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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시스 님의 서재입니다.

대학원생과 마법저장(스크롤링)이 만만치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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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시스
작품등록일 :
2020.05.19 01:53
최근연재일 :
2020.05.28 18:00
연재수 :
6 회
조회수 :
380
추천수 :
16
글자수 :
15,919

작성
20.05.21 17:11
조회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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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7쪽

1화- 만만찮은 마법 박사과정생과 박사 졸업 실패 통보.

모든 대학원생분들의 무사 졸업을 기원합니다.




DUMMY

“나는 최선을 다했다.”


머리를 쥔 여자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입고 있는 하얀 가운은 먼지가 달라 붙어 있었고, 볼살은 홀쭉했다.

그러나 책상에 있는 명패는 여자의 외견으로는 상상하지 못할 직급이 적혀 있었다.

엘리제 와이즈맨(25). 월반과 조기졸업을 이용해 최연소로 테뉴어(교수 직장 평생 보장 제도)를 받은 교수로서, 국내 최고 대학교 부속 랩의 지도 교수.

그런 그녀가 이렇게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이유는 바로 앞에 있는 소년이었다.


“후우. 6년차 박사과정, 엘 메이거스(21).”

“네.”


엘은 살짝 고개를 숙이면서 대답했다.

그는 마지막 과정을 제외한, 모든 과정을 프리 패스로 통과한 자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머리가 장식이 아니라면, 내가 왜 너를 호출했는지는 알고 있겠지?”


엘은 양팔이 떨리는 것을 애써 진정하며 순순히 인정했다.


“네가 월반해서 대학까지 조기 졸업하고, 내게 오는 것까지는 좋았다. 머리는 좋았으니까.”

“네.”

“논문제출자격시험을 여유롭게 통과하는 걸 보고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직감했다.”


줄여서 논지시. 종합시험, 혹은 종시로도 불리는 이 시험은 학위논문을 제출하기 이전에 의무적으로 미리 치르게 되는 전공시험이다.

상당히 빡빡한 과정을 가지고 있고, 대놓고 공인하지 못할 뿐이지 틀릴 수밖에 없는 문제도 있다.

그리고 그 시험을 엘은 커트라인이 보이지 않을 점수로 가볍게 통과했다.

그걸 지켜본 엘리제는 엘을 자기가 뽑은 것을 자랑스러워했다.


그러나, 모든 것은 거기까지였다.


“네가 석사 학위를 통과하는 건 당연해.”


석사과정 취득 과정은 박사과정에 비해 난이도가 높지 않다. 석사과정 논문 심사는 대학 내에서 하기에, 힘이 있는 지도교수라면 어떻게든 통과시킬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

그러나 이 말을 반대로 말한다면, 박사과정은 그게 통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된다.

물론 인맥이 넓다면 가능하겠지만, 엘리제는 인맥은커녕 타 테뉴어에 비해 입지마저 좁은 편이다.


“자네가 낸 논문은 여기 있네. 이미 결과는 알고 있겠지만, 그래도 네 자식이지 않은가.”


엘리제는 서랍에서 종이 뭉치 하나를 꺼낸 뒤 엘에게 넘겼다. 엘은 겨우 받아들였다.


“이번에도 네가 낸 논문은 통과되지 못했어.”


엘리제는 국내 최고 대학교 부속 랩의 지도교수. 최연소로 테뉴어까지 받은 자지만, 그렇기에 나이가 발목을 잡는다.

엘이 6년이나 박사 과정에 머무르는 것도 이 이유가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걸 모두 알고 있는 둘이기에 먼저 입에 담지 못한다.


“미안하다.”

“아닙니다.”

“아니기는 무슨. 이제 남은 게 너뿐인데.”


엘 뿐만 아니라 모두가 박사 취득에 실패하자, 모든 박사과정들이 타 랩으로 옮겼다. 이런 소문이 돌자 신입생들도 오지 않게 되어, 남은 인원은 엘 혼자였다.


“외람되지만, 교수님은 교내에서 어떻습니까?”

“일단 썩어도 테뉴어라고, 날 자르지는 않는 눈치더라. 분위기도 그저 그래. 요즘은 그 꼰대들 비위 잘 맞춰주고 있거든.”

“다행이네요.”


6년차 박사과정에게 걱정을 받자 엘리제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어느새 내 위치가 이렇게까지 떨어진 걸까...’


그는 테뉴어를 받은 것부터 시작해 지금까지의 행적들을 떠올린다. 짐작되는 것이 너무 많자 이내 포기하기로 했다.


“일단 아직 1년이나마 남았으니까, 최대한 노력해서 하나 만들어 봐.”

“그래도 탈락할 것 같은데요.”

“이번에는 테뉴어 자리를 걸어서라도 통과시켜 줄테니까 걱정 붙들어 매.”


엘리제의 파격적인 발언에 엘이 당황한다.

테뉴어의 조건은 조교수 경력 5~7년과 그 사이 해낸 결과물들. 실패하면 학교를 떠나야하는 만큼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한다.

엘은 그런 걸 건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 그렇게까지...”

“지난 6년 동안 널 봐온 결과, 네게는 이론의 재능이 있어.”


실전이 아닌 이론의 재능에 엘은 살짝 실망했다.


“그리고 내 성공을 위해서는 약간의 도박이 필요하거든.”

“그런가요.”


테뉴어, 즉 종신고용이 되는 지도교수들은 현실에 안주한다. 하지만 테뉴어 자체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기에, 누가 뭐라고 하기 어려운 부분이긴 하다.

그러나 엘리제는 앞으로 더 나아가고 싶었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방해가 되는 거, 제자 하나 도와주는데 거는 것 정도는 괜찮다... 이겁니까?”

“그래. 물론 6년 동안 내 밑에 있어준 의리에 대한 보상이다.”


박사과정은 7년 이상 있을 수 없다. 즉 6년차인 지금, 엘이 연구할 수 있는 기간은 겨우 1년뿐. 기존의 것과 다른 새로운 논문을 만드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시간.

이미 소문이 퍼져 다른 랩으로 갈 수 없는 엘에게는 최고의 보상이라 할 수 있다.


“감사합니다.”

“받아줘서 고맙다.”


‘이 녀석의 명석함은 아까워. 하지만 내 밑에 있어서는 박사 학위조차 아슬아슬하지. 상황이 매우 꼬였다.’


엘리제는 안타까운 시선으로 엘을 바라보았다.

그의 선배와 동기, 심지어 후배마저 나가고 신입이 들어오지 않는 랩. 그런 곳에서 엘은 박사과정 6년, 석사과정 2년을 합쳐 8년이나 애썼다.

그의 정신력과 의지는 타 랩의 포스닥(박사 후 과정)과도 견줄만 하다.

엘에게 조금이라도 평범한 상황만 주어져도 쉽게 박사 학위를 땄을 것이다.

하지만 잔혹한 천사는 그에게 시련을 내렸다.


“지도교수로서 다시 미안함을 말할게.”

“아닙니다. 엘리제 교수님은 최선을 다하셨어요.”


우스갯소리로 말하는 상상 속의 4대 동물이 있다.

용/기린/이성친구와 더불어 ‘연구 잘하고 돈 많은 착한 교수’.

만약 그런 교수가 어디 있냐고 묻는다면, 엘은 엘리제를 말할 것이다.

정시 퇴근. 갑질 철폐. 월급 보장.

가문이 자신에게 많은 지원을 하지 않는 엘에게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한 점이었다.


“그럼 가봐.”

“알겠습니다.”


엘은 최대한 빨리 지도교수실을 벗어나고 싶었다. 이 이상 평정심을 유지할 수 없었다.


“그나저나 이거 하나는 묻고 싶어. 너는 왜 내 밑에서 6년이나 있었던 거야?”


어찌보면 엘리제에게 있어 가장 궁금한 것.

그걸 알고 있는지 떠나려던 엘의 움직임이 멈췄다. 그는 엘리제를 쳐다보았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선에 살짝 당황한 그에게 엘은 선문답으로 대답했다.


“그것은 랩의 지도교수로서 하는 질문인가요?”

“...아니. 내 개인적인 질문이야.”

“그러면 대답하고 싶지 않습니다.”


엘리제는 이런 엘의 말을 이어봐야 화만 돋군다는 걸 아는 사람이었다.


“...그런가.”

“다만.”

“응?”

“언젠가 알게 되실 겁니다. 언젠가.”


그 말을 끝으로 엘은 지도교수실을 떠났다. 조용히, 하지만 들어올 때보다는 살짝 큰 소리가 나게 문이 닫힌다.

엘리제는 고마움과 미안함이 공존하는 표정으로 문을 바라보았다.

쾅!

그런 시선은 갑작스럽게 들린 굉음에 풀렸다.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연 엘리제에게 보이는 것은 엎어진 쓰레기통이었다.

그가 입에 담을 수 있는 말은 이것 하나뿐이었다.


“미안하다.”




학력 인플레 때문에 박사들이 많아졌지만, 그래서 박사 학위 따는 게 더 어려워졌습니다.


작가의말

과거, 19년 동안 졸업에 실패하고 지도 교수를 살해한 수학 쪽 과정생도 있었죠.(실화)

그 이후인지는 잘 모르지만, 대한민국은 박사 7년, 석박사 통합과정 8년이 한계로 정해졌다네요. 

석사는 제한이 없는 걸로 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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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3화. 만만찮은 박사과정생과 마기아 코덱스.-2 20.05.28 24 0 7쪽
5 2화. 만만찮은 박사과정생과 마기아 코덱스. 20.05.25 85 0 7쪽
4 2화. 만만찮은 박사과정생과 마기아 코덱스. 20.05.24 30 0 7쪽
3 1화- 만만찮은 마법 박사과정생과 박사 졸업 실패 통보. 20.05.22 43 2 7쪽
» 1화- 만만찮은 마법 박사과정생과 박사 졸업 실패 통보. 20.05.21 64 4 7쪽
1 프롤로그- 만만찮은 마법 박사과정생과 박사 졸업 실패. +2 20.05.21 133 10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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