었다.


'자기 몸이 다 타버리고 물에 잠겨도,아귀같이 달려들고, 뼈가 부러져도 다시 일어나 주먹을 내지르던 그 공포스러운 여자....'


벼랑 밑으로 떨어뜨려도 다시 보자며 광소를 터뜨리던 그 순수한 광기에 진심으로 '공포'를 느꼈다.


힘으로 따지자면 이쪽이 조금 아래지만 오히려 상성으로 따지자면내쪽이 우위에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그녀를 진심으로 두려워했다.


난, 절대 이 이야기와 같은 결말은 맞이하지 않을 거다.


"음, 어...."

"할 말이 없으시면 굳이 그렇게 노력 안 하셔도 돼요."


그때의 일을 떠올리자니 속이 뒤집히는 것 같았다. 속에서 신물이 올라올 것 같아 나는 책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음에 봐요."


스카는 가볍게 인사를 건네며 자리를 떠났다. 떠나고 남은 빈 자리, 이상하리 만큼 조금의 온기조차 남아있지 않은 자리를 매만지며 생각한다.


'....내일은 실기 수업이었지.'


과연 스카가 실기 수업 때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걱정됐다. 지난 한 달 간 봐온 모습은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침, 저녁 모두 식사를 끝마친 다음에는 먹은 걸 전부 피 섞인 토사물로 게워낸다. 잠은 잘 때마다 비명을 질렀고, 눈물을 흘렸다. 누군가 자신을 쫓아온다는 악몽에 시달리며 제발 가라며, 따라오지 말라며 절규한다.

차마 끝까지 듣지 못할 참혹한 모습은 그의 모습이 왜 그런 건지 잘 알려주고 있었다.

먹은 걸 전부 토해내고, 잠에는 잠도 제대로 못 자니 몸이 그렇게 마르고 약할 만 했다.


이런 상태에, 오히려 그정도 체격이 유지되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어떤 미친 놈인지 몰라도, 사람을 그지경으로 몰고 가? 빨간 망토가 없더라도, 꼭 그놈만큼은 잡고 간다 내가.'


스카카 들으면 통탄할 생각을 품은 채, 밤을 지새웠다.


저리도 정의감 넘치고 정 많은 아이가 자신이 한 사람을 그 지경으로 몰아넣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아직 아무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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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장-재회 21.08.24 5 0 8쪽
2 1장-전말 21.08.24 6 0 7쪽
1 프롤로그 21.08.24 11 0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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