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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시스 님의 서재입니다.

대학원생과 마법저장(스크롤링)이 만만치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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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시스
작품등록일 :
2020.05.19 01:53
최근연재일 :
2020.05.28 18:00
연재수 :
6 회
조회수 :
374
추천수 :
16
글자수 :
15,919

작성
20.05.24 12:00
조회
29
추천
0
글자
7쪽

2화. 만만찮은 박사과정생과 마기아 코덱스.

모든 대학원생분들의 무사 졸업을 기원합니다.




DUMMY

「Magic Note / magía cōdex」


‘매직 노트. 마기아 코덱스. 직역하자면 마법의 공책.’


일반인이라면 이렇게 생각하지만, 마법을 관장하는 대학원생에게는 두 가지 의미가 더 있었다.

마법 논문 혹은 습작 모음집.

생각이 거기까지 도달하자 엘의 입가에는 약간이나마 미소가 돋았다.


‘이거나 읽어볼까.’


대학원생에게 있어 이것의 장점은 많았다.

세 가지만 뽑자면 남이 실패한 것을 반면교사로 삼는 것과, 이렇게도 할 수 있다는 걸 느끼며 견문을 넓히는 것. 그리고 이걸 토대로 연구의 방향이나 참조를 하는 것.

하지만 의욕을 상실한 엘에게는 남의 것을 보고 웃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었다.


‘내 마음에 들어야 한다.’


엘은 누가 볼 새라 노트를 품 속에 넣은 채 연구실로 돌아갔다.

자신의 자리에 앉은 뒤 목차를 본 엘은 펜을 들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종이와 펜을 놀리는 소리만이 랩 안을 가득채웠다.

저녁 시간이 지나고, 엘리제는 짐을 챙기기 위해 랩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종이에 끄적거리고 있던 엘에게 물었다.


“뭐 하고 있어?”

“낙서하고 있어요. 뭐 할 기분이 아니더라고요.”


처음부터 몸쪽 속구가 날아오자 엘리제는 오늘 하루 정도는 쉬게 내버려두기로 했다.


“...그래.”

“집에 가시게요?”

“응. 너도 오랜만에 집에 가봐.”

“농담이시죠?”


대학원생에게 집 같은 건 없다.

엘의 경우 본가도 대학과 멀리 떨어져 있기에 귀성조차 무리. 그 사실을 뒤늦게 떠올린 엘리제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그걸 본 엘이 괜찮다는 말을 하려고 한 순간 엘리제가 먼저 말했다.


“그럼 우리 집에 올래?”

“네?”


조금 전에 대한 복수인가?

뜬금없이 훅 들어오는 몸쪽 속구에 엘이 당황한다.

엘리제는 살짝 부끄러운 표정을 숨기지 않고 말을 이었다.


“같이 가자.”

“어...”


엘의 두뇌가 풀가동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판단은 빨랐다.


“죄송하지만, 그건 안 되겠습니다.”

“...뭐?”

“가뜩이나 이상한 소문이 도는 마당에, 누가 보기라도 하면 끝장입니다.”


엘리제 와이즈맨의 입지는 점점 먹히고 있다.

월반과 조기 졸업을 감안한다 해도 그녀는 25살의 나이에 박사과정 6년차를 데리고 있는 테뉴어. 떠오르는 신성을 가만히 놔둘 정도로 교수들의 세계는 유연한 동네가 아니었다.

약점 하나 잡고 물고 늘어지는 세상에서, 자기 밑에 있는 유일한 박사과정과 사이 좋게 지내는 건 약점이 되기 충분하다.

일반적으로 대학원생과 지도교수의 사이는 좋지 않으니까.


“그건 그래...”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의도가 무산되었기에 엘리제는 답답했다.

그리고 그걸 눈치 챈 엘이 부연설명을 더했다.


“대신, 내일 어떨까요?”

“내일?”


엘리제의 머릿속에 내일이 떠오른다. 많은 일이 있었지만, 그녀의 머릿속에는 단 하나의 단어만이 생각의 지분 중 대부분을 차지했다.

금요일. 주말과 맞닿은 날.

엘의 진의를 알게 된 엘리제의 얼굴이 붉게 물든다. 그걸은 본 엘의 표정에 썩쏘가 깃든다.


‘계획대로야.’


그는 계획을 마무리 짓기 위해 양념을 치기 시작했다.


“그럼 오늘은 푹 쉬세요. 내일은 체력 소모가 많을 날이 될 테니까요.”

“어, 어...! 그래!”


엘리제는 엘이 허리를 숙이기가 무섭게 몸을 돌렸다.

그를 보고 있는 한 평정심을 유지할 자신이 없었던 게 원인이었다. 적어도 엘 앞에서는 자기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런 그녀를 보며 엘은 속으로 웃고 있었다.


“참 괜찮은 사람이야.”


그 말을 들었는지 살짝 거칠게 문이 닫힌다.

엘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조용히 들어왔던 조금 전과는 달리, 흥분이 힘을 주체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었다.

이것 참 알기 쉬운 사람이라니까.


“그럼 난 하던 거나 마저 해볼까.”


엘은 서랍을 열어 노트를 꺼냈다.

노트를 들고 흑막이나 할 법한 웃음소리를 내는 도중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그 물건이 마음에 드나 봐?”

“누구냐!”


엘은 마법진을 전개하며 소리가 난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마나 체인]!”


1서클 마법 마나 체인. 마나로 만든 체인을 만드는 제작 마법. 만들어진 체인이 상대방을 묶으려고 하지만, 그녀의 손짓 한 번에 사라졌다.


“무슨... 일이지...”

“보아하니 노트의 특징은 알아채지 못한 것 같네.”

“너는, 누구야?”


흰 가운을 처음 받았을 때보다 새하얀 백발. 점 하나가 찍힌 듯한 붉은 눈동자. 새햐얀 발목 양말과 드레스까지 모두 흰색으로 깔맞춤한 소녀가 엘의 앞에 있었다.

소녀는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대답했다.


“네가 들고 있는 노트의 주인이자 노트 그 자체.”

“...과연, 그런가.”

“납득하는 속도가 빠르다? 조금 의외네.”


너무나도 빠르게 납득하는 엘. 그런 그에게 소녀가 살짝 놀랐다.

하지만 엘에게 있어 이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늘에서 떨어진 책이 평범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

“...그것도 그렇네.”


의외의 정론에 소녀가 납득한다.

그녀는 엘이 펼쳐두고 있는 페이지를 바라 보았다. 내용을 본 그녀가 웃는다.


“우와, 이거 굉장한데! 놀래켜주려고 현현했는데 오히려 내가 놀랐어!”

“그래서 나타난 거냐...”

“과거에도 내가 인간계에 몇 번 정도 현현하기는 했지만, 반나절도 안 돼서 이런 걸 만든 건 네가 처음이야!”


펼쳐진 페이지에는 마법진 하나가 빽빽하게 그려져 있었다.


“그런데 노트 그 자체라면서 사용자가 뭘 작성하는지도 몰라?”

“네 등에 마법진을 그리고 무슨 마법인지 맞춰보라고 하면, 넌 알아?”

“...면목 없네.”


정확한 비유에 엘은 할 말이 없었다. 그가 침묵하자 소녀는 활짝 웃었다.

엘은 그녀를 보며 진지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각오는 되어 있어.”

“그게 뭐 어쨌다고?”

“난 이 노트가 평범하지 않다는 걸 짐작하고 사용했다.”


엘의 엇나감에 소녀가 머리를 짚는다.


“...무언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모양이군.”

“뭐?”

“넌 아직 노트를 사용하지 않았어.”


소녀의 충격적인 발언에 엘이 놀란다.


“그렇다면... 아직 이 노트에는 숨겨진 기능이 있는 건가.”

“맞아.”

“만약 사용하게 되면 난 어떻게 되는 거야? 내 영혼은 지옥에 가는 건가?”


자신의 미래가 걸려 있기에 진지하게 묻는 엘. 하지만 돌아온 것은 폭소하는 소녀였다.


“푸하하하!! 너 정말 재미 있다!”

“웃지마.”

“역시 전설의 와이즈맨 랩의 리더야!”

“하 지 마.”


혼신의 태클을 걸던 엘이 소녀의 말에 의문을 가졌다.


“네가 나를 어떻게 알아?”




학력 인플레 때문에 박사들이 많아졌지만, 그래서 박사 학위 따는 게 더 어려워졌습니다.


작가의말

네가 주인공이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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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3화. 만만찮은 박사과정생과 마기아 코덱스.-2 20.05.28 23 0 7쪽
5 2화. 만만찮은 박사과정생과 마기아 코덱스. 20.05.25 84 0 7쪽
» 2화. 만만찮은 박사과정생과 마기아 코덱스. 20.05.24 30 0 7쪽
3 1화- 만만찮은 마법 박사과정생과 박사 졸업 실패 통보. 20.05.22 42 2 7쪽
2 1화- 만만찮은 마법 박사과정생과 박사 졸업 실패 통보. 20.05.21 63 4 7쪽
1 프롤로그- 만만찮은 마법 박사과정생과 박사 졸업 실패. +2 20.05.21 131 10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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