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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김의 서재입니다.

Fortuna : 그 남자의 복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조영김
작품등록일 :
2020.03.25 12:57
최근연재일 :
2022.01.30 07:00
연재수 :
256 회
조회수 :
367,973
추천수 :
3,606
글자수 :
1,293,490

작성
20.10.04 07:00
조회
1,339
추천
11
글자
11쪽

5-18

DUMMY

”포르투나 투자회사라.....회사 이름이 발음이 좋군. 무슨 뜻인가?“


”라틴어 어원으로 운명의 여신, 행운, 운명 등을 뜻합니다. 어제와 오늘은 폐가 많았습니다. 조만간 도쿄를 방문해서 식사를 대접하겠습니다.“


”요즘 일본 경제가 불안해져서 내가 많이 바빠졌다네, 오기 전에 미리 연락을 줄 수 있다면 시간을 내기가 용이할 걸세. 그럼 나는 먼저 가보겠네.“


”데이빗, 도쿄 올 때 미리 연락해주면 마중 나갈게요, 조심해서 돌아가세요.“


토모코가 조영에게 악수를 하고는 아버지의 뒤를 따라서 주차장으로 향했다.

여한모가 다가왔다.


”어제 처음 볼 때도 느꼈지만, 매우 아름다운 아가씨네요, 토모코 양은?“


”아름다운 이상으로 경제에 대한 안목이 대단한 재원이야, 우리 회사로 스카우트를 하고 싶을 만큼.“


”그래요? 보스가 직접 스카우트를 생각할 정도라면, 대단한가 본데요?“


”야마모토 준 이사와 같은 의견을 갖고 있던 아가씨였어, 대학 학부생으로 어리기는 했지만, 통찰력이 대단했었지. 행운의 여신이 손을 내민다면 함께 일할 기회가 올지도 모르지.“


”이신애 씨에게 긴장하라고 전해줘야겠는데요, 흐흐흐.“


여한모의 헛웃음을 뒤로 흘리며 조영이 흡연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조영과 여한모는 나가사키 공항에서 하토리 과장 일행과 헤어졌다.


”수고하셨습니다, 나가사키 체류 기간 보여 주신 일 처리는 인상적이었습니다. 제이콤 본사에도 오늘의 활동을 꼭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좋은 쪽으로요.“


”하잇! 감사합니다, 팀장님. 다음에 일본에 오실 기회가 있다면 다시 뵐 수 있기를 고대합니다.“


”저희는 다시 뵙게 될 것 같습니다. 부탁드린 유골은 한국 포르투나로 전달을 부탁드립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본사 물류 팀과 협조해서 이상 없이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조성수의 유골은 제이콤의 시스템을 활용해서 한국으로 옮기기로 이야기를 마친 상태였다. 여한모가 하토리 과장에게 노고를 치하했고, 옆에 서 있던 조영도 악수했다.

조영과 여한모가 출국장으로 들어설 때, 하토리 과장과 직원들이 허리를 숙여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괜찮아 보이는 사람인데, 하토리 과장은?“


”보스도 그렇게 보셨어요? 의뢰인의 불편한 점을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하는 능력도 출중하고, 경호에도 딱히 부족한 부분은 보이지 않았었습니다. 제이콤 본사에 칭찬을 전해줘야겠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한국으로 스카우트해서, 한국 직원들을 교육시키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 그건 여 팀장 네가 알아서 진행해보도록 해.“


비행기에 탑승한 조영은 서류 가방에서 작은 책자를 하나 꺼냈다.

조성수의 유품 중에서 챙겨온 것이었다. 낡은 공책에 적혀 있는 것은 조성수가 일본에서 생활하면서 느낀 소회를 간간이 기록한 것이었다.

한자가 꽤 많이 적혀 있었지만, 대부분 한글로 기록되어 있었기 때문에 조영이 내용을 이해하는 것은 과히 어렵지 않았다.

노트는 총 세 권으로 되어있었다. 초반에는 일본으로 건너오게 된 내용이, 중반 이후에는 일본에서 생활하면서 겪게 된 어려움에 대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기록의 상당 부분이 한국에 남아있는 가족, 조영의 어머니이자 조성수의 누이동생에 대한 걱정과 보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조영도 어머니에게서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는 일찍 돌아가셨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조성수는 하나밖에 없는 여동생을 친척 집에 맡기고 일본으로 떠나야 하는 일에 대한 가슴 아픈 감정을 싸구려 공책에 꾹꾹 눌러 쓴 글에 담아내었다.


비행기가 도쿄에 도착할 때까지의 1시간 30분 정도의 시간 동안 조영은 조성수가 남겨 놓은 세 권의 노트를 모두 읽어볼 수 있었다.

조영이 워낙 집중해서 읽고 있었기 때문에, 여한모도 조영을 방해하지 않았다.


도쿄 공항의 입국장에는 제이콤 도쿄지부에서 마중 나온 인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입국장에서 팻말을 들고 있는 검은 양복의 사내들에게 다가간 여한모가 인사를 마치고, 조영에게 리더를 소개해주었다.


”보스, 제이콤 도쿄에서 나오신 [타나카 테츠지] 과장님과 직원들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악수를 건네는 조영의 표정이 굳어 있었기 때문에 타나카 과장도 긴말을 하지 않고, 차가 준비되어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예약하신 숙소는 하토리 과장을 통해서 전달받았습니다. 모시겠습니다.“


타나카 과장이 뒷좌석의 문을 열어주었고, 조영과 여한모가 올라타자 타나카 과장이 조수석에 앉으며 운전석에 앉은 직원에게 출발을 지시했다.

조영이 탄 차량의 뒤에는 제이콤의 다른 직원들이 탑승한 중형차가 한 대 뒤따르고 있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도쿄의 불빛에 잠시 시선을 두었던 조영이 금방 눈을 감아버렸다.

여한모도 조영의 눈치를 보면서 조용히 서류를 들여다보고 있었기 때문에 차 안은 어색한 침묵이 가득할 뿐이었다.

여한모가 예약한 숙소는 시내의 고급 호텔이었다.

조영과 여한모가 로비의 소파에 앉아서 기다리는 동안, 타나카 과장과 함께 온 직원이 리셉션에 가서 체크인 수속을 마치고 방 열쇠를 받아왔다.

직원에게서 열쇠를 받아 든 타나카 과장이 여한모에게 공손하게 내밀었다.


”팀장님, 열쇠는 여기 있습니다. 두 분은 1101호 스위트 룸이고, 맞은편의 1102호에 저와 직원들이 대기하고 있을 겁니다. 혹시라도 외출하시거나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연락을 주시면 되겠습니다.“


여한모가 열쇠를 받아들고 고개를 끄덕여주었고, 앉아 있던 조영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에 들어온 조영은 넥타이를 벗어서 침대에 던져놓고는 담배를 꺼내 물었다.

방은 침실 두 개에 널찍한 거실이 있는 방으로 창밖으로 보이는 야경이 멋있었다.


”한모야, 배고프지 않냐? 밖에 나갈 기분은 아니고 룸서비스로 가볍게 먹을 수 있는 걸 주문해라.“


”네, 보스. 제가 적당히 주문하겠습니다. 먼저 씻고 나오세요.“


”그래, 담배 한 대 피우고 씻지.“


조영이 창밖을 내다보며 담배를 피우는 동안, 식사 주문을 마친 여한모가 담배 연기를 뿜으며 곁으로 다가왔다.


”보스, 외삼촌께서 남기신 글이 많이 무거운가요?“


”응, 그렇지 뭐. 타향에서 몸도 불편하셨으니 고생이 얼마나 많으셨겠니? 다행히도 마코토 씨 같은 친구분이 있어서 마음의 위안이 많이 되었다는 내용이 여러 번 나오더구나. 돌아가신 여동생이자, 내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걱정하는 글도 많고. 그것보다도....“


조영이 뒤돌아서서 서류 가방을 뒤적이더니, 공책 한 권을 꺼내서 뒤적거렸다.


”이 부분을 읽어봐라. 악연도 인연처럼 끈끈한 연결이 있는 것인지.....나 참.....“


여한모가 공책을 받아들어서 조영이 펼쳐 준 부분을 읽기 시작했다.


”아....아니? 여기 씌어 있는 게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윤지원과 최덕술입니까?“


내용을 얼마 읽지 않은 여한모가 눈이 동그라지면서 조영에게 물었다.


”응, 그런 것 같아. 그 부분을 자세히 읽어봐라. 나도 한숨이 나온다. 휴~~우.“


여한모가 조영의 대답에 다시 눈길을 돌려, 공책에 쓰여 있는 내용을 꼼꼼하게 읽어 나갔다.


17살 어린 나이였던 조성수가 2살 어린 여동생을 친척 집에 맡기고 일본으로 건너가게 된 일에 연관된 자들이 여럿 있었는데, 그중에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던 자들이 윤지원과 최덕술이었다. 1944년 당시 목포에서 면서기로 근무하고 있던 윤지원은 일본의 기업체에서 나온 자들의 사주를 받아서, 동네의 젊은 남자들을 일본에 가서 취업해 돈을 벌어보라는 감언이설로 꼬드겼다. 나중에 조성수가 함께 나가사키에 건너온 동네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한 명을 보낼 때마다 수수료 명목으로 일본 기업체에서 윤지원이 사례금을 받았다는 소문도 있다고 했다.


젊은 청년들이 오랜 전쟁으로 얼마 남지 앉아 있던 동네에서 윤지원은 20살도 안 된 조성수를 설득했고, 조성수가 망설이자 최덕술을 통해서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조성수가 가지 않으면, 어린 여동생을 끌고 가겠다는 협박에 조성수는 마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눈물을 흘리며 여동생과 헤어져서 도착한 나가카시의 조선소는 윤지원이 이야기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근무환경이었다. 하루에 15시간이 넘는 근로시간에도 배급량은 죽지 않을 만큼만 주어졌고, 근로 감독관들의 폭력행사는 정도가 지나쳤다.

목검이나 채찍 등으로 내리치는 일들이 비일비재했다.


목숨을 잃는 노동자들도 계속해서 발생했지만, 일본 기업과 정부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월급은 고향에 있는 여동생에게 송금해준다고 하면서, 조성수에게 지급되는 돈은 얼마 되지 않았다. 나중에 다른 나이 많은 조선 사람들에게서 그나마 남은 돈도 여동생에게 가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조성수는 눈앞이 캄캄해졌고, 윤지원과 최덕술에 대한 원한은 쌓여만 갔다.


나가사키 조선소의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많은 징용자들이 쓰러져 갔고, 배고픔으로 힘들 때마다 조성수는 윤지원과 최덕술의 이름을 적은 천 조각을 돌로 내려치면서 원한을 키워갔었다. 조성수가 끔찍한 강제 징용 현장에서 살아남은 데에는 두 사람에 대한 원한과 복수심이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기록되어져 있었다.


”불과 몇십 년 전에 이런 끔찍한 일들이 자행되었었다는 게 무섭습니다. 윤지원과 최덕술은 아직 저렇게 살아서 떵떵거리며 살고 있는데요.....“


”다만, 외삼촌은 원폭에 피폭되고 나서 고향에 돌아갈 희망을 잃어버리고 살면서 종교를 만나신 듯하다. 공책 뒷부분인 최근에 써진 글에는 원한을 내려놓고, 용서해야 하는 게 아닐까 라는 글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나는 아직 용서할 만큼의 아량과 관용이 없구나. 외삼촌의 글을 읽으면서 나의 분노는 커져만 가고 있다.“


”저라도 같은 심정을 느꼈을 겁니다, 보스. 저런 악마들을 징치하기 위해서 하늘이 우리에게 기회를 주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보스, 흔들리시면 안 됩니다.“


”물론이다, 한모. 이것이 새로운 업보를 쌓는 결정이라고 해도 나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윤지원과 최덕술이 곱게 눈을 감기 전에 그들의 앞에 나를 나타내고 싶을 뿐이다.“


”보스의 뜻대로 되실 겁니다.“


여한모가 오른 주먹을 말아쥐며, 조영에게 힘있게 대답했다.


띵동.

룸서비스로 식사가 배달되어 와서, 둘의 대화가 끊겼다.

하루 종일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했던, 조영과 여한모에게는 매우 맛있는 저녁 식사였다.


”보스, 오늘 닛케이 225 지수는 조금 상승했습니다. 36,843.5를 찍었습니다. 아시아 최대 갑부가 되기까지는 조금 더 기다리셔야겠습니다, 흐흐흐.“


식사하면서 옆에 준비된 신문을 훑어본 여한모가 양념을 쳤다.




※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말씀드립니다. ※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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