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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시스 님의 서재입니다.

대학원생과 마법저장(스크롤링)이 만만치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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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시스
작품등록일 :
2020.05.19 01:53
최근연재일 :
2020.05.28 18:00
연재수 :
6 회
조회수 :
375
추천수 :
16
글자수 :
15,919

작성
20.05.22 14:00
조회
42
추천
2
글자
7쪽

1화- 만만찮은 마법 박사과정생과 박사 졸업 실패 통보.

모든 대학원생분들의 무사 졸업을 기원합니다.




DUMMY

자신의 자리에 돌아온 엘은 한숨을 푹푹 쉬었다. 그는 자신이 가진 마법사의 3대 재능이 아쉬웠다.

그것에 확신을 준 건 대학교 졸업시험. 압도적이었던 필기와는 달리 실기는 간신히 평균을 넘었을 때, 그는 생각했다.


아. 이렇게 가다간 망하겠구나.


군으로 간다면 2군으로, 마탑에 간다면 2류가 될 게 뻔했다.

평균의 성적을 유지할 능력은 있지만, 상부에 있어 자신은 2군/류 성적용으로 잔류할 뿐 성장의 미래가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불안정한 길을 대신할 진로를 찾기 위해 노력하던 엘에게 엘리제가 다가왔다.

대학원을 권유하는 그의 말에 설득당한 엘은 결심했다.


그저 그런 2류 마법사로 사느니, 박사 학위를 따서 이론 쪽으로 가자.


그렇게 해서 온 엘리제의 랩에서 석사를 딴 뒤, 뼈를 묻고 더블로 가자는 생각에 시작한 박사과정.

회귀한다면 석사에서 멈출 것이라 다짐할 정도로, 심각한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망할 아줌마...”


본인 잘못이 아니라는 걸 알기에 엘도 엘리제를 심하게 욕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부정적인 감정까지 없애는 건 무리.

대학원생에게 지도교수란 만악의 근원이자 샌드백. 엘리제가 엘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이 공존하는 안타까움이 있는 것처럼, 엘은 엘리제에게 감사함과 짜증남이 섞인 애증이 있었다.


“돌겠네.”


엘은 초점 없는 눈동자로 제출했던 논문을 쳐다보았다. 제출할 때까지만 해도 괜찮아 보였지만, 결과가 나와서 그런지 쓰레기처럼 보였다.

이미 몇 번이나 헛된 희망을 맛봤음에도 불구하고, 엘은 ‘이번에는 통과하겠지.’라는 생각과 함께 기대를 품으며 논문을 제출한다.

그리고 무엇이던 간에 기대를 하면 배신당하는 법이다.

한참을 자괴감에 시달린 엘을 정신차리게 한 것은 교내 시계탑의 종 소리였다.


“밥 시간인가.”


저녁 식사 시간 겸 통금 안내 시간.

하지만 대학원생들에게는 다른 이름이 더 입에 오른다.


“신데렐라 타임... 오늘도 구르게 생겼구만.”


동화 속처럼 12시도 아닌데 왜 이렇게 부르는지는 대학원생만이 이해할 수 있다.

이 시간은 통금 안내를 겸하기에 학부생들은 전부 기숙사에 가거나 하교를 한다.

즉 교내에 남는 건 교직원과 지도교수, 그리고 대학원생뿐.

이 때를 기점으로 지도교수는 대학원생들을 굴리기 시작해, 그들은 거지꼴이 된다.

때깔 좋은 아침에서 거지 꼴이 되는 시간이라, 대학원생들 사이에서는 이렇게 불렸다.


‘말만 들으면 좋은 의미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르지.’


마치 논문에 작성된 것과 다르게 나오기 일수인 실험과도 같았기에, 일종의 자학이기도 했다.


‘교수님과 먹을까?’


일반적인 대학원생이 들으면 기겁할 생각을 하며 지도교수실 문을 두드리는 엘. 반응이 없기에 실례를 무릅쓰고 문을 열자, 텅 비어있는 내부가 그를 반겼다.


‘교수는 논문으로 말하기는 하지.’


“뒷문으로 나가신 건가.”


하는 수 없이 혼밥을 하기로 한 엘은 뒷문으로 랩을 나와 교내식당으로 향했다.

낡은 셔츠와 때가 묻은 가운, 그리고 덥수룩해지기 시작하는 수염까지.

대학원생인 그에게 하교하던 학부생 한 무리가 수군거린다.


“저 사람 거지인가?”

“노숙자 아냐?”

“우리 학교 질이 너무 떨어졌네. 노숙자가 학교 안까지 들어오다니.”


그 말에 발끈한 엘이 공격 마법을 사용하려던 차에 한 사람이 학부생들을 제지했다.


“냅둬, 대학원생이잖아.”

“아...”

“난 절대 대학원생 하지 말아야지.”


상황이 여기까지 흐르자 엘은 공격 마법 영창을 멈췄다.


‘내가 무슨 짓을 하려 한 거지.’


그는 이런 말에 익숙한 편이었지만, 벼랑 끝에 몰린 상황에 스트레스가 심해 이성의 끈을 놓았다.

엘은 교문을 통과하는 학부생 무리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들에게 느끼는 감정은 부러움이었다.

공부 보다는 연애와 친목질이 대부분인 청춘들. 아스러져간 자신의 지난 날을 상기한 엘의 입맛은 당연하게도 바닥을 찍었다.


“쩝. 밥은 됐고, 도서관이나 가자.”


깊은 한숨을 쉰 그는 방향을 틀어 학생식당 대신 도서관으로 향했다.

랩과 그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도서관은 크고 아름다웠다.

국내 최고 대학이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장서 수와 규모를 자랑하지만, 대학원생에게는 장단점이 존재했다.

부드럽게 움직이는 문을 열자 많은 학생들이 의자에 앉아 책을 열람하고 있었다. 엘은 그들 중 일부와 시선을 마주쳤다.

어렵지 않게 대학원생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대학원생들 겁나 많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는 말이 사실이었다는 걸 엘은 실감하고 있었다.

저녁 시간에 저녁을 거르고 도서관을 찾는 학생은 딱 세 가지였다.

졸업 시험을 준비하는 학부생.

논문 작성 혹은 참조 자료를 찾는 대학원생.

그리고 가뭄에 콩 나듯 보이는 제 3의 유형.

엘의 경우에는 두 번째였고, 허리를 숙이는 상대방의 인사를 가볍게 받았다.


‘파릇파릇하군. 석사 3학기 정도인가.’


엘은 상대방의 학력을 곧바로 파악한다. 오랫동안 다닌 덕분에 생긴 관찰력이었다.


‘이번에는 어떤 책들을 읽어볼까.’


엘이 히페리온 대학에 있던 기간은 학/석사 + 박사과정을 합해 약 10년. 강산이 바뀌는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읽지 못한 책이 많았다.

기분 전환으로 마법과 관련이 없는 책을 읽을까 생각한 그는, 이내 그런 책이 있을 리 없는 잔혹한 현실에 절망했다.


‘이것이 절망인가.’


모든 의욕을 상실한 엘은 창문을 통해 하늘을 바라봤다. 그런 그의 눈에 보이는 것이 있었으니.


‘여학생?’


바로 사람이었다. 여학생으로 보이는 소녀는 하늘에서 떨어지는데도 기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엘은 저런 이들을 많이 봐왔다.

그는 소녀에게 학위 취득 실패로 절망하고 자살을 선택하는 대학원생이 겹쳐 보였다.

하늘에서 사람이 떨어지는 기현상에 눈을 비비자 이번에는 책이 보였다.

뭐야, 책이잖아.


‘...가 아니야!’


하늘에서 사람이 떨어지는 건 자주 목격했지만 책은 아니었다.

대학원생에게 책이란 좋은 점을 보면 새로운 참조 자료. 엘은 주변을 둘러보고, 자신만이 알아챘다는 걸 인지하고 나자 전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엘의 기행에 주변에서 수군거리기 시작했지만, 단 두마디에 하나둘씩 납득하기 시작한다.


“저 사람 왜 저래?”

“저 분은... 그 선배잖아?”

“혹시 아시나요?”

“학/석사 프리패스 했는데 박사과정만 6년 해봐라. 안 미치나.”

“6년! 킹정합니다.”


수군거림을 무시하고 엘은 도서관 앞 쉼터 바닥에 떨어진 책을 주웠다.

겉표지에 묻은 풀과 먼지를 털어내자 책의 제목이 드러났다.




학력 인플레 때문에 박사들이 많아졌지만, 그래서 박사 학위 따는 게 더 어려워졌습니다.


작가의말

하늘에서 떨어진 책.

그것을 주운 주인공.

소개를 펼쳐보면 나오는 상세한 소개문구들.


이것을 조합한다면 책의 제목은 유추가 코난의 오리지널 에피소드처럼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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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3화. 만만찮은 박사과정생과 마기아 코덱스.-2 20.05.28 23 0 7쪽
5 2화. 만만찮은 박사과정생과 마기아 코덱스. 20.05.25 84 0 7쪽
4 2화. 만만찮은 박사과정생과 마기아 코덱스. 20.05.24 30 0 7쪽
» 1화- 만만찮은 마법 박사과정생과 박사 졸업 실패 통보. 20.05.22 43 2 7쪽
2 1화- 만만찮은 마법 박사과정생과 박사 졸업 실패 통보. 20.05.21 63 4 7쪽
1 프롤로그- 만만찮은 마법 박사과정생과 박사 졸업 실패. +2 20.05.21 131 10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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