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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김의 서재입니다.

Fortuna : 그 남자의 복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조영김
작품등록일 :
2020.03.25 12:57
최근연재일 :
2022.01.30 07:00
연재수 :
2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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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7,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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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6
글자수 :
1,293,490

작성
20.12.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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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5
추천
12
글자
11쪽

6-10

DUMMY

”이제 슬슬 눈에 뜨일 만하지요. 한부에 윤근식에 최근에 윤광까지. 얽힌 사람들이 좀 많아졌잖습니까? 그래 봐야, 지들 명줄만 짧아질 뿐이죠. 흐흐흐.“


조영과 여한모를 태운 차는 행주대교를 건너서 김포 공항 출국장 앞에 도착했다.


”자, 과장님. 우리는 여기서 바로 갈 테니까, 내리실 필요 없어요. 혹시 모르니까, 서울 한 바퀴 휘~ 드라이브하다가 들어가세요. 나중에 다시 뵈어요. 아, 트렁크 좀 열어주세요.“


차에서 내린 여한모가 트렁크에서 기내용 여행용 캐리어를 하나 꺼냈다.

자주 왔다 하다 보니, 싱가포르와 서울에 각각의 살림살이와 옷들을 준비해 둔 상태라서 비행기에 탈 때는 긴급한 서류들 외에는 특별한 짐도 얼마 없었다.

공항 현관문을 들어서면서도 여한모의 눈이 날카롭게 뒤쪽 차선을 훑어보았다.


”여기까지 따라온 걸 보면, 우리를 쫓아온 게 맞는 것 같은데요, 보스. 그런데 미행하는 게 영화에 나오는 스파이 같지 않고 되게 어설퍼요. 흐흐흐.“


”어서 들어가자, 사람 많은 데서 괜히 번거로워지고 싶지 않다.“


조영이 걸음을 재촉하자, 여한모가 빠른 걸음으로 뒤를 따랐다.

조영을 미행해 온 차에서도 두 명의 사내가 내려서 공항 안으로 쫓아 들어왔다.

조영과 여한모는 일등석 체크인 카운터로 가서 빠르게 수속을 밟았다.


”보스, 저것들이 여기까지 쫓아왔는데요? 골탕 좀 먹여줘야겠어요. 흐흐흐.“


조영은 여한모의 장난기가 동한 것을 눈치채고는 피식 웃어버렸다.

일등석 승객을 에스코트하는 항공사 전담 직원이 조영과 여한모를 출국장 보안 게이트 쪽으로 안내해 주었다.


”저기요, 직원분? 우리 뒤쪽을 보면 감색 양복 입고, 안경 쓴 아저씨랑, 손에 신문 들고 있는 아저씨랑 두 명 있잖아요? 사실은 저분들이 조금 의심스러워서요.“


”네? 고객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내가 사업차 싱가포르에 자주 다니는데, 싱가포르에는 북한 대사관 있는 거 아시죠?“


항공사 직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 두 명이 싱가포르 북한 대사관에서 나오는 걸 봤었거든요, 2주일 정도 전에요. 안경 쓴 아저씨가 피부에 뭐가 많이 났잖아요? 그래서, 내가 똑똑히 기억해요. 북한에서 온 사람들일지도 모르는데, 여기 서울에서 다시 보게 되니 의심스러울 수밖에요?“


”정말입니까, 고객님? 그렇다면 이건 중요한 문제입니다. 제가 안전 요원들에게 신고하고 오겠습니다.“


”그게 좋겠어요, 우리는 일단 게이트 통과하고 있을 테니 너무 서두르지 않아도 됩니다, 흐흐흐.“


항공사 직원이 빠른 걸음으로 근처에 있는 안전 요원에게 다가가서 뭐라고 속삭이는 모습이 조영의 눈에 들어왔다.


”너, 어쩌려고 그래?“


”뭘 어째요, 어쩌기는? 안전 요원이 가서 신원 확인할 거고, 나는 나중에 잘못 봤다고 하면 그만이지요, 흐흐흐.“


”풋! 나 참.....“


조영은 헛웃음을 웃을 수밖에 없었다.

여한모는 가끔 이런 엉뚱한 모습을 보일 때가 있었다.


”저기 보세요. 저놈들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라 하는데요? 흐흐흐. 가시죠, 보스.“


항공사 직원의 신고를 받은 안전 요원이 무전을 하더니, 근처에서 달려온 공항 경찰과 함께 조영을 미행(?)하던 두 사내에게 다가가서 불심검문을 하고 있었다.

조영과 여한모는 출국 심사를 하고, 탑승장 게이트로 유유히 걸어가고 있었다.


* * *


서울시 중구 윤광 그룹 비서실.

비서실에서 국내 업무를 담당하는 2차장 오정호는 화가 나 있었다.

오정호의 앞에 선 서준우 과장이 긴장한 표정으로 보고를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서 과장 얘기는 우리 애들이 공항에서 불심검문을 받는 바람에 목표물을 놓쳤다는 거야?“


”그렇습니다, 차장님. 갑자기 공항 요원들이 나타나서 신분을 증명하라고 요구를 하는 바람에.......“


”이유가 뭐라고?“


”싱가포르에서 북한 대사관과 접촉했다는 혐의라고 했었습니다, 제보가 들어왔었다고......“


”야, 이 새끼야,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야?“


”물론 신원을 확인하고 현장에서 오해를 풀었습니다만, 시간이 지체되는 동안 목표물은 출국장을 통과해버렸습니다. 죄송합니다.“


”바보 같은 놈. 그런 일 하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다니. 알았어, 나가 봐. 꼴도 보기 싫어.“


서준우 과장이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 자리로 돌아갔다.

오정호 차장이 입맛을 다시며 서류를 들여다보았다.


”데이빗 김. 싱가포르인. 사업가. 30세. 한국 내 거주는 평창동. 경호원을 데리고 다니는 걸 보면 뭔가 있는 놈이라는 뜻인데. 제기랄 또 실장님한테 깨지겠군. 미치겠네.“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오정호 차장이 주머니를 뒤적거리다가 씁쓸한 표정으로 동작을 멈췄다.

담배를 끊기 위해서, 가지고 있던 것을 모두 내다 버린 게 겨우 삼일 전이었음이 생각났다.

오정호 차장이 비서실장에게 보고하기 위해서, 서류를 결재판에 올려놓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 * *


싱가포르에 도착한 조영은 저녁 식사 후에 커피와 담배를 즐기며 서류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한국을 다녀오느라 결재해야 할 서류가 꽤 쌓여 있었다.


”보스~“


여한모가 머그잔을 오른손에 들고 조영의 앞으로 다가왔다.

회의용 탁자에 철퍼덕 앉은 여한모가 잔을 입으로 가져가서 한 모금 마시더니, 구석에 놓여 있던 재떨이를 앞으로 가져왔다.


”뭐냐? 보고할 게 있어? 지금 밀린 서류들 보느라 조금 바쁜데, 급한 거야?“


”급한 건 아닌데, 재미난 이야기가 들려서요. 한국의 정필모 사장과 통화했습니다. 오늘 공항까지 쫓아왔던 놈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누구라는데? 근데 정 사장이 그들을 어떻게 알지?“


서류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조영이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정필모 사장이 과거에 함께 일했었던 정보기관 쪽에 근무하는 후배들과도 줄을 만들어 두었나 봅니다. 김포 공항 분실에 근무하는 후배랑 통화하다가 들었답니다. 윤광 그룹 비서실 소속 인원들이 북한 스파이로 오인당해서 검문당하는 에피소드가 있었다고 지나가는 이야기로 하더랍니다. 저희를 뒤쫓던 놈들이 틀림없습니다.“


”윤광?“


”지난번에 놀이공원에서 부딪혔던 녀석이 윤광 그룹의 손자라고 했잖습니까? 그놈들이 움직인 것 같습니다.“


”며칠 만에 우리 정체를 확인하고 미행을 붙였다는 의미야?“


조영이 서류에서 시선을 들어 올려 여한모를 바라보았다.


”한국 대기업의 정보력이 꽤 좋은 것 같습니다. 저희의 신분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움직여야 할 것 같습니다.“


”음....왠지 귀찮은 일이 이어질 것 같은 좋지 않은 예감이 드는데?“


”일단 황 사장 쪽에도 이야기해 놓았습니다. [주간 서울] 곽민철 기자와도 연락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다만, 대기업의 직계 가족에 관한 기사라서 주간지에서 몸을 좀 사릴 수도 있을 거라고 황 사장도 이야기하더군요.“


”그럴 수도 있겠군. 그쪽은 주공이 아니라 조공의 개념이니까, 너무 심하지 않은 선에서 일단 운을 띄워보라고 해.“


”알겠습니다, 보스. 뉴욕의 마이클에게도 이라크 전쟁 시뮬레이션을 준비하라고 연락했습니다. 마이클이 이번 일도 엄청난 보너스가 달린 일이냐고 관심을 보이던데요? 흐흐흐.“


”성과가 있다면, 보너스를 주는 것은 문제가 아니지. 지난번 샌프란시스코 투자 건으로 보너스가 얼마나 지급됐지?“


”뉴욕에만 1천만 달러가 지급됐습니다, 보스. 싱가포르 분석팀에도 적당한 보너스를 지급했고요. 샌프란시스코 투자 건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보이던 마이클이었는데, 보너스를 받고 나더니 보스를 찬양하더군요. 역시 월가를 움직이는 건 보너스라는 말이 맞나 봅니다.“


”한부 건설에 던질 미끼를 찾는 일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어?“


”지금 여러 가지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뉴욕 쪽에서 제시한 방법 중에, 잭손(Jxxon) 사(社) 를 활용하는 방법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논의 중입니다. 잭손 사가 쿠웨이트에 가지고 있는 정유공장 중에 일부에 대한 현대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마이클은 잭손 사의 경영진과 딜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프로젝트에 한부 건설을 끼워 넣어주는 반대급부로, 다음 주총에서 현 경영진의 손을 들어주는 조건을 갖고 잭손 측과 대화를 나누어보겠다고 했습니다. 그 밖에는 쿠웨이트나 이라크 건설 공사에 영향력을 미치는 유럽의 브로커들을 찾아보고 있습니다.“


”그대로 계속 진행하고, 가끔 빌헬름과도 진행 상황을 체크하도록 해.“


”걱정하지 마십시오, 보스. 그리고, 이곳에서 급한 일을 처리하는 대로 조만간 뉴욕에를 다녀오셔야 할 듯합니다. 레케제 보스가 적당한 카지노 매물을 찾았다고 의논을 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었습니다. 노스캐롤라이나의 훈련장도 한번 둘러보시는 게 필요합니다.“


”그래, 일정을 만들어보도록 해. 지금은 이 서류들부터 마무리해야겠다.“


보고를 마친 여한모가 머그잔을 집어 들면서 자리에서 일어났고, 조영은 서류 더미에 고개를 묻었다.


* * *


1990년 2월 14일 수요일.

미국 뉴욕 존 F. 케네디 공항.

입국장에 들어선 여한모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마중 나온 사람을 찾고 있었다.

입국장 앞에 몰려 있는 사람들 틈에서 조나단이 오른손을 번쩍 들어 올리는 것이 눈에 띄었다.

조나단이 느긋한 걸음으로 조영에게 다가왔다.


”보스, 오래간만입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조영과 여한모에게 악수를 하는 조나단은 말끔한 회색 정장에 반짝거리는 구두를 신은 것이, 1년 반전에 조영이 뉴욕의 뒷골목 사무실에서 만났던 사람과 동일 인물인지 헷갈려질 정도였다.


”조나단은 좋아 보이네요, 나는 잘 지냈습니다. 조나단도 잘 지내셨지요?“


”저야, 보스를 만난 이후로는 운수 대통의 나날들이지요, 허허허.“


가벼운 인사를 나눈 조나단이 함께 나온 직원들에게 조영과 여한모의 가방을 챙기도록 했다.

체격이 커다랗고 눈매가 날카로운 것이 예사롭지 않아 보이는 직원들이었다.

조영의 눈길이 직원들에게 머무는 것을 본 조나단이 웃으며 이야기했다.


”최근에 채용한 직원들입니다. 이쪽 업계에 경험도 있고, 능력이 출중한 친구들입니다, 보스.“


”좋아 보이네요.“


조나단의 웃음에 조영이 환한 미소로 응답해 주었다.

숙소로 예약해 놓은 호텔로 이동하기 위해서 공항을 나서자, 검은색의 기다란 리무진이 문을 열어놓고 대기하고 있었다.


”보스가, 뉴욕에 머무시는 동안 사용하시라고 준비했습니다. 저도 처음 타 봤는데, 나름 괜찮더군요. 하하하.“


조나단이 어깨를 으쓱하며 조영을 차량으로 안내했다.

리무진의 뒷좌석은 매우 넓어서, 조나단과 조영이 마주 보고 앉았는데도 무릎이 서로 닿지 않았다.

냉장고에는 시원한 음료가 있었고, 미니 바에도 간단하게 마실 수 있는 술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와우, 조나단. 월가에서 성공한 비즈니스 맨 다운 차량입니다. 마음에 들어요, 그렇죠, 보스? 흐흐흐.“


여한모가 푹신한 뒷좌석에 몸을 깊숙이 묻으며 어린아이처럼 좋아했다.

조나단이 건네는 음료수를 받아 든 조영이 한 모금 마시고 나서 잔을 내려놓았다.




※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말씀드립니다. ※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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