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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의 문이 그대들의 앞에 도래하였노라.

먹히고 싶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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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악대제
작품등록일 :
2021.08.24 21:29
최근연재일 :
2021.08.24 22:50
연재수 :
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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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0
글자수 :
26,317

작성
21.08.24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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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7쪽

5장-추행

DUMMY

"만약 두 사람이 이 사실을 안다면 손을 먼저 뻗는 건 누구일까. 후후....궁금하잖니?"



그는 두 사람을 비웃듯 웃음을 터뜨렸다.



"예전에는 그렇게 서고 물고 못 빨아서 안달이 났는데 말이지. 나, 웃기잖니."



그야 웃기지 않을 수 없었다. 상대를 잘 안다는 생각에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게 만드는 상황을 자아내다니, 두 사람의 관계가 '처음부터' 어긋났다는 걸 알려주는 상황이니 웃을 수밖에.



*****



"...."



나는 사람이 싫다. 정확히는 사람과 엮이는 일이 싫다.


인간 사이의 관계란 서로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정말 어느 한쪽만이 무조건적으로 옳다고 말할 수 없는 관계였다. 그래서 나는 용병 일이 좋았다. 의뢰에 따라 움직이기만 하면 됐으니까 그런 이해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저 마물을 죽이고, 또 사람도 죽일 뿐이었다. 인간관계 사이에서 선택을 내릴 필요가 없는 일이었으니, 용병은 내게 천직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지난 한 달 간 생각했다. 의뢰가 인간관계 사이로 파고들어야 하는 일이라면? 나는 잘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 이는 내가 지금까지 해온 행동 준칙들의 뿌리를 흔들어 놓는 생각이었다.


나는 남의 일에 직접 관여하기를 꺼려한다. 곤경에 처한 사람이 있어도 관여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세상이 내게 한 짓을 그대로 돌려주겠다는 보복 생각에 아무런 관계 없는 사람들을 돕겠다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주제에,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은 악질이다.



"이 쓰레기 새끼들이!"



그런데 왜? 몸이 불편한 사람에 대한 동정인지, 단순한 자기만족인지 알 수 없다. 도움받을 자격이 없는 날 왜 자꾸 돕는 걸까. 이유도 없이 자꾸 날 돕는 걸까.



"....."



나는 쓰라린 뺨을 매만지며 나와는 너무나도 다른 여자를 응시했다. 혼자서는 잘 일어서지도 못하는 내게 계속 손을 뻗는,친절하면서도 세상에 이용 당하기 쉬울 여자를 바라봤다.

기숙사는 2인 1실제를 지향했다.


두 명이 한 방을 사용하는데, 나와 같은 방을 사용할 룸메이트가 나를 슥 보더니 갑자기 성추행을 시도했다. 룸메이트가 알고 보니 남색가였다.


먹은 걸 다 토해서 체격이 작은 것 때문에 괴롭힘의 대상이 되는 건 예상했어도 이건 예상하지 못했다. 아니면 약 하는 걸 들켜서 혹은 임무를 받고 온 용병이라는 걸 들켜서, 내 성격 때문에 배척 받을 거로 생각했다.


나는 남색 자체는 그렇게 혐오하지도, 좋아하지도 않지만, 앞으로 자기 말만 잘 따르면 해를 입히지는 않을 거라며 은근 협박하는 분위기면 말이 달라졌다.

옛날에 있던 일이 생각난 나는 그대로 가방에 있는 돈가스 망치로 머리를 찍었다. 그 결과는 룸메이트가 자기 끄나풀들을 이끌고 내게 찾아오는 결과였다.


결국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난 조용히 처리할 생각으로 날 후미진 곳으로 끌고가는걸 저항하지 않았고, 어떻게 그걸 또 본 루아가 여기까지 따라와 내가 뺨을 맏는 걸 보게 된 것이다.

이렇게 설명하자면 장황한데, 간단히 정리하면 성추행 하는 놈 머리를 으깬 뒤 보복 당하는 걸 보고 다시 보복하려는 걸 다른 사람이 보복했다고 할 수 있다.



'....내가 처리하는 것보다, 일이 커지겠어.'



사실 이번 일은 기억 좀 지우고 피 좀 토하면 끝날 일이었다.

제도에서는 그 여자가 찾아올까 무서워서 마법을 사용할 수 없었고, 여기 와서는 마법을 사용하기도 전에 먼저 와서 도와 줬기 때문에 사용 못했다. 그러나 사람들이 보는 곳도 아니고, 그 여자가 없으니 마음 놓고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다.



'지금 저렇게 몸에 흉지게 때리면 지금, 이 상황은 되려 더 악화할....음?'



뺨을 한 대 맞았을 때 안경이 바닥에 떨어져 앞이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으나 희미하게나마 보였다. 루아가 어디를 때리고 있는지를 말이다.



'신기하네. 흉이 잘 지지 않고, 눈에 안 띄는 곳만 골라서 때리고 있어.'



한두 번 해 본 솜씨가 아니었다. 스카는 마냥 이용 당하기 쉬운 착한 사람 만은 아니라고 평가를 수정했다.



"괜찮아? 왜 맞은 거야!?"



지금 말하면 어쩐지 고자질 하는 것 같아 기분이 썩 좋진 않았다.



'....은혜는 입은 만큼 값아야지. 나중에.'



지금까지 받은 도움을 빚으로 생각해, 언젠가 값을 거라 자신을 다독이며 말했다.



"....저기, 가운데에 있는 사람이 허락도 없이 제 엉덩이를 만지면서 바지를 내리려...."

"와 진짜 쓰레기네!"



루아는 스카를 슬쩍 살피며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다 생각했다.


머리를 올려묶은 데 사용한 리본이나, 조금 작은 체격은 중성적인 외모에 더해져 여성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남색가라면 충분히 노리고도 남는다고 생각했다.



'코도 작고, 생기는 없지만 눈도 크고, 턱선도 갸름하고. 나보다 예쁘네. 이거 때문에 이상한 놈이 자꾸 따라다닌 건가? 세상에 이상한 놈들 참 많아...눈에 밟혀서라도, 그 미친놈은 처리하고 떠나야지.'



자기 얼굴에 침을 뱉은 루아는 바닥에 스카의 어깨를 잡으며 다친 곳이 없나 확인했다.



"그래서! 더 큰일은 없었지?!"

"그건 괜찮아요. 바지에 손 넣었을 때 돈가스 망치로 머리를 찍고 도망쳤어요."



난 이 정도면 정당방위라 생각한다.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몇 주 전부터 날 점찍어 뒀었다며 대뜸 그러는 게 말이나 되는가. 허락을 받으면 또 모르지만 이런 건 아니라고 본다.



"....우리한테 말한 거랑은 조금 다르지 않아?"

"난 그냥 맞았다고 들었는데."

"그, 그 입 닥치지 못해?! 그것 좀 만졌다고 사람 머리를 찍어?! 야! 일로 안 오...!"



아무래도 창피했는지 룸메이트는 끄나풀들에게 숨겼나보다.

루아는 한심하다는 듯이 룸메이트를 노려봤고, 읍박을 지르던 룸메이트는 쥐 죽은 듯 입을 다물었다.



"뒈지기 싫으면 너나 여물어."



뒷 일은 생각하지 않고 박력있게 위협했지만 거기까지였자.



"거기! 무슨 일입니까!"



읍박소리나 두들겨 맞는 소리 중 하나를 듣고 달려왔을 기숙사 감독관에 의해 상황은 진압됐다.


다행히도 처음에는 제 혐의를 부인하던 룸메이트가 '갑작스럽게' 생긴 심경의 변화로 모든 걸 실토했고, 룸메이트와 나는 방을 따로 쓰게 됐다.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내가 사람을 부려 동급생을 폭행했다는 말부터 시작해서 룸메이트를 협박해 자백 시켰다는 괴소문이 돌았다.


애석하게도 난 그 소문 때문에 처음 세워 놓은 편한 계획이 아닌 일이 틀어졌을 때를 대비한 계획대로 일을 진행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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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8장-론 베르 벨제부브 21.08.24 10 0 7쪽
8 7장 -정과 은혜 21.08.24 5 0 7쪽
7 6장-의심 21.08.24 4 0 7쪽
» 5장-추행 21.08.24 6 0 7쪽
5 4장-인연 21.08.24 5 0 7쪽
4 3장-내가 왜? 21.08.24 5 0 7쪽
3 2장-재회 21.08.24 5 0 8쪽
2 1장-전말 21.08.24 6 0 7쪽
1 프롤로그 21.08.24 11 0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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